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12/19, 조회 : 2066
제목  
 시발넘아

시발넘아 / 임정수




아주 오래전 열차안에서 보고 들은 게 생각나서 한참을 웃다가 펜을 들었다.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경부선 열차 안에서의 일이다.

그때는 비둘기호와 통일호, 무궁화호가 다닐 때였는데,
요즘은 고속 열차인 KTX도 잘다녀서 대구까진 금방이지만,
무엇을 타건 대구역까지 갈려면 정말 지루했었다.

그래서 겨우겨우 좌석을 끊어 앉아 갈 수 있게 되었고,
주위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볐었다.

지루하고 무료하여 꾸벅꾸벅 졸면서 한참을 앉아 가는데,
그때 졸음을 한순간에 확 날려버릴만한 사고가 터졌던 것이다.

그것은, 내주위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앉아가던 소년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어 보이는...)의 앞에
외국인(미국인으로 추정되지만...)이 앉아 있었고,
마주보던 소년이 말썽을 부렸던 것이다.

그다지 심한 행동으로 말썽을 부린건 아니지만,
몇마디 말을 하였을 뿐인데도
객실 안을 온통 웃음 바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낯선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말그대로 장난끼 섞인 투로 소년이 외국인에게 다가가더니
귀속말로,
"땡큐, 벼락맞고 뒈져라."

소년은 외국인의 귀에다 대고 귀속말로 하는 말이었지만,
음성 조절이 원활치 못하던 소년인지라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말이 다 들렸다.

소년의 말을 들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그말을 들은 주위의 사람들 조차도 놀라고 황당하여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까 잔뜩 기대를 하며 긴장하고 있는데,
그 외국인은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번엔 소년이 외국인의 얼굴로 자신의 귀를 바싹 갖다 대었다.
무슨 말을 할까?
다들 귀를 기우리며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외국인은 조용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말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야이...시발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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