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7/19, 조회 : 1931
제목  
 복(伏)날에

복(伏)날에 / 임정수





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이것저것 아무거나 먹진 않는다.
특히, 보신탕은 먹을 줄도 모르고 근처에도 가질 않는다.
보신탕을 먹는 것도 하나의 음식 문화인데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음식이라고 해서 다 좋아해야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처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

앞서 음식 문화에 보신탕이 포함이 될 뿐이지,
보신탕 자체를 음식 문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다만, 알레르기 때문에 강아지를 안아주거나 하질 않는다.

전해 듣기로는 조상 대대로 개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지금도 수 많은 일가 친척분들이 보신탕이라는 말만 들어도
저 멀리서부터 슬슬 피해다닐 정도라고 한다.

워낙에 술을 좋아하는 집안이다 보니
누군가가 보신탕을 먹은 술잔으로 술을 따뤄주면
그 술잔에 든 술을 조금만 마셔도 사흘을 못견디고 이런저런 사고사로
죽게되는 경우도 종 종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무리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보신탕을 먹는 자리는 꺼리게 되며
보신탕이라는 말만 들으도 아예 참석을 하질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술만 먹으면 나도 모르게 필름이 끊기거나 기억력도 감퇴하고
본의 아니게 많은 실수를 저질렀기에 나는 일찌감치 술을 끊었다.
때문에 보신탕을 먹는 자리엔 근처에도 가질 않는다.

해마다 복날이 다가오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삼계탕과 민물장어로 추어탕을 끓여 먹으며 복땜을 한다.

대추와 인삼, 감초, 황귀를 듬뿍 넣고 푹 끓인 삼계탕을 먹으면
허했던 속도 든든하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내가 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 뱀장어를 푹 끓여
추어탕을 해서 먹거나 장어 구이를 해서 함께 먹으면
이보다 더 좋은 복땜은 없을 것만 같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푹푹 찌는 날씨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입맛을 잃어가는 시기에
어떤 보양식으로 가족의 건강을 지킬까를 생각하면서
복(伏)날만 되면 고민을 하게 되는 건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평소에도 즐겨먹는 것이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메기 매운탕과 붕어찜, 장어 구이와 장어 추어탕,
전복죽으로 복날을 넘겨야겠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만큼 AI가 염려되니
삼계탕은 아무도 먹을려고 하질 않기도 하고...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괜찮다고해도 기분이 내키질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구슬처럼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며 양념이 된 장어구이를 먹으면서
새벽에 잡아온 민물 장어가 곰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걸 보니
개구리처럼 배가 불러도 무럭무럭 솟아나는 식탐은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얼른 먹고 또 먹어야지...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602  실수      임정수 2008/06/23 1804
601  새끼 고양이      임정수 2008/06/24 2044
600  불륜을 정리하며      임정수 2008/07/10 2243
 복(伏)날에      임정수 2008/07/19 1931
598  지암리에서의 추억      임정수 2008/07/28 1988
597  타락의 늪      임정수 2008/08/09 1786
596  말복를 보내며      임정수 2008/08/11 1926
595  양다리      임정수 2008/08/17 1891
594  임정수의 콩쥐 팥쥐      임정수 2008/08/22 2089
593  가을비 내리는 날에      임정수 2008/10/23 1940
592  그녀가 떠난 자리      임정수 2008/10/24 1833
591  니이가타의 외로운 별      임정수 2008/10/28 1851
590  참선(參禪)      임정수 2008/10/30 1897
589  짝사랑(2)      임정수 2008/10/31 1909
588  작업복과 외출복      임정수 2008/11/03 1769
587  돌아온 금반지      임정수 2008/11/06 2014
586  어머니      임정수 2008/11/07 1770
585  숙과의 행복한 사랑      임정수 2008/11/09 1639
584  원조 교제를 하는 사람과 사귀다      임정수 2008/11/14 2076
583  요술램프와 지니      임정수 2008/11/15 1950

 [1][2][3][4][5][6][7][8] 9 [10]..[39]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Ol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