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5/23, 조회 : 2485
제목  
 추억의 ATT 훈련

추억의 ATT 훈련 / 임정수





대대 ATT 훈련이 시작되었다.
인가 인원보다 훨씬 적은 수의 통신병들을 이끌고
과연 이번 훈련을 성공적으로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 되었다.

통신병이라고 해봐야 7명도 되질 않았다.
통신 주특기가 들어오질 않다보니 신병을 받지 못해서 그랬다.

대대 잔류 병력으로 전역을 앞둔 신 병장만 남겨 두었다.
신 병장 혼자서 훈련 기간 내내 말뚝 교환을 보면서 유.무선을 다 책임져야 했다.

상황실에도 정작과 계원이 남아 있으므로
서로 협조해서 교대로 임무를 완수하면 되기에 그다지 걱정되질 않았다.

걱정이 되질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믿음이 간다는 것도 된다.
병장 계급장까지 오르고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지만
훈련 경험이 풍부하기에 위기 상황하에서도 혼자서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 병장을 잔류 인원으로 남겨 두었다.

숙영지엔 기재계인 장 병장에게 보급품 조달 및
유.무선 통신망을 원활히 소통 시킬 수 있도록 임무를 주었다.

수시로 유.무선망을 점검하고
가설된 선로의 단선시 신속히 복구 작업을 병행해야 하였기에
장병장 밑으로 두명의 통신병을 더 부쳐주었다.

나는 중계소를 운용하여야 했으므로
무전병 둘을 데리고 붓다리 고개 정상으로 올라갔다.


도로 위에선 허벅지까지 쌓인 눈이었지만
산 속에선 가슴 부위에까지 쌓여 있어서
정상까지 오르는덴 무척 고생을 하고서야 겨우 오를 수 있었다.

중계소를 운용할 지점에 도착하여
서둘러 텐트를 치고 RC-292 안테나를 설치했다.

무전병 한 명은 무전기 앞에서 상황 대기를 시키고
다른 한 명은 경계 근무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교대로 보초 근무를 서게 하였다.

겨울날의 짧은 해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훈련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 날 오후.
부족한 식수를 구해들고 중계소를 향해 오르다
저멀리서 한무리의 낯선 병력(?)들이 은밀히 중계소를 향해 이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적군으로 통신 소통을 마비시킬 임무를 띠고
중계소를 폭파하기 위해 침투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소리없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경계 근무를 서고 있어야 할 경계병이 임무를 소홀히 한채
텐트 속에서 상황 대기 중인 통신병과 히히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침투 병력들은 별 무리없이 중계소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폭파 스티커를 손에 들고서 텐트 속의 통신병들을 불러내었다.
더이상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채 누구냐고 물었더니 다들 놀란 표정으로 뒤돌아 본다.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어...' 소리를 내며
반가움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다름아닌 내가 특공 부대에서 근무할 적에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이자 우리 소대원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중계소 폭파 임무는 성공하질 못했다.
아니, 차마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라면을 끓여 함께 먹었고
잡아놓은 토끼 고기를 다 구워먹을 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특공 부대에서 근무할 때에 훈련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고생담은
사흘 밤낮을 지새워도 다 못하겠지만,
서둘러 복귀해야 하는 그들을 더이상 붙잡을 수도 없었다.

한편의 드라마틱한 추억의 ATT 훈련을 떠올리며
그때에 만났던 전우들을 생각해본다.
지금은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잘들 지내고 있을까.

보고싶은 전우들...
다시 한번 그때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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