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8/11, 조회 : 1921
제목  
 말복를 보내며

말복를 보내며 / 임정수





삼복 더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말복.
닭을 사려고 시장엘 갔더니 한마리에 이만원을 달랜다.
어떤 곳에선 삼만원까지도 하는 곳이 있었다.
조카들도 방학을 한터라 대식구이다 보니 닭 한,두마리론 우리 식구에겐 어림도없다.
보통 치킨을 먹어도 4마리는 기본인데다 입가심으로 피자를 먹어야하고...
암튼, 닭이 너무 비싸서 포기하기로 했다.
오리를 사려고도 했었지만 만만치가 않다.

그냥 평소에 먹던대로 민물 장어와 바다 장어를 먹기로 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민물 장어는 내가 직접 잡아온 자연산 민물 장어(우나기)이다.
물론, 바다 장어도 자연산이지만...
새벽에 바닷가로 나가면(직업상 바닷 고기도 취급하다 보니 수협 공판장엘 늘 간다.)
어민들이 갓잡아온 바닷장어(하모)를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가 있어서
이번에도 장어를 먹기로 한 것이다.

민물 장어와 자연산 전복을 함께 넣고 황귀며 감초, 대추, 생강...등
여러가지의 약재도 넣어서 푹 고았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지만 구수한 냄새는 후각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했다.
바닷장어는 잘 손질하여 소금 구이와 양념을 만들어 양념구이로 해서 먹었다.
싱싱한 상추와 깻잎아리에 싸서 먹으니 무엇하나 부러울게 없었다.

평소에 자주 먹던거라 그런지 엄청나게 치솟은 물가를 실감하기라도 하듯
터무니없이 뛰어오른 닭과 오리의 가격에 비하면 지금 내가 먹는 이것은
세상에서 둘도없는 진수성찬인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이웃사람들도 불러서 함께 먹었을텐데,
솔직히 입이 많아서 부를 엄두도 못내었다.
우리끼리만 먹으려니 마음이 편칠 못하였지만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다음엔 좀 더 준비를 많이해서 함께 먹으면 되겠다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었다.

더운 날씨에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니
한가지 음식으로도 이렇게 행복해 할 수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그렇다.
무조건 비싸고 좋은 것을 많이 먹어야만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은 부족한 듯 하면서도 한 가족이 이렇게 오손도손 모여 마음편히 먹고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2008년의 삼복더위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이젠 삼복도 다 지나고 입추도 지났으니 더위가 한풀 꺾이겠지.
열대야로인해 잠못 이룬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생했는데...
제발 더위가 물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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