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12/18, 조회 : 1955
제목  
 그녀가 남긴 그말 한마디

그녀가 남긴 그말 한마디 / 임정수




가끔은 지난 추억을 떠올릴 때가 있다.
수많은 추억들이 차가운 실바람에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때가 있지만,
그많은 추억들 중에서도 잊지못할 추억 한자락을 뽑아 올릴 때가 있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남을 위해 떠남을 준비하듯
미처 챙기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가끔은... 아주 가끔은 잊지못할 추억 속에서
무엇이 문제였었는지를 되뇌이며 추억을 펼쳐보곤 한다.

내가 시인으로 등단하기 훨씬 전에 제자아닌 제자를 두었었고,
단한명 뿐인 그 제자는 다름아닌 여자였다.

우린 상큼함이 넘실대는 바닷가에서 푸른 파도를 바라보며
한잔의 커피로 인생을 논하면서 문학을 얘기했었다.

서로에 대해서 서먹함도 잊혀져갈 무렵
우린 광안리 해변을 걷고 또 걸으며 사랑을 싹틔웠고,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밤새도록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사랑을 저울질하였었지.

내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도 않을 사랑이었기에
내일의 행복을 꿈꾸며 영원한 사랑을 기약했었는데...

나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함께 있고
두번 다시는 내곁을 떠나는 일이 없을 거라던 그녀...
나의 그림자가 되고싶다던 그녀를 데리고
새벽녘 찬바람이 전신을 파고들 때에 한적한 모텔로 이끌었었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그녀와 나, 둘만을 생각하고
우리의 내일과 영원한 사랑을 꿈꿀 뿐이었다.

진정 그녀또한 나를 믿었기에
그녀에게 실망이란 단어를 안겨 주고싶진 않았고,
그녀도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듯 했다.

우리의 사랑은 해가 중천에 걸렸을 때까지도 불타올랐고
내마음처럼 그녀또한 행복스런 표정으로
나의 가슴에 안겨 마냥 즐거워했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을 온통 다 가진듯 부러울 것도 없고,
더이상 바랄 것도 없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도 몰랐을까?

오로지 그녀도 내맘처럼 변함이 없을거라는 믿음으로
철석같이 믿고 또 믿었었는데...

내가 우둔하여 그녀가 떠남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언젠가는 내곁을 떠날 것이라는 걸 믿지않고
인정하기 조차 두려웠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없이 떠나갈 것이라면 내게도 시간을 줘야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아쉬움을 정리할 기회를 줘야지.

내가 얼마나 가슴 아프게 하루 하루를 살았는데...
나를 두고 훌쩍 떠나 가버리다니...

어쩜 그녀도 진정 날 사랑하기에
한평생 다하고도 남을 사랑을 내가슴에 심어주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 어디에서든 찾을 수가 없다.
그녀의 그림자조차도 볼 수가 없어
그리움에 사무친 나는 밤마다 소리없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

미치도록 그녀가 보고싶은 밤이면 그녀를 꿈꾸어 본다.
그녀가 농담처럼 던지던 그말 한마디도 떠올려 본다.

'세상에, 사부가 제자를 잡아먹어?,
스승이 제자를 따먹어?'

이젠 영원히 볼 수 없는 시간 속으로 그녀를 떠나보냈지만,
그녀는 내게 그런 말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치 꿈을 꾸고있는 기분이다.
아직까지도 꿈 속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방황하며 한없이 헤매고 있는 것만 같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 후에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일터,
너무나 허무한 이별이기에 그녀를 쉽게 놓아주질 못하겠다.

그녀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지 못해서일까?
그녀와의 못다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영원한 사랑은 없다.
차갑게 메말라가는 내 가슴에
따스하게 불을 지필 수 있는 사랑은 이젠 없다.

이제 더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가슴아파 하고 싶지도 않다.
단 하루라도 버텨낼 힘도 나에겐 남아있질 않다.
하루라도, 단 한번이라도 그녀를 볼 수만 있다면...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두번 다시는 나를 혼자 놔두지 마라고 할까?

그동안 그녀로 인해 겪어야했던 엄청난 고통을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참고 또 참으며 버텨왔다고 얘기할까?

한잔의 커피를 음미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니
한편으론 이렇게 나약한 나자신을 그녀가 보면 정말 실망할 것만 같다.

이제는 드넓은 창공을 향해 마음껏 비상하는 한마리 나비처럼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그녀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마지막 나에 대한 희망이며 기대일 것이다.

보내야지.
그리움으로 가득찬 내가슴에 그녀를 고이 묻고
이승에서 못다한 우리의 사랑을
먼훗날 우리가 만나는 그때에 맘껏 사랑하리라.

내사랑...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약하며 이름 석자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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