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4/18, 조회 : 1959
제목  
 사월의 향기

사월의 향기 / 임정수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옷을 입기에 제일 어중간한 때가 아닐까 싶다.
긴 옷을 입으려니 덥고 그렇다고해서 짧은 티를 입으려니 남들 눈에 띄고...
그냥 내가 편한대로 입고 다니기로 했다.

더위를 잘 타는 내가 더위에 지쳐 반팔 티를 입고 다니는데 무엇이 잘못이랴.
긴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개나리와 벚꽃이 활짝 피고 진 지도 오래되었고,
머지않아 불볕 더위에 지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겁이 난다.

비록 더위를 잘 타지만 겨울에도 추운 건 마찬가지이다.
다만, 남들보다 추위에 조금 더 강하다고나 할까.

언제나 겨울이 되면 차가운 얼음 계곡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해야
온몸이 개운하고 정신이 번쩍드는게 살 맛이 나는데...

이제 여름이 돌아오는 길목에서 또다시 걱정을 해야만하는 내가 안타깝다.
여름은 정말 싫다.
어릴 적엔 안그랬는데, 이상 기온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은 유난히도 땀을 많이 흘린다.

내가 땀보라서 여름이 싫기도 하지만,
여름엔 말그대로 꼼짝달싹 하지도 못할만치 더워서 움직이는 것 조차도 고역인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을 싫어한다.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도 더 빨리 찾아올 것만 같다.
그리고 기간도 더 길어질 것 같다.
얼른 여름이 지나가야 할텐데...

봄비가 자주 내리는 걸 보니 올해는 풍년이 들 해일 것이다.
하지만, 여름에 내려야할 비가 지금 다 내리는 건 아닌지...
어쩌면 장마철에 피해가 적도록 지금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해는 풍년이 들고 조금 덜 더웠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열려진 창틈으로 은은한 향기가 찾아든다.
무엇이지?
어떤 향기일까?
아니!
이건 분명 더덕 향기가 아닌가?

잠시 진한 더덕향에 취해본다.
5년 전에 산에서 캐어온 산더덕을 마당가에 심었더니
그게 어느새 싹이 올라와 어디까지 줄기를 뻗은채 나를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줄기가 저렇게 뻗어나오도록 무심했다니
나도 바쁘긴 바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으로 내려가 더덕 줄기를 쳐다보았다.
얼마전에 심은 봉숭아와 분꽃이 싹을 틔웠는지 파랗게 올라 온 게 보인다.
아직은 싹이 어려서 어떤 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머지않아 예쁘게 자란 꽃을 볼 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마음이 들뜬다.

방으로 들어와 담구어놓은 건강주들을 살펴보았다.
돌복숭아주, 장뇌삼주, 칡주, 앵두주, 산딸기주, 더덕주, 도라지주, 영지버섯주,
어름주, 솔방울주, 녹용주, 매실주, 진달래주, 백년초주, 산초주...

그동안 수없이 산행을 다니면서 어렵게 구한 것들을
건강주로 담아서 진열해 놓았기에 틈틈이 살펴보곤 한다.

저마다 간직한 사연만큼이나 향기도 다르지만,
내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이다.

바쁜 세상, 바쁘게만 뛰지말고 가끔은 주위도 돌아보며 살으라고
진한 더덕 향기가 나를 깨운다.

사월의 봄비 속에 촉촉히 스며드는 더덕 향기에 취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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