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9/02/27, 조회 : 1822
제목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 임정수




밤새 하얀 눈이 뽀얗게 내렸다.
세상이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듯하고 기분이 무척 좋다.
신발을 꺼내어 신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청아하다.
봄의 소리인가?
몇발자국 걸었더니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뒤따라온다.
'아하~ 봄이 오는 소리로구나.'

대문 밖으로 나가보니
아침 일찍 지나갔음직한 경운기의 타이어 자국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참 부지런한 발자국이다.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 일터로 나간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농사를 짓는 농사꾼에겐 땅! 땅! 땅!
그저 땅밖에 보이질 않는가 보다.
하긴 땅은 말이 없고 거짓이 없으며,
노력한만큼 댓가를 지불하기에 가장 진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엔 아이들이 많아서 어쩌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온동네의 아이들과 강아지들까지도 나와서
눈위에서 뒹굴며 놀았었는데,
텅 비어버린 시골엔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힘든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다 보니
길게 드리워진 발자국이 비틀비틀 춤을 춘다.
춤추는 발자국...
외롭게 춤추는 발자국은 쓸쓸한 내 마음같다.

잠깐!
깊이 패인 발자국 속에 무언가 파릇한게 보인다.
'무엇일까?'
자세히 보니 냉이다.

냉이는 한겨울에도 논두렁이나 들판엘 가면
흔히 볼 수도 있고 자주 국을 끓여 먹는 것이기에
그다지 반가움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옆에 돋아나있는 건 분명 쑥이 아니던가.
벌써 쑥이 눈속을 비집고 돋아나는 걸 보니 봄은 봄인 것 같다.

기쁨에 들뜬 마음으로 또다시 눈길을 걸었다.
'뽀드득~뽀드득~'
눈이 밟히는 소리를 들으니 그 소리는 분명 봄이 오는 소리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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