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5/19, 조회 : 1815
제목  
 작업이 통하는 그날을 꿈꾸며

작업이 통하는 그날을 꿈꾸며 / 임정수




"그동안 쭉 지켜보았는데요...
우리가 서로 잘 통할 것만 같고 놓히긴 정말 아까워서 꼭 사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참에 우리...사귈까요?"
잘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되도록 만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그녀 앞에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글쎄요..."
갑작스런 나의 고백에 당황해서일까?
아님, 나같은건 전혀 맘에 두질않고 있었는데
뜻밖의 고백에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인지 조금은 애매한 대답을 한다.

3년 전 오가다 지나치는 사이로 자주 얼굴을 익히게 된 그녀.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싶고 막상 보면 말한마디도 제대로 건네질 못했었지만
오늘만큼은 꼭 나의 진심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좋으면 좋고 싫으면 좋은거지 '글쎄요'라니,
글세는 예로부터 서당이나 학교에서 월회비를 내는 것이 <글세>가 아닌가.

지금 이 상황에서 '글세요'라는 말이 왜 나오는거지?
그녀또한 평소에 나를 좋게 보고 있었다고 생각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말 그대로 내가 싫지만 내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좋게 표현을 하려고 그런 것일까?

나는 원래가 단순한 성격 때문인지 이것저것 앞뒤를 재어 보지도 않고
한번 좋으면 끝까지 좋고,
상대가 나를 배신하거나 내곁을 먼저 떠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상대를 실망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내 딴엔 용기를 내어 어렵게 말을 꺼낸만큼
그녀의 마음을 꼭 붙잡고 싶었다.

"어떻습니까? 나라는 인간도 알고보면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괜찮은데요?"
"뭐, 착하고...순진하고....천진난만하면서도 한점 티없이 맑고 푸른 마음씨를 지녔지요."
"....."
"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인간성이 기분 나쁠 정도로 좋다는 거...
그게 또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호호호..."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있어도 예쁘다.
그런 그녀가 이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말을 재미있게 잘 하시네요."
"아닙니다. 제 마음을 재미로 따진다면 얼마나 값어치가 떨어질까를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죠."
"그래도..."
"제주도나 울릉도, 독도는 있어도 아직까지 그래도란 섬은 들어보질 못했어요."
"하하하..."
이번엔 아주 큰소리로 웃는다.

작업이 제대로 먹혀 들었을까?
아! 제발 실패한 건 아니길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본다.

"원래 그렇게 말씀을 잘 하세요?"
"아뇨, 이쁘게 봐주시니까 그렇지 알고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리고...원래는 기장 위에 월래라는 동네가 있지요."
"....."
"기장에서 서생으로 가다보면 월래란 동네가 있거든요."
"호호호..."
"어때요? 이만하면 작업에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까?"
"글쎄...요..."
좀 전에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던지 뒷말을 얼버무린다.

재빨리 두손을 펴서 앞으로 내밀었다.
"예..? 뭐에요?"
"글쎄라고 해서 <글세>를 주시려나 보다 생각했죠."
"아이..."
"이번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뭐하실겁니까?"
"그때는 좀 바빠서..."
'에이..짜증나...'
"그럼, 물어보나마나 다음 주에도 바쁘겠네요?"
"....."

나도 오기가 있지 이대로 물러 설 수는 없다.
"글세도 받아야 되니 연락해도 되죠?"
"예...네?"
얼른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다.
"폰 번호 불러보세요."
"....."
망설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좀 힘들 것 같다.

'이대로 포기를 해야하나?'
하지만, 최대한 그녀가 난처해 하지 않도록 그녀의 입장을 배려하고 싶었다.
"그럼, 꼭 연락을 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께요.
언제 시간이 나면 저의 [홈]에 한번 놀러 오세요."
어디 내세울만한 건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명함을 한장 꺼내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사실, 기대는 하질 않는다.
오고싶으면 오는 것이고 가고 싶으면 가는 것이지,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갈까..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그녀를 붙들지는 않았다.
또, 괜한 기대로 마음이 들떠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 것도 이젠 귀찮을 뿐이다.

만약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거나
오늘의 작업이 내일의 행복으로 잘 연결되어 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방황해야 하니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진지가 십분도 채 되질 않았는데
자꾸만 말없는 휴대폰으로 눈길이 가는 건 왜 그럴까?

어쩐지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던 나의 말에 찝찝함이 남는 것은 또 왜일까?

"근데..."
"예? 근데는 밭에 가야 있는데..."
아이쿠, 어쩐지 실수를 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에게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는건데...
그녀는 더이상 말을 하질 못했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다.

속으론 무척이나 후회 되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버렸고
나는 떠나버린 버스의 뒷자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이번에도 확실히 퇴짜를 맞은게 분명하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푸하하하...'

또 한번 이렇게 웃으며 허탈해 해야하는 나자신을 돌아보니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언젠가 작업에 성공하는 그날을 꿈꾸면서
오늘도 큰소리로 소리내어 웃고 만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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