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04/30, 조회 : 2198
제목  
 히스테리와 사이코

히스테리와 사이코 / 임정수



우리집은 낙동강과 가까운 덕천동에 위치 해있다.
집 뒤쪽으론 남해 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뻗어있고 김해 공항과도 그다지 멀지가 않다.

내가 덕천동으로 이사를 온지도 이십년이 다되어 가는 것 같다.
그 전엔 구포동에서 살다가 군대에서 장기 근무하던 시절에 덕천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벌써 이십년이 다되어 가는 걸 보니 참으로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과는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인심이라는 것이다.
구포동에선 어릴 적부터 살아온 터전이어서 그런지 정이 넘치고 애착이 가는데 덕천동에선 전혀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다.

덕천동으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이십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웃과의 정은 눈 씻고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감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이웃이나 나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는 영향도 적지않아
점차 세월이 흐를 수록 사람들이 냉정하면서도 차갑게 변모 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크고 작은 경조사도 이웃과 함께 하며, 멀리 있는 친척보다는 가까이 있는 이웃 사촌이 더 좋다는 노랫가사처럼
한집처럼 오가며 지내곤 했었기에 이렇게 변모해 가는 세상에 싫증을 느낀다.

우리 뒷집에는 공항에 출,퇴근하는 K과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
옛날에 우리 동네가 단층짜리 집이었을 때부터 살았왔던 사람이라 제일 오래있었다고 아무 일에나 끼어들며 텃세꽤나 하려고 드는 사람이다.

해마다 겪게되는 것이지만, 단 한번이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다.
무슨 일이든 어떤 것이라도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걸어오기에 일일이 상대를 할 사람이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

집앞 골목은 동네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골목길인데도 주차를 할 곳이 없어
다른 사람들이 골목 입구에다 주차를 해놓으면 걸핏하면 골목땅입네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다 하려고 드는 것이다.

남들은 주차를 해놓으면 안되고 자기는 언제든 주차를 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또다시 시비를 걸어올까봐 괜히 상대하지 않으려고 얼마전 부터는 공용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젠 어딜가든 마음 편히 갈 수가 있고 주차 걱정이 없어 좋다.

그사람은 기분이 좋을 땐 아무말도 안하다가 조금만 안좋은 일이 있으면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거는 통에
동네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어 놓고 말은 안하지만,
그런 사람과 입섞어 말을 하려거나 일부러 피하면서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들 하는 걸 보게 된다.

나 역시 툭 하면 시비를 걸어오는 통에 몇번이나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시비가 있어서 만날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다 보니 정말 할 짓이 못된다는 걸 느꼈다.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난 뒤 화해를 하고 금방 돌아서서 보면 골목 입구에서 자기가 잘했다며
큰 소리로 동네 사람들에게 일부러 알리려고 하는 짓을 보게 된다.
이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못본 체 문을 닫고 들어들 가버린다.

뒷집 남자와 다른 이웃들과도 마찰이 있었지만,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나하고 직접적으로 다툼이 있고보니 이젠 상대할 가치도 느끼질 못하겠다.

언젠가 한번은 '우리 아들하고 한번 맞붙어볼래요?' 하길래,
가소롭고 기가차서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던 적도 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아직까지는 성질이 죽질 않았는데, 그 정도야 내게는 가소로울 뿐이다.
그 당시엔 본의 아니게 보험 사기단을 잘못 건드려 폭행 건으로 집행 유예를 선고 받은지가 얼마되질 않아서 참고 또 참았었는데,
이렇다 말한마디 없이 웃기만 하니까 내가 우스워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적으로 상대를 하다간 집행 유예 건에다 또다시 휘말리게 되면
형집행이 더 길어지니 마침 집에 있던 남동생을 불러서 대신 언쟁을 하도록 시켰다.

앞뒤 가리지 않고 한번 열을 받았다가도 뒤돌아서면 금방 식어버리는 내 성격과는 달리
내 동생은 잘 따지면서 조리있게 말을 잘하기에 동생을 불렀더니
내가 없는 사이에 서로 멱살을 쥐고 몇차례 주먹이 오갔던 모양이다.

물론 나이가 한참이나 적은 내 동생이 먼저 손찌검을 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신고로 파출소에서 나오니 이 남잔 더 날뛰면서 먼저 맞았다고 큰소리를 쳐댔고,
뒷집 남자가 주먹으로 때리는 걸 피하는 순간에 자신이 다른 곳엘 잘못 때려서 상처가 난 것을
내동생에게 덮어 씌우려 하니 이를 지켜 본 이웃들이 본 대로 얘기를 하니까,
파출소에서 나오신 분들이,
'그러면 그렇지, 이집에 사는 분은 예비군 소대장으로 지원해서 봉사 활동도 많이하고
저녁으로 순찰도 같이 돌며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우리도 잘아는 사람이다'고 하면서
이웃간에 살다보면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을 때도 있으니 서로 화해를 하라고 권유했다.

다른 이웃들도 우리를 두둔하며 나와 내동생을 좋게 얘길하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더 화가나서 길길이 날뛰었고 결국엔 두사람 다 파출소로 가게 된 것이다.

파출소에서도 내동생은 차분히 앉아 있었고, 뒷집 남자는 술취한 취객마냥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날뛰었다고 한다.

한참후에 두사람은 화해를 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은 집으로 곧장 들어 와 버렸고 뒷집 남자는 동네의 식당으로 들어가서 술을 마시며 험담을 계속했던 모양이다.

내가 돌아왔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가 된 후였었고,
잠시 집에 들렀다가 가게로 다시 나가려고 골목을 나설 때 그 남자가 불러서 식당으로 갔더니 무조건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도 아니고 그냥 잘못했노라 한마디면 해결이 날 것이란 생각에 이러쿵 저러쿵 얘길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번 굽히고 들어가자 싶어 우리가 잘못했노라고 하고는 나와버렸다.

그날 저녁에서야 안 일이었지만,
둘이서 파출소에 까지 갔었다는 말을 전해들으니 정말 사람으로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한번 더 나한테 시비를 걸어와서 이제는 아예 상대를 하지도 않고 지내고 있다.
함께 얘길하는 그것만으로도 나한테 득이 될 게 전혀 없었고,
뒷집 남자는 무엇이든 자기의 성질대로 기분이 내키는 대로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끌려 다니지 않으면 태도를 분명히 해야하는 것이다.

어떨 땐 공항이라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곳인데,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개인 신상에 대해서 정말 유능하고 괜찮은 사람들을 채용해서
근무시키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가 보다 생각도 해보았고,
분명 공항에서 근무를 한다는 것도 알고 자신이 과장이라고 해서 그런 줄은 알지만,
허구헌 날 집에만 있는 것 같아 보름 근무하고 보름 쉬는 사람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만약, 보름 근무에 보름 휴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을텐데,
하여튼 사이코 기질이 다분한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명퇴 바람이 불 때인 걸로 생각이 된다.
남들은 짤리지 않으려고 값비싼 물건을 사가지고 상관의 집에 찾아갔노라며,
자신은 모시고 있는 상관이 이사를 했는데 배라도 한박스 사가지고 가야겠다며 나한테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 배가 얼마나 맛있어서 지금까지 짤리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공항의 직원이 그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것인가라고 생각을 해보니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아 한심스러울 뿐이다.

뒷집 남자와 심하게 말다툼을 한 날 저녁에 그남자의 마누라가 찾아왔었다.
그래도 제 딴엔 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6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이정도도 대우를 못받고 살았던가 싶어 한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러게 나이값을 잘하던지, 이웃들과 마찰없이 잘 어울려야 대우도 받고 인격을 존중해줄텐데,
상대방은 아랑곳없이 무조건 저만 잘낫으며 남의 말을 귀기우려 들어주는 마음보다는
상대방을 무시하며 오로지 자신의 할말만 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일방적이니
어울리질 못하는 것이지...

오늘도 뒷집 남자는 우리집 앞에다 주차를 시켜놓고 세차를 하는 걸로봐선 쉬는 날인가 보다.

푸하하하...갑자기 웃음보가 터진다.
나 역시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 같아 나도 사이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임정수
운전을 하다보면 괜히 앞에 끼어들어 어정거리면서 접촉 사고를 유발하거나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들을 종종 대하게 된다.
갈수록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런 방면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운전...정말 조심해서 해야겠다. <자나 깨나 차 조심, 오던 길도 다시보자>
2007-05-01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722  사람잡는 스팸 메일 (2010년 여름호 대한 문학 세계 수필 산책 코너에 수록)      임정수 2006/11/18 2063
721  < 낙원을 꿈꾸며 > - 8. 요리방      임정수 2006/11/19 2538
720  < 낙원을 꿈꾸며 > - 9. 영숙의 요리방      임정수 2006/11/23 2212
719  < 낙원을 꿈꾸며 > - 10.   비밀글입니다   임정수 2006/11/26 3
718  우리의 우정 - 1997년 4월호 우성타이어 (사보)      임정수 2006/11/27 2072
717  뽀글이      임정수 2006/11/28 1850
716  소위 김대위      임정수 2006/12/17 2137
715  앞에 가는 경찰차는 거스름돈 오천원을 주고가라      임정수 2007/01/01 2235
714  정해년 새해에      임정수 2007/01/04 1574
713  갑신년 새해에 금동산에서      임정수 2007/01/05 1935
712  통일! 근무 중 까딱없음. (2007년 03월 산업 자원부 사보 문화마당에 수록됨)      임정수 2007/01/30 2230
711  우리의 우정 (원본- 2007년 01월 대한 문학 세계 마음으로 띄우는 편지에 실림)      임정수 2007/01/31 2294
710  억세게 재수 없는 날      임정수 2007/03/19 2498
 히스테리와 사이코  [1]    임정수 2007/04/30 2198
708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2008년 겨울호 대한 문학 세계 수필과 소설 산책)      임정수 2007/05/25 2592
707  눈빛(眼光)으로 촛불을 켜다.      임정수 2007/05/29 2165
706  소가 넘어갔습니다.(2009년 가을호 대한 문학 세계 꽁트에 수록)      임정수 2007/05/30 2902
705  잃어버린 내 청춘을 돌려다오.      임정수 2007/05/31 2709
704  냄새를 먹다.      임정수 2007/06/03 2261
703  흰 고무신의 추억      임정수 2007/06/12 2682

 [1][2] 3 [4][5][6][7][8][9][10]..[39]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Ol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