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3/23, 조회 : 2341
제목  
 히라시와 임정수

히라시와 임정수 / 임정수




정확히 언제쯤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나의 아버지께선 히라시를 잡으러 다니셨다.

어떤 분의 소개로 실뱀장어에 대해서 얘기를 들으시고
양만장을 한번 해보실 생각으로 실뱀장어를 잡으러 다니셨는데,
실뱀장어에 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으신 아버지께선
장어의 습성과 포획방법, 채포 시기에 대해서
아주 기초적인 지식부터 습득하실 의향으로 잡으러 다니셨다.

그때는 장어의 치어이니 당연히 실뱀장어라 생각되었고
내가 중학교에 다닐때까지도 실뱀장어라 불렀었다.

어느날 양만 업자들이 실뱀장어를 일컬어
'시라스 - 일본명 <하얗다>'라고 부르는 걸 보고는 그게 아닌데 싶은 마음에
우리말로 고쳐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히라시라고 불렀더니,
함께 잡으러 다니시던 분들이 그때부턴 히라시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전문 서적을 뒤져봐도 실뱀장어 또는 시라스라고는 말은 있을 뿐
히라시라는 단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긴, 기술 서적에도 나와있질 않은 말을 내가 지어낸 것이니 없을 수 밖에...

2000년도 후반쯤 첨으로 컴퓨터를 접하면서
아이디 또는 닉네임을 히라시라고 사용했더니
이젠 제법 많은 사람들이 히라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히라시가 실뱀장어라는 걸 인식하게 되었는 듯 싶다.

지금도 나의 아이디는 히라시이다.
어떤 사이트에선 닉네임을 히라시라고 사용하며
나의 카페 이름에도 히라시란 단어가 들어간다.

어릴 적 부터 즐겨 사용했던 때문인지
히라시란 단어가 익숙하면서도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지금은 차분히 귀농을 준비하면서
머지않아 이루게 될 양만장의 꿈도 함께 키우며
그동안 습득한 지식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아지랑이가 하늘거리며 향긋한 꽃향기 그윽한 봄날이 돌아오니
히라시에 대한 그리움이 떠오른다.

지금은 히라시를 채포하는 시기이다.

제주도의 경우엔 따뜻한 남쪽이라 그런지 12월부터 포획이 시작되고
1,2월엔 낙동강 하구둑이나 전라도 영산강 어귀엔
그물로 히라시를 채포하려는 배들로 북적거리기도 한다.

나는 배로는 잡질 않는다.
배(끌이식)나 그물(정치망)로 잡게되면
어린 새우나 다른 고기의 치어들까지 마구 잡게되므로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개조한 서치라이터를 차량 밧데리에 연결하여
환하게 밝혀서 뜰채로 뜨서 잡는 방법과
가슴까지 올라오는 물옷을 입고서 반도(쪽대)로 잡는 방법을 사용한다.

물론, 이렇게 잡으면 그물로 잡는 것보단 훨씬 적은 양이 잡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씨를 말리듯 싹쓸이하여 잡는 것 보단
적게 잡고, 적게 벌어서 자연 환경이나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면
어렵더라도 끝까지 이러한 방법을 고수할 것이다.

지금은 히라시 잡이에서 거의 손을 놓은 상태이다.
국산 히라시보다는 값싼 수입산이 판을 치는 세상에
우리처럼 점조직으로 되어있는 많은 채포 업자들이
적은 가격으론 유지를 해나가기 힘들어 포획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과 나름대로의 기술을 섞히긴 아워서
해마다 히라시의 포획 시기가 돌아오면
취미 삼아 강으로 나가서 히라시를 포획하여 오곤 한다.

어떨 땐 어항에다 풀어놓고 키우기도 하는데,
그것은 앞으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직은 국내에서 제대로 부화를 시킬 기술이 부족한 단계로선
비록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나스스로라도 자연을 아끼고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국내 양만 기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갈망한다.

그래서 이탈리아나 일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값싼 민물 장어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국민들이 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히라시철만 다가오면 운전대를 부여잡고 신나게 달리다가도
열려진 차창으로 향긋한 봄내음이 물씬 풍겨져 오면
어느새 눈앞엔 히라시가 가물거리는 것이다.

히라시를 잡는다는 것은 낚시를 하는 것이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나의 심정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낚시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모든 일에 깊이 몰두하면서 빠져들다보면 중독성이 있어서
온몸이 간질거린다던지 가만히 있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나가지만,
여러가지로 힘드는 일이 많다.

생각보다는 현실적인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어
마음먹은대로 잘 되질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좌절하거나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질 않았던가.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이켜 볼 것이다.

지금 이순간,
눈앞에 아물거리는 히라시를 잡기 위해 허공에 손짓해본다.

언젠가 히라시가 가득한 양만장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꿈을 키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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