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12/22, 조회 : 1936
제목  
 잘가시오! 나의 정해(丁亥)씨!

잘 가시오! 나의 정해(丁亥)씨! / 임정수



참으로 숨가쁘게 지나온 해였다.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고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로 어수선하였으며
대선으로 전국이 시끌벅적하였던 한해였다.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한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서 잠시 뒤돌아본다.

년초의 계획과는 달리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가까운 친지와 이웃 사촌, 친구들마저도
내곁을 떠나 머나먼 곳으로 먼저들 가버리고 말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남을 알았을 땐
세상이 꺼지는 것 같은 착각에 잠겨
입맛도 잃고 세상을 살아갈 낙도 없이
온세상이 그대로 끝인 줄만 알았었다.

조용히 자신을 반성하며 돌이켜 보노라니
비록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떠나보내는 한해가 아쉽긴해도
내일의 새날이 밝아올 기대로
가슴은 벌써부터 벅차오름을 느낀다.

그래,
함께한 정에 얽매여
미련의 고리로 붙잡으려 애쓰지말자.

보내야 할 사람은 보내고
갈 사람은 가야한다.

이다음에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
오늘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리라.

문득, 내가 사랑한 그녀가 떠오른다.
항상 같이 있어주진 못해도
언제나 자신을 가슴에 담고 있으라는 그말...

그렇지,
비록 몸은 함께있지 못해도
마음만은 늘 함께 있을 수가 있으니
육신에 대한 미련과 애착은 잊어버리자.

그들은 그들만의 갈 곳이 정해져 있기에
잠시나마 이성에서의 인연을 만들며
나와 함께 했을 뿐이다.

눈으로 가슴으로 추억으로 담으며
마음으로 사랑하자.

어눅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지나는 구름이
잔잔한 미소를 내뿜으며 나를 본다.
마치 평온이 깃든 황혼무렵을 연상하는 표정으로...

편하다.
마음을 달리 먹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생각의 차이일 것이다.

세상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렸고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일들은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의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그 깊이도 달라지겠지.


갈대에 이는 바람처럼
정처없이 세상을 방황하는 구름처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사랑으로
늘 지켜보는 그를 보았다.

이렇게 아쉬운 해를 보내더라도
또 다시 찾아올 것이다.

새해의 소망을 가득 담고
희망에 부푼 꿈을 펼치며,
어쩌면 끈끈한 사랑으로 이어줄
인연을 하나 데리고 올런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참고 견딘 고통의 시간과
외로움을 달래줄 아름다운 인연 하나를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

하얀 입김을 토해내는 물안개 속에
상기된 아침이 기지개를 펴고 잠에서 깨어난다.

이대로 시간이 멈출 수만 있다면...
갑자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어디로 갈까?'

고속 버스를 타고 가면
차편를 기다리고
오래도록 걸어야 하기 때문에 싫다.

그렇다면 기차 여행?
기차 여행을 좋아하지만,
늘 혼자서 다디다 보니
그다지 기분이 내키질 않는다.

역시 나의 애마가 최고다.
비록 년식이 오래된 중고 승용차라 할지라도
마음 편히 함께 동행 해줄 수 있는
나의 애마가 더 좋을 것 같다.

'근데, 어디로 가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이는 대로
무작정 다니는 것도 이젠 지겹다.

이럴 때 누군가와 함께였더라면...
그래, 혼자만의 밀월 여행을 떠나는거야.
시린 옆구리의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찾아 떠나는 것도 괜찮겠지.

우하하하...
오늘따라 나자신이 이다지도
외롭고 쓸쓸하고 초라해 보이는 건 왜일까?

어서 빨리 좋은 짝을 만나야 하는데...
떠남을 준비하는 정해씨는 내맘을 알까?
혹시라도 모르지.
내생각이 나서 좋은 소식 하나 들려줄런지도...

환한 미소로 내곁에 다가와 머문
정해씨를 보고 반했었는데,
이렇게 아쉬운 이별의 눈물로
작별을 고해야 하는 정해씨와의 이별 속에
또다시 헤어짐을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지금 이 심정을 나 자신도 모르겠다.

그저 떠나는 걸음 걸음에
무탈했던 한해를 감사하며
기쁨의 눈물로써 고마움을 표할 뿐이다.

정해씨!
올 한해를 사랑과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였던 그대여!

그대는 지금
떠남을 준비하는 들뜬 가슴에
오렌지 빛 햇살로 이쁘게 장식하고 계시나요?

사랑합니다. 정해씨!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그대 가시는 걸음에
나의 상큼하고도 진한
사랑의 입맞춤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가시다가
레몬 색 짙은 햇살이 귓밥을 간지럽히거든
나의 속삭임인양,
외로운 몸짓인양 알아주세요.

사랑하는 정해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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