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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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작성일 : 2008/12/13, 조회 : 1788
제목  
 물차(트럭)만 주차하세요.(ㅎ)

물차(트럭)만 주차하세요. / 임정수




요사이 티브이에 몇 번 방영이 된 이후로 매스컴의 영향 때문인지
경남 진해의 용원 의창 수협엘 가보면 주차할 공간이 없다.

꼭 주차할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차할 공간이 많지만 승용차나 봉고차는 주차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차의 특성상 돈이 안되기 때문에 주차를 하지 말라는 것일까?

승용차나 봉고차 같은 경우엔 고기를 실어봤자 얼마 못 실는다는 것인지...
물탱크를 제대로 갖춘 활어차만 주차를 하고
다른 차량들은 안골로 넘어가는 먼 곳에다 주차를 하던지
아님, 그냥 나가라고 하니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그저 말세란 단어만 떠오를 뿐이다.

내가 경남 진해의 의창 수협에 활어를 사러 나간지도 벌써 6년이 넘었다.
처음 갔을 때에도 주차 관리를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수협 마당에 주차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안골로 넘어가는 먼 곳에다 주차를 해놓고
노란 가구에다 고기를 가득히 담아 일일이 끌고 다녔었는데,
한동안 그러지 않는 것 같더니 요사이 부쩍 더 그러는 것 같다.

물론, 고기를 많이 떠 가면 그만큼 돈은 되겠지만
꼭 트럭을 몰고 간다고 해서 고기를 많이 떠 가는 것도 아니기에...
원래 꼼꼼한 성격인 때문도 있겠으나 다른 사람들을 눈여겨 보면
트럭을 몰고 왔다고 해서 그렇게 고기를 많이 사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고기를 많이 떠 간다고 해서 나처럼 입금을 잘 해주는 사람도 드물게 보았다.
(나는 오늘 고기를 가지고 오면 내일 경매 전에 바로 입금해줌)
무조건 많이 팔아준다고 해서 입금이 잘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사람 차별을 하듯
차를 가지고 주차를 하고 못하도록 차별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나도 IMF가 터지기 전엔 하루에 서너 시간도 제대로 자질 못하고
서울과 부산을 하루에도 두어번씩 왕래하면서 사업 또한 잘 되었었는데,
갑작스런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가지고 있던 트럭(활어차)를 처분해버리고 나니
요즘처럼 이렇게 아쉬울 때가 없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자갈치나 다대포 쪽으로 거래처를 옮기고 싶지만,
그동안 거래를 해 온 정을 봐서라도 차마 옮길 수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어차피 조만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 갈길을 떠나야 하기에 참고 또 참으며
내일은 오늘보단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면서 한가닥 기대를 품어본다.

내가 주차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에게 있어서 부산은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릴 적엔 구포에서 살았었지만,
군대에서 전역한 후론 줄곧 덕천동에서 살고 있다.

지역의 향토 방위와 국가 안보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나로선
봉사 활동도 할 겸 예비군 소대장으로 지원하여 십여년을 활동했으며
청년회의 일원으로 야간 순찰이나 동네의 크고 작은 일에도 관여하면서
대인 관계도 넓히고 나름대로 즐겁게 생활을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주차 문제에 대해서 얼굴을 붉히는 사건 이후로 청년회를 탈퇴해버리고 말았다.

다른 동에선 부녀회나 청년회, 바르게 살기 운동 본부(?)...등,
여러 단체에서 주거지 주차를 체계적으로 함께 관리하지만
덕천동은 청년회에서만 독자적으로 관리 하였고,
매달 주차 요금은 받아 챙기면서 관리는 전혀 하질 않았던 관계로
열불이 나서 청년회를 탈퇴 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요즘은 동네의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
새벽마다 진해의 의창 수협에서 주차할 것만 신경쓰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로 쌓여서
홧병이 나기 일보 직전이지만...

경매 시간에 맞추어서 가면 될 것을 가지고 내가 새벽으로 일찍 집을 나서는 이유는
새벽 잠이 없어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고,
남들보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고기를 떠오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주차 할 공간을 확보하여 마음 편히 주차하기 위해서 새벽에 일찍 나서는 것인데,
어떨 땐 주차를 시켜놓고 한참을 바쁘게 뛰어 다니고 있을 때에
그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장사 좀 하게 차를 빼달라고 그러면 짜증은 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려니 이해를 하면서 번거로워도 순순히 차를 빼주곤 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게 귀찮아서라도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는 곳을 찾아 주차를 하게 되었는데,
이젠 수협의 직원이 직접 나와서 주차를 못하도록 하니 차를 머리에 이고 있을 수도 없고,
업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중이 싫다고 절이 떠날 수 없으니 절이 싫으면 중 보고 떠나라 했던가.
갈 수 없는 수협에서 그러니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내가 알아서 떠나야 한단 말인가.

수협 직원들도 한,두번 보고 안보는 사이도 아니고...
매일 아침이면 마주치는 사람들인데...싫다. 정말 싫다.
늘 즐겁고 좋은 일들로 가득해야 하는데 새벽마다 인상을 찌푸릴 대로 찌푸리고
이렇게 살아야 하다니...

내일 새벽에도 또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하루를 시작할 것을 생각하니 정말이지 가고싶지가 않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지만
어찌 똥이 무서워서 피하랴, 더러워서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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