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11/15, 조회 : 1944
제목  
 요술램프와 지니

요술램프와 지니 / 임정수



어떤 남자가 친구의 집을 봐주기로 했다.
모처럼 친구네 가족들이 해외로 여행을 가게되어 이 남자가 봐주기로 한 것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마당 한쪽에 간이 침대를 펼치고 누웠다.

배가 불러서 포만감에 흠뻑 취해있던 남자는
저절로 눈꺼풀이 감기며 졸음이 몰려와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꽃무늬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와 자신의 얼굴을 덮어버리자
깜짝 놀라서 눈을 뜨고 말았다.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다
한여자가 열려진 대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 여자는 이십대 초반쯤으로 무척이나 미인이었다.

"혹시...이 스카프를 찾고 있나요?"
"어머! 정말 죄송합니다. 바람에 날려서 그만..."
여자는 미안해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멀리 날아가질 않고 제 얼굴에 내려앉아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 스카프는 루마제로군요."
"네?"
"그래도 명품이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구루마제라고요."
"아...호호호..."
그제서야 말뜻을 이해한 여자가 소리내어 웃었다.

"이런 스카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그야, 공장엘 가면 얼마든지 만들어내죠."
"아뇨...제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거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요."
"네? 그런 거짓말...참말...인가요?"
"네, 물론입니다. 잘 보세요."

남자는 동그랗게 원을 그리듯 허공에 대고 한번 쓰윽 긋더니
손바닥(사실은 소매 안쪽...)에서 스카프 하나를 뽑아내는 것이다.
"어머...정말이네요."

남자는 고물 장수가 오면 팔려고 내어둔 낡은 호롱불 같은 램프 하나를 가리켰다.
"네, 사실은 제가 저 램프 속에서 1세기를 갇혀있던 지니입니다. 아시죠? 요술 램프와 지니?"
"네, 알아요."
"주인님! 주인님께서 절 자유롭게 해주셨으니 제가 세가지 소원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세가지 소원이요?"
"네, 하지만 마지막 소원은 제게 주신다고 약속해 주십시요."

어차피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에 여자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제부턴 신중히 생각하시고 말씀해 주셔야합니다."
"알았어요."

'무슨 소원을 빌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도 이런 저택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원 한가지를 말했다.

"저도 이런 저택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지니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첫번째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살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할텐데...'
유지하는 것도 버겁겠다는 생각에 이번엔 돈이 필요하니 억만장자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지니는 이번에도 손가락을 튕기며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근데, 지니!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에요?"
그러자 지니는 부끄러운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실은...제가 저 램프 속에서 1세기를 갇혀 지내는 동안 여자 근처에도 못갔어요.
저의 소원은 아름다운 당신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여자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대답했다.
"까짓거...저를 벼락 부자로 만들어 주셨는데 그정도도 못하겠어요? 좋아요."
그래서 여자와 지니는 저택으로 들어가 한바탕 질펀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목적을 달성한 지니가 담배를 하나 입에 물면서 말했다.
"당신! 지금 몇살이죠?"
"스물셋이요."
그러자 지니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스물셋이면 알만큼 알 나이인데...아직도 <요술 램프와 지니>를 믿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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