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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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작성일 : 2008/10/31, 조회 : 1905
제목  
 짝사랑(2)

짝사랑(2) / 임정수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던가.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밤을 세워도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계절이 바뀌었건만
맘 속으로만 간직해온 그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도 못하고 하루 일과의 끝자락에서
후회와 반성으로 아쉬워하던 순간들이 주마등되어 스쳐 지나간다.

오랜 세월동안 거친 풍파에 시달려온 탓일까.
좋아하는 마음을 속으로만 삭이며 말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며
한심스럽게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지나가다 무심코 던진 말에 반응하는 사람...
'그래, 바로 이거다, 되면 되는 것이고 안되면 하는 수없고...이렇게 밀어부쳐보는거야.'
용기를 내어 다가서며 건넨 말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반응이 오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걷잡을 수 없는 심장 소리만 큰소리로 울어대었지.

진작에 이렇게 용기를 내었더라면...
눈 딱감고 용기를 내었더라면 한 순간에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이처럼 가까이 다가앉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을 눈물로 지새워야 했었던가..

갑자기 삶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살이라도 젊었을 땐 젊다는 이유로 젊은 혈기 운운하며 겁없이 설치고 다녔었는데...
나이를 한살 더 먹을때마다 세월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자꾸만 추락하듯 추해지는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젠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하고싶은 말이 있음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말하기로 다짐을 하였다.
누구나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저마다 한,두가지씩은 아픈 사연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동안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다가갔더라면 금방 알 수가 있을텐데...
그래서 지금부터는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기로 했다.

사실, 나처럼 슬픈 추억에 잠겨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서로가 통하면 자주 만나질 않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으니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아야겠다.
내가 조급하게 생각할수록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때를 기다려야겠다.
그날이 얼마나 오래 걸린다해도...

이제 얼마후면 나도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야한다.
우리가 좀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지만, 내가 가는 길에는 언제나 외로웠고 가슴 아픈 사연들로 슬픈 추억만 쌓였기에
보다 명확한 앞날에 대한 희망은 가지질 않기로 했다.

그것은 또다른 불륜을 잉태해야하는 아픔을 내포하기에...
그냥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돌아왔을 때엔 좀 더 희망적인 관계였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그때에 가서 그사람도 나처럼 나를 맘에 담아두고 있다면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더 잘 안다.
나의 생각, 성격...행동하는 하나하나까지도 더 잘 안다.
그렇기에 나의 바램은 언제나 생각과 상상만으로 그치고 마는 것 같다.
어떻게보면 허무맹랑한 꿈이요, 결코 이루지 못할 실날같은 희망이지만
나는 그 희망을 위해 항상 발버둥치며 행복해 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그사람을 생각하다가도 말로써는 형언키 힘든 희열과 행복감을 느낀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사람만 생각하면 한없이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이렇게 빨리도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을...
너무나 소극적이고 결단력 없었던 자신을 한탄하며 잠시 지나온 몇일간을 되돌려 보았다.
'푸하하하...'
실없는 웃음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나약하고 용기가 없었다니...
그저 나자신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원망만 들었다.
하긴, 내가 용기를 내어 다가가더라도 지금처럼 똑같은 반응이었을까.

비록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소중히 가꾸는 마음으로 알차고 보람있게 잘 가꾸어야겠다.
그리하여 먼훗날에 오늘을 돌이켜 보더라도 조금도 후회가 없도록 해야겠다.
그때에는 지금보단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이 있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또한 수없이 되뇌이던 용기를 어루만지며 가꾸어야 했다.
조금은...아주 조금은 그사람이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혹시라도 언젠가 이루어질 그날을 꿈꾸며 한자락 희망의 끄나풀을 풀어헤치는 마음으로
소중한 인연의 결실이 있기를 기도해본다.

이천팔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사람에게 띄워 보내며
외롭게 파고드는 시린 바람의 허전한 냉기를 느끼면서 쓸쓸한 가을을 쓸어 담는다.
그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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