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6/23, 조회 : 1795
제목  
 실수

실수 / 임정수




술냄새가 진동하는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아직도 채 깨지않은 술이 자꾸만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큰일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부대원들의 눈빛이 이상하다.
못볼 걸 보았나? 왜들 저러지?
참 이상타...

그러고보니 간부들이나 사병들이나 다들 나를 피하려고 하는 것만 같다.
오늘따라 왜들 그러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거울을 보니 별로 묻은 것도 없는 것 같다.

후임이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왜들 그래?"
"모르십니까? 전혀 기억이 안나십니까?"
"뭘?"

전날에 대대 회식이 있었다.
아침부터 연병장엔 사병식당의 식탁을 펼쳐놓고
중대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중대의 선임하사들과 PX근처에서 앉아 쉬면서
우리 중대의 회식 준비하는 걸 지켜보다가
마침 PX에 문을 열기에 따라 들어갔다.

곧이어 소주 몇 병과 맥주 몇 병을 들고서
PX앞 벤취에 둘러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대대 회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린 이미 상당히 취해있었다.
사기를 북돋우며 중대별로 술을 권하던 대대장이
비틀거리는 우리 일행을 보고 다가왔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이젠 그만들 하지?"
대대장은 우리가 걱정되어 노파심에 실수하지 않도록 배려했는데,
"뭐야?"
뜻밖에도 이미 인사불성이 되다시피한 내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뒤따르던 간부들은 안절부절 못하였고,
그런 곳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를 질러대는 나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
내가 술에 취해서 대대장에게 손짓을 하며 불렀다.
"예?예. 선임하사님! "
"담배나 하나 가져와봐."
"예, 여기 있습니다."
"불도 붙여줘야지."
그러면서 대대장의 머리를 한대 쳤다.
"미안합니다. 선임하사님! "
"그래,그래...어~ 취한다.."

대대 연병장 한복판에서
그것도 전 부대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런 실수를 했으니
다들 이상하게 볼 수 밖에..

'이젠 술을 끊어야겠다.'
그나저나 그렇게 망신을 주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않는 대대장이 이상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뛰어난 지휘관이었기에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타부대로 전출을 가던 그날까지도
그날에 대한 나의 실수에 대해선 한마디로 하지 않으셨다.
단지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조금만 줄이면 좋을 것 같다는 말밖에는...

좋지못한 습관은 일찌감치 떨쳐버리는 게 좋은거다.
이젠 정말 술을 끊어야지.
두번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술을 끊은지도 벌써 십오년이 지났다.
술을 먹을 땐 건망증도 있었고,
크고 작은 실수도 여러번 했었다.

매번 실수를 하고 난 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한 내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
반드시 후회를 하곤 했었기에
마음먹었을 때에 끊어버리자고 다짐하곤 그길로 입에도 대질 않게 되었다.

술을 끊은지도 벌써 십오년이 지났다니...
취미삼아 담궈둔 술병을 정리하다
문득 그때의 실수가 떠올라 혼자서 쓴웃음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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