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27, 조회 : 2065
제목  
 우리의 우정 - 1997년 4월호 우성타이어 (사보)

우리의 우정 / 임정수


하나 둘 불빛은 꺼져가고 창 밖에는 연인들의 밀어가 익어 가는 시간, 한낮의 분주하던 것과는 달리 이 밤은 고요하기만 하구려.
아쉬움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또 맞이하는 반복된 생활 속에 생의 의미와 보람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게 인생이 아닐런지요.
정형!
사람이 삶을 위해서 나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행로가 얼마나 험난한지 또 험난한 것을 알면서도 정말 한 오라기의 실만도 못한 희망 때문에 너무나 많은 대가를 삶에 지불하는 것 같습니다.
이 한밤, 까만 정적만이 찾아오는데 지금 애상의 하늘가에 홀로 피어 있는 달무리를 바라보며 잊지 못할 옛 일을 되새겨봅니다.
만나서 마냥 즐거웠고 또 미래의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해 때때로 열심히 노력도 했었으며, 세상의 어느 누구도 감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우리들의 우정을 위해 사나이의 뜨거운 가슴을 함께 하기도 했었지요.
다시 못 올 그 시절이 더욱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토록 세월이 흘러버린 탓도 있겠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날 수 없는 현실 또한 더욱 더 그렇게 하는 것 같군요.
언젠가 만나면 고향이 담기고 우정이 담긴 막걸리에 코가 삐뚤어지게 취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군요.
군인은 군인대로, 사회인은 사회인대로 모든 인간이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충실하고 엄연한 현실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때에 삶은 영글어 가리라 믿습니다.
요즈음처럼 차갑고 각박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불신하는 풍토가 우리들에겐 해당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봅시다.
솔 내음이 그윽한 숲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정상에 달하기 전처럼 그런 상쾌한 성취감을 맛볼 수는 없었고, 한잎 두잎 떨어지는 황폐된 낙엽들을 볼 때 한껏 낭만에만 젖을 수도 없었고, 또 앙상하게 말라붙은 가지 위에 흰눈이 꽃을 피울 때도 아름답다는 감상에만 젖을 여유는 없었지만, 우리가 감정에 메말라 버린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걸 배우고 있으며, 이로인해 우리는 내적인 성장을 더해가고 있지 않겠소?
건방지지도 그렇다고 너무 천박하지도 않은 우리를 가꾸면서 또 하나의 인생을 탄생시키기 위해 우리 함께 참고 노력해봅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사회의 주역이 되는 그 날, 우리는 전과는 다른 우리들이 되어 우리의 야심을 마음껏 펼쳐 봅시다.
지난 추억은 아름답게 간직하되 더 밝은 미래를 지향하면서 살아갑시다.
붉은 태양을 잉태한 검푸른 바다가 한꺼번에 빛과 열기를 발하며 토하듯이 항상 뜨거운 가슴을 간직한 우리의 젊음을 위해 언제 어느 곳이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자고 친구는 감히 바라는 바입니다.
나에게 불가능했던 화려한 시간들보다 흑백 화면으로 가슴 깊숙이 찾아드는 나의 고통스러운 시간들 중의 즐거움, 항상 떳떳하리라던 나의 자존심은 환경 앞에 맥을 못추고 눈물 젖은 손수건만이 고맙다는 인사로 비겁하게 흔들리고 있다면 자신은 너무나 감상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요?
욕심 없는 비겁을 부리며 떳떳함이 찾아든다면 지금의 생활이 변명 받으리라 믿어보는 만용도 가져본다오.
적어도 정형이 매사에 충실하다는 사실을 나는 익히 알 수 있었소.
우리 다시 만난다면 우리의 능력을 경주치 말고 우리의 우정을 경주합시다.
어둠처럼 별빛은 쏟아지고 밤은 깊어만 가는구려.
올 한해에도 정형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가정의 행복과 뜻하는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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