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28, 조회 : 1847
제목  
 뽀글이

뽀글이 / 임정수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한번 쯤은 해먹어봤으리라 생각 해본다.
특히, 나처럼 80년대 중반이나 90년대 초반까지 입대한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 아리라 믿는다.
그때까지만해도 지금처럼 현대식 건물에서 스팀이 나오는 내무반이 흔치 않았던 때라, 대부분 석탄(갈탄)이나 조개탄으로 빼치카 생활을 하였던 것이다.
빼치카를 사용하는 겨울이면 매일 밤마다 빼치카에 둘러 앉아 16절지 갱지를 물에다 촉촉히 적시어 그 위에 봉지 라면의 가운데를 뜯어서 스프를 풀고 물을 부어 놓는다.
16절지 갱지가 빼치카의 따뜻한 열기로 인해 마르게되면 또다시 물에 흥건히 적시어 바꾸어 준다.
이렇게 서너차례를 하다보면 어느새 봉지 속의 라면이 반은 익고 반은 불려진 채로 익게 되는 것이다.
군대란 특수한 사회 속에선 지금처럼 나무젓가락이 흔치 않았던 때라 한 쪽에 세워진 싸리 나무 빗자루의 가지를 하나 뽑아들고 뚝 부러뜨리면 그게 바로 멋진 젓가락이 되는 것이다.
90년대로 들어서면서 전 군의 현대화 사업으로 스팀이 나오는 현대식 건물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때처럼의 진한 묘미는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되면 되게하라' 라는 군대의 구호처럼, 군대에서 안되는 게 어디 있던 가.
스팀이 나오는 부분의 공기 빼기 조절 밸브를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오게 되는데, 그 물을 받아서 봉지 라면도 해먹고 컵라면이나 사발면 등을 먹으며 말그대로 전통아닌 전통을 계승 발전 해나가는 것이다.
가끔 빈 반합에다 건빵을 반쯤 넣고 물을 부어서 빼치카에 올려 놓는데, 이때 물을 가득 채우게 되면 불려진 건빵에 의해 제대로 될리가 없다.
그래서 물은 적당히 부어야 하는 것이다.
건빵 속에 들어있는 별사탕을 함께 넣으면 맛이 달작지근하면서도 맛있다.
어쩌다 누군가 1종 창고를 털게 되면 소세지 같은 것도 넣어서 먹기도 했다.
다 된 후에 반합의 뚜껑을 열어보면 불을대로 불려터진 건빵이 죽처럼 뽀글뽀글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뽀글이>이다.
요즘의 장병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간식거리이겠지만, 그 시절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해먹는 뽀글이는 별미 중의 별미였었다.
진하고 강한 자극으로 냄비 속에서 끓고있는 라면의 소리를 들으니 그날의 봉지 라면과 뽀글이가 생각난다.
다시 한번 그날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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