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10/24, 조회 : 1831
제목  
 그녀가 떠난 자리

그녀가 떠난 자리 / 임정수




그녀가 떠난 자리엔 그녀가 남기고 간 추억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함께 뒹굴던 침대위의 얼룩진 시트에선 그녀의 따스한 체취가 느껴졌고,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은 그녀의 환상으로 한동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아직도 나의 깊은 망막에 남아서 나를 괴롭혔다.

흩어진 추억의 파편들을 하나씩 주워서 맞추어 보았다.
그것은 깨어진 유리조각마냥 산산조각이 나있었지만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모양이 완성될수록 왠지모를 성취감에 들떠기도 했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 그녀가 누웠던 침대...
방안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체취와 숨결은 나를 더욱 흥분시켰고,
나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그녀의 환상 속으로 쉼없이 빨려들고 있었다.

어쩌면 이방안 어딘가에 숨어서 나의 넋두리, 나의 독백을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떠올리며
눈앞에 마주앉은 것처럼 생생히 들려오는 그녀의 고운 목소리와
가는 숨소리가 내귓가를 간지럽힌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온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만 같다.
오늘따라 촉촉히 젖은 그녀의 눈빛을 느끼며
그녀의 땀내음 하나하나까지도 진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겨울 꽁꽁 얼어버린 호수의 두터운 얼음처럼
굳게 닫혀버린 그녀의 마음의 문을 과연 열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발악을 해봐도 그것은 전혀 불가능 할 것만 같다.
그녀가 내곁을 떠나가기 전까지로 되돌리기까지는...

나는 아직도 그녀가 내곁을 떠난 이유를 모르겠다.
사랑도 행복도 그녀를 통해 모든 면에서 만족했으며 오로지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기에
이처럼 헤어지는 쓰라린 아픔을 겪게되는 건 상상조차도 못했었는데...

밤일(?)이 시원찮아 떠난 그녀가 아니었기에 더욱 더 내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 같다.

다시 만날 어떤 기약도 없이 내곁을 훌쩍 떠나간 그녀...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전의 내가 아닌 오로지 그녀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고싶다.

그녀가 떠난 쓸쓸한 빈자리엔 그녀와의 추억만이 뻥뚫린 내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다.
텅 비어버린 가슴 속을 그녀로 가득채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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