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23, 조회 : 2205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 9. 영숙의 요리방

영숙이 주방으로 가자 선주가 정재에게 다가온다.
" 영숙씨 어때? 잘 할 수 있겠어? "
" 몰라, 지금으로봐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성격도 잘 모르겠고..."
" 치..다른 건 몰라도 성격은 이미 다 파악했을걸, 내가 모를 줄 알아? "
" 하하하...너도 이젠 다 배웠네. "
" 내가 볼 땐 정말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오빠가 보기에도 그렇지? "
" 아직은 모른다니까 그러네. "
" 알았어, 그럼. 내가 보증할께. 난 영숙씨가 잘 할 것으로 믿어. "
영숙이 커피를 들고오며 선주의 말을 듣고 놀랜다.
" 절 믿고 보증을 하시겠다구요? 저를 어떻게 믿고 그런 말씀을..."
" 우리 사부님이 그러셨어요. 사람은 십분간만 같이 얘길하다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와 성격하고 마음씨까지 다 알 수가 있다구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저도 이젠 조금은 알 것 같아요. "
" 참으로 대단한 사부님을 두셨군요. 정말 좋으시겠어요. "
" 그렇게 부러워 하시지 않아도 돼요. 영숙씨도 함께 얘길 하다보면 저절로 깨닳을 수가 있을테니까요. "
" 하지만 저는 사부님을 모르잖아요. "
" 그렇게 어려워마세요. 사부님은 언제나 영숙씨와 함께 있으니까요. "
" 예? "
" 안그래요, 사부님? "
선주가 정재를 보며 얘길하자 영숙도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듯 웃는다.
" 그럼, 사부님이 바로..."
" 하하하..."
세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 이왕에 시작하려고 맘 먹은 거...불안해 하지마세요. 끝까지 믿고 잘해보세요. 그러면 정말 후회하진 않을거에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어요. "
" 솔직히 저는 큰 맘 먹고 모험을 거는거라 반신반의 하네요. "
" 우리가 요리방을 하면서 모임을 해도 여길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영숙씨가 이곳에서 살면서 쭉 지켜보는데 조금이라도 해가 될 건 없어요. "
" 저도 알아요. 제가 두 분을 못 믿어서 반신반의 한다는 건 아니구요, 그동안 어렵게 살다보니 생계와 관련된거라 막막해서 해 본 말이에요. "
"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자리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길하고 갔으면 싶은데... 오빤 어때? "
" 나는 좋아, 다들 와서 영숙씨가 사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부딪히다보면 회비로 내는 만원이 그렇게 부담된다고는 생각지 않을거야. "
"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
" 그렇게 되면 영숙씬 총무를 맡게 되는데, 그렇더라도 회비는 선주가 걷도록 해. 영숙씨가 걷었을 때 100% 다 주면 좋을텐데 돈 만원에 서로 맘 상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첨부터 선주가 맡아서 관리하도록 해. "
" 그럼, 영숙씬 뭐해? "
" 앞으로 냉장고도 들여야 되고...재료를 관리하면서 선주를 도우면서 배우면 되겠다. 괜찮죠? "
영숙은 말없이 웃는다.
" 괜히 장소를 제공하고 돈이나 챙기려든다는 소릴 듣지않도록 하려는거니까, 하나하나 배운다는 자세로 힘들게 하다보면 나중엔 혼자서도 거뜬히 이끌어 나갈 수가 있어요. "
" 아니, 그럼, 요리방을 앞으로 영숙씨한테 물려 주겠다는거야? "
" 우리가 평생 같이 살 수가 없으니 그래야 되질 않겠어? "
" 그럼, 난? "
" 넌...내 자리를 뺏던지.."
" 하하하..."
" 영숙씨! "
" 네? "
" 회비가 걷히더라도 다 드리지는 않을겁니다. 각종 세금을 내고 여기 저기 쓸데도 많을텐데 정말 빠듯하게 드릴 수도 있습니다. "
" 괜찮아요..."
" 제가 보장 해드릴 수 있는 건.. 모임에 오는 인원에 상관없이 백만원은 확실하게 보장을 해드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돈에 대해선 어디에 어떻게 쓰건 신경을 쓰지 마세요. "
" 네, 저는 선생님만 믿고 따를께요. "
선주가 끼어든다.
"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첨에 얘기했듯히 끝까지 믿고 기다리다보면 어느 순간에 풀려있는걸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힘들고 어려워도 꾸준히 참고 기다려보세요 그럼,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거에요. "
" 네..."
" 첨엔 한, 두달 정도 회비가 들어오는 걸 봐가면서 어느 정도 선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되면, 영숙씨에게 주는 백만원 말고 나머지 돈을 영숙씨 앞으로 은행에 가서 저축을 시켜 줄거에요. "
" 네? "
" 그걸 없는듯이 생각하라는 거구요. "
" 그런 말까지 왜 벌써부터 하는거야. 아직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 한, 두달 정도는 지켜봐야 하는데..."
" 어차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 그래도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좋을 게 없잖아. "
" 하긴...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비밀로 해야해요? "
" 네, 잘 알겠어요. 하라는대로 할께요. "
" 모임에 오는 사람들 중에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절대로 돈에 대해선 얘기하지 마세요. 이거 하나만 잘 지켜도 돈을 벌 수가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 네..."
" 총 수입이 2백만원이라고 해도 내가 생각하기엔, 아주 기본적인 생활비만 써도록 하고 나머진 저축을 많이 해야할 것 같아.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아이도 있고 누가 제대로 돌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비상금 정도는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 "
"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저축을 해도 내 통장에다 하는게 아니라 영숙씨 통장으로 바로 넣어주는 것이니까 영숙씨도 오히려 좋을거야. 안그래요, 영숙씨? "
" 예, 저는 어차피 벌어서 살자고 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죠. "
" 두고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중에 부수입도 좀 생기니까 적당히 융통성있게 사시면 돼요. "
" 융통성요? "
" 하하하..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가르쳐 드리면 머리가 아프잖아. "
선주는 영숙에게 영애와 미경이 성공한 얘기와 선영에 대해서도 자세히 얘기해줬다. 이미 알게모르게 소문이 나있었던터라 영숙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고, 선주에게서 보다 많은 얘길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정말 겪어보면 알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거에요. "
" 예...아무쪼록 잘 부탁드릴께요. "
" 일단 은행에 문 닫을 시간이 다되었으니까 은행부터 가야겠다. "
" 응, 갔다 와서 다시 봐야겠다. "
" 괜찮으시면 영숙씨도 은행에 같이 가 보시죠? "
" 네? 저도요...같이 가도 될까요? "
" 뭐, 어때요? 같이 가서 누가 얼마를 저축했는지도 한번 보시고 이참에 통장도 하나 만드시죠. "
" 제가 저금할 돈이나 있나요? "
" 지금부터 저축을 하시면 돼요. "
" 그래요, 저도 궁금하니까 따라 갈께요. "
정재는 두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 이제 와요? "
" 응.. 다 아시죠? 여긴 내일부터 요리방을 이끌어 나가실 박영숙씨이고 여긴..."
정재가 서로를 소개해줬다.
" 우린 은행 문 닫기 전에 은행부터 갔다 와야겠어. 나머지 얘긴 갔다와서 하도록 하지. "
" 응...그래요, 그럼, "
집에서 나와 미경의 가게로 갔다. 가게엔 미경의 신랑도 함께 있었다.
" 악세사리 때문에 그래? "
" 응 "
정재는 미경과 함께 작업실로 갔다. 작업실에서 미경은 미리 준비해 둔 돈을 정재에게 건네준다.
" 오늘 요리방 문제가 해결 됐는데, 저녁에 집으로 올래? "
" 정말이야? "
" 꼭 와야해. "
미경의 옷 가게에서 나온 정재는 영애의 가게로 갔다. 영애의 가게 문 밖으론 여전히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 내가 바쁘지만 않으면 좀 도와주고 갈텐데...지금 넘 바빠서 얼른 가봐야겠다. 오늘도 늦게 퇴근 하겠구나? "
" 응, 그럴 것 같아. "
" 너무 늦도록 있지말고 조심해서 들어가도록 해. "
" 괜찮아, 든든한 신랑이 있는데 뭐."
" 신랑하고 둘이서 같이 일을 하니까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네. 나중에 문 닫을 때 빗자루 들고 와서 깨나 좀 쓸어가야겠다. 하하하..."
농협으로 갔다. 여직원이 인사를 하며 정재를 맞는다.
" 어서오세요. "
" 너무 늦었죠? "
" 아뇨, 아직 시간이 있는데요, 늦지 않았어요. "
" 괜히 우리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
" 괜찮아요. 워낙에 v.i.p 고객님이시라 밤에라도 언제든 필요하시면 전화 한통화면 문을 열도록 되어있으니 아무 걱정마세요. "
" 하하하...제가 어느새 그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되었어요? "
정재가 통장과 돈을 끄내는 사이에 여 직원은 얼른 가서 커피를 석잔 가지고 온다.
" 다들 친한 분이신가봐요? 이렇게 믿고 맡기시니..."
" 통장만 들고 있으면 뭐해요? 찾아 써지도 못하는데요."
" 그건 그렇지만..."
옆에 있던 선주가 나선다.
" 어차피 다들 빈털털이였었는데, 우리 오빠 덕에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거에요. 또, 오빠가 맘대로 다 쓴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어요. "
" 저도 소문을 통해 듣고는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
" 대단까지야 뭐...허허허..이거 쑥스러워서..."
" 하하하..."
" 근데, 여자 분들에게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나요? "
" 아뇨, 꼭 여자니 남자니 성별을 따지진 않아요. 기회가 되고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자들도 있어요. "
" 남자라면 누가 있었더라..."
선주가 또 나서며 끼어든다.
" 영애 신랑하고 서면에 있는 이석재 사장 있잖아. "
" 응, 다들 제일 성공한 사람들이네. "
" 서면에서 오신 분은 고객님께서 거래하시는 은행에 같이 거래를 하고 싶다면서 저희 농협에 찾아오셨는데, 지금 거래를 하고 계세요. "
여직원이 자랑삼아 이석재에 대해서 말을 끄낸다.
" 예? 정말이에요? "
" 통장을 개설하고 가시면서 언제든 고객님이 다른 곳에 거래를 하라고 하시면 그곳으로 옮길지도 모른다고 하셨어요. "
" 그럼, 담당자님은 제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겠네요? "
" 네, 솔직히..."
" 혹시 얼마를 거래하는지 아세요? "
" 정확히는 생각이 안나지만...10억이 넘는걸로 알고있어요. "
" 우웩...10억이래..."
" 이석재 그사람...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
" 아참... 십억이면 대단한데 은행을 한번 옮기면 그만큼 은행 입장에서도 손해가 되잖아요? "
" 네, 그렇죠. 그만한 고객을 붙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
" 그럼, 언제 저한테 밥 한번 사야되는거 아니에요? "
" 그게...규정상 금지가 되어 있어서..."
" 그럼, 다른 곳으로 바꾼다고 그러면 그 규정이 또 바뀔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네요. "
" 오빤...왜 올 때마다 이 분에게 그래. "
" 내가 뭐 꼬시거나 작업을 걸려고 그런는 줄 알아? 우리 돈을 잘 이용해서 더 많이 불려주니까 고마워서 그런거지. 제 말에 대해서 너무 신경 쓰지마세요. 어쩌면 내일부턴 못 볼 수도 있어서 그런 거니까요. "
" 네? 멀리 가시나요? "
" 밥 한번 안 사준다는데...멀리 이민이라도 갈려구요. "
" 네? "
여직원은 말없이 웃더니 정재가 준 돈과 통장을 챙겨서 다른 직원에게 건네주고 어디론가 잠시 들어간다. 잠시후 여직원은 지점장과 함께 나왔다.
"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곳 지점장입니다. "
" 아..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
" 저희 여직원에게 잘 해주신다구요? "
" 아뇨, 오히려 직원 분께서 저에게 잘 해주시더군요. 돈을 맡겼더니 이자를 많이 불려서 잘 챙겨주지요, 오히려 제가 고맙다고 인사를 드려야 하거든요. "
" 솔직히, 여직원 혼자서 내보낸다는 건 은행을 위해서도 조금 껄끄러운 점이 있어요. "
" 하하하...저는 농담을 할 줄 모르거든요. 올 때마다 너무나 잘 해주시고 돈도 잘 활용 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식사라도 한번 대접 해드리려고 한 것이에요. 괜찮으시다면 지점장님하고 같이 나가도 되고요. 저는 이 농협에 매일 오다시피 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제가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 드리고, 저희 집에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순수한 마음뿐이니까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모시고 싶습니다. "
" 아, 그러셨군요. 그런거라면 괜찮을 것 같군요. 정말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
" 이왕이면 가족 동반으로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이왕 말 나온김에 날을 잡도록 하죠. 내일 저녁엔 어떠세요? "
" 내일요? 내일은 특별한 일이 없어서 괜찮을 것 같네요. "

" 오늘은 어땠어? 가게에서 말야. "
" 응...신랑이 없을 때 장부를 보며 재고 파악을 했더니 신랑이 이중 장부를 가지고 있는건지 액수는 맞는데 재고량이 틀리잖아. 몇번이나 확인을 해봤는데도 다 틀렸어. "
" 그래, 계속 모른 척 하고있어. 일단 가게에서 하는 건 신랑이 옷을 떼오는 걸로 쓰고 여긴 내가 알아서 꾸려 나갈께. 신랑이 옷을 떼러가는 날이 언제야? "
" 모레 간대. "
" 그럼, 장사가 잘 안된다고 그러면서 조금ㄴ만 해오라고 해. 만약에 어느정도 양을 채워줘야 한다고 그러면 다른 곳에 비해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고 그러고 이번 기회에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해봐. 내가 하고있는 것도 인터넷으로 거래를 하는거라 옷을 똑같은데도 고객들이 너무 비싸다고 소비자 센터에 항의가 들어온다고 해봐. 뭐라고 그러는지...그러면 신랑이 그 여자랑 의논을 하기 위해서라도 만나러 갈거거든. 그때 내가 따라붙으면 돼. "
" 알았어, 참...요리방이 해결됐다고 그랬잖아. "
정재는 간담회를 통해 영숙을 만났으며 그간의 사정 얘길를 해줬다.
" 아, 그사람...나도 잘 알아,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던데 하고있는 일이 잘 안되나봐. 이제라도 갑장을 만났으니 잘 된 일이지. "
" 니가 볼 때 그 사람 괜찮은 것 같아? "
" 응, 좋은 사람이야. 주위에 평도 좋고 요리방을 하면 정말 잘할 사람이야. 의외로 갑장하고도 잘 통할 것 같아. "
현관 벨이 울린다.
" 이 시간에 누구지? "
혜미가 나가서 문을 연다.
" 어서와 언니! 어서오세요. "
선주와 영숙이 같이 들어 온다.
" 밤늦게 찾아온 건 아니지? 미경 언니도 있었네. "
" 응, 나도 좀 전에 왔어. "
" 내가 영숙씨한테 바람이라도 쐴겸 놀러오자고 했어. "
" 잘했어. 이 아이에요? 엄마를 닮아서 참 예쁘군요. "
정재는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한장 끄내어 아이에게 쥐어준다.
" 자, 학용품 사 써도록 해. "
" 그렇게나 많이...너무 많아요. "
" 괜찮아요, 어서 받아. 이젠 다들 한 가족이니 거리감 없이 지내도록 해요. "
" 일이 쉽게 잘 풀리니까 잠도 오질 않았는데, 선주 언니가 놀러가자고 해서 오긴 왔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실례가 되진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
" 실례라뇨, 잘 왔어요. 안그래도 오늘 밤에 좀 더 얘길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어요. "
" 우린 다들 한 가족처럼 오빠, 동생하며 허물없이 지내고 있어요. 앞으로 하루, 이틀 지낼 것도 아닌데 편하게 얘기해요. "
미경이 화끈하게 얘길하며 나선다. 정재는 영숙에게 항상 말 조심하고 조심해야할 것들을 일러주며 모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얘길했다. 그리고 재료와 엑기스등,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했다.

아침 일찍 선영이와 미경이가 왔다.
" 같이 오네? "
" 응, 오면서 선영이에게 전화해서 아파트 입구에서 만났어. "
" 잘했어. "
" 선영이네 가게엔 갔다왔어? "
" 새벽에 갖다주고 왔어. "
" 안 피곤해? "
" 두시간도 못잤는데 안피곤 할리가 있겠어? 죽을 맛인데... "
" 새벽에 일찍 나갔다왔음 한숨 자도록 해야지 지금까지 안자고 뭐했어? "
" 뭐하긴...장어 장만했지. "
" 피곤 하겠다...요즘은 모임이 매일 있으니까 재미도 좋지? "
"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힘도 생기고 너무 좋아. "
" 치..다양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쁘고 잘빠진 여자들이 많아서 힘이 생기는거겠지. "
" 하하하...그래도 그 넘치는 힘을 엉뚱한데 안쓰고 착실하게 집으로 가져오니 얼마나 좋아. "
" 맞어? "
미경이 혜미에게 물어본다.
" 내가 어떻게 알겠어? 밖에서도 쓰고 안에서도 쓰고...안들키려고 노력을 하는 건지도 모르지. "
" 하하하..."
아침 식사후에 정재는 선주의 집에서 선주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영숙이가 참 안됐다. "
" 우리가 열심히 도와야지. "
" 응.."
" 선주야! "
" 왜? "
" 부처님이 양 손에 떡을 다 주시지는 않아. "
" 그게 무슨 말이야? "
" 부자가 있으면 가난뱅이도 있고 잘 나가는 전성기가 있으면 하루 아침에 떨어먹을 수 있는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거든. "
" ..... "
" 미경이도 돈 좀 모으고 잘 되는가 싶더니 신랑이 바람을 피워서 곤란한 상황까지 왔는데, 너도 옆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게 있으니 내말이 결코 헛소리가 아니란 걸 잘 알잖아. 선영이도 신랑이 날 배신하는 바람에 갈라설 수도 있었지만, 선영이가 착해서 날 끝까지 믿고 따라줘서 이젠 두 사람 사이도 예전처럼 좋아지고 가게도 잘되잖아. "
" 응.. "
" 그리고...어떻게 보면 영숙이의 등장으로 너도 고비를 맞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
"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날 버린다는 말은 아니겠지? "
"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난 약속은 반드시 지켜. "
" 그럼, 무슨 뜻이야? 그말..."
" 영숙이가 앞으로 계속 요리방을 이끌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
" 나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어. 그렇게되면 영숙이한테는 좋은 일이잖아. "
" 넌? "
" 내가 못할 상황까지 가면 그땐 오빠가 다른 걸 또 봐주겠지뭐..."
" 하하하...그래,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는거야. "
" 오빠! "
" 응? "
" 오빠가 시골에서 전원 생활을 하면 나는 어떡하지? 많이 보고싶을텐데.."
" 그럼, 자주 놀러오면 되잖아. "
" 내 마음 같아선 나도 오빠를 따라 가고싶어. "
"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가서 농사를 짓고 살려면 무척 힘들텐데...버틸 수 있겠어? "
" 오빠도 아무런 계획없이 무작정 가는 건 아닐 것 같은데...맞지? "
" 난 큰 언니하고 약속을 했어. 산 속에서 조용히 파묻혀 살기로 말야. 다만, 그곳에서도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고싶어서 많은 시간을 의논도 하고 계획을 세웠어. "
" 하고싶은 일이 뭔데? "
" 응, 농사를 짓는거야. 벼농사, 밭농사...하하하..."
" 정말이야? "
" 못 믿겠으면 나중에 언니한테 한번 물어봐. "
" 믿을께, 하지만 한가지만 약속해줘. "
" 뭘? "
" 오빠가 먼저 가서 자릴 잡으면 날 꼭 불러줘. "
" 왜? 너도 귀농하게? "
" 응..."
" 좋은 생각이지만 그때 가서도 지금처럼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
" 그럴 자신있어. "
" 알았어, 꼭 부를께. "
" 고마워, 오빠. "
" 이제 시간 다 됐다, 어서 정리하고 준비하자. "
시끌벅적한 가운데 선주가 출석 체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도 안빠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정재가 상품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를 하는 것이다.
" 오늘도 100% 출석이야. "
선주가 정재에게 출석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 오늘도 100% 출석을 해줘서 기분이 좋은데요, 저도 여러분들께 좋은 소식을 한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우리가 그동안 애태우던 요리방을 드디어 구했습니다. "
" 정말이에요? "
" 네, 위치도 아주 가깝습니다. 저 아래 3동의 상가 건물입니다. 다들 아시죠? "
" 뭐하는 곳이에요? "
" 잘들 아시겠지만, 그 상가 건물엔 놀이방이라고 있습니다. 놀이방을 운영하시는 분이 우리 모임에 한번도 안빠지고 꾸준히 나오시는 분이신데, 초등학교 6학년인 딸하고 둘이서 사는 분입니다. "
" 아, 우리도 잘 알아요. "
" 네, 잘 아신다니 더욱 잘 되었어요. 서로 어려운 처지일 땐 함꼐 도와야죠. 요즘 놀이방 운영이 힘들어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우리가 조금씩만 도우면 요리방도 해결되고 좋을 것 같아요. "
"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
" 예, 놀이방을 하시는 분이 관리비도 내야하고 먹고 살아야하는데...우리 회원 분들이 한달에 만원씩 회비를 내어 도와주시면 모든 게 해결이 잘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까진 모임에 나오는 분들께 공지로 알려드렸더니 반응들이 좋더군요. 오늘 오신 분들께선 어떻겠는지요? "
" 월 회비가 만원이면 다 되는 거에요? "
" 우리 모임의 회원이 많으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
다들 찬성했다.
" 그럼, 요리방만 하나요? "
" 아뇨, 필요한 요리 재료를 가져다 놓고 우리 회원만을 위해서 회원가로 판매를 할거고, 각종 정보나 소식을 알릴 수 있는 알림방 역할도 할거에요. "
" 요리 재료는 일절 다 갖다놓겠군요? "
" 아뇨, < 장삼탕 > 이라던지 쉽게 구하기 힘든 걸 우선적으로 가져다놓고요, 채소나 양념류 같은 건 주위에서도 판매를 하니 그런 것은 되도록이면 판매를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하지만, 단체로 주문을 원할 시엔 지금처럼 공급이 계속 이루어 질 것입니다. 우리 회원님들 중에 모임에서 소개를 할 상품이 있으신 분들은 판매 금액의 일정액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소개를 하실 것 같으면 요리방을 통해서 판매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여기 프린터로 뽑았으니 참고하시도록 하세요. "
" 저 역시 상가 건물에서 부식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어차피 같은 건물이고 모임의 회원이니까 우리 요리방에 부식을 대어줬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
" 그것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가격만 맞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하고요. 그동안 제가 물건을 어디에서 얼마에 구입을 해왔는지 영수증과 함께 장부에다 다 적어뒀으니 이따가 끝나고 지금보다 더 싸게 대어 주실 수 있으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제가 개인적인 친분에서 팔아준다면 말들도 많겠지만, 우선 품질이 좋아야 하고 양과 가격으로 결정을 하다보니 우리 회원님들께서 수긍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매일 영수증 철을 해서 구입한 내역을 투명하게 게시판에다 공지를 해놓고 있잖아요. 가격이 어느정도 일정하면 괜찮지만 조금이라도 변동이 심하다싶으면 우리 모임 자체가 흔들리니까 생각을 깊이 하셔야 할거에요. 먼저 하다가 포기하신 박사장 부인도 재료비 때문에 감당을 못하고 그만 뒀으니까요. "
" 네, 이따가 한번 볼께요. "
" 상가 건물에서 요리방을 하게 되면 지금처럼 면담 시간에 쫓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다들 환하게 웃으며 표정이 밝아진다. 오후에 모임이 또 있어서 면담은 되도록 짧게 했다. 선주가 시원한 호박 엑기스를 가지고 들어왔다. 선주가 들어오는 것은 다들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갔어? "
" 응, 오늘따라 다들 < 장삼탕 >을 두 세개씩 가지고 가니까 많이 줄었어. "
" 그래? "
" 앞으로 요리방에서 이걸 팔 때에도 일일이 들고 날라야 하는거야? "
" 아니, 미리 요리방에다 많이 가져다 놓고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둘거야. 아이스크림 냉장고 같은 걸 구해서 < 장삼탕 >이랑 < 구이용 장어 >를 차곡차곡 넣어두고 찾는 사람이 있으면 영숙이가 알아서 팔면돼. "
" 영숙이도 얼마가 떨어져야 하잖아? "
" 그러면 좋겠지만 여유가 없어. 그 전엔 한 개를 팔면 천원 정도 남도록 했었는데, 지금은 그 천원을 남겨서 너한테 다 주니까 그만큼 양을 많이 팔아내야 하거든. 그래서 요즘은 한개라도 더 팔려고 애를 쓸 수밖에 없거든. "
" 그럼, 전혀 안되겠네. "
" 응, 니가 반을 양보하면 모르겠지만..."
선주가 괜히 말을 끄냈다는 표정이다.
" 그렇게 챙겨주려고 하지마. 첨부터 너무 많은 걸 챙겨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거든. 그건 니가 다음에 영숙이한테 완전히 넘겨줬을 때나 가능한 얘기야. "
" 알았어. "
" 아까 요 옆에서 부식 가게를 한다는 사람은 장부를 보고 갔어? "
" 응..."
" 뭐래? "
" 장부를 보더니 얼른 닫고는 조용히 나가던데. "
" 하하하...재료를 관리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봐. 보기보단 엄청 힘들거든. 저녁엔 손님이 올거니까 은행에 갔다와서 얼른 저녁 준비를 해야겠다. "
" 누가 오는데? "
" 오늘 지점장하고 저녁 식사 하기로 했잖아. "
" 아참, 그렇지..."

정재는 영숙의 놀이방 간판을 떼어내고 요리방으로 새롭게 내다걸었다.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놓고 내부 시설도 그런대로 분위기 있게 꾸몄다. 방을 하나 더 만들 수는 없어 영숙이 기거하는 방을 상담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 쪽엔 요리방에 오는 회원들이 회원가로 저렴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상품을 진열 해놓았고, 진열을 다 하지못한 상품은 목록표를 작성해서 한쪽 벽에 붙였다.
" 이만하면 다 된 것 같은데, 어때? "
" 좋아, 정말 맘에 들도록 잘했어. "
선주가 멋있게 잘 꾸며졌다고 좋아한다.
" 영숙인 어때? 괜찮아? "
" 응, 너무 너무 좋아서 무슨 말을 어떻게 애야할지 모르겠어. "
" 잘 할 수 있을거야. 냉장고도 꽉꽉 채워놨으니까 당분간은 선주가 옆에서 잘 챙겨주겠지만, 앞으론 혼자서 다 해나가야하니 장부 작성하는 법이나 물품 관리같은 걸 잘 배우도록 해. "
" 알았어, 선주 언니하고 잘 할께. 오빠도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해. "
정재는 영숙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 그래, 우리 열심히 한번 잘해보자. "
영숙이 커피를 타러 가자 선주가 말한다.
" 어제 농협 사람들하고 밤늦도록 같이 있더니...새벽에 선영이 가게에도 다녀오고 시장에서 장까지 보고 왔다며? "
" 응, 평소에 늘 하는 일인데 뭐. "
" 잠은 언제 자? "
" 아무리 피곤하고 바빠도 할 건 다하고 자거든.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하니까..특히,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신용은 목숨과도 같은거야. "
" 같이 자는 시간이 짧아서 뭐라고들 안해? "
" 뭐라고 하긴...매일 짧은 것도 아니잖아. "
그때 영숙이 커피를 내어 온다.
" 오늘따라 언니가 더 관심있어 하는 것 같네. "
" 뭐? 아냐...난, 오빠가 피곤하고 힘들까봐 그런 거야. "
" 선주가 지나치게 ㄱ거정을 해주는 것 같아나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야. "
" 어머, 그 정도였어? 미안해, 이젠 안그럴께. "
" 괜찮아, 내가 그렇게 걱정되면 나중에 날 잡아서 니가 위로를 해주면 되잖아. "
" 하하하...그러다 언니들한테 맞아죽으면 어떡해? "
" 크크..."
영숙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 앞으로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
" 나도 기대가 돼. 참, 모임에서 상품을 소개할만한 사람들이 있을까? "
" 지금은 서먹서먹해도 조금만 더 기다려봐.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플 정도로 줄을 설테니. "
" 그래? 오빠가 그렇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거야. 난, 오빠를 믿으니까. "
" 나도 오빠를 믿어. 분명히 잘될거야. "
" 다들 이렇게 믿어주니까 기운이 넘치는데 이 힘을 어떻게 다 써지? "
정재는 뒤로 돌아가 선주와 영숙의 가운데에서 두사람의 허리를 껴안았다.
" 두 사람, 오늘밤 어때? "
" 하하하..."
정재의 휴대폰이 울린다.
" 예, 이정잽니다. 응...그래, 알았어. 금방 갈께. "
" 누구야? "
" 응, 미경이 옷가게로 가봐야겠다. 선주는 영숙이에게 좀 더 가르쳐 주고 같이 있도록 해. 나는 일이 생겨거 참석을 못할네니 알아서 얘길 잘 하도록하고. "
" 알았어. 잘 다녀와. 늦더라도 꼭 전화해줘."
" 그래, 다녀올께. "

미경의 가게로 갔다.
" 신랑은? "
" 좀 전에 물건하러 갔어. "
정재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 커피 한잔 줄래? " 그러면서 작업실을 가리킨다.
정재는 미경을 작업실로 데리고 들어가며 작업실 숨겨진 선로를 끄집어 내어 티브이에 연결한다. 티브이를 켜자 정재가 가게 내부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에 찍힌 미경의 남편 모습이 선명하게 나온다. 한참을 지켜보니 미경의 신랑이 어디엔가 무엇을 숨기는 게 보였다. 정재는 미경을 껴안으며 조용히 귀속말로 말한다.
" 저게 뭔지 잘봐, 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을려고 숨겨놓은거니까. "
남편이 숨긴 장소에서 찾아온 건 소형 디지털 녹음기였다. 정재는 처음부터 재생하여 들어보고 불필요한 것은 지워버리고 꺼버렸다.
" 이젠 지워버렸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언제부터 엿들을려고 했을까? "
" 이건 오늘 아침에 갖다놓은거야. 그 전엔 이런 일이 없었으니 앞으론 정말 조심해야 돼. 다음부턴 나한테 연락을 할 때 문자를 보내도록 해. "
" 알았어. "
" 그리고...보여줄게 있는데..."
정재는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끄냈다.
" 그건 뭐야? "
" 보면 알게 돼. "
호주머니에서 끄낸 것은 아주 작은 테이프만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녹음기였다. 정재는 이어폰 잭을 꽂았다.
" 자, 들어봐. 이쪽으로 들어. 하나는 내가 들을 께. "
이어폰에선 미경의 신랑과 거래를 하는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들으면 들을 수록 단순히 거래를 하는 정도의 내용이 아닌 것 같았다. 정재가 미경이에게 말 한대로 미경이에게서 기술을 알아내려는 내용이었다. 잠시후 여자가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로 봐선 미경이에게 두 사람이 이미 깊은 사이가 틀림없다는 확신을 심어주게 된 것이다.
" 이거...어떻게 한거야? "
" 지금 그게 중요해? "
" ..... "
" 아직도 날 믿질 못하겠어? "
" 아냐, 잠시나마 의심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한건지 궁금해. "
" 지난 번에 신랑에게 주라고 한 목걸이 있지? 그기에 아주 작은 칩이 내장되어 있는데, 내가 한번씩 목걸이의 광을 내어준다고 하면서 슬쩍 바꿔치기 한거야. 그렇게해서 컴퓨터에 연결해서 다시 테이프로 옮긴거구. "
" 그럼, 내가 신랑이랑 같이 잘 때에 하는 얘기도 다 들었겠네? "
" 그런 건..다 지웠어. 화 났어? "
" 아니, 정말 그럴 수 있어? 갑장이 그럴 줄은 몰랐어. "
" 미안해, 하지만 널 위해서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 "
" 그래도..."
" 불필요한 건 다 지웠어. 나도 얘길 안하려다 하는 거니까 너무 기분 나쁘게는 생각지마. "
" 솔직히 유쾌하지는 않아. "
" 그래, 그 심정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 보고나면 내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야. "
" 응? 또 있어? "
" 목소릴 듣는 건 이정도로 그만 두고 이걸 한번 봐. "
정재는 티브이에 연결된 소형 녹음기의 한쪽 스위치를 영상 모드로 조작했다. 티브이에선 미경의 신랑이 낯선 여자와 함께 모텔의 한 방안에 있는 게 보였다.
두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곧바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침대 위에서 뒤엉켰다.
" 어때? "
" ..... "
미경은 그토록 믿었던 남편의 배신감으로 머리가 아파옴을 느끼며, 말없이 정재의 어깨에 기대었다.
정재는 미경의 허리를 끌어 당기며 힘껏 껴안는다.
" 내가 벌써부터 말했었지. 니가 직접 가서 옷을 떼어오는게 아니라 한단계를 거치면서 옷을 받다보니 옷을 대어주는 사람이 욕심이 생겨서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할 것이란 것을 말야. "
" ..... "
" 봐, 결국은 이렇게 되었잖아. 참, 통장은 괜찮아? "
" 내가 가지고 있어. 거의 매일 통장 정리를 하다시피 하고있어. "
" 옷을 떼러 갈 때 비싸게 사오는 걸로 해서 메꾸어 나가니까 여기선 들통이 날 리가 없지. 더이상 못 빼도록 알아서 관리하도록 해. "
"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
"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원래대로 돌이키긴 어려울거야. 하지만, 신랑이 오더라도 계속 모른 척 하고있어. 그동안은 연습 게임이었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니 조금이라도 아는 듯이 눈치를 보이면 안돼. 알았지? "
" 응, 이젠 믿을 사람이라곤 갑장밖에 없어. 뭐든지 갑장이 하라는대로 다할께. "
" 그럼, 계속 모른 척하고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보도록해. 조만간 해결 방안을 모색해서 알려줄께. "
" 알았어, 그런데 하나만 물어봐도 돼? "
" 응, 뭐야? "
"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
" 어차피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잖아.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도 영화의 한 장면이기도 하지. "
" 어떻게 다 녹음했어? 그게 제일 궁금해. "
"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면 엄두도 못내는 일이야. 그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의외로 쉽거든. "
" 해결사나 흥신소같은 곳에 의뢰라도 한거야? "
" 아니, 그렇게하면 너한테 피해가 많이 생길 것 같아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나혼자 했어. "
" 정말? 어떻게...? "
" 난 첨부터 너를 맘에 두고 너하고 남편의 뒷조사를 했던 게 아냐. 어느날 우연히 남편이 다른 여자랑 함께 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어. 두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란 걸 느낀 순간, 널 위해서 뒷조사를 하게 된 거야. "
" 진작에 말해주지. "
" 좀 더 확실히 알고 싶었고 니 남편이 널 버리고 그 여자에게 정말 가버릴지 어떨지 두고 본거야. "
" 갑장이 보기엔 어때? "
" 내가 볼 땐 전혀 가망이 없어, 말그대로 재생 불가야. "
" 그럼, 일찌감치 포기를 해야겠네. "
" 응, 그게 속 편할거야. "
" 그럼, 난 이제 어떡해? " 그러면서 정재의 어깨에 안기듯 기댄다.
" 그걸 나한테 물으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돼? "
정재는 미경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입을 맞춘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미경의 두 눈엔 뜨거운 눈물이 끊이없이 흘러 나왔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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