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7/06/15, 조회 : 2372
제목  
 진~짜 거짓말

진~짜 거짓말 / 임정수



1960년대 중반 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는 스키부대의 특수 요원으로 월남에 파병을 나가 있었다.

나의 임무는 시원한 야자수 그늘 아래에 한가로히 누워서 시간이나 떼우다 흰눈이 수북히 쌓이면
높은 언덕에서 부터 스키를 타고 소총을 겨누면서 멋있게 내려오는 것이 주 임무이다.

그러나 월남이란 곳이 얼마나 더운 곳이던가.
눈이 내려야 스키를 타보던지 할텐데,
좀처럼 눈이 내리질 않으니 스키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많은 눈이 내린다 해도 더운 월남에서 두꺼운 스키 파카를 입고 다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참을 수 없는 고역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월남 처녀들 앞에서 자랑이라도 하듯 멋지게 폼을 재며 스키를 타고 싶었다.

내가 누구이던가.
일찌기 개를 타고 말을 몰면서 드넓은 우리의 광활한 만주 벌판을 내집 안방마냥 누비고 다니질 않았던가.

그래서 허구헌 날 시원한 야자수 그늘 밑에서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들을 불러모아
농담 따먹기나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베트콩 유격대가 내가 있는 하노이의 야전 병원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약간의 무좀약과 머큐로큐롬 몇개가 없어졌다고 한다.
부상자가 있어서 치료를 하려고 습격하였던 가 보다.

몇 시간 후 베트콩 유격대원 한 명이 야전 병원으로 찾아왔다고 해서 그를 만나보았다.
그는 얼굴에 작은 뽀드락지가 나서 연고나 하나 훔칠려고 했었는데,
영어도 아닌 한글로 큼지막하게 <빨간약>이라고 써붙여 놨으니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슨 약인지도 모른 체 대충 머큐로큐롬을 바르고 무좀약을 발랐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얼굴이 가렵고 허물이 벗겨져
이 상태로 계속 놔두면 해골만 남을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위험을 무릅쓰고 왔다고 한다.

나는 그 약<무좀약>이 아주 위험한 약이라고 했다.
그 약을 바르고 이틀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하질 않으면 살점이 서서히 타들어 가기 시작해서
72시간 이내엔 뼈마디 마디가 드러나며, 급기야는 앙상한 해골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어떡하면 살 수 있느냐며 치료법을 알려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무좀 약>을 탁자 위에다 올려놓으며 합장한 채로 절을 했다.
그리곤 그의 뺨을 철썩 소리가 나도록 사정없이 때렸다.
그것도 왕복으로 스무 번 정도를...

그는 아파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오만 인상을 쓰며 참는 표정이었다.

지금부턴 자나 깨나, 의식이 있는 한 <대.한.민.국>만 읊으면 살 수가 있을 것이고,
만약 읊다가 중단하면 더 이상은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금부터 계속해서 읊으면 2002년 이후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노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간절한 염원이 통해서인지 정말 2002년 이후로부터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장단에다 박자까지 맞추어가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물론, 내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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