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8/11/20, 조회 : 1778
제목  
 개미

개미 / 임정수




얼마전 이년 가까이 불입하던 펀드를 해약했다.
주식이나 펀드에 대해선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나로선 펀드라는 말이 너무나 생소하게 들렸고,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머나먼 나라에서나 있을법한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펀드를 접하게 된 것이다.

펀드...
쓸데없이 돈을 굴리려는 목적보다는 적은 돈이나마 꾸준하게 모으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돈으로 불려진다고 생각하면서 잔뜩 행복에 젖어 있었다.

기분좋게 우리 동네의 B 은행으로 갔다.
적금을 하나 들기 위해 왔다고 했더니 담당 여직원은 적금보다는 펀드를 추천하는 것이다.

펀드에 대해선 전혀 아는게 없고 위험 부담이 없는 적금으로 들려는 나에게
그 여직원은 자신도 펀드에 투자를 해서 엄청난 이익이 불려져 정말 살맛난다고 하며
자꾸만 펀드를 들라는 것이다.

펀드라는 말만 들어도 별로 달갑지가 않은데,
마지못해 그 여직원의 말만 믿고 엉겹결에 펀드에다 투자하게 되었다.

펀드에 직접적으로 투자를 하게된 계기는,
그 여직원의 '절~~대로 원금 이상은 손해를 입는 일이 없을거'라며
자신이 보증을 하겠다고 강조를 하는 그말에 그만 싫은 내뜻과는 상관없이 투자하게 되어버렸다.

어디로 투자할지도 몰라 고민하는 내게,
그녀는 중국과 프랑스 펀드를 추천하며 미처 내 대답도 끝나기 전에 결정을 해버렸다.

펀드로 인해 돈이 불려졌는지 손해는 안봤는지 알길이 없었다.
그것도 매일 매일 확인을 하는 것인지, 몇개월에 한번씩 확인하는 것인지도 모른체
무작정 계약 종료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어느날 펀드를 들 수록 손해라는 티브이의 뉴스를 시청하다 생각난 김에 은행으로 갔더니
그때 담당하던 여직원은 벌~~써 직장을 그만 두고 자취를 감추어 버린지가 오래였고
현재의 시세로 봐선 손해를 봐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에 처해있었다.

새로 바뀐 담당 직원의 말로는,
지금 당장 해약을 하는 것보단 장기적인 안목으로 십여년은 놔두어야 제대로된 펀드를 운용할 수가 있단다.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던 펀드였고 그때까지도 계속 불입을 하려니 정말 기가찼다.
나로선 더이상의 손해를 보지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해약을 해서 몇 푼이라도 건지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같았다.
그래서 두종류의 펀드를 다 해약하기로 했다.

해약을 하겠다는 확고한 나의 의지를 밝히자,
해약을 하더라도 지금 당장엔 돈을 찾을 수가 없고 몇일이 소요될거란 말을 듣게되자
또다시 허탈감에 사로잡혀버렸다.

나를 무기력하면서도 허탈감과 비참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 것은 환불 금액에서였다.
비록 이년 가까이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까지 이천만원을 불입하여 천이백만원을 손해보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팔백만원 뿐이었기에
두번 다시는 펀드라면 근처에도 가질 않으리라 다짐하고 맹세했다.

마음같아선 원금이라도 보장이 된다더니 이게 왠 날벼락이냐고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새로 바뀐 담당이 무슨 죄가 있으랴싶어 참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와 티브이를 켜보니 개미 투자자들에 대한 기사가 뼈에 와닿도록 실감나게 느껴진다.
말로만 듣던 개미 투자자!
그러고보니 내가 바로 그 개미였었단 생각을 하니 실없이 씁쓸한 웃음만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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