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10/28, 조회 : 1849
제목  
 니이가타의 외로운 별

니이가타의 외로운 별 / 임정수




내가 일본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 그때가 내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했던 한 때가 아니었던가 싶다.
오랜 군생활로 인해 사회 경험이 적었던 나는 하나하나 인간 관계를 풀어가면서
얽히고 섥힌 내자신을 찾으려 애쓰던 시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이란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새로운 미지의 길을 개척하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던 시기라
세상 모든 것들이 오로지 내 것으로만 보이던 때였기에 그곳에서의 생활이 한편으론 재미도 있었다.

내면 깊숙히 두려운게 있었다면 그것은 어쩌면 말못할 외로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운 사람들과도 자주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은 나자신과의 또다른 싸움이기도 했다.
한없이 빨려들 것만 같은 외로움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은 아주 강한 흡인력으로 나를 괴롭혔고
그곳에서 조금씩 헤어날수록 나는 또다른 의식 속에서 헤매야만 했다.

그것은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하나..
이성에 대한 그리움조차도 내게선 사치처럼 느껴질 때에 홀연히 나타난 한사람이 있었으니
그사람은 다름아닌 요시무라 사오리였다.

그녀는 해맑은 미소로 늘 웃음을 잃지않는 아주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누가 보아도 한눈에 반하고 말았을 것이라 생각되어 지는데,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아주 깊고 끈끈한 사랑을 느끼며 반해버리고 말았다.

하루라도 그녀를 안보면 미칠 것만 같은 보고픔에 몸부림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하다
어느날 회식 자리에서의 취기를 핑계삼아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었고,
그날 이후로 잦은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꽃피워나갈 무렵 그곳에서 영원히 그녀와 함께 살고 싶었다.

물론 그녀가 내뜻을 받아들였더라면...

그녀의 부모님은 전형적인 일본인으로 조선 사람인 나와의 결혼을 허락하질 않았다.
그녀또한 사랑하는 부모님과 나와의 사이에서 무척 고민하며 갈등을 하는 것 같았다.
하긴...같은 나라 사람도 아닌 일본과 조선인인데 어찌 쉽게 허락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이해했다.
한편으론 내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그녀또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일본에 머무는 내내 그녀를 만나질 못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그곳을 떠나기 전날에도 그녀는 나와 함께 있었고
못다한 사랑에 대한 미련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밤새 한잠도 못자고 같이 있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후회는 없다.

아마도 지금쯤 그녀는 토끼같은 아이들을 적어도 두어명은 낳았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때는 사랑했었던 나란 존재를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인연이 그쯤에서 멈추었을지라도
간절한 서로의 마음이 통할 수만 있다면 내세에 다시 만나 사랑할 수도 있기에
이루어지지 않은 인연에 대한 미련의 고리를 그냥 그대로 놓아버리고 만다.

비록 우리의 꿈같은 사랑이 한낱 바람결에 지나는 찰나같을지라도
그사랑을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기에...




니이가타의 외로운 별 / 임정수


일본의 아침은
밝아오고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니이가타의
외로운 별이 되어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602  실수      임정수 2008/06/23 1803
601  새끼 고양이      임정수 2008/06/24 2044
600  불륜을 정리하며      임정수 2008/07/10 2242
599  복(伏)날에      임정수 2008/07/19 1930
598  지암리에서의 추억      임정수 2008/07/28 1987
597  타락의 늪      임정수 2008/08/09 1786
596  말복를 보내며      임정수 2008/08/11 1926
595  양다리      임정수 2008/08/17 1887
594  임정수의 콩쥐 팥쥐      임정수 2008/08/22 2089
593  가을비 내리는 날에      임정수 2008/10/23 1939
592  그녀가 떠난 자리      임정수 2008/10/24 1833
 니이가타의 외로운 별      임정수 2008/10/28 1849
590  참선(參禪)      임정수 2008/10/30 1896
589  짝사랑(2)      임정수 2008/10/31 1906
588  작업복과 외출복      임정수 2008/11/03 1768
587  돌아온 금반지      임정수 2008/11/06 2012
586  어머니      임정수 2008/11/07 1769
585  숙과의 행복한 사랑      임정수 2008/11/09 1637
584  원조 교제를 하는 사람과 사귀다      임정수 2008/11/14 2076
583  요술램프와 지니      임정수 2008/11/15 1949

 [1][2][3][4][5][6][7][8] 9 [10]..[39]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Ol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