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2/17, 조회 : 2132
제목  
 소위 김대위

소위 김대위 / 임정수

군대에선 직속 상관이 부르면 관등 성명을 대야한다.
육사 출신이었는지 삼사 출신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실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얘기의 주인공인 김대위 소위는 점호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침상 삼선에 정열 해있었다.
" 오늘의 일석 점호 중점 점검은 위생 청결이다. 지금부터 곧바로 점검에 들어가겠다. "
일직사령은 한명 한명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얘기의 주인공인 김대위 소위 앞에 이르렀다.
" 소위 김대위 "
바짝 긴장한 김대위 소위가 얼른 관등 성명을 대었다.
일직 사령은 뭔놈의 교육생이 이런 놈이 다 있냐는 듯 김대위 소위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 뭐라고 했어? "
굵고 힘있는 일직사령의 목소리에 김대위 소위는 겁에 질렸다.
" 예, 소위 김대위 "
" 뭐? "
" 소위 김대위 "
눈을 부아리며 일직사령이 자신을 쏘아보자 김대위는 오금이 저려옴을 느끼며 어디에서 어떻게 주먹이나 발길질이 날아올지 몰라 주눅이 든채로 몸을 떨고만 있었다.
" 이 새끼가..."
" 소위 김대위 "
' 확실해? "
" 예, 확실합니다. "
" 그래도 이새끼가..."
화가난 일직사령은 군화발로 김대위 소위를 밟고 차면서 씩씩거렸다.
김대위 소위는 연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부동 자세를 취하려고 애썼다.
" 소위, 김대위, 맞는데요..."
" 이새끼가 어디서 계급 사칭을 하고 있어? 죽고싶어 환장했나? "
" 아닙니다. 정말...맞습니다. "
" 너, 이름 뭐야? 똑바로 말해봐. "
" 예! 소위 김대위. "
더욱 화가난 일직사령은 5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오뉴월에 개패듯 김대위를 패기 시작했다.
김대위는 아프거나 수치스러움보다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 죄송하지만 명단을 확인 해보십시요. "
" 뭐야, 이새끼.."
일직사령은 교육생 명부에서 김대위 소위의 이름을 발견하곤 자신이 실수했음을 직감했다.
" 난또..일직사령을 무시하고 장난을 하거나 계급 사칭을 하는 줄 알았지.. "
" 괜찮습니다. "
군대에선 잘하건 잘못하건 상관이 까라면 까야되고 아무런 이유없이 무조건 때리면 신나게 맞아야 하는 것이 군대가 아니던가.
물론, 요즘은 구타 근절의 노력으로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자대를 배치받은 김대위 소위.
부대장 앞에서 전입 신고를 하게 되었다.
" 충성! 소위 김대위는 0000년 00월 00일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
분명 소위라고 하고선 김대위라고 하니 부대장은 잘못 들었나싶어 "다시"를 외쳤다.
김대위는 자신이 군기가 빠진 듯 보여서 그러려니 생각하며 전입 신고를 다시하곤 부대장의 눈치를 봤다.
" 이새끼가 지금 누굴 놀리는거야, 뭐야? "
" 소위 김대위, 놀리는 게 아닙니다. "
" 그래도 이새끼가 잘했다고 토를 달고있어. "
부대장은 지휘봉으로 김대위의 가슴과 배를 찌르며 군화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많이 아프건 별로 아프지 않건 김대위는 일부러 큰 동작으로 나동그라지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다.
옆에있던 행정과장이 나서서 설명을 하고서야 신고식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김대위 소위는 퍼세식 화장실에 쭈구려앉아 애궃은 담배만 피우며
'염증나는 군대, 짜증나는 군대'를 되뇌이며 하루빨리 전역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이름 때문이었는지 김대위는 대위까지만 진급을 하고 더이상은 진급이 되질 않아 대위로 전역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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