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15/04/01, 조회 : 1479
제목  
 사월의 첫날에

사월의 첫날에 / 임정수




가끔은 베란다에 옷이나 이불 말고도 커텐이나 양탄자를 널어놓을 때가 있는데
그것들이 바람이 불어서 아파트 아래로 낙하하지 않도록 별도의 그물망을 쳐놨다.

어떻게 쳐놓았냐구?

보통 건물 공사를 할 때에 인도 아래로 낙하물이 떨어져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다치지 않도록 쳐놓는 그런 그물인데
사용하지 않을땐 접을 수도 있도록 고안된 그물망이다.

그런데 내가 원했던 사용 목적과는 달리 외부로 떨어지는 빨랫감보다는
윗집에서 떨어져 울 베란다를 통해 그물망에 걸리는 빨랫감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울집 윗층엔 젊은 신혼부부가 살고 있는데
아직 아이도 없는데 빨래는 자주해서 널어놓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부지런해서 나쁠건 없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울집으로 떨어지면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는게 조금은 번거러워 그렇다.

안그래도 윗층에 사는 이쁜 새댁에게 눈독을 들이는게 아닌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마누라 때문에 사는게 사는것이 아닌데...

처음엔 빨랫감이 바람에 날려 아래로 떨어진 걸 본 새댁이
마침 울집 베란다에 쳐놓은 그물망에 걸린 자신의 속옷을 보고
울집으로 찾아와서 전해주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마누라도 함께 있었기에 망정이지
단둘이 같이 있을때에 마누라가 들어왔더라면 십중팔구 오해를 사고도 남았으리라.

오늘은 친구들과 오랫만에 만나 수다도 떨며 신나게 놀다 올거라며
아침 일찍 마누라가 집을 나섰다.

휴일은 아니더래도 마땅한 직장이나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빈둥대며 늦잠을 잔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어 잠에 취해 있는데
10시쯤이나 되었을까...

'띵동~띵동~'

어차피 찾아올 사람도 없었기에 마누라가 뭘 두고 가서 가지러 왔으려니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었는데...

"어머..."

놀란 새댁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얼른 고개를 돌린다.
아참...

나는 언제나 팬티 하나만을 걸친체 자는 습관이 있다.
한참 단잠에 취해 있는데 초인종 소리에...

새댁이 놀라서 소리를 칠 적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만약에 마누라였더라면 굳이 내가 일어나질 않더라도 조용히 번호키를 눌러서 들어왔을텐데...

"자, 잠시만요..."

나는 두손으로 그곳을 가린체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와 옷을 주워 입었다.
그런데...

아무리 젊은 새댁이라지만...
부끄러워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거라면 제대로 가려야지...
손가락을 벌리고 볼건 다 보면서 소리는 왜 지르는지...

좀전에 잠에서 깨어날때 가볍게 모닝 커피를 마시듯
마누라를 품에 안고 낮걸이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일어났기에
본의 아니게 아랫도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과연 새댁은 그런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이값도 못하고 주책없다고 하지나 않을런지...

"미안합니다...자다 일어나서 이게 말을 듣질 않네요..."
"호호호...괜찮아요, 생리적인 현상인걸요...오히려 갑자기 찾아와서 제가 죄송해요."

옷은 입었지만 아직도 풀이 죽지않는 그것은
젊고 이쁜 새댁을 보더니 미치고 환장하겠는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자꾸만 껄떡대고 있다.

하는수없이 두손으로 앞을 가린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을 수 밖에...

"사모님은...어디 나가셨나봐요."
"네...오늘 모임이 있어서 아침에 일찍 나갔습니다."

"실은...빨래를 널다가 또... 떨어졌어요..."
"아...그랬군요. 하지만 이런 낭패가..."
"제가 들어가서 얼른 가지고 나올께요."
"네...현관문을 열고 이렇게 서있기도 민망해서...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새댁이 베란다로 가는 동안 현관문을 닫고 얼른 쇼파에 앉았다.
빨랫감을 들고 돌아서는 새댁을 보니 이번에도 브래지어와 팬티였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씩 매일 바꾸어 입는지...
매번 달라지는 새댁의 속옷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이렇게 젊고 이쁜 새댁의 속옷을 감상할 수 있다는게
하루중 유일한 나의 낙이자 즐거움이며 행복또한 아닐까 싶다.

"저...이렇게 오셨는데 차라도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이래서..."
"아뇨, 괜찮아요...다음에라도 차 한잔 대접해 주신다면 그때는 사양하지 않을께요."

이대로 그냥 보내기엔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에
슬쩍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한마디 했다.

"괜찮으시다면...주방이 저쪽인데 직접 좀 타서 가지고 오시면 안될까요?
마침 저도 커피 생각이 나던 참이라서요..."
"네? 그래도 되요?"

"이쁜 새댁이 직접 타주는거라면 아마도 보약보다도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어머...짖궃으셔...호호호..."

'하여튼 여자란 늙으나 젊으나 이쁘다는 말만 하면 저렇게 좋아한단 말야...'

들고있던 속옷을 대충 말아서 한쪽 옆에 내려놓고 새댁은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
새댁이 내려놓은 속옷을 보니 이번엔 살색 스타킹처럼 투명한 망사 팬티인것 같았다.

둘둘 말아서 접으면 한손에 다 들어오는 그런 팬티였기에
작은 바람이 불어도 힘없이 날리는...

으잉?
저런 속옷을 우리 마누라에게 사주면 좋아는 할까?

나이들어 노망났다고 뽀말때기나 맞지 않을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봐...?

그나저나 빨리 좀 시들면 얼마나 좋아...
새댁의 속옷을 보니 더욱 흥분해서 난리 부루스를 추는 이넘은 정말...모때따...

'야! 니는 내 몸의 일부이긴 하지만 우째 내의지와는 다르게 니 멋대로 지랄이고?'

새댁이 두 잔의 커피를 타서 탁자 위에 내려 놓으며 마주 앉는다.
"이번엔 망사 팬티인것 같네요."
"아이...부끄러워요."

"신랑이 정말 좋아하겠어요."
"네?"
"매일 속옷을 바꾸어 입으면 매번 색다른 느낌이 들테고 싫증도 나지 않을테니 말이에요."

"어머...정말로 속옷만 매일 바꾸어 입어도 매번 색다른 느낌이 들까요?"
"네, 여자들은 머리 스타일만 바꾸어도 이쁘고 달라져 보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매일 한이불을 덮고 같이 사는 사람인데 그렇게까지...그럴려구요."
"하하하...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남자들은 분위기나 주위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데요..."

"아하..그래서 아직도 그렇게 세워두시는거군요."
"네? 이게...그러니까..."
"호호호..."

"이게 다 새댁 때문이잖아요."
"네? 어째서 저 때문이에요?"
"한참 좋은 꿈을 꾸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오는 바람에..."

"그럼, 얼른 나갈테니...마저 꾸세요..호호호..."
"아, 아뇨...괜찮으시다면 조금만 더 있다 가세요."

"이젠 가봐야죠, 매번 폐만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런 폐는 얼마든지 끼쳐도 좋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녀에게 계속 앉아 있으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그래도...귀찮고 화가 나실텐데..."
"아뇨...솔직히...귀찮거나 화가 나는일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부부에겐 활력소가 되는걸요."

"네? 어떤 이유로...?"
"아까 말했잖아요. 여자들은 머리 스타일만 바꾸어도 달라진다고..."
"네..."

"우린 매번 이쁜 새댁의 속옷을 보며 우리나름의 사랑을 나눈답니다.
새댁이 매일 속옷을 바꾸어 입듯 우린 새댁의 속옷을 보며 색다른 사랑을 하지요."
"....."

"우리 부부는 항상 새댁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무렴...고작해야 속옷일 뿐인걸요..."

"새댁 입장에선 속옷일 뿐이겠지만 새신랑에겐 에너지 충전의 활력소요,
우리 부부에겐 시들어가던 숯불에 기름을 껴얹어 활 활 타오르는 장작불 같은 존재가 되었답니다."

"그럼...속옷이 보통 속옷이 아니고...그냥 속옷이 아니네요."
"그렇죠...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속옷입니까."

"그럼...매일 아침, 저녁으로 떨어뜨려 드릴까요?"
"이런...누굴 죽일 작정이에요? "
"호호호..."
"하하하..."

"이젠 정말 가볼께요."
"점심때도 다 되어 가는데...같이 식사라도 하시죠?"
"아뇨...언제 기회가 될때에 제가 식사 대접을 해드리고 싶어요.
오늘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는데...앞으로도 더욱 좋은 말씀 기대할께요."

"하하하...또 속옷이나 빨랫감이 떨어지면 언제든 부담갖질 말고 찾아오세요.
새댁은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고마워요..."

거의 매일같이 우리집에 들락거리는 새댁...
아무리 딸같은 새댁이지만 날씬하고 이쁜 새댁하고
웃으며 깔깔거리는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마눌...

지금처럼 잔뜩 독이 오른 방망이를 세워놓은체
윗층 새댁이랑 깔깔거리는 걸 울 마누라가 보았다면 참으로 변명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마누라가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오겠다고 전화를 했다.
아무리 놀고 먹는 백수이지만 나에게도 체면과 양심이란게 있으니 대충 청소라도 해놓고 있어야지...

'아차...빨래를 걷어두랬는데...'

건조대에서 빨래를 걷다 옆에 떨어진 걸 보니,
이런...새댁의 속옷이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엔 한 장의 팬티 뿐이지만
아침에 봤던것과는 다른 색이다.
그새 갈아입었나...??

실크라 그런지 촉감이 끝내주게 부드럽다.
만져도 안만진듯...잡아도 안잡힌듯...

흐잉~~
이게 또 고개를 쳐든다...
완전 자동이다...

누구 죽는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그래, 오늘 니하고 내하고 한 번 뒈지가 죽어보자.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띵동~~띵동~~"

"누구세요?"
"저...윗층의 새댁인데요..."
"네, 잠시만요..."

현관문을 열었다.
이쁜 새댁이 히죽히죽 웃으며 서 있었다.
뭘 잘못 먹었나...?

"어머...또 세우고 계셨어요? 호호호..."
"그게...저...마누라가 곧 들어올거라고 해서..."

우째 젊은 새댁이...자신의 부끄러운 속옷은 안보이고...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일어나는 이런건 우째 잘보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글을 보고있는 아지매!
아지매 니는 알겠능교?

마누라한테 들키면 죽을지 살지...상황 판단도 못하고...
꼴에 지말을 한다고...

'마따, 마따...마따 카이...'
그러면서 맞장구치며 껄떡대는 이넘...

새댁에게 껄떡대는 꼴을 몇번 보여줬다고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
아님, 나보다도 더 친근감을 느껴서 그러나...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순간...

새댁과 둘이서 웃으며 돌아다 보는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마누라...

마누라는 새댁과 나를 보는 것이 아니고...
새댁의 손에 들려진 새댁의 속옷과 잔뜩 독이 올라 껄떡대는 나의 못난 이넘...
이런걸 두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하는걸까?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나...?
무슨 말인들 마누라가 믿어나 줄런지...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얄밉고 심술궃게도 마누라는 때리데를 또 때리고...
그날 밤 나는 비오는 날 먼지가 날리도록 맞고 또 맞았다.

그렇게 밤새 맞다보니 눈에선 피눈물이 맺히고...
못난 이넘 역시 눈물을 뚝 뚝 떨구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없이 맞아서인지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또렷이 들리는 마누라의 음성...
"여보! 안일어날거야? 그만 자고 퍼뜩 일어나요. 오늘 같이 절에 가기로 했잖아."

"마따, 낼모레면 초파일이 다가오니까...
우리가 가는 절(http://cafe.daum.net/hirashi2010 )엘 가기로 했었지..."

"예? 무슨 절이냐고요?
그건...절대로 비밀인데...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절은 바로... 만.우.절...입니다. 히히히..."


* 불자님들!
초파일엔 가까운 절에서 연등도 달고 소원도 빌면서 동참공덕 쌓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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