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4/02, 조회 : 1911
제목  
 고무줄 몸무게(2) <ㅊ>

고무줄 몸무게(2) / 임정수




"얼마나 나갑니까?"
"예?"
"근수가 얼마쯤 되느냐고요?"
"..."
"몸무게 말이에요."
"아..."

'내가 그렇게 많이 나가보이는건가?'
가끔 내 몸무게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80kg]

나름대로 노력을 해도 잘 줄어들지 않는다.
고무줄 몸무게라 그런건가?
굶어서 줄여보려고도 했었지만,
굶었다 밥을 먹을 땐 폭식을 해버린다.
그러니 살이 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젠가 일주일을 물만 마시며 버틴 적이 있었다.
그때는 온통 머리 속에 먹을 걸로 가득차 있었고,
보이는 것 조차도 평소에 먹고싶었던 음식들 뿐이었다.

몇 숟갈의 죽으로 위장을 달래며 길들이고 있으려니
배가 고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날따라 모임이 있어서 장어 구이 전문점으로 갔다.
다들 내가 몸무게를 줄여볼 심산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는 걸 알고들 있었기에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심하려고들 애쓰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평소에 즐겨먹던 장어라 그런지 냄새부터가 다르다.
나의 후각과 미각을 자극시키며 온몸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장어를 한점 집어 들었다.

입으로 가져가려다 보니 다들 나만 보고들 있는게 아닌가.
"....."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
"다이어트도 좋지만, 일단 먹고...힘을 내어서 열심히 해야지."
"하하하..."

오랫만에 포식을 해버렸다.
누군가 홀 안에 놓여있는 전자 저울을 가져왔다.
장난끼가 발동해서 그러려니 생각하며 저울 위로 올라섰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모임에 참석하기 전 몸무게를 재었을 때는 80kg이었다.
근데 밥을 먹고난 후에 달아보니 4kg이 더 나가는 것이 아닌가.

"으잉?? 저울이 왜이래?"
"내가 아무리 먹어도 그렇지...이 저울이 고장난 모양이네."
"설마...내가 한번 올라가보지."
몇 사람이 올라가서 재어봐도 고장이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아주 정상적으로 작동이 잘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어. 4kg이나 더 나가다니.."
"됐네, 이사람아, 그럴 수도 있는거지, 먹고싶으면 마음대로 먹도록해."
"아닌데...지금은 4kg이 더 나가지만, 물만 먹어도 1kg은 더 나갈걸."
"....."

빈 밥 공기에다 물을 한가득 부어서 들이켰다.
그리곤 저울에 올라섰더니 역시 1kg이 더 나가는 것이다.
"봐, 내말이 맞지?"
"....."
다들 아무런 말이 없어다.
덕분에 나는 허리띠를 풀어놓고 먹었다.

누군가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몸무게를 금방 늘렸으니 금방 또 줄일수도 있겠네?"
"물론이지, 많이는 줄이지 못하더라도 조금은 줄일 수가 있지."
"어떻게?"
"일단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오면 1kg이 줄어들어.
만약에 큰 일을 보고오면 2kg은 더 줄일 수가 있겠지."
그러면서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왔다.

"다시 한번 달아볼까?"
전자 저울로 올라서니 조금 전 보다 1kg이 줄어있었다.
"햐~그것참..."
"정말 신기하지? 내가 생각해봐도 신기하다니까. 하하하..."

그동안 곰곰히 생각하며 나름대로 연구를 해 본 결과
몸무게를 음식 조절만으론 줄일 수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당한 음식 조절과 적당한 운동,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질에 알맞는 식생활 개선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하는 일이 잘 안풀리거나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항상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살이 찌는 것도 습관에 의해 불어나는가 보다.

식탐!
스스로 조절하여 절제 하여야 하는데...
먹는 것만 보면 그럴 수 없으니 어이하여야 좋단 말인가.

언젠가 경산에 사시는 나의 선생님이신 김정아 시인님과
웃으며 지나가는 말로 꼭 몸무게를 줄이겠노라 약속을 했었고,
목표로하는 몸무게의 수치까지 내릴 수 있을 때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만나자고 했었는데...
지금으로선 그날이 오긴 올 수가 있을런지 의문이다.

그냥 드라이브 삼아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다 문득 생각나면
"선생님! 보고싶어서 왔어요." 하면서 갈 수도 있겠지만,
몸무게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인지 아직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래도 선생님과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며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비록 그날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더라도
나를 기다리시는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빼고 또 빼야지.ㅎㅎㅎ

이십여년이 다 되어가는 옛 추억이 떠오른다.
내가 춘천의 모 부대에서 근무를 할 때에 급하게 차가 필요해서
대대장님의 1호차를 잠시 빌려 타게 되었었는데,
1호차에 올라타니 지프차가 한쪽(조수석)으로 기울어지는 게 아닌가.

"차가 왜이래? 어디 아픈거 아냐?"
"아닙니다. 좀 전까진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바람이 빠진 건 아닌지 살펴보기로 했다.
얼른 내려서 둘러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시 지프차에 올르니 운전병이 멍하니 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왜? 뭐가 잘못됐어?"
"아, 아닙니다. ㅋㅋㅋ"
"..."

사무실 앞에서 내가 차에 오르기 전엔 멀쩡하던 차가
내가 올라타니 한쪽으로 기울어졌었고,
점검 하느라 내려서 살펴볼 때엔 차가 다시 멀쩡해졌으며
내가 다시 차에 오르자 한쪽으로 기울어졌으니,
운전병으로선 얼마나 기가찰 노릇이었겠는가.

감히 나를 놀리거나 비웃는 일은 없더라도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소문이란게 마냥 눈치를 보며 숨어있을 수는 없는 것이어서
나 스스로가 정말 살을 빼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이를 악물었었다.

하지만 그때의 사건을 뒤집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내가 차에 올라타고 기울어졌을 때는 여름쯤으로 기억되지만,
그해 겨울에 화천쪽으로 운행을 나갈 일이 있었다.

눈내린 후라 오후엔 어느정도 녹았지만,
밤이되면 녹았던 눈이 다시 얼면서 아스팔트 위엔 얼음이 깔려있게 되고
그 위로 하얀 눈이 살짜기 가려져 있듯이 도로는 빙판길 그 자체였었다.

그때에는 정작 과장의 3호차를 타고 갔었는데,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서 차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서서히 달렸다.

마음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앞으로 비틀거리며 달리던 차는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뒤로, 옆으로 마구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어,어...."

이대로 미끄러지다 쳐박히면 정말 끝장일거란 생각이 미치자,
마음같아선 물을 열고 뛰어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체면상 뛰어내리지도 못하겠지만,
몸이 둔하다 보니 그렇게 한가하게 뛰어내릴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아무리 배테랑인 운전병이라할지라도 미끄러운 빙판길에선 허둥대며 정신을 차리질 못하고 있었다.
"핸들...핸들을 꺾어봐."
"예?"
"미끄러워서 브레이크를 밟을 순 없으니까 어서 핸들을 꺾어봐."
"예, 알겠습니다."

핸들을 꺾었더니 차는 슬며시 한쪽 길가로 미끄러지며 멈추어 섰다.
다행히 어디 부딪힌 곳도 없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근데...선임하사님은 왜 안 뛰어내리십니까?"
그러면서 운전병이 얘길 들려준다.

얼마전 전투 중대의 중대장이 이 길을 가다가 똑같은 자리에서 차가 미끄러졌는데,
그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중대장이 혼자만 살겠다고 뛰어내리며
빙판길에 미끄러져 발목이 다치고 이마에 부상을 입었었다는 얘길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 얘길 듣는 순간, 뛰어내리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처럼 위급한 순간에 왜 안뛰어 내렸는지 궁금합니다."
"임마!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
"예?"
"내가 의리없이 누구처럼 혼자만 살겠다고 뛰어내릴 사람으로 보여?"
"아,아뇨...정말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로 나에 대한 소문은 대대 전체로 퍼졌고,
나는 영웅아닌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핑계일런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하루의 생활이 일정치가 않아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운동또한 꾸준히 할 수 없다.
항상 마음만은 간절하지만 그마음은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찾으며
자신을 스스로 게으르고 쓸모없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살다보니 몸무게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고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도 있지만,
피나는 노력없이는 일정 수준까지 목표를 이루질 못하겠다.

내가 가슴을 활짝 펴고 떳떳히 거리를 활보하는 그날까지
힘들어도 피나는 음식 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열심히 노력하여야 하겠다.
지금은 어제와 변함없는 몸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날이 있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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