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12/21, 조회 : 1884
제목  
 그녀를 가슴에 묻으며(ㅊ+ㅎ)

그녀를 가슴에 묻으며 / 임정수




벌써 12월로 접어들었다.
새해가 밝아온지도 엊그제만 같은데 한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그것도 몇일 후면 새해로 넘어선다.

오늘이 팥죽을 쑤어 먹으며 한살을 더 먹는 동짓날이니 이미 새해로 들어선 셈이다.
다른 지방과는 따스한 겨울, 좀처럼 눈구경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보니
한, 두번쯤 눈구경한 것으로 겨울도 다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열흘후면 해가 바뀌게 될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장의 달력만 넘기면 희망찬 새해, 새날이 나를 반길 것이고
나는 또다른 한 해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한장 남은 마지막 달력을 만지작 거리다 문득 '마지막'이란 단어에서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가 내곁을 훌쩍 떠나간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고
가끔 꿈 속에서 그리다 그녀를 만나게 되면 꼭 껴안고
밤새 위안을 받으며 따스한 체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내곁에 머물지 못하고
어느순간 허전함이 엄습해올때에 나는 이세상에 홀로 남아있음을 실감하며
그녀의 빈자리를 안타까워 한다.

그녀또한 나를 잊지 못하여 외로운 밤이면 나를 찾아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동안 못다한 우리의 사랑을 꿈꾸며
아직도 원망어린 눈빛으로 구천을 헤매는 것은 아닌지...
때때로 좀 더 잘해주지 못했던 내마음은 죄책감으로 무거운 마음을 가눌길이 없다.

세상 무엇보다도 나에겐 소중한 그녀였기에
그녀는 내 인생의 전부였고 모든 것이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이란 빛을 잃은 어둠과도 같았는데
지금에 와서야 그녀의 소중함을 깨닳게 되어 뼈에 사무치도록 그녀를 그리워한다.

이제는 더이상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사람..
하늘의 문(천문天門)이 열린다는 오늘(冬地),
그녀의 피곤한 영혼이 더이상 구천을 헤매지 않고 좋은 곳으로 천도될 수 있도록
그녀의 영가를 천도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세상 무엇보다도 더 사랑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를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팥죽을 한그릇 담아 명복을 빌어본다.
다음생엔 더욱 잘해주리라 다짐하면서...

더이상은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가슴이 찣어지도록 아픈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수없이 방황하며 헤매었지만
내게 남은건 또다른 시련과 아픔만 있을뿐...
그래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아파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제는 더이상 그녀를 마음에 담지 않으려고 한다.

비워야지.
마음도, 정신도, 그녀에 대한 모든 기억도 다 지워야지.
너무나 외로워하며 꿈 속에 찾아오더라도 냉정히 뿌리치질 않고 따뜻히 맞이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가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인연법에 의하여 새롭게 환생할 수 있다면 나의 조그만 정성이 빛을 발할 수도 있겠지.

이제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그녀에 의한, 그녀를 향한 고통은 내게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동짓날을 맞이하여 오늘 하루는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고싶다.
아직도 식지않은 사랑은 더욱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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