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10/10/27, 조회 : 1648
제목  
 나의 숙

나의 숙 / 임정수




딸만 둘인 내애인 그머시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와 그라노?"
"응...몸이 좀 안좋아서..."
"어디 아프나?"
"아니..."
"그라먼 무슨 일이고?"
"그냥..."

평소엔 화가 머리끝까지 나도록 전화를 잘하질 않아서
내가 먼저 열을 받아 씩씩거리곤 했었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니 혹시..."
".....?"
"얼마전에 우리 만났을때...피임 안했나?"
"치...그래서 아픈건가 뭐..."
"그것도 아니면...신랑하고 싸웠나?"
"....."

역시 그랬다.
같은 동네의 미장원 여자랑 바람이 났으니 하루라도 맘편할 날이 없었겠지.
"자기가 참아라.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응..."

"난또...우리가 만난게 잘못된줄 알았다아이가."
"잘못된줄 알았다구?"
"응"
"내가 임신이라도 했음 어떡할뻔 했어?"
"그럼...더 좋았겠지."
"피이.."
"하하하..."

"밥은 먹었나?"
"응...자기 생각하면서 꼭 챙겨 먹는다."
"치이..."
"내가 자길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도 잘 알잖아."
"응..."

늘 하는 말이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해도 질리지도 않는다.
"사랑해, 자기.."
"응...나도..."

갑자기 똘똘이가 고개를 쳐들었다.
'흐이그~이건 내몸의 일부분이지만 시도 때도없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원...'
"자기야."
"응?"
"갑자기 자기가 보고싶어지네."
"....."

밤새 신랑하고 싸웠는지?
아님, 아침부터 한바탕 싸우고 내게 전화를 했는데,
위로는 못해줄망정 오히려 보고싶어 만나자고 하니 귀에 들어올리가 있을까.

"싫어?"
"아니..."
"그럼...?"
"....."

"지난번엔 자길 만나러 가느라 장거리 운전을 계속 했더니 컨디션이 별로라 맘에 걸렸었는데,
이번엔 정말 더 잘할수가 있을 것 같아."
"....."
"만나지 말까? 내가 싫은 모양이네..."
"아니..그런건..."

"그래, 지금은 머리도 아프고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어수선할거야."
"....."
"나중에...자기가 마음 정리가 되고나면 그때에 가서 만나도록 하자."
"응...미안해..."
"아냐, 미안하긴 우리 사이에..."

비록 내가 아닌 남의 아내이자 남의 여자이지만,
그래도 나랑 같이 있는 이 순간만큼은 내여자임에 틀림없다.

"언제든 자기가 맘 내킬 때 전화해. 나야 언제든 자기만 생각하잖아."
"응...미안해요, 자기..."
"괜찮아, 오늘만 날인가 뭐..."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서 컨디션 조절이나 잘해둬야겠다.
그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사랑해줄 것이다.
온몸의 뼈가 다 녹아 으스러지도록...

근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고개를 쳐드는 내 똘똘이는 누가 달래주지?

그녀를 생각하는 상상만으로도 빳빳이 고개를 쳐드는 놈 때문에 고역이다.
마음은 점점 상상의 늪속으로 빠져들고
두눈을 감으니 그곳이 바로 극락이며 열반의 경지로 들어가는 해탈문 앞이다.

"자기, 지금 뭐해?"
"응? 자기랑 얘기중이잖아."
"그거말고..."
"하하하...자긴 못 속인다니까..."
"....."

"자기 생각하면서 혼자서 달래주고 있어."
"....."
"당장 자길 만날 수 없으니 어떡해?"
"....."
"실망했나?"
"아니...자기 숨소리가 너무 커서..."

신랑하고 싸웠다는데 별소릴 다한다싶어 괜시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미안...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
"아냐, 나중에 만나면 자기에게 잘해줄께."
"그런말을 들으니 은근히 기다려진다..."
"....."

마음이 정리되는대로 다시 만나자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우리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살았더라면 당장에라도 달려갔을텐데...
너무나 먼 거리에 살고있는 그녀이기에 달려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제가 있었으니 오늘이 있고 또다시 내일을 기다릴 수 있질 않는가.
내마음이 변치않는한 그녀는 나의 애인이자 나만의 사랑이기에 나는 그녀를 믿는다.

'나의 숙!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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