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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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작성일 : 2007/05/30, 조회 : 2893
제목  
 소가 넘어갔습니다.(2009년 가을호 대한 문학 세계 꽁트에 수록)

소가 넘어갔습니다. / 임정수



오래 전 육군 통신 학교에서 보수 교육을 받을 때의 일이다.
진급을 하고서 받는 보수 교육이라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일로
학교내 현대식 건물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것 말고는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었다.

어느날 주말이 되어 제각각 고향으로, 집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외박을 나가게 되었다.
나또한 함께 교육을 받는 교육 동기생들과 역으로 가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역으로 가는 버스의 배차 시간이 뜸해서인지 버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교육 동기생들 중 일부는 고속 버스를 타고 가겠노라며 터미널로 방향을 바꾸었다.

남은 일행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 의논을 모으는 사이에
갑작스레 굵은 소나기가 퍼붓는 것이다.
어디로 비를 피할 것인지 둘러 볼 새도 없이 우린 무작정 뛰었다.
일행 중 하나가 열려진 문을 박차고 뛰어드는 곳으로 따라 들어 가보니 그곳은 영화관이었다.

어차피 비도 내리고 영화나 한편 보고 가기로 했다.
벌써 상영 중인 스크린의 스피크 음을 더듬으며 다들 희뿌연 관람석의 빈자리로 찾아들었다.
주말인데도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어두운 실내에 적응 되면서 찬찬히 둘러보니 내 주위엔 빈자리가 유난히도 많았다.

점차 영화에 몰두하여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 때에 어둠을 가르며
밝은 불빛이 실내로 파고 들었다.
누군가 출입문을 열며 들어 온 것이다.

잠시후 실내로 들어온 주인공인 듯한 사람이 빈자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쪽으로 다가오는 걸 보았다.
바로 옆자리로 오더니 앉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유난히도 예쁜 아가씨였다.
이십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그녀는 희미한 실내에서 보고 있지만 정말 예뻤다.

한가지 거슬리는 게 있다면 껌을 쩍 쩍 소리내어 씹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녀는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씹고 있던 껌을 뱉어낸다.
그리곤 핸드백을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십여분이 지났을 때에 그녀는 과자와 음료수를 잔뜩 사가지고 돌아왔다.
옆에서 바스락거리며 과자를 먹는 소리가 또 거슬렸다.
'먹어보라고 좀 권하면 어디가 덧나나?'
과자를 깨물어 먹을 때에 나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잠시라도 이쁜 그녀와 같이 있고픈 마음에 차마 다른 곳으로 옮기질 못하겠다.

한참동안 맛있게 먹던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아까처럼 핸드백을 내려놓고 또 밖으로 나간다.
'곧 돌아오겠지..'
밖으로 나간 그녀는 영화가 끝나도록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한편의 영화가 끝나고 또 다른 영화가 상영되었다.
호기심에 그녀의 핸드백을 슬며시 끌어 당겼다.
백 안 가득히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들었기에 이렇게 묵직한 것일까?'
핸드백을 열었지만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한가지를 끄내어 보았다.
그것은 은행에서 갖 찾아온 듯 백만원 쯤으로 보이는 따끈따끈한 만원권 뭉치였다.

이런 돈뭉치가 몇다발이나 될까 궁금한 마음에 하나씩 끄내어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올려놓았다.
만원권 뭉치가 모두 다섯 다발이었으며 크고 작은 액수의 수표도 스무장 가량 있었다.
간이 큰 여자라고 해야할지, 멍청한 여자라고 해야할지...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두편의 영화가 끝나도록 그녀가 돌아오질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떴고,
나도 더 이상은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어 일단 밖으로 나갔다.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삼십분 가량 더 기다려봐도 안오길래,
매표소 여직원에게 얘길하고 가까운 경찰서나 파출소를 물어
직원이 알려주는 길로 걸어갔다.

이십여미터를 걸었을까 뒤에서 다급히 들려오는 소리,
"도둑이야."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내가 기다리던 그녀가 인근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과 함께 뛰어오고 있었다.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여자가 '도둑이야'라고 소리를 질렀으므로
가만히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녀는 내게로 뛰어오더니 핸드백을 낚아채 듯 빼앗아 들곤
내용물을 확인하기에 바빴고,
경찰관은 위압감 있는 음성으로 나를 마치 범죄자 대하듯 취급하려 들었다.

나는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뺨을 내려 갈겼다.
경찰관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했고,
그녀는 손자욱이 선명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떨구었다.
"무슨놈의 여자가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면서 정신을 잘 챙겨야지.
영화가 두 편이 끝나도록 안오고...
매표소 앞에서도 삼십분이나 더 기다렸다가 안와서 파출소로 가지고 가는 중인데
오히려 도둑 취급을 해.
이렇게 군복을 입고 도둑질 하는 사람 봤어? 쓰벌..."

그때 매표소 여직원이 뛰어왔다.
"아까 이 분이 여자 분의 핸드백을 찾아주어야 한다며 파출소 위치를 물어 보았고
연락처까지 남겨주었어요."
그제서야 경찰관의 표정이 한결 수구려진다.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일을 하시려는 분을 몰라뵙고..."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뭐, 근데...아가씨!"
"네?..."
"나한테 할 말 없어요?"
"저...죄송..해요.."
"이젠 잘 챙기시고 조심하세요."
그리곤 경찰관을 보며,
"이젠 가도 되겠죠?"
"예..예..가셔도 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이는 건지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지만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다 보니 핸드백을 찾은 여자가 따라 오다가 서곤 한다.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왜요? 아직 할말이 남았나요?"
"저...이대로 가시면 제 맘이 편칠 않아서요..저녁 식사라도 대접 해드리고 싶어요."
"괜찮습니다. 마음만이라도 고맙게 받을께요. 그리고...아까 뺨을 때렸던 거 사과할께요."
"아뇨...그건 괜찮아요, 제가 백번 잘못한 일인걸요.
저..거절하시지 마시고 부탁을 들어주시면..."
"지금 아가씨 때문에 황금같은 시간을 다 소비하고 나도 부산까지 내려가야 한다고요."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핑도는 걸 보았다.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좋습니다. 별로 급한 일도 없으니 부탁을 받아들일께요."
그녀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녀가 유난히도 흰 치아를 보이며 웃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보였다.

우린 조용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싱싱한 돔과 광어회을 먹으며 내가 그녀의 죽은 오빠와 많이 닮았다는 말을
그녀로부터 들을 수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 까다로워 보이는 냉랭한 성격같은 그녀를 보면,
붙임성이 있다기 보다는 사교성이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서울로 가야하는데
나하고 헤어지기가 아쉬우니 서울까지 바래다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참나...'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나도 그토록 예쁜 아가씨와 허망히 헤어진다는 그자체가
내게는 또다른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해맑은 웃음으로 좋아했다.
우린 역으로 갔다.
주말이라 입석도 구할 수 없다보니 좌석은 생각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어디론가 간다.
잠시후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서울행 좌석 티켓이 두장 들려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구한 것일까?'
'아직도 암표가 있어서 사온 것일까?'
'하긴...돈이면 무엇인들 못할까'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고 한참을 기쁨에 들뜬 그녀가 웃음꽃을 피우며 얘길하더니
어느새 내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들었다.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그녀의 단잠을 깨울까봐 숨조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
그저 일정한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듯 들려오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두눈을 크게 뜨고 창밖을 응시했다.
창밖을 응시해도 보이는 게 없었다.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슬며시 잠이 든 그녀만이 나의 두눈에 가득 들어올 뿐이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땐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고,
몸은 피곤했지만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니 머리 속이 맑고 시원해져왔다.
"어디로 가는 거지? 난 서울 지리를 몰라."
"응, 오빤 나만 따라오면 돼."
그녀는 안기듯 내게로 다가와 팔짱을 낀채로 나를 이끌었고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도로가로 나오니 BMW 7대가 일렬도 줄지어 서 있었다.
운전석 바깥 쪽엔 기사인 듯한 사람들이 나와서 서 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이 시간에 왠 차들이 저렇게 서있는 것일까?'

그녀와 함께 그 차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제일 앞쪽의 기사가 그녀를 보더니 얼른 뛰어온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
기사가 뒷문을 열자,
"오빠, 어서 타요."
우리가 탄 차가 출발하자, 뒤에 정차했있던 차들이 일제히 우릴 따라온다.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녀의 집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들을 돌려보내고 벨을 누르자 대문이 열렸다.
그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왜 이제 오는거야? 얼마나 기다렸다구?"
"피,엄만...나 혼자서 오는 건가, 오빠하고 같이오느라 늦었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네, 어서오세요."

거실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우리가 만나서 같이 온 얘길 그녀의 엄마에게 들려주었다.
"우리 민희가 이렇게 철이 없어요. 호호호.."
조용히 그녀의 얘길 들으며 대충 둘러보았다.
'이렇게 대궐같은 집에 모녀가 단둘만 살다니...'
크고 웅장하게만 느껴지는 집과는 달리 단 두 식구만 살고 있어서인지 집안이 썰렁해보였다.

민희의 엄마가 따라주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한결 살 것 같았다.
연거푸 잔을 비우니 갈증이 심했던 모양이라며 가서 샤워라도 하고 나오란다.
민희가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에 뒤를 돌아다 보니 민희가 서있었다.
소리없이 들어온 그녀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했다.
"어...어떻게 들어왔어?"
"치, 오빤..여기가 우리집인데 이런거야 식은 죽 먹기지."
"그래도..."
"내가 등 씻어줄께."
"아니, 됐어."

민희가 건네주는 파자마를 입으며 거실로 나왔다.
"어머닌?"
"응, 피곤하다며 꿈나라로 갔어."
"그래?"
민희가 안내 해주는 방으로 갔다.

얼마쯤 지났을까, 인기척이 들리며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문고리가 돌려지더니 민희가 들어오는 것이다.
투명한 슬립을 입었기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 시간에 안자고 왜 왔어?"
"응...잠이 안와."
"그래도 피곤할텐데 조금이라도 자두지."
"실은...난, 혼자선 못자."
"왜?"
"항상 엄마하고 같이 껴안고 자는 게 버릇이 되어서 혼자선 잘 수가 없어. "
"....."
"엄마방이 잠겼어.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잠겼나봐."
그럼...어떡해?"
"어떡하긴, 오빠하고 자야지 뭐.."
그러면서 이불을 들추며 침대위로 파고든다.

꼭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랄까.
지금 내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민희가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처럼 생각되어 진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선 귀신이건 여우건 다 좋다.
시간이 이대로 영원히 멈추었으면 좋겠다.

민희는 피곤했던지 금새 잠이 들었다.
좀 전에 문을 열고 들어왔던 민희의 뽀얀 살결을 생각하니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민희는 잠결에 돌아누우며 목을 꼭 끌어안았다.
목이 졸린다고나할까...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무의식 중에도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쪽 다리를 나의 허벅지 위로 감싸듯 올려놓는다.
'으..그기는 안되는데...'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그곳에서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거실에 있었다.
"오빠, 나 때문에 한숨도 못잤지? 많이 피곤해 보여."
"그럼, 너같음 신나게 잠이 잘 오겠냐?"
"하하하..."

민희가 서울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대전까지 가야하는데 너무 늦으면 안돼."
"괜찮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오전에만 같이 있어도 되잖아."
"그럴까...그럼.."
사실, 나도 민희와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우린 택시를 타고 남산으로 갔다.
민희가 더 좋은 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민희와 함께 얘길 나누다 보니 민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오전, 반나절이란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너무 늦어버렸다. 얼른 가야겠어."
"아냐, 벌써 가긴...점심이라도 먹고 가야지."
"저녁 여덟시까지는 도착해야 하거든."
거의 애원하듯 붙잡는 민희의 강요에 또 한번 질 수 밖에 없었다.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갔다.
속이 타는 나와는 반대로 민희는 느긋하고 서두름이 없었다.
'하긴, 아쉬울 것도 부족한 것도 없으니 무엇하나 답답한 게 없는데
속이 탈 것은 더 더욱 없지...'
우린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가면 언제 또 볼 수가 있겠냐며 소화도 시킬겸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한다.
'ㅠ...가야하는데...'
커피숍에서 나오니 손목 시계의 시침은 오후 네시 삼십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젠 정말 가야겠다. 제 시간에 도착할 수가 있을려나 모르겠다."
"괜찮아 오빠, 나만 믿어."
민희가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운다.
"아저씨 대전까지 곧장 가주세요. 빨리요..."
"예, 알아 모시겠습니다."

택시는 복잡한 시내도로를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더니 고속도로로 나오자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더 빨리 갈 수는 없어요? 우리 오빠가 늦어서 그래요."
'더 빨리? 누굴 죽이려고 그러나? 지금도 총알같이 빠른데...총알같이??
내가 지금 총알을 탄겨??'
"예..더 이상은 안됩니다. 과속으로 단속되면 과태료를 내야하거든요."
"그건 걱정마세요."
그러더니 핸드백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돈을 끄내어 만원짜리를 계속 앞으로 던져준다.
만원짜리 지폐가 운전석으로, 조수석으로 계속 날아들자,
운전 기사는 더욱 미친 듯 엑셀을 밟아대기 시작했다.
"과태료...그까이거 내면 그만이쥬, 뭐..."

대전 시내로 들어선 택시는 광란의 질주를 계속하였고,
어느새 이골목 저골목을 누비며 지름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속도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고,
휠체어를 타고 가는 사람이 뒤에서 달려오는 택시를 보더니
황급히 일어나 휠체어를 끌고 한쪽 옆으로 비켜 선다.
목발을 짚고가는 환자도 있었다.
그 환자는 다급한 나머지 목발을 들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탄 택시는 육군 통신 학교 근처에까지 다다랐다.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 택시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마지막 질주를 하였고,
모퉁이 하나만은 남겨놓은.. 거의 도착 직전에 왠 소가 한마리 튀어 나오는 것이다.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소는 워낙에 순식간의 일이라 그자리에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하지 않았고
우리가 탄 택시는 그 소를 밀며 지나가 버렸다.
그 소는...그 자리에서 넘어 가버렸다.

자세히 보니 한우는 아닌 것 같다.
만약 한우였었다면 폴짝 뛰어서 택시를 피했을텐데,
멍청하게 얼어붙어서 넘어지는 소를 보니 분명 미국 소일 게 틀림 없었다.
'왜냐고? 소뼈가 든 미국 소고기가 우리나라로 넘어왔으니,
사람이든 소든 소뼈가 든 고기를 삼켰으니 목에 가시가 걸려 아파서 폴짝 뛰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소가 넘어 가게 된 것이다.
속아..넘어 간 것이다. ㅋㅋㅋ
지금까지 속아 넘어 갔다고요..우헤헤...




* 어릴 때 유행처럼 속아 넘어간다 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기에,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정리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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