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12/23, 조회 : 2017
제목  
 석굴암 기도 중에

석굴암 기도 중에 / 임정수



밤새 뜬눈으로 기도를 드려서인지
피곤한 육신과는 달리 정신은 또렷하다.

밤사이 내리던 비는
아직도 그치질 않고 내리고 있다.

어떻게 하산하나?
비가오면 왠지모르게 서글픈 생각부터 앞선다.

산은 새벽 안개를 휘저으며
새하얀 운무를 뽑아내고
약간은 추위에 움추려드는 나를
포근히 감싸안는다.

역시 산은 거짓말을 할줄도 모르고
있는 그대로를 나타내는 가 보다.

갑자기 은은한 커피향과도 같이
진한 삼 내음이 진동을 한다.

무엇이지?
이건 분명 인삼내음인데...

두손을 합장한채 정신을 집중하여 보니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온다.

오색 찬란한 무지개 빛 고운 색채로
사뿐히 내려와 앉는다.

무슨 빛일까?
어떤 형상의 색채일까?

가만히 보니 칠선녀가 내려와
살며시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순간,
영계 통신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나를 둘러싼 칠선녀 중
세번째라 생각되는 선녀가 조용히 얘기한다.

무슨 말일까?
정신을 집중하여 말뜻을 짐작하여 보았다.
그러나 알 수가 없다.
아직도 기도가 덜된 탓이겠지...

또다시 집중하여 영계 통신을 했다.
자꾸만 뒤쪽 산으로 올라가보라고 한다.

이상하다.
석굴암은 분명 영험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는 곳이고
뒤쪽으로 돌아가봤자 아무 것도 없을텐데
자꾸만 가보라고 하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때라
조금 그치면 갈까?
아님, 지금 꼭 가야할까?

또다시 진한 인삼 향이 코끝을 파고들며
나를 유혹한다.
혹시...

미끄러운 석굴암을 조심해서 빠져 나왔다.
함께 기도하던 보살님들한텐
잠깐 갈 곳이 있어 다녀오겠다고 했다.

비도 많이 내리고 위험하다며 말리는 걸
겨우 뿌리치고 석굴암 뒤쪽으로 올라갔다.

짐작되는 바가 있었기에
요리조리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어디로 갈까?
기운영으로 동작을 했다.
동작이 나오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 갔다.

사실,
인삼 향이 나는 곳과는 전혀 반대 방향인 듯 했지만,
동작이 나오는대로 따라가기만 했던 것이다.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훤하게 서광이 비치는 듯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어서 얼른 가서 자세히 보니
확실히 있었다.

밤사이 토끼가 다녀갔는지
잎아리와 줄기를 갉아먹은 흔적이 있었지만,
산삼이 분명했다.

산신께 감사의 절을 하고
조심스레 흙을 긁어내었다.

가슴에 안듯 두손으로 가볍게 감싸 안으며
석굴암으로 내려왔다.

함께 기도를 하던 보살님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다
내가 웃으며 내려가니 환하게 반겨맞는다.

기도 중에 있었던 칠선녀와의 영계 통신과
산삼을 캐어온 얘길 들려줬더니
성불을 보았노라면서 다들 기뻐하신다.

베낭을 메고 암자로 내려왔다.

우리를 기다리시던 스승님께
밤사이 일어난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더니
조용히 미소만 지으신다.

산삼을 어떻게 하겠냐고 하시는 말씀에,
비록 내가 삼을 보긴 보았지만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일단 어떤 삼인지 감정부터 받아보기로 하고
서둘러 영도에 계신 위원장님께로 갔다.

위원장님 말씀으론 야생삼일 것 같다며
최소한 백오십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하셨다.

스승님께선 내가 먹던지
팔아서 필요한 곳에 잘써라고 하신다.

석굴암에서 아무탈 없이
기도를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부처님을 모시는데 사용하던지,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일에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갑자기 생각나셨는지,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분이 있다고 하시면서
그분께 드리면 어떻겠냐고 하시길래
그러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효험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궁금하였지만,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는 그분은
산삼을 건네준 다음날 온단간단 말도 없이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는 걸 나중에사 알게 되었다.

어차피 마음을 비우고 좋은 일에 쓰이길 원했으니
산삼에 대한 미련도 없었다.

백일 기도가 끝나고 나니
석굴암에 오를 일이 없어져
한동안 가보지를 못했다.

어느날 문득 기도를 하는 중에
산신령님이 나타나셔서 한번 들렀다 가라고 하셨다.

암자엔 들러지도 않고
산신령님이 일러주신대로 산을 올랐다.

분명 환상처럼 기도로 보았던 그곳에
산삼이 있었던 것이다.

대여섯 뿌리쯤 될까...
조심스레 산삼에 손을 갖다 대었다.
이상하게도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때는 내가 하고있던 일이 잘 풀리질 않은 때여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였다.

그래서 몇뿌리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몇뿌리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댓가없이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 남은 한뿌리는 술을 담아서
아직까지도 고이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라면서...

내가 답답하여 시작한 기도였고
내가 좋아서 기(氣) 공부를 하였지만
조금도 후회를 해 본 적은 없다.

앞으로 언제까지 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서 숨쉬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 기 공부를 할 것이다.

그동안 암자에도 가보질 못했다.
스승님를 뵈온지도 오래되었다.

석굴암으로 스승님을 찾아뵈러 가고싶어도
지금으로선 갈 수가 없다.

스승님과 나사이엔 기(氣)가 충돌하는 이유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아직 한번도 소식을 전해 올리지를 못했다.
껄끄러운 기 충돌로 인해 전화 조차도 할 수가 없었기에
언제나 영계 통신으로 대화를 나눌 뿐이다.

어쩌면 그동안 못뵈온 삶의 무게만큼이나
나를 외면하실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그 후로도 기도를 통해
두어번 더 석굴암을 찾았었고
그때마다 산삼을 보기도 했었지만,
이젠 아무리 기도를 해도 알려주질 않는다.

기도로 산삼을 볼 수가 없어도 좋다.
다들 성불을 보았노라고 하지만
나는 스스로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기도를 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길이기에...

오늘은 어디로 가지?
두눈을 꼭 감고 지도를 펼쳐본다.

동작대로 손이 가는 곳을 보니
부석사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오늘은 부석사로 가보자.
부석사에서 좋은 기운을 운영하여
많은 깨우침을 담아오리라.

비록 석굴암과의 인연이 다했다 해도
석굴암의 부처님은 언제나 내곁에서 함께하니
내가 어딜 가든 중심만 잘 잡으면 될 것이다.

무겁던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으니
하늘을 날듯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눈을 감았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맑고 청아한 풍경 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의 물흐르는 소리도 들렸다.

누군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석굴암 부처님께서 조용히 미소 지으시고 서계셨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모든 부처는 내안에 있는 것을,
내가 곧 부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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