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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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작성일 : 2007/01/01, 조회 : 2234
제목  
 앞에 가는 경찰차는 거스름돈 오천원을 주고가라

앞에 가는 경찰차는 거스름돈 오천원을 주고가라 / 임정수


십여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주로 타 지방으로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던 때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를 즐겨 들었습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 잘 생각이 나질 않지만 너무 웃겨서 생각이 난 김에 적어 보는 것입니다.
트럭에다 각종 부식을 싣고서 장사를 하는 하저씨 한 분이 아침 출근길에 서둘러 가고 있었습니다.
출근 시간이라 도로가 혼잡했고 그날따라 신호는 어찌나 짧았던지 더운 날씨만큼이나 한창 짜증이 날 때였죠.
평소 준법 정신이 투철한 트럭 기사였지만, 일일이 교통 신호를 지키며 장사를 하는 구역까지 가기엔 너무나 까마득했습니다.
그래서 눈치껏 신호를 위반하며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교차로로 진입하는 순간에 신호등이 황색불에서 적색불로 바뀌는 것입니다.
원래는 교차로로 진입하기 전에 황색불일 땐 멈추어 서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교통의 흐름이란 게 있어서 멈추어 서지도 못할 애매한 때라서 그냥 앞차를 따라 가게 된 것입니다.
교차로를 지나 다행이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뒤 따라오던 경찰차가 확성기로 정지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 순간 못들은 척 그대로 도망을 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떳떳치 못한 것 같아 생각을 고쳐먹고는 한쪽에 멈춰 섰답니다.
어차피 출근 시간대라 도로가 막혀 꼼짝달싹 할 수가 없었지만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생각난 트럭 기사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선처를 구했고, 경찰관은 무서운 얼굴을 조금 누그러트리면서 타협적으로 나오더랍니다.
" 장사를 하는 사람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지, 나도 개시라...그냥 찻값이나 주고 가라고. "
경찰관은 자연스럽게 일만원을 요구하더랍니다.
" 요즘 장사도 안되는데 한번 만 봐주이소. "
" 당신 장사꾼이지요? 나도 당신이 오늘 첫 개시요. 어서 주고 가소. "
" 그라먼 오천원으로 하입시더. "
" 마! 됐으니 그거라도 퍼뜩 주고 가소. "
트럭 기사는 지갑을 열었고 지갑 속엔 만원짜리 지폐 한장이 전부였습니다.
" 잔돈이 없는데..."
트럭 기사가 경찰관의 눈치를 보자, 경찰관은 조용히 트럭 기사의 지갑 속에 손을 넣어 지폐를 끄내더니 뒤도 안돌아 보고 경찰차로 가더니 들어가 앉았습니다.
오천원짜리가 없어서 운전하는 다른 경찰관에게서 받아서 주려나 하곤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트럭 기사, 경찰차가 그냥 가버리자 오기가 생겨 뒤쫓아 가면서 확성기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 앞에 가는 경찰차는 거스름돈 오천원을 주고 가라. "
이렇게 이백여미터를 쫓아가며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자, 근처에 있던 KBS라디오 방속국에서 무슨 일인가싶어 취재팀이 급하게 뛰어 나왔고, 이 사건은 다음날 KBS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제가 듣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때 만원을 받고 줄행랑을 쳤던 경찰관은 그 다음날 직위 해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벌써 십여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생각이 문득 떠올라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웃어봅니다.

" 앞에 가는 경찰차는 거스름돈 오천원을 주고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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