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6/24, 조회 : 2033
제목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 / 임정수






내가 사는 곳은 주택이 밀집해있는 주택가라 시골의 전경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일반 가정집에선 애완용 개나 고양이를 쉽게 키우질 못한다.
나 역시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쓰다듬거나 껴안아 주진 않는다.
개나 고양이는 노랑내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하고 털이 날려서 싫어한다.
특히, 검은 색의 옷을 입었을 땐 덕지덕지 묻은 털을 떼어내려면 진땀꽤나 흘려야 하기 때문에
개와 고양이가 귀여워도 쓰다듬을 수가 없는 것이다.
(좀 더 은밀히 얘기하자면 알르레기 체질이라 꺼리기도 한다.)

주택가라 쥐가 눈에 띄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나부터 먼저 기겁을 하여 어디까지나 도망을 가곤한다.
단지 겁이 많아서 도망을 가는 건 아니다.
생긴 모양이 징거럽기도 하고 더럽고 병균 투성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어서인지
쥐라면 근처에도 가길 싫어하고 무조건,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것이다.

어쩌다 이웃에서 죽은 쥐를 처리하기 위해 몰래 우리집 담장 안으로 던져버린다거나,
큰 고양이들이 사냥의 도구로 가지고 놀다가 우리집 마당에서 죽여 버리기라도 하면
징그럽고 더러워서 감히 처리를 하지도 못하고 쩔쩔 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웃에 사시는 동네 형님께 전화를 걸어서 부탁을 하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동네에 고양이 울음 소리가 그치질 않더니
집집마다 고양이들이 한마리씩 눌러앉아 자신들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게 되었다.
덕분에 한동안 쥐 그림자도 구경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고양이들이 나타나기 전에 우리집엔 족제비 가족들이 이사를 와서
구석구석 순찰을 돌며 경계를 서주었기에 쥐를 볼 수가 없었고,
족제비 가족이 이사를 가고나니 바로 고양이가 이사를 온 것이다.

겨울엔 보일러를 작동하니 온수가 흐르는 엑셀 파이프 위에 앉아 있기도 하고
보일러 위에 둥지를 털어 겨울을 나면서 차츰차츰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요란한 소음을 싫어하는 줄 아는지 언제나 정숙했으며
비록 고양이라도 깔끔하고 냄새가 나질 않도록 주기적으로 대청소를 하며 관리를 잘 하는 것 같았다.

생선을 많이 취급하다보니 고양이에게 줄거라곤 생선밖에 없었고,
그 덕에 고양이의 털빛깔은 기름기가 좔좔 흘렀다.
어느정도 눈치를 볼 줄도 알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 것 같아
정말이지 왠만한 사람보다도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3일 전이었다.
그날도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새벽 2시가 조금 지났을 때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우린 세탁기가 두대 있다.
한 대는 잘 사용하질 않기도 하고 어쩌다 세탁량이 많을 때에 두대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잘 사용하질 않는 세탁기를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을 씌워 마당가에 두었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고양이 한마리가 세탁기 밑으로 얼른 기어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집에 있는 고양이는 이제 어느정도 덩치가 있어서 세탁기 밑으로 잘 들어가질 못할거라 생각했었는데,
나를 보더니 후다닥 거리며 민첩하게 숨는 걸 보니 이상하기도 했다.

새벽 운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아주 작고 귀여운 고양이 새끼 한마리가 마당가에서 놀다가 나를 보더니 얼른 세탁기 밑으로 파고 들었다.
'어쩐지...'
역시 새벽엔 내가 잘 못 보았던 것이다.
어디에서 온 고양이인지는 몰라도 아무에게나 잘 붙고 친근감있게 따라다니는 걸 보니
이미 사람의 손을 탄 고양이 같았다.

아직 어린 고양이라 마땅히 줄 게 없었다.
생각다못해 마른 멸치를 가지고 와서 대가리를 따서 주었더니
배가 많이 고팠던지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기 시작하는데 있는게 한정일 것 같았다.
아직 튼튼치 못한 치아로 멸치를 씹으며 게걸스럽게 먹는 걸 보니 정말 귀여웠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집에서 잘 있던 고양이가 보이질 않았다.
새끼 고양이에게 마른 멸치와 햄을 잘게 잘라서 주다보니 우리집에 있던 고양이 생각이 나서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는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았고 하루종일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았다.

어제 아침엔 그동안 우리집에서 살던 고양이가 왔길래
반가운 마음에 준비해둔 싱싱한 생선을 주었더니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구관이 명관이라했던가.
역시 우리집엔 있던 고양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앞뒤가 맞지않고 횡설수설하는 현재의 정치인들보다도 훨씬 낫고
앞서 밝혔듯이 왠만한 사람보다도 훨씬 똑똑해서 그렇게 표현을 해봤다.)
그런데, 배부르게 생선을 먹은 고양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옆집으로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배신자...

바로 앞집엔 우리 동네의 통장이 살고 있다.
고양이들이 조금만 소리를 내어도 거슬린다며 약을 놓아서
이미 수 많은 고양이들이 통장의 손에 의해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집집마다 고양이가 한마리씩은 다 있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고양이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차츰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야만 생각이 날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에서 살던 고양이가 옆집으로 영역을 옮겨서 이사를 가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서 살면 좋을텐데...

이번에 이사온 새끼 고양이는 아주 얌전하다.
밤새 큰 고양이들이 찾아와 헤꼬지를 하려고 으르렁 거리면서 텃새를 해와도
세탁기 밑으로 기어 들어가 얌전히 귀를 막고 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큰 고양이들의 텃새 소리 때문에 한잠도 못자고 잠을 설쳐야만 했다.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운행을 다녀오니 새끼 고양이가 나를 반긴다.
일부러 새끼 고양이에게 줄려고 챙겨온 작은 생선을 그릇(우리집 고양이 밥그릇)에 담아 주었더니
아직 어려서인지 날 생선을 먹질 못하는 것이다.
우리집에서 살던 고양이 같으면 아주 맛있게 잘 먹을텐데...

대문쪽을 보니 우리집에서 살던 고양이가 대문 앞에서 엎드려서 새끼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생선을 던져 주어도 먹질 않고 새끼 고양이만 보고 있어서 모른척 방으로 들어와 거실에서 내다보니
새끼 고양이에게 해꼬지를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둘이서 잘 놀고 있는 걸로 봐선 아마도 우리집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려온 것은 아닐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마당을 내다 볼때까지도
두 마리의 고양이는 서로를 쳐다보며 잘 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집 고양이가 새끼를 데려와서 우리집에 잘 적응하도록 교육을 시키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제까지만해도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잘 뛰어다니질 못하는 것 같더니
오늘은 아주 민첩하고 빠르게 뛰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는 말처럼 귀엽고 이쁜만큼 적응도 빨리 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먹이는 무엇으로 줘야하지?
누군가에게 길러져서 사료만 먹어서인지 날 생선이나 구운 생선은 잘 먹질 못한다.
아직 치아가 튼튼치 못해서일까.
식성은 까다로워가지고...

그래도 좋다.
어차피 우리집에서 살던 고양이가 더이상 볼 수 없는 먼곳으로 가버린 것도 아니고
귀엽고 예쁜 새끼 고양이도 들어왔으니 그나마 내가 힘들고 어려운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게 된 것 같아서 좋다.

내일은 어떻게 아침이 밝아올까?
장마철라 밤새 비가 올지는 몰라도 어김없이 아침은 밝아올 것이고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도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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