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14/10/28, 조회 : 824
제목  
 관음사 일기 - 186

관음사 일기 - 186




참으로 오랫만에 신도 한 분이 찾아왔다.
너무나 오랫만이라 길은 헷갈리지나 않았는지...

지난번에도 몇 번이나 와보곤 이 길이 그 길인지 그 길이 이 길인지...
아님, 저 길이 이 길인지 헷갈려서 한참이나 헤맸었다던데
이번엔 용케도 찾아온 것 같다.

너무나 오랫만에 오는 길이라 빈손으로 올 수가 없었노라며
음료수 박스를 법당에 올려놓는다.

이렇게 오랫만에 찾아온 신도가 자주 오질 않아서 하는 말은 아니다.
먹고 살기에 바쁘다 보면 말못할 사정이란게 있을 것이고
그나름의 고충도 있을법이니...

다만, 매번 올 때마다 길이 헷갈려서 헤매다 온다는 말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신도이고 그만큼 정이 더 간다고나 할까...

한마디로 길눈이 어두워서 그런걸 누굴 탓할까.
그나마 이렇게라도 잊지않고 찾아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다.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니 이야기 보따리가 술 술 풀려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이런저런 사연들을 풀어놓다 보니
가슴에 응어리졌던 덩어리들이 한순간 말끔히 씻겨져 나가는 기분인지
속이 다 시원하다며 올때와는 달리 평온하면서도 행복한 모습이다.

그래, 답답하고 무거운 짐은 모두 벗어 던지고 가세요.
저야 뭐, 오시는 분들이 짊어지고 왔던 무거운 짐들을 치우고 청소하며
이렇게 도량을 지키는 관리자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다들 벗어 던지고 내려 놓으면 나는 깔려 숨이 막힐텐데...
그래도 좋다.
이것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길이고 업이기에...

먹고 싸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쓸고 닦으며 청소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법...
너거들은 먹고 팍 팍 싸세요.
나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청소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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