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14/10/22, 조회 : 821
제목  
 관음사 일기 - 181

관음사 일기 - 181





자고 일어나면 절이란 것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세상에
부처님 도량이라고 하나 꾸몄는데 막상 찾아오는 신도는 없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이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삼일에 한 명 정도는 찾아와야 하질 않겠는가.

다들 힘들고 어렵고 일이 안풀려서 답답할 때에만
부처님도 찾고 천지신명을 찾으면서 믿고 의지하며 기댈 곳을 찾아오려고들 한다.

뭐, 답답한 마음을 긁어주고 어루만져 주는 것이야 어려울게 뭐있을까마는
신도로써 오는 사람들보다 궁금한게 많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하는 말이다.

이왕이면 한 곳에 꾸준히 믿고 의지하면서 내집처럼 편하게 찾아오면 좋을텐데
젊고 건장한 스님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그게 어려워서 못오는건가
아님, 잘생긴 부처님을 보니 그만 반할 것 같아서 요리조리 빼려는 건가...

이왕이면 말한마디 안해주고 은근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부처님 보다는
그래도 살아있는 내가 더 나은거 아닌가...

아닌 모양이네...크~

내가 계를 받아 처음 도량을 꾸몄을 때
부처님을 믿기도 하지만 나를 더 믿고 따라와준 신도님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다 믿으면 온성불이요, 반만 믿으면 반성불이라고...
그러면서 죽이되던 밥이되던 이젠 우리 관음사에 정을 붙이고 끝까지 가보자고...

내가 키가 커고 인물이 잘난 것도 아니고 돈이 많거나 말주변이 좋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나를 믿고 따라와주시는 신도님들의 그 뜻을 어찌 모를까.

알게 모르게 내게 용기를 주시고
법회며 행사 때마다 솔선수범으로 작은 힘이나마 여럿이 모이면 큰힘이 된다며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말없이 도와주시는 우리 신도님들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뭐라고...
말로는 스님을 보고 오는게 아니라 부처님은 다 같은 부처님이라서 부처님 보고 온다고...

요즘 사람들은 멀리 가질 않고 집안에서 티비만 켜놓으면
아무리 이름나고 유명한 스님이라도 가만히 앉아서 친견할 수 있는
불교 방송 프로가 잘 나와서 스님들보다도 정법에 대해서 더 잘아는 신도님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처음 공부를 할 때처럼 초발심으로 신도님들 한 분 한 분을 대할 때마다
나자신을 최대한 낮추며 하심(下心)으로 고개숙여 법문을 전한다.

덕분에 보다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스님은 신도(불자)들을 통해 공부하고 신도는 스님을 키워주고...
그래, 맞는 말이다.

스스로 비우고 낮추면서 공부하다보면 스님은 신도가 키우고
절은 알아서 커질 않겠는가.

왠만한 스승보다도 더 나은 스승이라 칭하는 우리 관음사의 강연이 보살님이 하시는 말씀이 생각난다.
'스님! 매번 볼 때마다 키가 조금씩 더 커는것 같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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