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03/19, 조회 : 1920
제목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임정수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를 촉촉히 적시며
부드러운 귀속말로 살살 간지럽히는 봄의 기운이 깨어나고 있다.

'또륵, 또르륵'
빗방울 구르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우려 본다.
따스한 체온을 간직한 봄의 기운이 고른 숨소리를 내쉬며 하품한다.
참으로 포근하고 따사롭게 느껴진다.

가끔씩 크게 숨을 쉬며 봉긋이 솟아나는 아지랑이는
물오른 처녀의 가슴처럼 향기롭기도 하다.

갑자기 때아닌 봄놀이를 가고싶다.
아직은 세상 모든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인데
나혼자서만 들뜬 기분으로 봄놀이를 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엄동설한에 잠자는 개구리를 깨어서 봄놀이를 가자고 하면
좋다며 따라 나설까?
'아이, 추워...'
그러면서 웅크리고 계속 잠을 잘 것이다.

하지만, 이른 시기의 기분이라고 해도
봄의 기운은 자꾸만 내 손을 잡고 이끌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봄바람을 타고 나선다.

'바람이 난 걸까?'

그래도 좋다.
이대로 마냥...무작정 따라 나서고 싶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아지랑이를 붙잡고 함께 춤을 추어도 좋고
옹기종기 떼지어 몰려 다니는 구름처럼
역마살이 들었다 손가락질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풋풋하면서도 싱그러운 처녀의 봉긋이 솟아 오른 가슴의 살내음을 맡으며
이렇게 나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금 이 기분, 이 감정을 헛되이 버릴 수 없어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갑자기 밀양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밀양...
인터넷 어느 카페에선가 만나서 알게된 나의 동생 수경이가 밀양에 살고 있었지.
수예점을 하고 있는 그녀...
우리가 만난지도 얼마나 되었었던가.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러버렸나?

막상 수경이를 만나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칠 못하다.
수년간 만나지를 못해서인지 서먹서먹한 감정이 앞서는 것이다.

언제나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만 소식을 알 수 있었던 그녀.
물론 수경이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몇번을 내가 먼저 연락해보고 스스로 연락이 없는 전화번호는 다 지워버렸다.
그래서인지 수경이의 전화 번호를 내 기억 속에서
저장된 휴대폰 속에서 이미 삭제해 버린지도 오래였던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내 기분, 내 감정에 의해 보고싶을 땐 언제든 전화를 하고
생각나지 않을 땐 모른 척 잊고 지내는 그런 사람들은 싫다.

그래서 연락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갑자기 연락을 하게되면
상대방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으니 조용히 다녀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디로해서 가지?'
물금역 뒤쪽으로 굽이굽이 산길로해서 원동을 지나 밀양으로 갈까?
아님,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편이 좋을까?
사실, 고속도로로 가면 잘 찾아갈 자신이 없다.

그냥 우리집 뒤쪽의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경부 고속도로로 빠져
상동 톨게이트로 빠져서 국도로 가야겠다.
늘 국도로 다녔기에 먼길를 돌아서 가더라도 마음은 편할 것 같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어느새 꽃비가 되어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내리고 있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꽃향기 가득한 봄비를 맞으며
향기로운 봄의 기운 속으로 빠져든다.

머지않아 내가슴에도 활짝 웃으며 찾아올 봄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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