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11/23, 조회 : 1877
제목  
 온천에서

온천에서 / 임정수




사람마다 살고있는 그나라의 풍습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다른 것 같다.
어릴 적 부터 동네 목욕탕이나 온천엘 가더라도 때타올로 박박 문질러 때를 벗겨내어야만
온몸이 개운 한 것 같고 제대로 목욕을 한 것 같은데,
요즘은 대충 샤워나 하던지 비누칠 몇 번에 헹궈내는 정도로 간단히들 씻곤하니까
목욕이라는 개념이 별로인것 같다.

일본에 건너와서 사는 게 비슷비슷하여 이곳(목욕탕) 풍습도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온천이라는 곳엘 와보니 역시 문화적 차이는 극복할 수가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도 샤워 시설이 무척 잘되어 있지만,
한동안 제대로 목욕다운 목욕을 해보질 못해 몸이 찌부둥하여 영 찜찜함을 떨구어낼 수가 없어
큰맘 먹고 온천엘 왔더니 내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도 삭막하고 몸이 자유롭질 못하다.

우리 나라에선 전국 어느 곳의 목욕탕이나 왠만한 온천엘 가더라도
때타올 하나만 있으면 서로 등을 밀어주고 없던 정도 금방 생겨나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남에게 피해를 끼칠까 염려하며 조용히 들어와 있는 듯 없는 듯 씻고 나가버리니까
낯선 타국,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이면서도 말또한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등 좀 밀어달라고 말을 걸 수도 없어 정말 난감했다.

노천탕이 아닌 실내 온천탕도 있지만 그곳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실내 온천에선 남자들만 있는데
노천탕이라는 곳은 남녀노소 다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많은 노인들은 볼장 다봤다는 듯 별거리낌없이 알몸에 수건 하나 길게 펴서
탕 속으로 들어오지만,
젊은 여자들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탕 속으로 들어온다.

일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들 태연하였다.
하지만, 이런게 생소한 나로선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젊고 이쁜 여자들이 비키니 수영복 차림에 탕 속으로 들어오니
보고도 못 본 척 하며 곁눈질로 나만의 감상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머릿 속에 일일이 저장하면서...

사실, 말이야 감상을 하는 것이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꿈틀대는 그것은
정말이지 참는다는 그자체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다 못해 함께 온 일행(거래처 사장의 딸과 경리)들에게 가족탕이라는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연신 "오케,오케"(오케이를 발음상 '오케'라고 했다)하며 웃는 얼굴로 있다고 하는 것이다.

계속 탕 속에만 들어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민망해도 사람이 적은 곳에서 민망하면 그래도 덜 민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족탕으로 자리를 옮겼다.

뭐, 가족탕이라는 곳이 기대와는 달리 우리나라에도 있는 아주 장소가 협소한 그런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일반 가정집에 있는 욕조같은 곳으로 셋이서 들어가니 아주 꽉차버렸다.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게 여간 힘들고 어려운게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스릴(?)도 있고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들뜬 심리적 기대감...
에 또... 암튼, 젊은 남녀 셋이서 한 욕조에 들어앉아 있으니 무슨 말이 또 필요할까.

우리나라의 목욕 문화에 대해서 소개를 해줬더니 경리가 비누를 가지고 와서 내몸에 문질러댄다.
나는 아직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질 못했는데
노천탕에서 부터 꿈틀대던 이넘(?)은 특유의 야성미를 뽐내며 잔뜩 기가 살아있다.

비록 내몸의 일부분이지만 어쩌면 그리도 그녀의 손길에 말을 잘듣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뜻과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그러면 삐지겠노라 암시를 주지만,
그녀의 손안에서 꿈틀대는 넘은 그래도 성질이 있어 한마디 하는 것 같다.

'와! 우리가 남이가?'



몇일 전 충남의 도고 온천에서 일본인 아내를 둔 남자를 만났다.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다보니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탄식아닌 탄식을 해대는 것이 아닌가.

문득 일본에서의 온천에 갔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나마 일본인 아내를 둔 그남자가 부러웠다.
다시 한번 더 그때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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