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19, 조회 : 2534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 8. 요리방

정재는 새 옷을 가지고 와서 선반에 깔았다. 그리곤 미경을 와락 끌어 안았다.
" 왜 이래? "
" 잠시만..."
미경을 번쩍 안아올리며 탁자 위로 눕혔다. 그리곤 미경의 몸 위로 덮치며 미경을 끌어 안는다.
" 이젠 조용히 들어봐. "
정재가 미경을 안은채 허리를 움직였다.
" 어때? 우리 두사람이 이렇게 누워서 움직여도 소리가 안나지? "
" 응..."
" 지금 기분이 어때? "
" 아주 묘하면서도 좋아. "
미경은 정재의 목에 팔을 두르며 힘껏 끌어 당겼다. 짧은 입맞춤이었다.
" 이제 그만...여기까지야. "
정재는 미경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 안돼. 내 가슴에 불을 질러놓고 그냥 가겠다고? "
미경은 더욱 세게 정재를 끌어 안으며 키스를 했다.
" 더 이상은 안돼, 나도 한계에 다다랐단 말야. "
" 그러니 놓아줄 수가 없어. 봐, 갑장도 날 이렇게 원하고 있잖아. "
" 그래도 안돼, 이건 생리적인 현상일 뿐이야. "
" ..... "
미경은 젖은 눈으로 정재를 올려다 보았다.
" 미안해...솔직히 나도 널 좋아해. 하지만 날 믿고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가 않아. 물론 니 남편까지도 말야. "
" 알았어. 조금만 더...이렇게 있어도 돼? "
" 응..."
출입문을 제외한 세군데의 벽면에 선반을 조립해서 달고서야 작업이 끝났다.
" 근데, 이건 뭐야? "
" 그거...형광등이 바로 작업실 천장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부러 등을 달진 않았어. 하지만, 여름에 더울 땐 여기에다 선풍기를 달 수 있도록 해놓았어. 가게 안에 에어컨을 켜놓아도 여기에 칸 막이가 되어 있어서 많이 더울 땐 선풍기라도 달 수 있도록 해놓은거야. 콘센트는 여기에 있으니까 선풍기나 장비를 사용할 땐 꽂아서 사용하면 되고..."
" 솔직히 난...전기나 선풍기보다도 지금 당장 날 달래 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 "
" 하하하...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럴 수 없는 내 마음이 더 아프다. "
" 치..알았어. "
미경은 눈을 흘기며 정재를 본다.
" 내가 여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선풍기를 하나 사왔는데 달아볼께. "
벽걸이 선풍기를 달았다.
" 어때? 잘 어울리지? "
" 아주 잘 어울리는 게 너무 좋아. "
정재는 가지고 온 연장과 재료들을 선반 위에 차곡차곡 정리 해놓았다.
" 집에 있는 거 다 가지고 온거 아냐? "
" 어차피 재료를 사러가야 하기 때문에 우선 조금씩 가지고 온거니까 대충 정리해왔어. "
" 하여튼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다니까. "
" 자, 이제 대충 치우자. 우리 둘이서 청소라도 해놓고 좀 있다 신랑 나오면 재료 사러가자. "
" 어제밤에 청소를 다 해놨기 때문에 별로 할 건 없어. 커피 어때? "
" 커피보단 시원한 쥬스가 좋겠다. "
" 알았어, 금방 가지고 올께. "
미경은 냉장고로 가서 쥬스를 가지고 온다.
" 내가 만들었지만 보면 볼 수록 잘 만들었다. "
" 치...잘 만들기만 하면 뭐해. 사용을 잘 해야지. "
" 하하하...이 안에 더 있다간 안되겠다. 나가서 얘기하자. "
" 여기있음 누가 잡아먹기라도 할까봐 그러는거야? "
" 자, 일단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고...아참, 자물쇠는 이거야. 이렇게 사용하는거야. 밖에선 이렇게 열고 잠그고...안에선 이렇게 열고 잠그면 돼. "
" 누가 밖에서 잠그더라도 안에서 이렇게 열면 열리겠네. "
미경이 몇번 잠궜다 열어본다.
" 사용법이 의외로 간단하네. "
" 응, 혼자만 알고 있으면 간단한데 다른 사람들이 알면 곤란하지, 하하하..."
" 뭐 좀 신나는 일이 없을까? "
" 신나는 일? 있긴 있지. 스릴도 있고..크크.."
" 스릴? 뭔데? "
" 그 전에...옷을 떼러 직접 가는거야? 아님, 다른 사람이 떼어 온 걸 한단계 거쳐서 받는거야? "
" 그야, 내가 갈 시간도 없고...여건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단계 거쳐서 받고있어. "
" 그럼, 옷을 팔아봐야 별로 남는 것도 없겠다. "
" 왜? "
" 옷을 직접 떼어오면 적어도 지금 받고있는 가격의 삼분의 일 정도의 가격으로 더 많은 옷을 떼어 올 수가 있거든. 그러면 좀 더 싼 가격에 내어놓을 수도 있고...하루에 팔리는 양을 생각해봐, 한달이면 엄청난데...나중에 시간을 함 내어서 나하고 같이 가보자. 그러면 니가 지금껏 얼마나 헛 장사를 했는지 금방 깨닳을 수가 있을거야. "
" 옷을 그렇게 싸게 살 수가 있는거야? "
" 그런 것도 모르고 옷장사를 했어? 어디가서 뭐하냐고 누가 물으면 그냥 집에서 살림이나 산다고 대답해. "
" 나도 듣긴 들었지만 어디서 떼어오는지 정확히 몰라서 그런거지 뭐. "
" 다음에 기회가 되어서 가보면 정말 놀랠거야.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아침이 어떻게 열리는지, 많은 사람들이 잠 안자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알 수 있고,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배우면서 느끼게 될테니까..."
" 그래, 꼭 같이 가보자. 근데, 스릴이 있다고 했잖아? "
" 그긴 거의 새벽 장사라서 오후나 저녁 때쯤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해야 하는데, 몸은 피곤해도 그만큼 우리 둘이서 함께 있을 시간이 많다는거지. "
" 신랑이 보내줄까? "
" 못 믿는 눈치면 같이 가자고 그래. 첨에 몇 번 따라가보면 출발하는 시간하고 도착하는 시간이 나오니까 그것만 계산하곤 보내주겠지. "
" 그럼, 계산이 뻔한데 스릴이 없잖아. "
" 신랑하고 같이 갈 땐 내 차로 천천히 가고 우리 둘이서 갈 땐 KTX로 날아가야지. 그러면 두시간 반만에 갈 수가 있잖아. 그렇게 되면 새벽까진 우리 둘만의 시간이 되는거구..."
" 아, 하하하... 역시...근데, 왜 갑자기 맘이 바꼈어? "
" 일단 가보면 내가 맘이 바뀐게 아니란 걸 알게 될거야. 그리고, 좀 더 일찍 몰랐던 걸 땅을 치며 통곡하게 될 날이 있을거야. "
" 그 정도야? "
" 응, 배도 고픈데 뭐라도 시켜먹고 신랑오면 재료사러 바로 가도록 하자. "
" 그래, 뭘 먹을거야? "
" 그냥 알아서 시켜. "
미경이 수화기를 들고 중국집에 전화해서 주문했다.

" 영애가 평소에도 말 수가 적고 한가지라도 가르쳐 주면 묵묵히 잘하더니 지금보니까 우리가 사람을 잘보긴 잘 봤어. 안그래? "
" 맞어, 나도 그렇게까지 잘 해낼 줄은 몰랐었는데 정말 맘에 들도록 잘하더라. "
" 서면에서 가맹점을 낸 사람은 요즘 어때? "
" 그긴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는데, 몸이 좀 피곤하더라도 교대로 새벽 2시까지는 할려고 하던데, 아마 그렇게 하고 있을거야. "
" 그렇게 잘돼? "
" 부부가 교대로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질녀를 데리다 가르쳐서 월급을 주고 데리고 있는데, 셋이서 그곳에서 새우 잠을 자가며 3교대로 하고 있어. 날씨가 추워지면 어렵더라도 아직까진 따뜻하니까 잘 될 때 바짝하려고 하거든. 내가 가보니까 너무 너무 잘되더라. 안그래도 조만간 재료를 갖다주러 가야하는데 기회가 되면 같이 가보자. "
" 응, 나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보고싶다. "
" 서면엔 재료를 갖다줄때 얘길할테니 지금은 옷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할 때거든. "
" 뭐 재미있는 얘기 없어? "
" 서울에 말야. 전국 각지에서 옷을 사려고 밤잠을 설쳐가며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 중엔 일본인들도 끼여있어. "
" 일본에서 옷사러 여기까지 와? "
" 응, 일본 상인들이 옷을 사면 그걸 일본에까지 배달을 해주는 전문 배달꾼들이 따로 있어. 그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더라도 특등석에 앉아가는데 한번 배달해주고 오더라도 수입이 상당하거든. "
" 갈 때나 올 때나 특등석을 다 타는거야? "
" 응,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가더라. 티브이에서 몇번 본 적이 있어. "
" 그런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겠다. "
" 상인들이 옷을 사놓으면 지게로 날라주는 지게꾼이 있는데, 하루에 저축하는 돈만해도 보통 이백만원이 넘는다는데.."
" 켁, 그렇게 많아? "
" 응, 내가 지금 하는 얘긴 새발의 피야.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인 해보면 놀래서 뒤로 자빠질걸. "
그때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 짜장면이구나. "
" 왜? 싫어? "
" 아냐, 좋아. 안그래도 짜장면이 먹고싶었는데 잘됐다. "
두사람은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 세상엔 별 희안한 직업도 다 있구나. "
"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직업들이 수천가지가 아니라 수만가지도 넘어. "
" 정말? "
" 응, 정확히는 모르지만 만가지가 넘는 것만큼은 분명해. "
" 잠시만...얼굴에 짜장이 묻었어. "
미경이 화장지를 접어 정재의 얼굴을 닦으려 한다.
" 잠깐..이리줘, 내가 할께. "
" 아냐, 내가..이젠 됐어. "
" 지금부턴 누가봐도 오해를 하지않도록 행동해야해. "
" 왜? "
" 쳐다보지 말고 들어, 지금 니 신랑 길 건너 커피 자판기 뒤에서 우릴 쳐다보고 있어. "
" 뭐? 정말이야? "
미경이 고개를 돌려 길건너 자판기 쪽을 보려고 하자 정재가 자판기 방향에 진열되어 있는 옷을 가리키며 미경에게 가지고 오라고 한다.
" 이 옷은 왜? "
" 니가 그렇게 자세히 보려고 하면 신랑이 더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이 옷을 보면서 얘기하자. "
" 그래...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
" 아까 우리가 작업실에서 나오고 조금 있다가 저 위쪽에서 걸어서 내려오더니 자판기 뒤로 숨더라. "
" 아니, 그럼, 갑장은 첨부터 다 보고있었던거야? "
" 응,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떳떳히 얘기하지만, 모임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뿐만 아니라 영애나 선영이도 나와 무슨 썸씽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거야.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되는데 우리가 아침 일찍 가게로 들어왔으니 누가봐도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더군다나 가게에서 작업을 하는거라 오늘은 신랑이 올찍 올거라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안와서 속으로 우릴 의심할거라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서 얘길하면서도 슬쩍슬쩍 밖을 내다보고 있었어. "
" 신랑도 신랑이지만 갑장은 참 대단하다. 그러고보니 전직이 의심스러워. 모든 게 다 경험에서 나온 거 아냐? "
" 경험은...안그래도 경험을 좀 쌓을까 고민중이야. "
" 그럼, 잘됐네, 하하하..."
" 아까 작업실에서 그 때에 나오길 잘했지, 안그럼 둘이서 꼭 껴안은채로 들킬뻔했어. "
" 하하하..."
" 지금 신랑이 이리로 건너 오려고 횡단보도에 서 있으니, 아까 이 옷을 떼오는 얘길 했었지? 혹시라도 물어보면 그 얘길 하고 있었다고 그래. "
" 알았어, 세상에...의심할 게 없어서 같이 한 이불 속에서 살을 맞대고 사는 마누랄 의심하다니..."
" 의심받을 짓을 하긴 했었잖아. 하하하..."
잠시 후 가게 문이 열리면서 미경의 신랑이 들어 온다.
" 어서오세요. "
" 벌써 다 끝났어요? 좀 일찍 와서 거들려고 했었는데 늦어서 미안해요. "
" 아뇨, 괜찮습니다. 조립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간단한거라 좀 전에 다 끝났어요. "
" 한번 구경해도 될까요? "
" 예, 지금 만들었을 때 구경하세요. 나중에 재료를 채워놓고 나면 비좁아서 구경하기도 힘들겁니다. "
미경의 신랑이 작업실로 들어선다.
" 아담하게 잘 만드셨네요. 선풍기도 달아놓으셨네요? "
" 어차피 혼자서 작업하는거라 공간이 넓을 필요도 없거든요. "
" 예..."
" 참, 옷을 직접 떼어오시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떼어 온 걸 한단계 거쳐서 받으신다구요? "
" 예, 어차피 직접 떼러 갈 시간적 여유도 없거든요. "
" 그래도, 이왕에 이 계통으로 나가실 바엔 직접 떼어오면 몇 배나 남잖아요. "
" 옷을 대어주는 사람도 쉽게 끊을 수가 없는 사람이라..."
" 예...저는 한 푼이라도 더 남고 도움이 되겠다싶어 드린 말씀이니 신경쓰진 마세요. "
" 허허..."
" 우린 지금 재료를 사러 가야되니까 가게 문 열고 바닥이나 좀 닦아 놓으세요. 대충 치우고 정리를 다 해놨으니 다른 건 할 게 없을 거에요. "
" 알았어. "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 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 정말이지 갑장이 농담처럼 얘길해도 별로 실감이 안나더니 지금처럼 숨어서 감시할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어. 정말 심하다..."
"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일 뿐이야. 앞으론 더 심할거야. "
" 그럼, 어떡해? "
" 어떡하긴, 더욱 조심해야지. 우리가 직접 옷을 떼어오는 것도 당분간은 포길 해야겠다. "
" 왜? "
" 니 신랑 확실히 바람났어. "
" 응, 무슨 말이야? "
" 조만간 작업실에 기웃거리면서 기술을 알아내려고 할텐데 알아서해. "
" 신랑이 바람났다니 무슨 말이야? "
" 옷을 떼어오는 건 둘째 문제야. 하지만 옷을 대어주는 사람을 쉽게 끊을 수 없다고 했거든. "
" 응..."
" 곰곰히 생각해봐.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될테니. "
" 그럼, 그 사람이 옷을 대어주는 사람이었네? "
" 하하하..."
" 이젠 어떡할까? "
" 내 생각엔 작업실엔 주문 들어온거나 모아두고 작업은 안했으면 좋겠어. "
" 작업실 까지 만들어 놓고 안하면 그렇잖아. "
" 얼른 재료를 사가지고 우리집으로 가자. 가서 얘기 하도록 하고..."
정재는 미경과 함께 재료를 구입해서 집으로 갔다.

" 이제 끝나고 오는거야? 일찍 온다더니 늦었네. "
" 아니.."
미경은 아침에 작업실을 일찍 다 만들고 재료를 사온 얘길 들려줬다.
" 의처증이구나, 정말 심각하다. "
" 원래 밖에서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자기 마누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의심을 하게 되는거야. "
" 앞으로 어떡하려구? "
"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작업은 여기서 계속 하도록 하고, 미경인 가게에서 다른 일을 하도록 해. "
" 뭘 할까? "
" 이건 나중에 가르쳐 줄려고 했는데...악세사리 중에 이렇게 단추처럼 생긴게 있어. 여길 바늘로 꿰매서 악세사리를 달면 되거든. 잘봐. "
정재는 새 옷을 하나 펼치더니 미경이 보고 입어보라고 한다. 미경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금새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 다들 잘 봐둬. 지금 미경이 모습이랑 잠시 후의 모습을 비교해야 되니까...당신은 디카를 갖고와서 사진 좀 찍어봐. 그렇게 해서 비교를 해보면 되잖아. "
" 아참, 그렇네. 얼른 갖고 올께. "
혜미가 방으로 가더니 디카를 가지고 와서 미경의 모습을 찍는다. 미경이 새 옷을 벗어서 정재에게 준다. 정재는 거실 바닥에다 옷을 펼치더니 그 위로 맘에드는 악세사리를 놓아본다.
"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다. "
다들 정재를 지켜봤다. 정재는 옷에 맞는 실을 고르더니 바늘에다 꿰어 악세사리를 하나 하나 달기 시작했다.
" 이젠 다 됐으니 입어봐. "
옷을 미경에게 줬다. 미경이 또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 어머, 어쩜..."
" 아까하곤 전혀 딴 판이다. "
" 바느질을 어쩜 그렇게 잘해? "
" 그래, 정말 예쁘다. "
" 자, 지금의 모습도 디카에 담아두도록해.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해서 쇼핑몰에다 사진도 좀 올려야 하거든. "
" 악세사린 어떻게 고르면 되는거야? "
" 너무 많이 달아도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까 적당히 달아야 해. 무엇보다도 옷하고 잘 어울려야 되겠지? 어떤 옷이든 척 보고 이렇게 저렇게 구상을 해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거야. "
" 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젠 알겠다. "
" 자, 한벌씩 나름대로 만들어보고 서로 비교 평가를 해보자. 이렇게 해서 서로 봐주면 발전도 있고 매상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상당히 도움이 될거야. "
" 이것도 대박일 것 같다. "
혜미가 좋아한다.
" 미경인 신랑이 물어보면 각각 분야별로 나누어서 하기 때문에 이것만 할 줄 안다고 그러면 되겠다. "
" 알았어. "
" 악세사리 다는 이것도 내가 몇 벌 만들어 놓을테니 진열을 해두기도 하고 가끔 주문 받은거라며 만들어 놓은걸 가지고 갈테니 작업실에 넣어두고 일하는 척 해. 그러다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만들면 되잖아. 이건 내가 가지러 가면 박스에 넣어 두었다가 도로 갖고오면 되거든. "
" 하하하...정말 머리 좋다. 이러니 내가 신랑보다도 더 좋아할 수 밖에 없지. "
그러면서 정재의 목을 껴안으며 얼굴에 뽀뽀를 한다.
" 장난으로라도 이러지 말래두 또 그러네. "
" 안그럴려고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미경은 아내와 혜미의 눈치를 살피며 미안해 한다.
" 우리 앞에선 괜찮아 언니!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정말 조심해야 할거야. "
혜미가 괞찮다며 조심하라고 한다.
" 조만간 우리가 해오던 작업에 대해 신랑이 궁금해 하면서 알아내려고 할거야. 미경인 신랑과 가정을 지킨다고 생각하면서 절대로 가르쳐 주면 안돼. 그러면 그날로 이 일도 끝이지만, 신랑이 훌쩍 떠나버릴테니까..알았지? "
" 응, 잘 알았어. "
정재는 미경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 어쩌면 지금보다 더 잘해주면서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할거야. 계속 잘해주면서 기회를 노릴테니 미경이도 작업에 대해선 전혀 모른 척하고 아예 첨부터 몰랐던 것처럼 잊어버려. 그래야 그동안 우리 집에서 가게로 옷을 들고 왔다갔다 한게 맞아떨어지잖아. 신랑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지켜보고 나한테 일일이 다 얘길 해줘야해. "
" 알았어. "
" 어느날 갑자기 옷을 떼러가자고 할지도 몰라. 그러면 안간다고 해. 만약에 그걸 이유로 옷을 떼러가다보면 정말 신랑이 원하는대로 될지도 몰라.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잖아. "
미경인 정재를 쳐다보며 웃는다.
" 난 울 신랑이 그럴 줄은 몰랐어. 평소에 갑장이 수청을 들라고 하면서 농담으로 그래도 그냥 농담삼아 하는 얘기 정도로만 알았어. 이렇게 뼈가 있는 말일 줄은...울 신랑 정말로 바람났을까? "
" 두고보면 알게 돼, 그동안 미경이가 우리집에서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신랑도 마음놓고 바람을 피웠을테니 지금처럼 모른 척하고 있다가 옷을 떼러가는 날 뒤를 밟아보면 알 수가 있어. 그러니 옷을 떼러가는 날이 언젠지 나한테 알려주면 내가 따라 가 볼께. "
" 안 들키고 갈 수 있어? "
" 아직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군. 첨엔 어디로 가는지 보고..두번째도 같은 곳으로 가는지 확실히 알아본 다음에 세번짼 나하고 같이 가보면 되잖아. 모텔을 들락거리는 것도...자주 가다보면 한,두집 정도는 단골로 가는 곳이 있게 마련이거든. "
" 알았어, 언제 가는지 얘기해줄께. "
" 거의 가게에 옷이 없어서 가는 것 보단 그 여자의 스케줄에 의해서 신랑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일거야. "
" 응..."
" 그런 일이 없길 바래야겠지만, 혹시라도 모르는 일이니 조심하라는거야. 내가 아무렴 니가 잘못되길 바라겠어? "
" 알아, 나도 갑장이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믿어. "
" 무조건? "
혜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경을 본다.
" 니 신랑이 좋기도 좋지만, 다른 감정이 있어서 무조건 믿는다게 아냐. 지금껏 니 신랑 말들어서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를 본 건 하나도 없거든. 이러니 내가 안 믿을 수가 있겠어? "
" 하긴...모임에 오는 여자들이 팬티를 두겹, 세겹으로 껴입어도 줄 줄 싸면서 반하는데 언니라고 안그러겠어? "
" 하하하..."
" 아니, 우리 사이를 어제 얘기했어? "
옆에서 듣던 선주가 정재를 보며 얘기한다.
" 뭐야? 둘이서 벌써 그런 사이였어? "
" 혜미가 모임에 오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줄 줄 싼다고 그러면 나까지 포함이 되는거잖아. 그러니 나는 빼고 말했어야지. "
" 듣고보니 그렇네, 하하하..."
" 미경인 신랑없이 애들 데리고 살아갈 자신있어? "
" 몰라, 한번도 생각을 안해봐서..."
" 그럼, 신랑이 가지 못하도록 잡아야지. "
" 어떻게? 방법이 있어? "
" 돈 보다는 신랑을 붙잡는다고 기술을 알려주면 뛰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어버리니까 옳거니 하면서 그날로 바로 뛰쳐 나가버리니까 정말로 신랑을 붙잡고 싶으면 절대로 알려주면 안되는거야. 신랑이 아는 통장도 수시로 확인을 해보고 어느정도 모이면 조금씩 빼내어 비밀 통장에 넣어두도록 해. 그리고 비밀 통장에 저축하는건...내가 옷을 가지러 갈 때 니가 박스에 담아주면 내가 차에 싣고 농협으로 가서 입금을 하면 되거든. "
" 그러면 되겠다. "
" 그동안 돈 버는 재미에 미경이도 가게에 옷이 팔리는 것엔 신경을 못써서 신랑이 파는대로 제법 많이 빼돌렸을거야. 이제부턴 옷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잘 체크해서 직접 확인을 하도록 해. 그래야 돈이 새지도 않고 신랑도 그 여잘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거잖아. 돈도 없이 어딜 나가겠어? 그렇게 해서 그 여잘 서서히 떼어내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동안에 그 여자 혼자서만 돈을 다 썼을린 없잖아, 안그래? "
" 듣고보니 그렇네. 가게에 가면 재고 파악부터 해야겠다. "
" 아참, 선주는 이 시간에 왠일이야? 오전에 요리는 안해? "
" 오빤...이제서야 물어보는거야? 빨리도 물어본다. "
" 미안, 늦게 물어봐서..."
" 하하하..."
" 치...오늘은 오후에 하기로 했잖아. 오빠 때문에 오후 시간으로 미루었는데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
" 아차..맞다. 오늘은 주문한 엑기스랑 < 장삼탕 > 을 나눠주고 토론을 하기로 한 날이지, 깜빡했다. "
" 무슨 토론? "
"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날이 갈 수록 인원이 늘어나니까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 의논을 모아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 "
" 뭘 어떻게 하자는거지? "
" 좀 더 체계적으로 하자는거겠지. 대표를 뽑았으니 이번엔 밑에서 도와 줄 수 있는 총무도 뽑고 이런 저런 직책을 만들어서 참여 의식도 높이고, 모임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나봐. "
" 그건 누구 생각에서 나온 거야? "
"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생각엔 모임도 잘되고 우리가 < 장삼탕 >이나 엑기스를 많이 파니까 우리끼리 다 해먹는다 싶어서 괜히 몇 사람이 더 끼어서 부스러기라도 챙겨보려는 속셈이겠지. "
" 그럼, 총무나 다른 직책을 만들어서 뽑아도 돼? 선주 언니가 신경 쓰이겠다. "
" 아니, 전혀 그렇지는 않아. 오히려 더 잘 된 일일런지도 몰라. 한가지 예를 들면 내가 선주에게 < 장삼탕 >을 만이천원에 주고 선주는 만오천원에 팔았잖아. 누가 총무로 뽑히건 누가 관리를 하건 그 사람들에겐 만오천원에 대어줄거야. 그기서 그 사람들이 더 받을 수 있음 더 받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말썽이 생길테니 그런 일은 없을거야. 그러면 아무도 몰래 내가 선주에게 삼천원의 이익이 계속 돌아 갈 수 있도록 해줄거구 "
" 첨부터 명예직으로 봉사 활동을 강조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
미경이가 존경어린 눈빛으로 정재를 본다.
" 이런 일이 일어날거란 것 까지 생각을 해둬야지. 무작정 일을 시작했다간 나중에 큰 코 다치는 수가 생길 수가 있거든. "
" 그렇게되면 선주 언닌 명예직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할 수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총무건 뭐건 서로 안할려고 하겠다. "
" 하하하..."
" 일단 그렇게 알고 선주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건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버티면 되는거야. "
" 알았어. 나도 오빨 무조건 절대적으로 믿을거야. "
" 하하하..."
" 미경인 어서 가게로 가봐야 하잖아. 내가 시킨대로 악세사리를 다는 것만 하고 가게로 가면 재고 파악부터 먼저 하도록 해. 그리고, 왠만하면 종업원을 한사람 쓰도록 하지? "
" 왜? "
" 신랑을 감시도 할겸 팔 때마다 장부에 바로바로 적으면 신랑이던 종업원이던 둘 중에 한사람은 서로를 감시하게 될테니 일일이 재고를 파악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되잖아. "
" 하여튼 머리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
" 지금 당장에 종업원을 두라는 건 아니고, 재고부터 파악해보고 옷이 모자라거나 신랑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렇게 하라는거야. 종업원을 쓰는 것도 아가씬 안되고 미시로 쓰면 좋은데...이왕이면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들 중에 이쁘고 맘에 드는 사람을 찾아서 알아보면 될 것 같아. 서로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보는 사람들인데 설마 바람이 날리가 있겠어? "
" 하하하...맞어, 그렇게 하면 되겠다. "
" 그건 선주가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니까 믿을만한 사람을 한번 물색해봐. 잘 봐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추천을 하면 되잖아. "
" 알았어, 오빠! "
정재는 미경을 가게에 데려다 주고 왔다.
" 점심은 뭘로 먹을거야? "
혜미가 주방에서 걸어오며 묻는다.
" 오늘 구이용 장어를 선보이는 날인데 우리가 시식을 한다고 생각하고 장어 구이나 해서 먹자. "
" 나도 도울께. "
선주가 팔을 걷어부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냐, 혼자서 하는게 편해. 선주는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해.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어. "
" 나한테 안가르쳐 줄려고 그러는거지? "
" 언니는...잠시라도 언닐 편하게 해주려고 그러는거지. 아무렴 일부러 그러겠어? "
" 별다른 비법은 없어. 굽는 걸 잘 구워야 하거든. 일부러 안가르쳐 줄 것도 없고...너도 봐서 알겠지만, 우리 집에선 양말 한짝 팬티 하나라도 내가 다 빨아, 물론 세탁기가 저혼자 알아서 하는거지만..."
" 그건 알지만, 오빠 혼자서만 하고 난 가만히 있기도 그렇잖아.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 그런 맘이었으면 같이 하던지. 냉장고에서 상추랑 깻잎하고 밑반찬 좀 꺼내줘. 식탁이 복잡하니까 거실에다 큰 상을 펴서 차려야겠다. "
" 알았어. "
선주는 냉장고로 가고 정재는 큰 상을 끄내어서 거실에다 편다. 그리곤 주방으로 가서 장만된 장어를 굽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구워지자 가위로 잘라 양념통에 넣었다.
" 이걸 양념이 잘 배이도록 골고루 섞어서 여기에다 옮겨 담도록 해. "
" 응 "
장어가 다 구워지자 다들 둘러 앉아 먹기 시작했다.
" 역시 오빠가 한 게 최고야. "
선주는 맛있다며 잘 먹는다.
" 당신도 많이 먹고, 선영이도 많이 먹어. 두 사람은 2인분이라서 특별히 많이 먹어야하잖아. 모자라지 않도록 내가 계속 구울테니까 많이들 먹어. "
그러면서 혜미를 보며 한마디 한다.
" 우리...오늘 밤엔 너무 무리하진 말자. "
혜미는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는다.
" 참, 벌써부터 한가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난 김에 물어볼께. "
선주가 몇번이나 망설였던 거라면서 물어본다.
" 뭔데? "
" 뭐든지 정력에 좋은거는 금방 표가 나는거야?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자기가 먹는 장어 엑기스는 금방 먹으면 효과가 있어서 매번 먹을 때 마다 신랑이 달려든다고 그러대. 자긴 비아그라가 필요없다고 그러잖아. 그래서 정말인가 궁금해서..."
" 하하하...난또 뭐라고...그건 말야, 원래 장어가 정력에 좋다고 잘 알려져있잖아. 마라톤 선수가 꾸준히 운동을 하면 지구력도 생기고 체력이 뒷받침이 되듯이 장어도 꾸준히 먹으면 좋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먹자마자 금방 그렇게 효과가 나타난다는 건 어딘가 잘못 된 게 아니겠어? 물론, 그 정도로 효과가 있으면 파는 사람도 좋고 주문해서 사먹는 사람도 좋겠지만, 나중에 탈이라도 생기면 그건 고치지도 못할거야. 하하하..."
" 어째서 금방 효과가 있는거지? "
" 나도 인터넷인가 티브이에선가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엑기스를 다릴 때 발정제를 함께 넣어서 한다고 그러더라구. "
" 발정제? "
" 응, 돼지나 소를 교미시킬 때 사용하는건데 소는 덩치가 있는 만큼 소에 사용하는건 따로 있다고 들었어. 사람이 잘못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던데, 아마도 돼지를 교미시킬 때 사용하는 발정제를 함께 넣는건지도 모르겠다."
" 오빠가 주문하는 곳엔 그런 거 안넣지? "
"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를 거야. 무엇보다도 잘못 먹고 탈이라도 생기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어? 왜? 너도 관심이 있어? "
" 아, 아냐. "
" 그런 건 안좋은거야. 괜히 쓸데없는 생각으로 신랑 죽이려 들지마. 가만히 놔둬도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인데...신랑이 불쌍하잖아. 그렇게까지 하면 체력도 없는데 과로사로 먼저 보내는 수가 생겨. "
" 하하하..."
"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 해나가는 것은 정력에 관한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
" 그러게. "
" 내가 재미있는 얘길 해줄께. 강원도 춘천에서 근무할 때...그때가 무더운 여름 피서철이었어.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과 계곡으로 놀러갔었는데 어떤 나이든 아주머니가 그러더라. 동네 여자들끼리 산으로 놀러왔는데, 젊은 여자들도 같이 왔대. 피서철이라 온 산이 시끌벅적한데다 일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일들도 많았었거든. 그 아주머니 일해들이 시원한 그늘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남녀가 함께 놀러온 다른 일행들이 바로 옆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음료수를 박스째 가지고 오면서 하나씩 먹으라고 권하더래. "
" 그럴 수도 있잖아. 놀러들 왔으니..."
" 응, 그런데 한사람은 박스를 들고 따라다니고 한사람은 음료수를 일일이 따서 주니까 안먹을 수가 없어서 다 마신거야. 그 아주머닌 손주에게 갔다줄려고 안먹고 들고 있었고..."
" 그래서 어떻게 됐어? "
" 좀 있다 다들 쓰러져 잠이 들었고 음료수를 줬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랑 함께 온 일행인 것처럼 행동하며 그 사람들을 봉고차에 실었지. "
" 인신매매범들 아냐? "
" 그런 것 같았어. 다른 사람들이 볼 땐 술에 취한 일행들을 데리고 가는 것으로 봤을테고 그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차에다 실었어. 그 아주머니도 함께 가겠다고 하니까 한사람은 남아서 짐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며 놔두고 차를 타고 가면서 나이들고 못생긴 여자들은 중간 중간에 내버려두고 젊고 이쁜 사람만 태우고 달아난거야. 그 사람들...음료수 병을 미리 따고서 수면제를 넣고 닫아 두었다가 따는 척하며 마시도록 나누어 줬던 것 같아. "
" 정말 지능적이네. "
" 이제 잘 들었으니 다음에 누가 음료수를 주거나 맛있는 걸 사줄테니 따라 가자고 하면 절대로 가면 안돼, 알았지? "
" 하하하..."
" 한 때는 지하철 자판기에서도 그런게 많았었잖아. 컵이 나오는 곳으로 손을 넣어 컵을 하나 빼곤 미리 약을 넣어서 도로 꽂아두고...멀리서 지켜보다가 누군가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먹고 앉아 있다가 잠이들면 옆에 가서 호주머니를 뒤져서 다 털어가고..."
" 그건 어디서 들었어? "
" 오래 전에 티브이에서 봤어. 그것도 기자가 몰래 카메라로 숨어서 찍은걸 보여주는데...그래서 자세히 봐서 알지. "
" 아..."
" 또 나이트에 가면 부킹이 많이 들어오잖아. 그럴 때도 조심해야 돼. "
" 왜? "
" 나이트 같은 곳에서 부킹이 이루어질 때..물론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생각으로 어떻게든 잘 엮어서 한번 어떻게 해보자는 수작들 아니겠어? 그럴때 상대방 여자가 이쁘고 괜찮다싶으면 남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 있어. "
" 뭔데? "
" 요즘은 최음제를 많이 쓴다고 들었지만 그것도 가짜가 많아서 어떨런진 모르겠지만, 옛날에 제비족들이 흔히 사용했던 방법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두꺼비 알지? "
" 응, 개구리 같이 생겼는데 몸이 투덜투덜하게 생긴 두꺼지...알어. "
" 두꺼비의 껍데기 있잖아. 피부 말야...그기엔 독이 있어서 건재상에 가보면 껍질을 벗겨서 말린 걸 본 적이 있을거야. 그걸 곱게 가루로 만들어서 들고 다니다가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잠시 화장실을 갔을 때나 아님, 웨이터들을 미리 잘 구워 삶아서 맥주를 가지고 올 때 맥주 컵에다 약을 타서 가지고 오게 하거든. "
" 그러다 잔이 바뀌면 어떡해? "
" 괜찮아. 어차피 남자들은 먹어도 소용이 없어. 여자들에게만 반응이 오는 효과가 있거든. "
" 어떻게 되는데? "
" 약을 탄 잔에다 술이나 음료수를 먹으면 금방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소변이 나올 것처럼 그렇거든. 옷에다 오줌을 쌀것 같은 기분에 제대로 걷지도 못해. 막상 화장실에 가면 소변이 나오지도 않아. 화장실로 가는 도중에 한방울 씩 질기는 정도니까 팬티는 조금 젖겠지만..."
" 그럼, 어떡해? "
" 그러면서도 몸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온 몸이 뜨겁고 더워서 누가 있건 말건 대담해지면서 옷을 훌 훌 벗게돼. "
" 그럼, 그렇게 되기 전에 얼른 약국으로 달려가서 약을 지어 먹으면 되잖아. "
" 그런덴 약도 없어. "
" 응? 그럼, 어떡해? "
" 계속 소변이 나올 것 같고 온 몸이 달아올라서 옷을 홀딱 벗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여자가 먼저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면서 남자에게 매달리게 되어있어. 그러면 데리고 가서 하는거지. 여자도 남자랑 그걸 하다보면 좀 전에 자신이 어땠는지 잊어버리게 되거든. 그렇게 해서 고치는 수 밖에는 별 도리가 없어. 이건 부작용도 없고 거의 100%니까 많이들 선호하지. "
" 하하하..."
" 나도 기회가 없어서 한번도 써 본적은 없고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 중에 제비족을 하던 애가 있어서 말로만 들었어. "
" 그럼, 혜미 언니한테라도 써보면 되잖아. "
"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뭐 있어. 언제든 하고 싶으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갈까?' 그러면 해결이 되는것을.."
" 맞어, 하하하..."
" 모르지, 선영이라도 구미가 당기면 언제든 말만해. "
" 배가 이렇게 나왔는데도 괜찮겠어? "
" 하하하..."
" 요즘은 부킹에서 만난 남자들에게 당한 여자들이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금품이 다 털린 건 둘째고, 몸이 이상해서 병원으로 가보니 정신병자같은 남자들이 자궁에다 지렁이 같은 것을 넣어서 자궁을 다 들어내는 것을 많이 듣게되는데 정말 세상 말세야. "
" 정말 조심해야겠다. "
" 그러니 다들 남자가 그립고 괜히 생각나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고 날 찾도록 해. 난 24시간 대기중이잖아. "
" 하하하..."

오늘 모임엔 30명 가량이 왔다. 어차피 매일하는 모임이지만 날이 갈 수록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가는 것이다.
소문을 듣고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얘길하다 보니 소개를 해서 함께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재가 먼저 나서서 얘기했다.
" 반갑습니다. 오늘은 요리를 하질 않고 우리 모임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다같이 토의를 할 수 있도록 간담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모임의 주제에 대해선 제가 먼저 말을 끄낸 것이 아니고 간담회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분들의 요청이 있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속 시원히 털어놓고 얘길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단 조용히 경청을 하다가 필요하면 그때에 답변과 함께 여러분들이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누구든지 자유롭게 말씀을 하실 분이 계시면 한 분씩 말씀을 하시고 다 함께 의견을 모아보도록 합시다. "
정재의 말이 끝나자 간담회를 건의한 사람이 일어난다.
" 예, 안녕들 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김미자라고하구요, 딸만 둘이라 딸딸이 엄마라고합니다.
" 하하하..."
" 평소에 슬리퍼를 즐겨 신고 다니기 때문에 잊어버릴 염려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 영어론 슬리퍼이지만 우리 세대엔 그저 딸딸이라고 많이들 불렀으니까요. "
" 하하하..."
"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벌써 요리 모임의 대표를 뽑았는데, 총무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우리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이 2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원에 비해 모임이 너무나 체계적이질 못하고 빈약한 것 같아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틀이 잡힌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건의를 해보는 것입니다. "
그때 누군가가 나선다.
" 모임의 발전을 위해 대표를 뽑고 총무를 뽑아 보다 체계적으로 활성화된 모임이 되는건 저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임은 회비도 없고 기부금도 없이 뜻있는 분들의 희생이라면 희생이 될 수도 있는 오로지 봉사로써 이끌어지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가 있기까지 알게모르게 큰 도움을 주신 이정재 선생님과 어렵지만 자리를 빌려주신 김선주 대표님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어 많은 인원을 나누어서라도 꾸준한 모임이 이어져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회비도 없고 꼭 필요하신 분들만 재료를 구입해서 각자 집에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 더 잘되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처음엔 뜻있는 분들께서 모임을 시작할 땐 5명이서 시작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중간에 가게를 내게 되었고, 회비에다 재료비에...갈 수록 부담이 커지니까 거의 모임이 깨어지기 직전에 꺼진던 불씨가 또다시 살아나듯 다시 잘되게 되었는데, 총무를 뽑는다는 것은 또다시 부담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어서 솔직히 겁부터납니다. "
" 꼭 회비를 걷기 위해 총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먼저 이정재 선생님께 여쭈어 보고싶습니다. "
" 예, 말씀 해보세요. "
" 재료비에다 엑기스나 < 장삼탕 >은 어떻게 해서 구매가 되어지는 것이고 운영은 어떤 식으로 되어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
" 예,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재료비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께요. 여러분들도 시장엘 가보시면 물가가 어떻다는 걸 잘 아실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가셔서 재료를 구입하는 것과 제가 싼가격에 대량으로 들여오는 것과는 가격과 품질, 양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번에 가게를 운영하며 모임을 이끌어 가던 박사장 부인께서도 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못하겠다고 그러시더군요. 제가 여러분들께 재료를 팔아먹으려고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해서 한분 한분 붙들고 재료를 사라고 강요를 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솔직히 그날 그날에 사용되는 재료는 제가 개인적으로 구입을 해서 모임에 기부를 하는 형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몇 분들께서 제가 만든 요리를 맛보시고 맛있다고 하시면서 재료를 사올 때 좀 사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조금씩 같이 사오다보니 이렇게 단체로 구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초기 멤버라 잘 알고 있습니다. "
누군가 정재를 두둔하며 말을 끄낸다.
" 재료는 그렇게 해서 관리를 하다보니 지금껏 꼭 필요하신 분들에게만 공급을 해드리고 있고요, 엑기스는 개인적으로 구입을 하려면 비쌉니다. 물론 제가 구입을 하는 곳의 인터넷 주소는 다들 아시겠지만, 자연산만 취급하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곳이기에 비싸지만 단체로 주문을 하게되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구입을 할 수가 있답니다. 그리고 그곳에선 구입한 금액의 10%가 적립되는데 그것을 모아서 모임 때마다 호박 엑기스나 양파 엑기스를 내어놓는 것입니다. 제가 엑기스를 단체로 주문 받는다고 해서 한 푼이라도 그저 먹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 돈이 더 나갔으면 더 나간답니다. "
" 그래서 모임 때마다 호박 엑기스를 내어 놓으셨군요. "
" 예, 또한 < 장삼탕 >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삼 같은 경우엔 제가 금산까지 가서 한번에 많은 양의 인삼을 구입하다보니 싸게 가지고 올 수가 있는 것이고 < 장삼탕 >에 들어가는 재료를 개인적으로 준비하시려면 엄두도 못낼 것입니다. 누차 말씀을 드리지만, 제가 관리하는게 비싸다거나 믿질 못하시던지, 아님, 기분이 나쁘신 분들이 계시면 한개도 안사셔도 됩니다. 저도 처음부터 사달라고 강요를 한 적도 없거든요. 제가 평소에 즐겨먹다보니 주위에서도 부탁이 들어오고해서 꼭 필요하신 분들께만 공급을 해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 모임의 대표로 계신 김선주 대표님께서도 단 한푼이라도 받으시는 것도 없이 모임을 위해서 이렇게 기꺼이 자리를 제공하시지 않으십니까. 사실, 뻔하잖아요. 어디 돈 나올 구멍도 없는데 뭘 바랄 수야 있겠어요? 저도 그렇지만 평소에 요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보니 이렇게 뜻있는 분들께서 동참을 해주셨고, 이웃간에 서로 얼굴이라도 알고 지내니 얼마나 좋아요? 항상 김선주 대표님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고...가끔 김선주 대표님과 저희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게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뭐, 거창하게 해먹느니 평소에 먹는 반찬에 수저하나 더 놓고 밥 한그릇, 국 한그릇 더 뜨면 되는데...뭐가 어렵겠어요? 아무리 돈이 궁하고 돈 욕심이 난다고 해도 지금처럼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게 좋은거지 괜한 부담을 주어서 모임이 깨어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
" 저도 그동안 자세한 내막을 잘 몰랐었는데 듣고보니 이해가 되는군요. 어쩌다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모임이 있으니 굳이 총무를 뽑거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
딸딸이 엄마가 한발 뒤로 물러 선다.
" 갈 수록 참여하는 인원은 늘어나는데 보통 20명씩 끊다보니 개인적으론 10일에 한번 정도 참여하지만 우린 싫으나 좋으나 매일 준비를 해야합니다. 참여하시는 분들도 단체로 구입을 하면 저렴하게 구입을 할 수가 있고요, 저희도 한 분이라도 더 구입을 해주시면 두,세번 정도라도 쓸 수 있는 재료가 떨어지니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모임에 오시는 분들이 많은만큼 좋은 점도 있으니 최대한 활용을 하시기 바랍니다. "
" 좋은 점이라면 어떤데 좋나요? "
" 예, 예를 들어서 친정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계시면 쌀이나 고추...등, 농작물을 홍보하고 팔 수도 있고요, 서로에게 필요로하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건 서로 상부상조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풀리게 되니 좋은 점이 아니겠습니까? 만약에 그런 분이 계시면 매번 모임 때마다 10분이라도 시간을 드릴테니 홍보를 하시던지 아님, 여기에다 간단히 알릴 수 있는 벽보판을 하나 달아둘테니 최대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그런 분이 많으면 프린트로 뽑아주시거나 전단지라도 만들어 오시면 저희가 모임 때마다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나누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하면 판매자는 팔아서 좋고 구매자는 질좋은 상품을 싸게 많이 살 수가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겠어요? 그땐 저희도 판매 금액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아서 조금이나 운영비에 보탤 수가 있으니 일석 삼조가 아니라 일석 다조가 되는 셈이네요. "
" 하하하..."
정재의 말이 끝나자 다들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친다.
" 그간 제가 재료와 고기를 소개해 드렸었는데 그게 부담들이 되셨던 모양인데 불편하시면 이제부턴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도 최대한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조금도 섭섭하게 생각지 않으니까 편한 마음으로들 오시고 절대로 부담을 갖질마세요. "
" 아뇨, 어차피 개개인이 준비하고 구입하려면 더 비싸고 지금처럼 쉽게 해먹을 수도 없어요. 지금까지 해오셨던 것처럼 계속 해주시면 고맙겠어요. "
다들 그렇게 해달라고 한마디씩 한다.
" 만인이 그렇게들 원하시니... 그럼, 계속 공급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모처럼 간담회가 마련되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어서 좀 그렇군요. 지금은 무엇보다도 우리 요리방이 문제인 것 같은데...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 말씀을 해주세요. 사실, 우리 모임이 좋아서 많이들 오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날이 갈 수록 인원이 많아서 뭔가 대책을 강구하긴 해야겠는데, 저 혼자는 도저히 무리라 되어서 해결을 할 방법이 없네요. 지금은 이렇게 대표님의 자택에서 어렵게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만, 첨엔 20명씩 이틀에 한번씩 모이다가 지금은 매일 모여도 인원이 많다보니 10일에 한번, 20일에 한번 참여을 하시게 되는군요. 그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해서 강당이나 빈 사무실을 임대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대표님 댁 한군데에서만 모임을 하기 보다는 말이 나온김에 모임에 오시는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장소를 협조해주실 뜻있는 분들을 총무로 뽑든 고문으로 추대를 하든해서 하루에 두번씩 모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모임을 가지다 보면 또 인원이 늘어날 것이고 넓은 장소만 구해진다면 이집 저집 옮겨다닐 필요도 없이 한 사람씩 데려오기 운동 같은 것도 하고...그러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모임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지금 당장에 무리하게 결정을 하자고 하는게 아닙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시고 뜻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말씀을 해주시면 됩니다. "
" 우리 모임에 오시는 분이 모두 몇 분이에요? "
누군가 묻는다. 선주가 회원 명단을 펼쳐보이며 대답한다.
" 네, 총 236명이에요. "
"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매일 하게되면 선생님께서 무척 피곤하시겠군요. "
" 그렇게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요. A조 B조..이런 식으로 소그룹을 만들어서 각 그룹마다 대표를 뽑아서 이끌어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해주실 분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입니다. "
" 만약에 장소가 마련된다면 좋은 점은 어떤 것들이 있어요? "
" 지금 현재 총 인원이 236명이니까 한 사람당 회비를 만원씩만 내주셔도 임대료와 이런 저런데 쓰더라도 운영이 될 수 있지만, 일단 한 푼이라도 걷게되면 부담이 갈 수 있으니 그렇게까진 하고싶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부득이 할 경우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장소가 마련만된다면 지금 제가 소개를 하고 공급해드리는 엑기스와 < 장삼탕 > 처럼, 외부인은 전혀 안되고요, 우리 모임에 오시는 분에 한해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은 농작물을 공동으로 구입할 수가 있으며 그 밖에도 보험 상품이나 화장품 같은 것도 소개를 해서 우리 회원끼리 똘 똘 뭉치는 것입니다. "
" 한사람당 회비를 만원씩만 받아도 200명을 계산했을 때 2백만원이 되는데, 그럼 상당할 것 같은데요. "
" 그렇게 따지면 많은 돈이겠지요, 그것도 다 걷혔을때나 그렇지만요... 그리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전화비...등에 사용하면 그런대로 유지가 되긴 하지만, 계산 적으로 따지고보면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에요. 사람이 살다보면 제때에 내질 못할 때도 있는데, 소그룹으로 나누던 전체가 한자리에 모인다고 해도 회비를 걷는 총무가 있게 만련이잖아요. 그럴 땐 책임을 맡은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다보면 탈이 생기는 법입니다. 만약, 무상으로 장소가 마련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임대로 얻게 된다면 꼭 회비를 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뜻이 있고 여유가 있으신 분은 조금씩 도와주셔도 됩니다. 하지만, 십원이라도 받게되면 반드시 장부 정리를 할 것입니다. 나중에 누군 내었는데 누군 한푼도 안내었다고 하는 사람도 간혹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문제가 될 때를 대비해서 일일이 기록을 해두려는 것이니까요. 뭐든 숨기지 않고 투명하면 좋잖아요. "
" 예, 맞는 말이에요. "
" 지금은 제가 엑기스나 < 장삼탕 >으로 어떻게든 이끌어 나가지만, 앞으로 우리 모임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공동으로 구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선 몇 %라도 수수료를 받을 계획입니다. 그거라도 받으면 운영해 나가는데 훨씬 수월할테니까요. "
" 저기...잠시만요..."
" 네, 말씀 해보세요. 무슨 말이든 좋습니다. "
" 실은...제가 가게 문제로 상담을 좀 하려고 했었는데요, 마침, 지금이 기회다 싶어 다들 모였을 때 말씀드려보려고요. "
" 네, 무슨 말씀이에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씀이시라면 지금 하셔도 되니까 말씀 해보세요. "
그녀의 이름은 박영숙이며, 나이를 물어보니 정재의 아내와는 2살이나 적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함께 상가 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마땅히 할만한 게 없어서 아이들을 봐주는 놀이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과는 오래 전에 이혼을 하여 지금은 놀이방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처지였다. 생각보다 수입이 되질않아 다른 직업을 알아보려니 나이도 있고 마땅치가 않았다고 한다.
" 저도 모임에서 마땅한 장소가 없어 어려운 때에 저라도 여유가 있으면 그냥 사용하도록 내어놓고 싶지만, 생계가 걸린 문제라 그럴 순 없고... 저의 상가 건물로 요리방을 하며 저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
" 진작에 말씀하시죠. 안그래도 마땅한 장소도 없고해서 저는 오히려 회원님 같은 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같은날 장소에 대해서 말이 나왔을 때 얘길하면 좋게 해결이 날 수도 있잖아요. 이제 우리 모임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려고 하는데...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말씀 해보세요. "
" 차라리 회비를 만원씩 내기로 하고 모임다운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지금껏 얘길 했었는데 더 이상 얘기할 게 뭐있겠어요? 월 회비 만원으로 정하고 그냥 밀고 나갑시다. "
" 그럼, 대부분 찬성하시니까 반대하시는 분 계시면 손 들어보세요? "
" ..... "
" 네, 아무도 안계시는군요. 그럼, 월 회비 만원으로 여기 박영숙님의 상가 건물을 놀이방이 아닌 요리방으로 하는 걸로 확정 짓겠습니다. "
" 와..."
다들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 회비 납부에 대한 공지 사항은 추후 게시판을 통해 공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박영숙님의 상가 건물을 둘러보고 필요한 게 뭐가 있는지...일일이 체크를 해서 협의 후에 시설을 어느정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럼, 시설을 하고 조금 꾸밀려면 몇 일 걸리겠군요? "
" 꾸밀거야 뭐 있겠어요? 솔직히... 제가 나서서 해결을 할 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얘길해야 하거든요. 더군다나 전, 영숙씨에 대해서 잘 아는게 없잖아요. "
" ..... "
정재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영숙을 보며 말했다.
" 제 말이 기분 나빴다면 죄송합니다. 제 입장에선 모임에 나오시는 많은 분들을 대표해야 할 처지이고, 무엇보다도 영숙씨가 더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야겠기에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 말이었습니다. "
" 예, 잘 알겠어요. "
" 소문을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와 요리방을 믿으시겠다면 절대로 후회는 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
" 예..."
" 지금 계신 곳의 구조는 어때요? "
" 그냥 일반 방이에요. 거실이 상당히 넓어서 모임엔 최적이라 생각되는데...언제 시간이 될 때 한번 보시겠어요? "
" 괜찮으시다면 오늘 당장 봐도 될까요? "
" 오늘요? "
" 안되면 다음에 보고요. "
" 아뇨, 뜻밖이라서요. 저 한테까지 신경을 써주실 틈이 없으실텐데...정말 고마워요. "
" 제가 오히려 고마워해야죠. "
누군가가 말했다.
" 오늘은 특별한 걸 준비하시는 모양이에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요. "
" 예, 오늘은 간담회만 하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고요...제가 몇 군데에 < 구이용 장어 >를 납품하는데 한번 맛이나 보시라고 준비 해봤어요. 일단 시식을 하시면 들으세요. "
주방에서 부터 접시에 담긴 장어 구이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여기저기 나뉘어진다.
" 계속 굽고 있으니 드시면서 들으세요. "
선주가 미리 준비해둔 구이용 장어를 가지고 온다.
" 이겁니다. 제가 식당엘 납품하는 것인데요, 이 안에 양념이 된 장어와 그냥 장만해놓은 생 장어 두가지가 있어요. 생장어는 소금구이로 드시는거에요. 진공팩에 담아 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보이는 것이고요, 이것을 덜어내면 이만큼 되는거에요. "
가위로 진공팩을 잘라 큰 접시에 차곡차곡 담는다.
" 양이 이만큼이나 되요. 많죠? "
" 정말 많네요. "
정재의 바로 앞쪽엔 앉아있는 여자들이 많다고들 한다.
" 그렇게 해서 얼마에요? "
" 삼만원짜리와 오만원짜리로 준비했어요. 시중에서 살려면 가격이 배는 되겠지만, 제가 납품을 하는 도매가로 삼만원짜리와 오만원짜리거든요. 칠만원짜리와 십만원짜리도 있지만, 그런 것은 우리 회원님들이 드시기엔 부담이 되어서 안될 것 같아 조금이라도 부담이 적은 걸로 준비한 것이에요. 인원이 많은 관계로 밥은 준비가 되질 못했지만, 시식을 한번 해보시고 맛이 있는 없든 꼭 사지 않으셔도 되니까 부담은 갖질 마세요. 여기서 못팔아도 다 갈 곳이 있거든요. "
" 이것도 민물 장어에요? "
" 네, 바다 장어는 영양가가 없어서 취급을 안하잖아요. "
" 정말 맛있네요. 근데 머리도 먹을 수 있어요? "
" 예, 장어는 버릴 게 없어요. 대가리하고 꼬리가 제일 알아주거든요. 특히, 남자들에겐 대가리가 좋죠. 생김새도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
" 하하하..."
" 이거 싫어하시는 분 있어요? "
" 아뇨 "
" 다들 좋아하시는군요. 하긴, 밤이나 낮이나 이거 없으면 살 수가 없으니..."
" 하하하..."
" 뼈도 있으니 한번 드셔보세요. 뼈는 바싹하게 튀겼는데 과자처럼 맛있어요. "
" 뼈를 튀겨놓으니 먹기에도 좋아서 아이들이 잘 먹겠네요. "
" 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대가리는 남자에게 좋고, 꼬리는 여자에게 좋고요, 뼈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고 여자 분들 피부 미용에도 좋아요. 그럼...구워놓은 장어구이는 다 드시고 가시도록 하세요. 혹시라도 이게 필요하신 분들은 나가시면서 우리 김선주 대표님께 받아 나가시도록 하시고,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박영숙 회원님의 상가 건물도 한번 둘러보시도록 하세요. 그럼, 오늘의 간담회는 이것으로 마칠까합니다. "
다들 박수를 치며 모임을 끝냈다. 정재는 하나 하나 나누어줬고, 선주는 회원 명단에서 일일이 이름을 찾아 바쁘게 체크했다.
모두들 다 나가고 거실엔 정재와 선주, 영숙이 남았다.
" 커피라도 한잔 마실까? "
" 커피? "
" 시원한 호박 엑기스가 좋지 않아? "
" 난 괜찮지만, 박영숙씨는 어떨런지..."
" 저도 괜찮아요. "
" 예.."
선주가 호박 엑기스를 쟁반에 담아오면서 말한다.
" 그럼, 이젠 다 된거네. "
" 그래도 가서 둘러보고 매듭을 지어야지. 같이 가서 보자. "
" 나도? "
" 응, 명색이 요리방 대표인데 안가볼거야? 가서 뭐가 필요한지도 체크해야 하는데.."
" 알았어. "
" 애는? "
" 응..학원에 갔다가 올려면 더 있어야 돼. "
" 그럼, 잘됐다. 얼른 갔다와도 되겠다. "
" 금방 준비할께. "
" 그대로 나가면 되지 뭘 또 준비한다고 그래? 참..오늘 가지고 온 건 몇 개 남았어? "
" 다 나가고 세개쯤 남았을거야. "
정재는 구이용 장어를 하나 집어 들더니 영숙에게 준다.
" 오늘 저녁에 아이랑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
" 네, 고마워요. "
세사람은 영숙이 살고있는 상가 건물의 놀이방으로 갔다.
" 어때요? "
영숙은 정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끄낸다.
" 거실이 상당히 넓군요. 모임을 하기엔 지장이 없겠어요. "
" 그럼, 합격한 건가요? "
" 합격은요...오히려 제가 고마울 따름인데요. 온 김에 집안 구경이나 한번 해도 되겠어요? "
" 예, 이쪽으로 오세요. 여긴 방이에요. 상가용이라 방이 하나 밖에 없어요. 어차피 딸하고 둘 뿐이라 상관없겠다 싶었거든요. "
" 네..."
" 욕실은 여기고 주방은 저기에요. "
" 아담하면서도 요리방을 하기엔 정말 좋은 곳이네요. 우리 커피나 한잔씩 주세요. "
"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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