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06/03, 조회 : 2255
제목  
 냄새를 먹다.

냄새를 먹다. / 임정수



내가 담배를 끊은지도 벌써 16년 째로 접어 든다.
담배를 피울 땐 오로지 담배만이 내 인생의 전부인양 피워댔었고,
아무리 못해도 하루에 두갑 반은 피웠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한개비,
식사 전엔 식욕 증진초로 피웠으며 식후에는 소화초로 피웠다.
화장실에선 악취 제거초, 심심할 땐 심심초...
고된 작업 끝엔 엑돌핀을 팍팍 생성시켜주는 불로장생초(不老長生草)였으니
담배는 내 생활의 일부분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담배도 내게 있어서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경우도 있었으니
그것은 건강하던 내 육신이 담배를 완강히 거부한 때문이다.

한모금의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면 헛구역질이 나왔으며 손가락이 건질거렸다.
아마도 필터 부분을 통해서 채 걸러지지 못한 니코틴의 독성이
손가락으로 파고드는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가 없었다.

지금은 담배라면 근처에도 가질 않는다.
담배 연기가 해롭다는 걸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나자신이 그 자리를 피해버린다.

중이 싫다고 절이 떠날 수는 없으니
움직이지 못하는 절보다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중이 떠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만약에 사업상의 일로 약속을 하여 약속 장소로 갔을 때,
상대방이 지나칠 정도로 담배를 피워댄다면 그 다음의 약속은 거의 정하지 않는다.
계약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 계약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싫은 건 분명 싫은 것이다.

담배를 끊음으로 해서 군것질을 많이 하게 되는 건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정말 지나칠 정도로 군것질이 심하다 못해 늦은 밤까지 야참을 꼭 챙겨 먹었었다.
그러다 보니 잘밤에 무엇을 먹으니 소화도 잘 안되는데다 영양불균형으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군것질도 일종의 버릇이며 습관인 것 같다.
그래서 점차 군것질 하는 횟수와 양을 줄이기로 했다.
어느순간 나자신도 모르게 더이상은 군것질을 하질 않는다는 걸 깨닳게 되었다.
야식 또한 잘 챙겨먹질 않는다.

그이유는, 취미 생활로 하는 단전 호흡과 기(氣) 수련을 통해
물만 마시며 금식을 하다 보니 체중 조절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식탐을 참음으로서 먹지않고 냄새만 맡고도 배가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만감이랄지...
먹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냄새만으로도 배가 부를 수 있는 사실,
때론 몸 속의 기(氣)와 자연의 기운을 이용해서 멀리에 있는 냄새를 끌어오곤 한다.
마치 봄바람을 타고 오는 향긋한 봄내음 같다고나 할까.

과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배가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기 운용을 통해 냄새를 끌어들인다 해도 그것은 분명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 즉, 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무작정 금식을 시작하여 처음부터 물만을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금식을 하는 데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저마다 다 다르게 할 것이다.
나는 처음엔 빻아놓은 쌀가루 두홉 정도의 양과 1.5리터 빈 팻트병을 가지고 산으로 갔다.

처음 시작할 때 한달을 기약하고 들어가는 것이므로
가지고 간 쌀가루를 최대한 아껴 먹는 수 밖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물만 마시며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텨보고 힘든 상황에서 약간의 쌀가루를 입안에 넣어
입 속에 고이는 침과 함께 입술을 오무려 오래도록 입안에서 오물거리며 천천히 삼키도록 노력했다.

하루는 그럭저럭 버티지만 이틀 째부턴 정말 참기 힘들다.
삼일을 넘기고 나면 그때부터는 먹고싶은 음식 냄새가 코끝을 진동하며 괴롭힌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아무리 높은 산꼭대기에 있더라도
원하는 음식의 냄새를 맘대로 끌어 들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금식을 하는 기간내내 음식에 대한 욕구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금식으로 인해 위도 줄어듦으로 평상시처럼 많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게 된다.
가끔 갈증을 느낄 때마다 물만 섭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배가 고프다거나 특별한 것이 먹고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항상 깨어있기 때문이다.
의식이 깨어있음은 우리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싶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한가지씩 의식을 일깨울 때마다 욕구는 충족되어 지고
그만큼 머리 속엔 온갖 잡념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먹을 수록 더 먹고 싶은 심적 충동에 사로잡혀 또 다시 육신을 살찌우며
남산만 해지는 자신의 배를 만지작 거리면서 후회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네 인생이며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다람쥐 채바퀴 돌듯 도는 인생,
시계의 시침마냥 한자리에서 계속 맴도는 일상 생활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먹어도 먹는 것이고 먹지않고 냄새를 불러와도 먹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미각이나 촉각으로 맛보아야 진정한 맛을 알 수가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후각으로 먹는 것도 먹는 것이니 얼마만큼 배가 부르게 먹을 수 있느냐는
오로지 자신만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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