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16, 조회 : 2260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7. 영애의 가맹점 1호

" 당신이 우릴 먹여살릴 능력이 안되면 그걸 짤라버려야 하는 거 아냐? "
" 그럴 일은 절대 없을거야. 그렇게 된다면 언니도 언니지만 당신이 단 하루도 못 견딜걸. "
" 치...지금은 안그런가? 당신 등을 만져본 지도 오래돼서 그때가 언제였었는지도 모르겠어. "
" 내일은 혜미랑 선영이랑 같이하면 빨리 할 수 있을테니 대충하고 혜미랑 자도록해요. "
" 무슨 말이야, 당신이 걱정되서..."
" 난, 괜찮아요. 내 말 안들을거에요? 오늘은 혜미도 열심히 배워서 내일부턴 선영이랑 둘이서 할 수 있도록 해야해. 알았지? "
" 응, 언니..."
" 난 들어가서 연속극 보다가 잘테니 나한텐 올 생각말아요. "
아내는 일어나더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다. 정재는 혜미의 두 손을 잡는다. 그리곤 힘껏 끌어 안았다.
" 미안해. "
" 괜찮아요. "
" 어서 작업부터 끝내고.."
두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웃는다.
" 이걸 전부 다 거실로 옮겨놓자. "
악세사리와 연장을 거실로 옮겼다. 큰 부피나 무게가 나가는 게 아니라서 금방 다 옮길 수 있었다.
"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작업량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는데 하다가 보면 요령이 생겨서 쉽게 할 수 있을거야. 우선 주문서를 하나 줘봐. "
혜미는 말없이 주문서를 한장 꺼내서 정재에게 건넨다.
"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겠지만, 겁먹지 말고 쉽게 생각해봐. 그러면 일에 대한 자신감도 생길거야. 참고로 말하면 언니는 단 한번 보고 만들었어. 미경인 혼자서 해보더니 두번째부터 잘하고..."
" 난 몇번만에 할 것 같아? "
" 응, 세번..ㅋㅋ.."
" 뭐? 내가 그렇게 돌인 줄 알아? "
" 하하하..."
" 자, 이젠 당신이 해봐, 틀리면 내가 가르쳐 줄께. "
" 응..."
" 그래, 그렇지...생각보다 눈썰미가 있어서 잘하는데..."
혜미는 주문서를 보면서 거칠 것 없이 소화를 다 해낸다.
" 정말 잘한다. "
" 별 것도 아니네 뭐..."
" 둘이서 작업하면 얼른 끝마칠 수 있을거야. 오늘은 빨리 다해놓고 일찍 쉬고 싶어. "
" 알았어, 내가 한벌 할 때 당신은 다섯벌씩 해봐, 그러면 더 빨리 마칠 수 있으니.."
" 뭐? 하하하..."
작업을 다 해놓고 정재가 정리를 하는 동안 혜미는 욕실로 들어갔다. 아내에게로 갔다.
" 다 했어요? "
" 응, 이제 끝내고 씻으려고..."
" 혜미가 잘해요? "
" 보기보단 눈썰미가 있어서 한번만 가르쳐 줬는데도 너무 잘해. 이젠 혜미한테 다 맡겨도 되겠어. "
" 내일은 무척 바쁜 하루가 되겠군요. "
" 그럴 것 같아. 근데, 당신 혼자 자겠어? 혜미랑 이리로 올까? "
" 네? 셋이서 한 방에서 뒹굴자구요? "
" 못할 것도 없잖아, 당신만 괜찮다면...당신 혼자 놔두고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그래. "
" 난 괜찮으니 어서 혜미한테나 가보세요. "
" 정말 괜찮겠어? 이따가 봐가면서 혜미랑 올께. "
" 안와도 좋으니 어서 나가요. "
아내는 정재의 등을 밀며 문밖으로 쫓아낸다. 욕실 문이 열리더니 혜미가 타올을 걸치며 밖으로 나온다.
" 왜 벌써 나와? 같이 씻으려고 했는데..."
" 먼저 가서 기다릴테니 천천히 씻고 나와요. 참, 욕조에 물 받아놨어요. "
" 응, 고마워. "
정재가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서니 혜미는 이불 속에 누워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이불을 들추며 혜미의 옆으로 파고든다.
" 재미 있어? "
" 아니,별로야. "
혜미가 리모콘을 들어 티브이를 끄버린다.
" 왜? 놔두지.."
" 그냥..."
정재는 혜미를 꼭 끌어 안는다.
" 사랑해. "
" ..... "
" 나한테 화난 일이라도 있어? "
" 아니. "
" 그럼, 왜 그래? "
" 왜 그러긴...내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지 알아? "
그러면서 정재의 품 속으로 파고든다.

아내가 눈을 떠보니 정재가 자신을 꼭 끌어안은채 자고 있는 것이었다.
" 여보! 일어나봐요, 어서요. "
" 으응, 왜? "
" 혜미랑 안잤어요? "
" 같이 있었어. 혜미가 새벽에 이리로 오자고 해서 당신하고 잘려고 온거야. "
" 혜미는 어디 갔어요? "
" 난 모르겠는데..."
그때 문이 열리면서 혜미가 들어온다.
" 어, 벌써들 일어났네, 잘됐다. 마침 깨우려던 참이었는데..."
" 어떻게 된거야? 어제 같이 안잤어? "
" 같이 잤는데 새벽에 언니가 걱정된다면서 잠도 안자잖아. 그래서 내가 이리로 오자고 그랬어. "
" 참나...당신은 대체 왜그래요? 날 악처로 만드는 것도 가지가지네.."
" 아냐, 언니! 내가 오자고 한거야. "
" 아무리 니가 오자고해도 그렇지..."
" 난 괜찮으니까 화내지마, 솔직히 나한테 너무 잘해서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아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다해놨잖아. "
" 니가? "
" 응..나도 배운 요리를 써먹을 때도 있어야지. 식겠다, 어서 가서 먹자. "
" 그래. "
세사람이 거실로 나오자 현관 벨이 울린다.
" 누가 왔지? "
혜미가 나가서 문을 연다.
" 선영이 왔구나. 어서와. "
" 다들 거실에서 뭐해? "
" 마침 아침을 먹으려던 참이야. 같이 먹자. "
" 식전이라 잘 됐다. 밥 많이 해놨지? "
" 응, 많으니까 먹고 더 먹어. "
선영은 수저를 들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다.
" 배가 고플 때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오늘 아침은 누가 했어? "
" 혜미가 했어, 맛있지? "
" 혜미 언니가 한거구나. 언니도 이젠 요리 전문가가 다됐다. "
" 내 실력이 그 정도였어? "
" 언닌...농담도 못해? 평소에도 맛있지만 이럴땐 그렇게라도 말해야 하는거 아냐? "
" 하하하..."
" 오빠하고 혜미 언니하고 차이점은...언닌 맑고 개운한 반면에 그렇게 깊은 맛은 없어. 오빠는 탁하고 진하면서 음식 고유의 깊은 맛이 있다는거지.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90% 정도가 오빠가 한 요리를 알아맞힐거야. "
" 그럼, 한마디로 내가 한 요리는 맛이 없다는거네. "
" 하하하..."
" 맛이 없다는 건 아냐, 맛있는데도 오빠와 차이가 난다는 거지. "
" 알았어, 난 지금부터 삐질거야. 훙.."
" 하하하..."
현관 벨이 울린다.
" 미경 언닌가봐, 내가 나갈께. "
혜미가 나가서 문을 열었다.
" 무슨 재미있는 얘길하길래 웃음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 "
" 응, 어서와. 아침 안먹었지? "
" 먹고 왔어, 매일 와서 먹으려니 밉상 받겠다싶어서 오늘은 일찌감치 먹고왔어. "
" 매일 와서 먹으면 어때? 우리가 뭐 남이가? "
" 하하하..."
" 오늘 아침은 너무 맛있어서 더 먹어야겠다. "
" 이리줘, 내가 떠줄께. "
" 고마워, 언니. "
" 미경인 커피 어때? "
" 좋아. "
" 나도 한잔 부탁해요. "
" 당신도 커피 억으려고? "
" 호박하고 붕어 엑기스만 먹었더니...커피 생각이 나네요. "
"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
정재가 커피를 타와서 내려놓는다.
" 자, 다같이 한잔씩 마시자구. "
" 이렇게 자상한 남편이랑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
미경이 정재의 팔을 껴안으며 슬쩍 기댄다.
" 그럼, 여기서 같이 살던지. "
" 둘이서 또, 또.. 시작이다. "
" 하하하..."
" 오늘은 전체 회의를 한번 해야겠어. "
" 회의? 갑자기 무슨 회의를 한다고 그래? "
" 우리가 더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거든. 그래서 일은 수월하면서도 돈은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 "
" 그래봤자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네 뭐. "
선영이 밥을 먹다말고 끼어든다.
" 선영이 너도 해당이 되니까 꼭 전체 회의를 하려는거지. "
" 나도? 내가 힐일이 없는데..."
" 할 일이 있으니까 끼워주는거지. "
" 알았어, 뭐든 시켜만 줘, 열심히 할께. "
다들 거실에 둘러 앉았다.
" 지금부터 얘기할테니 잘들 들어봐. 그동안 영애가 말없이 시키는대로 잘하더니 이젠 제법 잘되었어. 내가 첨에 영애에게만 가르쳐주고 다른 사람들에겐 일체 가르쳐 주지 않기로 약속을 했었어. "
" 우리 한테도 안가르쳐 줬잖아. "
혜미가 얘기했다.
"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그리고 미경이가 하는 옷도 미경이 말고는 아무에게도 안가르쳐 주기로 약속을 했어. 선영이네 식당이 생각보다 잘안돼서 내가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 미경이가 먼저 제안을 해왔어. "
" 뭔데? "
" 응, 미경인 내가 기술을 가르쳐줘도 당분간은 집에서 할 수가 없는 입장이야. 그렇다고해서 가게에서 드러내어놓고 할 수 있는 처지도 못되고...그래서 말인데, 내가 미경이 가게에 작업실을 만들어 주면 미경인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거야. 그리고 혜미와 선영인 오늘부터 가르쳐 주면 앞으론 둘이서 쇼핑몰을 관리하며 직접 만들어 팔고...쇼핑몰은 미경이거니까 미경이 큰 애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관리를 해준다는 조건으로 잠시만 맡아서 하는거니까 그렇게 알고있음 되는거야. 아직 고등학생이라 대학교까지 졸업하려면 멀었으니까 언제 그만두게 될런지는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때까진 수익을 혜미와 선영이가 둘이서 나눠가지는거지. "
" 난 찬성이야. "
혜미가 찬성하며 좋아한다.
" 난 투자한 것도 없이 몸만 오니까 어째 기분이 찝찝하다. "
선영이가 한발 물러서자 미경이 나선다.
" 나도 마찬가진데 뭐..영애도 빈 손으로 시작했잖아. 이렇게 하다보면 서서히 자릴 잡는거야. 아직은 한참 남았지만 혜미네 식구들이 이사를 가더라도 선영인 혼자서라도 쇼핑몰을 관리해서 내가 필요로 할 땐 작업 해서 나한테 납품을 하는 식으로 계속 할 수도 있고, 아마도 그때쯤이면 갑장이 따로 독립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하나 내어줄런지도 몰라. 그러니 차후에 어떻게 할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
" 그럼, 다된거네. "
" 한가지 더 남았어. 그동안 이일을 시작하면서 돈이 좀 모였거든. 잘들 알다시피 난 돈 관리는 하질 않고 직접적인 수입은 없어. 혜미가 그동안의 수입을 보여주길래 내가 얼마라도 내어 놓을 수 있겠냐고 했더니 두말않고 찾아주는거야. "
정재는 여러개의 봉투를 끄낸다.
" 뭐야? 돈이야? "
" 응, 다들 좋아하는 돈이야. 이건 미경이거. "
" 내 것도 있어? "
" 당연하지. 원래는 니가 나누어줘야 하는건데 내가 나눠주게 된거야. 이건...주문이 많아 수당으로 주는거니까 챙겨두도록 해. "
" 고마워, 잘쓸께. "
" 이건 혜미..우리 작은 마누라님꺼.."
" 얼만데? "
" 백만원씩 넣은거야. 자, 이건 선영이거야. "
"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그리고 왜 나만 봉투가 두개야? "
" 우린 수입이 많으나 적으나 똑 같이 나누거든. 그런데 하나씩 나누다 보니 봉투가 하나 남잖아. 그래서 넌 특별히 두개를 주는거야. "
" 이거..아무 것도 한 게 없으면서 이렇게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
" 그동안 너도 조금씩 도왔으니 아무말 하지말고 받아두도록해. 이제부턴 정말 많은 일을 해야하니까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하면 되는거지. "
" 알았어, 고마워, 오빠, 잘 쓸께. "
" 그리고 이건 당신거야. "
" 나도 두개네? "
" 당신은 2인분이잖아. "
" 하하하..."
" 오늘 생각지도 못한 수당까지 받았으니 기분이다. 점심은 내가 한 턱 쏠께. "
" 야호! 역시 미경 언니 최고다. "
" 참, 식당은 어때? "
" 손님은 있지만 단가가 높아서 장사가 안된대. "
" 지금 가게로 전화해서 얼마에 들어오는지 알아봐. "
선영이 수화기를 들고 가게로 전화했다. 예상했던 대로 터무니 없는 가격에 들어오는 것이다.
" 내가 들어오는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대어줄테니 이젠 나하고만 거래를 하겠는지 한번 물어봐. "
" 정말? 신랑도 정말이지 뼈저리게 후회를 하고 있어, 이젠 절대로 안그럴거야. "
" 알았으니 마지막 기회라고 그러고 한번 더 물어봐. "
아직 전화를 끊지 않고 있어서 선영이 곧바로 수화기에 대고 물어본다.
" 언제부터 대어줄 수 있겠냐고 묻는데..."
" 지금 오는 중이니까 오후엔 갖다줄 수 있어. "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은 선영이 정재를 껴안는다.
" 그렇게 좋아 할 일만은 아냐. 싸게 대주는 대신 적어도 3일에 한번씩은 꾸준히 물량을 소화 해내야하고 무엇보다도...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두번 다시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돼. "
" 알았어, 오빠! 앞으론 신랑도 잘 할거야. "
" 내가 갖다주는 사람을 직접 연결 해주지 않는 이유는 기존에 대주던 사람들이 가격을 가지고 장난치듯이 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내가 중간에서 장난을 못치도록 직접 대주는거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
" 응 "
" 난 미경이 가게에 들렀다가 장어을 받아서 선영이 식당에 주고 올테니 미경인 혼자서 작업 좀 하고, 혜미와 선영인 큰 언니한테 물어보고 필요한 거 좀 사다줘. 그리고 당신은 전화오면 혜미 대신에 좀 받아주고..."
" 많이 늦어요? "
" 아니, 최대한 빨리 올거야. 선영이 가게에 들렀다 올건데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12시 전까지는 올 수 있을거야. 올 때 장어도 좀 가지고 올거야. "
" 알았어요. "
정재가 나가자 선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항상 오빠가 장을 보고 혼자서 잘 사오더니 오늘따라 큰 언니한테 물어보고 필요한 걸 사오라니 이상하다. "
" 아무리 만능인간이라지만, 그래도 남잔데 우리같은 여자들이 사용하는 용품을 일일이 다 사올 순 없잖아. 언니도 배가 조금씩 불러오니까 혹시라도 필요한 게 있을지 우리보고 알아서 챙겨달라는거지. "
" 오빠가 나가서 생리대도 잘 사오더니..."
" 언제 사오는 걸 봤어? "
" 응, 지난 번에 혜미 언니걸 사는걸 봤어. 나도 몇번 따라 갔었지만..."
" 참...별일이네.."
" 그런거라면 나 혼자서도 사올 수 있는데.."
" 선영인 잘 모르지만, 그동안 나하고 가게에 가는 일 외엔 혜미가 바람을 쐴 기회가 없었잖아. 그래서 같이 가라고 한건지도 모르겠다. "
미경의 말에 혜미가,
" 내가 어제 저녁에 바가질 좀 긁었더니 금새 효력이 있네. "
" 하하하..."
" 혜미 언니랑 같이 나가면 미경 언니가 혼자서 해야 되잖아. "
" 괜찮아, 오늘은 일이 별로 없거든. "
" 그럼, 얼른 갔다올께. "
" 아냐, 천천히 와도 돼. 어차피 올려면 멀었으니까 홀몸도 아닌데 쉬엄쉬엄 오도록해. "
선영이 혜미를 보며,
" 언니! 우리가 토끼와 거북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그치? "
" 하하하..."

정오가 다 되어서야 정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헤미가 받았다.
" 선영이? 알았어. "
" 아파트 키 가지고 얼른 내려오라는데..."
" 무슨 일이지? "
선영이가 나오는 걸 보고 정재가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연다.
" 천천히 오지, 뭘 그렇게 급하게 와.. "
" 무슨 일인가 걱정이 되어서...무슨 일이야? "
" 응, 장어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지은거라며 맛 좀 보라면서 쌀을 가지고 왔어. 그래서 가게에 니 신랑한테 한 포대 내려주고 미경이 옷 가게에도 들러서 한포대 내려주고 왔어. "
" 그런 얘기라면 들어와서 해도 되잖아. "
" 너한테도 한포대 줄려고 그러지. 어서 가자. "
정재는 선영이 차에 오를 수 있도록 부축한다. 선영이 바로 앉는 걸 보고 운전석으로 가서 올라탔다.
" 가게에 한포대 내려줬다면서..."
" 가게엔 가게대로 놔두고 먹고 집에선 집에대로 먹어야지. "
선영의 아파트로 갔다.
" 요즘 갈 수록 몸이 무거울텐데 그래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고 사는구나. "
" 몸이 무거울 수록 더 움직여야지. 어제 미경언니 왔다가고 나서 집안 꼴을 보니 엉망이라 혼자서 청소한거야. "
" 힘들텐데...신랑이랑 같이 청소하지? "
선영이 말없이 웃었다.
" 그래...홀몸이 아니니 신경을 많이 써야할거야. 무슨 일이있음 언니들한테 해달라고 그러고..내가 할 일이있음 나한테도 얘기하도록 해. "
" 응, 고마워, 오빠...나 때문에 밤잠도 설치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
" 응? "
" 혜미 언니한테 얘기 다 들었어. 오빤 항상 날 각별히 생각해주는데 난 오빠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어서..."
" 그런 말은 하는게 아니야. 어서 가자, 언니들이 기다리잖아. "
" ..... "
선영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정재는 가볍게 선영을 안았다.
" 그동안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 앞으론 괜찮을거야. "
" 고마워, 오빠.."

" 이제 와요? "
" 많이들 기다렸지? "
" 나간 일은 어떻게 됐어요? "
" 장어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지은거라며 맛 보라면서 쌀을 20g씩 5포대를 담아와서 주잖아. 그래서 선영이네 가게에 한포대 내려주고, 오다가 미경이네 가게에 한포대, 선영이 집에 한포대 갖다놓고 두포대는 이리로 가지고 왔어. "
" 장어는 어때? "
" 기존에 받던 가격보다도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3일에 한번씩 대주기로 정했어. 원래 가격을 많이 낮추면 양이라도 죽여줘야 하거든. "
" 그럼, 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이 걱정거리가 해결됐네. "
누구보다도 혜미가 더 좋아한다.
" 아, 배고파...점심은 뭘로 먹을거야? "
" 뭘 시켜먹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장어를 보니 장어 구이가 먹고싶다. "
미경이 정재가 가지고 온 장어를 보며 구워달라고 한다.
" 그럼, 이렇게 하자, 임산부들이 먹고싶은 걸로 정하는거야. 둘 다 먹고싶다면 먹는거고, 한 사람이라도 다른 걸 먹고싶다면 다른 걸 먹는거야. "
" 난 장어가 먹고싶은데...당신이 구워주는 장어가 먹고싶어요. "
" 나도..."
선영이도 장어구이를 해달라고 한다.
" 알았어, 어차피 선영인 뭘 먹고싶어하든 나는 큰 언니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거든. 그나마 다행인지 두사람 다 똑같은 걸 먹고싶다니 잘된 일이지. "
" 하하하..."
" 내가 장어를 장만해서 구울 동안에 혜미는 미경이 하고 같이 만들며 연습이라도 하고 선영이는 나갔다 오느라 힘들테니 가만히 앉아서 전화를 받도록 해. "
" 나는 뭐해요? "
" 당신은 감독관이니까 작업을 잘하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 "
" 하하하..."
" 오늘은 장어 먹고 다들 힘 좀 쓰겠는걸..."
" 미경 언닌 또 싱거운 소리 한다. "
" 그동안 갑장이 두탕씩을 뛰느라 열심히 땀 흘리며 많이 힘들었을테니 오늘은 두사람이 특별히 서비스를 좀 해주지? "
" 특별 서비스? 어떻게? "
" 어떻게는 뭘 어떻게, 그냥 셋이서 함께 뒹구는거지. "
" 하하하...우린 아직까지 그런 적 없어. 미경 언니도 참..."
" 그러니까 오늘 밤에 하면 되지. "
" 언닌..."
세사람이 웃으며 즐겁게 얘기하는 동안 아내는 정재의 옆에 앉아서 정재가 장어를 장만하는 걸 지켜본다.
" 왜? 같이 얘기하고 어울리지... "
" 당신하고 있는 게 좋아요. 오늘 일... 정말 잘 했어요. "
정재는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봐 조용히 얘기한다.
" 쉿, 나중에 얘기해, 그동안 모은 걸 다 쓴 것 같아 미안해. "
" 아뇨, 좋게 쓴건데요. 뭐..괜찮아요. "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 야채와 밑반찬을 끄낸다.
" 가만히 앉아있어. 내가 다 할께. 힘들게 뭐하러 움직여? "
" 이렇게라도 움직여야 운동이 되잖아요. 이것도 안하면 몸이 둔해서 건강에도 안좋아요. "
" 그럼, 당신 좋을대로 해. 하지만 무리하게 움직이진 말고..."
" 알았어요. "
정재는 장만한 장어를 굽기 시작했다. 혜미가 주방으로 온다.
" 오늘 장어를 가지고 왔을 때 진공팩에 좀 담아야 하잖아? 내일 모임이 있는 날인데..."
" 응, 내가 다할려니 좀 바쁘네, 당신이 프린터로 뽑아서 좀 담겠어? "
" 지금 할까? "
" 언니하고 둘이서 해. 여기 있는 건 구울거니까 저쪽에 있는 걸로 하면돼. 장어를 담을 땐 나한테 얘기해. 내가 팩에 넣어줄께. "
" 혜미는 좋겠다. 부수입거리가 또 생겼으니 말야. "
" 미경 언닌...무슨 일이든 많을 수록 좋잖아. "
" 하긴...일이란 많을 수록 좋은거지. 부지런히 벌어서 맛있는 거 많이 사줘. "
" 알았어. 언니도 많이 벌어서 많이 사줘야해? "
" 하하하..."
" 자, 이젠 다 됐어, 어서들 모여. "
" 우와...이게 다 뭐야? "
" 장어 양념 구이와 소금 구이를 했어. 뼈는 튀겼으니까 바싹해서 먹기에도 좋거든. "
" 정말 맛있다. 울 남편 최고다. "
혜미가 정재의 뺨에 뽀뽀한다.
" 나도..."
미경이가 얼른 다른 쪽 뺨에 뽀뽀했다.
" 언닌 울 남편이 아니잖아. "
" 그렇긴해도 최고라구 "
" 그럼, 난 어디에다 뽀뽈해야 하나? 이마에다 할까? "
선영의 말에 다들 웃었다.
" 하하하..."
다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모여 앉아 있었다.
" 내일 모임이 있는 날인데 또 무의미하게 얼굴만 보다가 헤어지겠다. "
" 박사장네는 가게가 텅텅 비었는데도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있어. 나같음 벌써 때려 치웠을텐데..."
" 그러다 말겠지. "
" 내 생각엔...만약 박사장 부인이 요리 모임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대표로 정해서 했으면 싶은데..."
" 그럼, 재료는 어떻게 해? "
" 우리가 계속 대줘야지. "
" 그럼, 장소만 다른 곳에서 하겠다는 거네. "
" 그래도 대표를 정하는 만큼 대표에게도 뭔가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지. "
" 그렇게 되면 우린 남는게 없잖아. "
" 꼭 그렇지만은 않아. 우리도 남고 서로가 남도록 해야지 모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지. "
" 그럼, 누굴 정할지 생각했어? "
" 아직 정하진 못했어. 어차피 대표를 뽑는다면 두가지로 나뉘게 되어있어. 하나는 박사장 부인이 실패를 했기 때문에 다들 대표 자릴 꺼릴 수도 있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내가 하던 일이고 계속 해나가는 일이라서 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왠만해선 성공을 하기 때문에 서로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는거지. "
" 그래도 이왕에 뽑는거면 우리랑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면 좋잖아. "
말없이 듣고있던 아내가 입을 열었다.
" 내가 가게를 할 때 가끔 놀러오는 사람이 있는데, 모임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같이 얘길 하다보니까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어. 당신이 먼저 만나보면 어떨까? "
"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안보고도 무조건 오케이지. "
" 내일이 모임 날이니까 지금 전화해볼께. 집에 있으려나 몰라. "
아내가 수화기를 들고 전화한다.
" 마침 집에 있는데 잠깐 올 수 있냐니까 오겠대. 중요한 얘기라서 혼자서 오라고 했어. "
" 잘 했어. 오늘은 어차피 일거리가 많지 않으니 미경이 혼자서 방에 들어가 작업을 하면 되겠다. 선영인 봐가면서 내가 개인 지도를 해주던지 할께. "
" 정말? "
" 너무 좋아하지마. 알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어제 밤에 잠깐 가르쳐 달라고 했다가 혼쭐이 났으니까..."
" 왜? "
" 왜는...찬근차근 가르쳐 주면 될텐데...보기보다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지.."
" 하하하..."
벨 소리에 아내가 일어나 문을 열어 준다.
" 안녕하세요. "
" 어서오세요.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 "
정재가 자리를 권하자 혜미는 커피를 내어온다.
"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저를 다 찾으시고..."
" 요리 모임에 대해서 의논을 좀 드릴려고 오시라 한겁니다. "
" 예...새로운 모임이라도 정하셨어요? "
" 아뇨, 새로운 걸 정한 게 아니고 요리 모임을 다시 시작할까해서요. "
" 요리 모임이라면 박사장 부인이 꽉 움켜 쥐고 있어서 못하잖아요. "
" 지난 번에 찾아와선 얼핏 포기하겠다고 했었는데, 내일은 박사장 부인도 참석을 할테니 확실히 얘길 해서 다시 하려구요. 내일 사람들이 모이는대로 대표를 뽑으려고 하거든요. "
" 그럼, 또 얼마 못가겠군요. "
" 아뇨, 그렇진 않아요. 우린 선주씨가 대표를 맡아주길 바라거든요. "
" 그렇지만 저는 아는 것도 없고..."
" 괜찮아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면 되거든요. 선주씨가 하신다면 정말 후회는 안하실겁니다. "
" 솔직히...모임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박사장 부인에 대한 인식도 좋질 못해서 직접적으로 나서서 요리를 하려고 하진 않을거에요. 저도 이런 상황에서 잘 해나갈 자신도 없고요. "
" 저도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 분께는 억지로 떠 맡기듯 강요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왕이면 모임이 깨어지지 않고 믿을 만한 분께서 맡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씀드린 거구요. "
" ..... "
" 모임에 오시는 분들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아시는대로 한번 말씀 해주세요. 솔직히 들은대로 느낀대로 한번 말씀 해보세요. "
" 다들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뭐든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고들 있어요. 저 밑에 아트를 하시는 분이나 옷가게를 하시는 분에 대해서도 잘들 아니까 어떻게든 선생님 눈에 들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선영씨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들 있지만..."
선주가 선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얘기했다.
" 저는 괜찮아요. 그동안 오빠하고 한 약속을 못 지켜서 한동안 고전했었는데 이젠 오빠가 다시 보살펴 주니까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어요. 오늘은 복권에도 당첨이 되었는걸요. 하하하..."
" 복권요? "
" 복권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좋은 일이 겹쳤다는 거에요. 저도 앞으론 계산기 들고 앉아서 열심히 두드리며 돈 계산을 할 날만 남았어요. 일이 꼬이다가도 오빠 말만 잘 들으면 한 순간에 풀려요. 그건 내가 장담할 수 있어요. "
" 네..."
" 잠시만...내일 모임에서 얘길해도 되지만, 선주씨를 추천한 건 나니까 내가 저 방에서 선주씨랑 좀 더 얘기 해볼께요. "
아내가 선주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 그동안 박사장네가 너무 돈을 밝혀서 그런 것 같아. "
" 그래..."
한참 후에 아내와 선주가 나왔다.
"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
" 첨에 선생님께서 모임을 이끌어 나가실 땐 정말 좋았었는데, 박사장 부인께서 가게를 하시며 회비에다 재료비 말고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많이 거뒀어요. 그래서 다들 불평이 많은데다 제가 이끌어 나갈 걸 생각하니 부담이 많이 되었어요. 하지만, 언니한테 자세히 얘길 듣고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밀어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볼께요. "
" 잘 생각하셨어요. 절대로 후회는 안하실거에요. 자세한 얘기는 내일 모임에서 대표로 선출이 되고나서 하도록 하죠. "

" 모두 몇 분이시지? "
" 우리빼고 총 63분이에요. "
대부분 거실과 방에 꽉 들어 앉아 목소리만 들어야 할 정도로 비좁았다.
" 오늘 모임에는 많은 분들께서 오셨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서로에 대해서 소개도 하고 요리 모임도 계속 해나가기 위한 자리입니다. 일단 저희 집이 좁아서 관리실에 협조가 잘 되어서 옥상으로 갈 수가 있으니 다들 옥상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엔 관리실 직원이 문을 열어놓고 만약의 안전 사고에 대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 그동안 박사장 부인께서 요리에 대한 애향심을 가지고 가게를 내셨다가 개인적인 일로 물러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모임을 이끌어 나갈 수가 없을 것이라고 제게 말씀을 해오셨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수고하신 부인의 인사 말씀을 들으며 새롭게 시작하려는 모임을 위해 힘찬 박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모두들 힘차게 박수를 친다. 이젠 지긋지긋한 박사장 부인의 얼굴을 더이상 보지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더 크게 박수를 치는 건지도 모른다. 박사장 부인의 인사말이 끝나자 정재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대표를 뽑자고 제안했다.
" 대표를 하실 분이 안계시면 추천을 해주셔도 됩니다. "
몇몇이서 서로를 추천 했지만, 정재가 미리 이익보다는 명예와 봉사 활동을 강조한터라 대부분 꺼리고 있었다.
" 한번 믿고 맡겨만 주신다면 제가 해볼께요. "
선주가 나선다. 여기 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리고 선주를 추천하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 그럼, 김선주씨가 우리 모임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 되셨습니다. "
모두들 환영의 박수를 쳤고, 선주는 밤새 준비한 인사말을 유창하게 해냈다.
" 매번 이렇게 옥상으로 올라와서 모임을 가질 수는 없고...인원이 많은 관계로 다음부턴 2, 30명씩 나누어서 오전, 오후로 하던지, 아님, 이틀에 한번씩 하던지 정해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20명씩 번호를 정해서 월, 수, 금요일에 선주의 집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혜미가 한사람씩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었다. 둘러보니 박사장 부인은 언제 내려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 제가 불러드린대로 순번을 잘 기억하고 계셔야 합니다. 모임은 다음 주 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첫 모임에는 간단한 필기 도구와 메모지만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첨엔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는 자리이니까 부담없이 오셔서 인사라도 나누시도록 하세요. 오늘은 이쯤에서 마칠테니 혹시라도 < 장삼탕 >이 필요하신 분들은 저희 집에 준비가 되어있으니 내려 가시다가 가지고 가시도록 하세요.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모임이 끝났다. 다들 돌아가고 선주와 함께 거실에 모여 앉았다.
" 미경인 작업 많이 했어? "
" 조금...오늘은 매상이 별로야. "
" 얼마나 했는데? "
" 일은 꾸준히 했는데도 3백만원밖에 안돼. "
" 그것밖에 안돼? 정말 안되는 날이네. "
선주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 3백만원이 적어요? "
" 네, 매상이 3백만원이면 우리가 시작한 중에 제일 적은 거에요. "
" 그럼, 평소엔 얼마나 돼요? "
" 하하하...아시면 기절하실걸요. 차차 아시게 될거에요. 앞으로 자주 오시면 계속 놀라실텐데요. 하하하..."
" 모임땐 어떻게 하면 되죠? "
" 네, 처음 갖는 자리에선 돌아가면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얼굴을 익히는 것으로 끝내야 해요. 다음부턴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도 물어보시고요...잘하나 못하나 요리에 대해선 한가지씩 특기가 다 있으니 매번 모임 때마다 돌아가면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별로 걱정은 안될거에요. 그리고 다음에 준비할 재료는 모였을 때 미리 정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두면 한꺼번에 준비를 할 수가 있으니 그렇게하면 가격도 저렴해서 다들 좋아할 거에요. 채소나 시장에서 구입을 해야하는 건 저하고 같이 장을 보러가시면 되니까 그런 건 걱정을 안하셔도 된답니다. "
" 네.."
정재는 호박 엑기스와 커피를 비교해가며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 그렇게 하면 적자가 되는 것 처럼 보여도 사실은 돈이 되는군요. "
" 네, 그래도 해봐야 알 수가 있으니까 한, 두달 정도해보면 대략 얼마정도가 떨어질런지 계산이 나오거든요. 단체로 엑기스를 주문하는 것도 무시를 못하고요.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주문하는 엑기스는 선주씨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도록 제가 모임 때 얘길 해놓을께요. "
" 네, 잘 알았어요. "
정재가 혜미를 보며,
" 장삼탕은 어땠어? "
" 매진이야. 더 필요한 사람들은 연락처를 적어뒀어. "
" 잘했어, 얼마정도 더 있어야 돼? "
" 50팩 정도? 그 쯤은 있어야 돼. "
" 알았어, 우선 김치 냉장고에 넣어둔 걸 주도록 해. "
미경이 정재에게 기대며,
" 나도 좀 필요한데...모처럼 울 신랑 달래서 재미 좀 봐야지. "
" 하하하..."
" 장삼탕도 괜찮아요. 우리가 모임에 오시는 분들에게 만오천원에 주는데 시중에서 구입하려면 더 들거든요. 앞으로 모임 때 찾는 사람이 있으면 선주씨를 통해서 구매하도록 유도할께요. 선주씨한텐 만이천원에 대어줄테니 삼천원씩 남겨보세요. 그래도 열명이면 삼만원이고 육십명이면 십팔만원이 되잖아요. 이런 건 자주 찾으니까 수입이 괜찮을거에요. "
" 그러면 선생님이 손해를 많이 보잖아요. "
" 그런 건 신경쓰지 마세요. 선주씨가 잘되면 나도 기분이 좋으니까요. 서로 믿음이 가야 잘되는 거라서 믿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 네, 열심히 할께요. 많이 좀 도와주세요. "
" 이제 다같이 한 식구가 되었으니 말도 편하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
미경이 끼어든다.
" 네, 그렇게 하세요. 저도 그러는게 더 편할 것 같아요. "

" 요즘은 얼굴 보기가 힘드는구먼. "
" 예. 이것저것 하다보니 바빠서 시간이 없습니다. 잘 지내시고 계시죠? "
" 나야, 덕분에 잘 지내고 있지 "
" 참, 아직 점심 전이시죠? 뭘로 드시겠어요? 모처럼 아저씨랑 점심이라도 같이 먹고 가야겠네요. "
" 집에서 기다릴텐데..."
" 괜찮아요, 먹고 들어간다고 전화하면 됩니다. "
" 요즘은 가게를 안하니 지나가다 무심코 들어가기도 하고... 정말 생각이 많이 나더구먼. "
" 뭘로 드시겠어요? "
" 나야 짜장면 한그릇이면 돼. "
" 알았어요, 제가 알아서 시킬께요. "
정재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짜장면 보통으로 두 그릇과 만두와 탕수육을 시켰다.
" 뭘 그리 많이 시켜? "
" 저도 중국 요리 먹어본지가 오래되어서 많이 먹고싶네요. 잠시 차에 갔다올께요. "
차로 가면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김씨 아저씨와 점심을 먹고 들어가겠노라 얘길했다.
" 항상 올 때마다 빈 손으로 와서 몇 일전 부터 차에다 싣고 다녔어요. "
" 그게 뭔가? "
" 네, 담배입니다. "
정재는 담배를 건넨다.
" 한 갑도 아니고 한보루 씩이나..."
그때 주문한 음식이 왔다.
" 빨리도 오네요. "
" 네, 이 장산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생명이거든요. "
음식값을 지불하고 3만원을 접어서 아저씨 손에 쥐어 준다.
" 이러면 안되네, 매번 받기만 하고..."
" 그냥 넣어주시고 술 생각날 때 막걸리라도 받아 잡수세요. 요즘은 제가 자주 못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
" 아닐세...이러면.."
" 음식이 다 식어요. 어서 드세요. "
정재가 나무 젓가락을 비벼서 김씨 아저씨에게 건넨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홀로 사는 박 노인이 들어온다.
" 어서 오세요. 이거라도 좀 잡숴보세요. "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하며 나무 젓가락을 건네는 정재를 보며,
" 누구신가? "
" 아, 내가 일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있으나마나한 자식들보다도 더 잘해준다는 사람..."
" 아, 얘길 많이 들었수. 어쩜 이렇게 대단한 양반이 다 계신가? "
" 아닙니다. 젊은 사람이 웃 어른을 공경해야하는 건 당연한 일인걸요. "
박노인은 정재가 주는 나무 젓가락을 받아든다.
" 잘먹겠수. "
" 예. 많이 잡수세요. "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집에서 온 전화였다.
" 무슨 전환가? "
" 네, 집에 손님이 기다린다네요. "
" 그럼, 얼른 가봐야지. "
" 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
집으로 오니 영애와 선주도 와 있었다.
" 다들 모였네, 무슨 일들이야? 점심은 먹었어? "
" 당신 오면 맛있는거 사달라고 안먹고 있었어요. "
아내의 말에 정재가 얼른 폰을 들고,
" 그래? 그럼, 뭘 시킬까? 먹고싶은거 있음 다 말해. "
" 우리도 중국 요리 시켜줘요. "
" 알았어. "
조금 전에 시켰던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했다.
" 탕스육이 두개면 너무 많은 거 아냐? "
영애가 괜히 많이 주문한 것 같다고 한다.
" 아냐, 먹다보면 모자랄걸. 참, 이 시간에 영앤 한참 바쁠 때잖아.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 "
" 아니, 이젠 신랑이 같이 하니까 편해. 신랑보고 혼자서 하고 있으라고 하고 은행에 갔다가 온거야. 재료가 모자라서 오빠한테 온다고 했거든. "
" 재료가 다 되어가지? 깜빡했다. "
" 그래도 비상용이 있으니까 아직은 괜찮아. 오늘은 오빠도 보고싶고 좋은 소식이 있어서 겸사겸사 온거야. "
" 오늘따라 영애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 "
" 응, 너무 좋아. 우선 장부부터 봐야지, 방으로 갈까? "
" 아니, 괜찮아. 근데, 장부를 가지고 온지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한달 됐어? "
" 오빤...내가 보고싶지도 않았나봐. 난 매일 매일 달력에다 표시를 하며 날짜가 가길 기다리는데..."
" 하하하..미안, 장부는 미경이랑 혜미하고 보도록해. 자, 미경이가 받아. "
장부를 미경에게 건네준다.
" 또 좋은 일은 뭐야? "
" 응, 누가 찾아왔는데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해서 서류를 받아서 가지고 왔어. "
" 이 근방 사람이겠네? "
" 응, 서면에서 조그마한 담배포를 하는 사람인데 내가 하는 아트랑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오빤 어때? "
" 당연히 괜찮지 "
" 가맹점비랑 창업 비용에 대해서도 설명해 줬어? "
" 응...일단 내가 오빠한테 얘길해야 되니까 가서 기다리면 연락하겠다고 했어. "
" 잘했어, 내일 만나자고 해. "
" 우리 가게에서 만나자고 할께. 창업 비용은 받으면 어떻게 할까? "
" 그건 니 신랑이 보면 괜히 헛바람만 드니까 일단 니가 받아서 나한테 줘. 그리고 같이 은행에 가서 니 앞으로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정기 예금을 시키자. 통장은 니가 관리하기 힘들면 나한테 맡겨 놓던지 하고..."
" 그 돈은 오빠가 받아야 하잖아? "
" 아니, 니 돈이야. 나는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잖아. "
" 알았어. 내일 돈 받으면 오빠 말대로 정기 예금 시키고 다른 통장도 오빠한테 맡길테니 매일 받아서 은행에 예금도 좀 해주고 관리를 좀 해줘. "
" 그럼, 나도 내일 통장을 가지고 올테니 내거도 좀 맡아줘. "
" 미경이도? "
" 놔두고 다닐려니 불안해서 안되겠어. 어차피 내가 여기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데 항상 은행에도 같이 가잖아. 앞으로 가게에서 작업을 하면 관리하기가 더 힘들거야. 그러니 갑장이 좀 맡아서 관리 좀 해줘. "
" 허허...이젠 나도 함부로 나돌아 다니질 못하겠다. 내가 범죄자의 목표가 되었으니 말야. "
" 어차피 비밀 번호도 모르는데 어때? "
" 그만큼 죽을 확률이 많잖아. "
" 하하하..."
" 도대체 통장에 얼마들이 있기에 그러는거야? "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선주가 물어본다.
" 내일 가지고 오면 한번 보여 달라고 해서 보면 되잖아. 미경이도 그렇고...다들 몇 군데 나누어서 저축을 하기 때문에 다 모이면 제법 될거야. "
" 내일 꼭 봐야지. "
" 나도 영애한테 좋은 소식이 있는데..."
" 뭐야? "
" 내가 다른 기술도 가르쳐 주기로 했었잖아. "
" 아참, 그랬었지. "
" 가게로 가서 가르쳐 줄테니 일단 미경이랑 혜미하고 장부 정리부터 해. "
" 한달에 한번 씩 매번 확인을 하는거야? "
선주가 묻는다.
" 아니, 우린 장부를 안봐도 되는데 영애가 더 잘 할 수 있도록 부탁을 해서 미경이랑 혜미가 장부 관리를 해주는거야. "
" 아, 그렇구나. "
정재가 창고에서 박스를 몇 개 끄내어 놓는다.
" 선주도 우리 갑장 말만 잘 들으면 통장 관리 같은건 해라고 말은 않겠지만 먹고 살도록은 해줄테니 절대로 배신만 하지 않으면 돼. "
미경이가 선주에게 조언을 해주니 옆에 있던 선영이 화를 낸다.
" 언니!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거야? "
" 아니, 서로가 실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었을 뿐인데 니가 왜 화를 내고 그래? "
" 내가 괜히 찔리니까 듣기에 좀 거북해서 그렇지..."
" 장부 정리는 다 끝났어? "
" 응...방금 다 됐어. "
" 난 영애 가게에 갔다올께. 호박은 몇 박스 가지고 가면 돼? "
" 3박스야. "
혜미가 호박 엑기스를 3박스 내어준다. 가지고 갈 박스가 많아서 혜미와 미경이도 함께 차 있는 곳까지 옮겨 준다.
" 영애야! 잘가고 내일 보자. "
" 응, 언니! 내일 또 올께. "

정재는 영애의 가게에 있었다. 아침부터 손님들이 밀고 들어왔고 영애와 영애의 신랑은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제 가지고 온 재료들을 꼼꼼히 확인하며 정리하고 있을 때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을 원하는 손님이 있었다. 정재가 그 손님을 맞았다.
" 이런 건 어떻게 아셨어요? "
" 예. 티브이에서 봤어요. "
" 네...잠시만 기다리세요. "
연장을 들고 손님이 원하는대로 금방 다 끝냈다.
" 세상에...눈 깜짝 할 사이에 다 했군요. "
영애와 영애의 신랑도 일하다 말고 보더니 놀라는 눈치다. 정재도 같이 도와서 작업을 하니 빨리 끝낼 수가 있었다.
" 사실, 오빠가 작업 하는 걸 본 손님들이 은근히 오빠가 해주길 바라면서 언제 또 오느냐며 많이들 찾더라. "
" 하하하...이젠 내가 아니라 동생 댁이 해야 할 일이니까 열심히 연습해서 하도록 해. "
영애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이름을 부르지만, 영애의 신랑에겐 항상 동생 댁이라 불렀다.
" 우리가 형님 덕분에 이렇게 자리잡고 살게되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고맙긴...다같이 잘살면 되는거지..그래도 날 믿고 묵묵히 기술을 배우며 열심히 한 영애가 대견스러워. 또, 별다른 오해없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같이 동참해준 동생 댁도 자랑스러워. "
문이 열리더니 가맹점을 원하는 사람이 들어온다.
" 안녕하세요. "
" 어서오세요. 이리로 오세요. 저는 이정재라고 합니다. "
" 네, 저는 이석재입니다. "
" 네.."
" 가맹점을 해보시겠다고요? "
" 네. "
" 서면에서 오셨다면 자리는 좋은 곳이로군요. "
" 네, 번화가라 유동 인구가 많다보니 뭘해도 잘되는 곳이에요. "
" 다른 곳에도 알아보셨나요? "
" 네, 다른덴 창업 비용이 너무 많이들러라구요. 계약도 무척 까다롭구요. "
" 예..저희는 까다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배우는 것도 간단하게 가르치니까 넉넉잡고 2, 3일이면 다 배울 수가 있어요.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오셨으니 더이상 설명을 드릴 필요가 없겠군요. "
" 괜찮으시다면 지금 당장에 계약서를 작성했으면 하는데 어떠세요? "
" 저희야 언제든 괜찮죠. 계약서는 여기 있고요, 이 분이 여기 사장님이신데 계약서를 읽어 보시고 도장을 찍으시면 됩니다. "
정재가 영애와 계약을 하라고 하자 이석재는 깜짝 놀란다.
" 허허...왜 이러십니까? 그래도 원 사장님이신데...저희가 그정도 눈치도 없는 줄 아십니까? "
" 아뇨, 저는 가끔 운전이나 해주는 사람인데 여기 계시는 사장님께서 계약서 작성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셔서 옆에서 도움을 주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계약은 이쪽 사장님하고 하셔야지요. 사실, 저는 이런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
" 이거 정말 섭섭합니다. 우린 나쁜 목적으로 가맹점을 열려는 것도 아닌데...우릴 못 믿으시면 우린 어떡합니까? "
" 하하하...정말 죄송합니다. 사실은..."
정재는 자신이 영애에게 기술을 가르친 것과 영애와의 약속에 대해 설명했다.
" 나중에 사장님께서도 지금처럼 똑 같은 상황에 처하시면 사장님께서도 투자를 많이 하셨는데, 사장님을 제쳐두고 저랑 거래가 바로 되어버린다면 어떻겠습니까? 마찬가지거든요. 저는 한번 내뱉은 말과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
" 하하하...진작에 말씀을 하시지요. 저도 대강은 눈치를 채고 있었습니다. 가맹점비는 지금 바로 현금으로 드릴께요. 저도 기분 좋은 만남으로 좋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
그러더니 쇼핑백에서 백만원씩 묶음의 돈 다발을 끄낸다. 이 참에 재료비까지 넉넉히 주겠다며 시원스럽게 계약이 이루어 졌고 정재와 영애는 이석재를 따라가서 이석재의 담배포까지 둘러보았다.
" 자리가 좋아서 정말 잘 되겠군요. "
" 네, 우선 돈에는 짠 편이 아니니 돈 걱정은 마시고 잘 좀 가르쳐 주세요. "
" 예, 저도 최선을 다해 가르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애가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 그렇게 좋아? "
" 응, 너무 좋아. 가게도 잘 되고 이대로 나가다간 머지않아 큰 부자가 될거야. "
" 좋겠다. "
" 내가 부자가 되면 오빠도 부자가 되는데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말하네. "
" 돈 많이 벌면 날 좀 도와 줄거야? "
" 당연하지. 내가 누구 덕분에 이렇게 잘 되는데..."
집 근처의 농협으로 갔다.
" 어서오세요. "
매일 보는 여직원이 정재를 반갑게 맞이한다.
" 네, 정기 예금을 하려구요. "
" 새 통장을 하나 만드실거죠? "
" 네. "
영애 앞으로 통장을 만들었다. 여 직원은 통장을 가지고 오며 커피를 두 잔 내어온다. 정재가 쇼핑백을 올려서 여직원에게 건넨다.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던 직원이 놀랜다.
" 이건 다 셀려면 한참 걸리겠군요. "
여직원이 웃으며 농담을 한다.
"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기에 이렇게 매일 오세요? "
" 예? 이젠 오지 말까요? 하하하..."
" 아뇨, 일주일에 한번도 아니고 매일 오시니까 저희는 좋죠. "
" 제가 거래를 하니까 꾸준히 달고 오는 사람이 많죠? "
" 네, 그래서 더 궁금하네요. "
" 점심 때라도 좋으니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 여기 이 분은 저 앞에서 네일아트를 하거든요. "
" 알고 있어요. 저도 한번 갔었는걸요. "
" 아, 그러셨군요. 참, 이 분이 오늘 만든 통장은 이 분 신랑이 와서 물어도 비밀로 해야돼요. 알았죠? "
" 네, 그런 걱정은 마세요. "
" 신랑 몰래 돈을 모으려고 정기 예금을 들어서 통장은 제가 보관하려구요. "
" 치, 그 돈이 오빠 돈이면서...울 오빠가 통장을 하나 만들라고 하면서 억지로 넣어주는 돈이에요. 가게도 오빠가 차려줬고요. "
" 네? 정말 좋은 오빠시군요. "
" 하하하...그런 말은 왜해? "
여직원은 선물이라며 돈이 들었던 쇼핑백에 선물을 가득 넣어준다. 영애와 함께 집으로 가니 선주도 와 있었다.
" 그건 뭐야? "
미경이 묻는다.
" 응, 은행에 가서 통장 하나 만들었더니 주더라. "
" 요즘은 은행도 좋아졌구나. 통장을 만들면 선물도 다 주니 말야. "
" 하하하..."
" 계약은 잘 됐어? "
" 응, 잘됐으니 그 돈 받아서 은행에 넣어두고 왔잖아. "
" 통장 한번 봐도 돼? "
" 글쎄...영애한테 물어보고..."
" 그냥 보면 되지, 오빠는..."
" 하하하..."
" 우와..이게 얼마야? 정말 많다. "
" 어디? 정말..."
" 이건 일년간 정기 예금 시켜놓은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못대도록 해놨어. 도둑이 들어서 도장하고 신분증을 가지고 가도 안돼. 나하고 영애하고 같이 가야만 찾을 수 있도록 해놨어. "
" 거짓말..."
미경이 못 믿겠다는 듯 말한다.
" 못 믿겠으면 내일 나하고 같이 가보면 알잖아. "
" 맞어, 언니! 오빠랑 사진을 한장씩 첨부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전국 어느 농협이든 둘이 같이 가야 찾을 수 있어. 오빠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거든. 은행 전산망에도 우리 사진이 나타나는 걸 똑똑히 봤어. "
" 확실하게 해놓고 왔구나. "
영애가 백에서 여러개의 통장을 꺼낸다.
" 신랑이 아는 통장은 놔두고 왔어. 그동안 가게를 시작하면서 모은 건데 이건 단계별로 목표를 정해놓은 거고...여기 통장...목표를 하나씩 이룰 때마다 찾아서 쓸 수 있도록 오빠가 관리를 해줘. "
" 이야...시작한지도 얼마되질 않았는데 그새 이렇게 많이 모았어. "
혜미가 놀라면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 근데, 목표 중에 큰 언니한테 빌린 돈은 뭐야? "
" 응, 큰 언닌 선물이라 생각하라고 해서 나도 그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가게도 잘되고 돈을 벌때 모아두었다가 돌려주고 싶어서 나 혼자 정한거야. 나 혼자 모른 척 입을 싹 닦으면 그만이겠지만, 벌 때 모아 두었다가 얼른 갚아야지 큰 언니도 나같은 경우처럼 또 다른 일에 쓸 수가 있겠다 싶어서..."
" 안 갚아도 되니까 너무 무리하게 모으진마. 괜히 나 때문에 부담이 되면 안되니까..."
" 무슨 얘기들이야? "
선주가 미경이에게 물었다.
" 응, 첨에 영애가 가게를 시작할 때..."
미경은 영애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게를 운영하게 된 사연에 대해서 얘기 해줬다.
" 그럼, 언니 가게를 판 돈으로 시작했던 거구나. 모두들 천사같은 사람들이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
" 하하하...선주도 모임을 꾸준히 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거야. 나중에 봐가면서 더 좋은 게 있음 모임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영애처럼 뭔가를 하면 되잖아. 이젠 내 통장을 맡길께. 나도 가게세가 빠지는 통장이랑 신랑이 아는 통장은 놔두고 나머진 갑장이랑 시작하면서 새로 만든 통장이야. "
혜미가 통장을 받아든다.
" 무슨 통장이 이렇게 많아? 우와...많...다..."
갑자기 혜미가 계산기를 들고와서 두드린다.
" 켁...억이 넘잖아. 정말 이 일을 시작하고 모은거야? 난, 명함도 못 내밀겠네. "
" 맞어, 너랑 장부를 같이 봤으니 너도 계산해 봄 알잖아. 이젠 혜미도 통장을 보여 줘야지? "
" 난 몇 개 안돼, 이게 다야. "
" 어디? "
미경이 통장을 받아서 열어보더니 정재에게 쓰러진다.
" 왜그래? "
선주가 얼른 통장을 받아서 펼쳐 본다.
" 켁..무, 무슨 동그라미가 이렇게 많아? 혹시 잘못 된 거 아냐? "
" 그러게.."
혜미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 이건 아파트 팔은 거구, 이건 박사장 부인한테 노래방 팔은 거구...이건 조금 저축 해뒀던 거...이건 요리 모임하면서 재료비랑 < 장삼탕 > 팔은거...이건 쇼핑몰 관리하면서 부터 지금까지 한 푼도 안쓰고 모은거야. "
아내도 한마디 한다.
" 난, 아무 것도 없어. 그래도 영애가 잘 되니까 내 마음이 기쁘다. "
" 조금만 기다려 언니! 내가 많이 벌면 매달 용돈도 줄께. "
" 얘는..벌써부터 날 뒷방 늙은이 취급하려드네. "
" 하하하...."
" 그럼, 뭘로 생활하는거야? "
선주가 묻는다.
" 가끔 미경이가 조금씩 도와주곤 해. 여기서 하루 세끼 밥을 다 먹는다고 쌀을 사기도 하고 많이 도와주거든. "
" 오빤? "
" 나는 통장이 있어도 저축을 해본지가 오래 되었어. 잘들 알겠지만, 요즘은 버는 것 보다 쓰는 게 많아서 항상 쩔쩔 매거든. 요즘은 버는대로 생활비로 쓰기가 바쁘지, 하하하..."
선영이도 통장을 하나 내어 놓았다.
" 난 그동안 형편이 말도 못할 정도로 어려웠었는데, 이번에 가게 일도 오빠 덕분에 잘 풀리고 아르바이트비랍시고 언니들하고 오빠가 도와줘서 그나마 삼백만원을 만져보는데, 차마 아까워서 쓰질 못하겠어. 집 안에 들어가는 생활비랑 잡비는 신랑에게 타 쓰기로 하고 나도 통장에다 넣어두고 목돈을 한번 만들어 볼려고 그래. "
" 그래, 잘 생각했어. 우리 이를 악물고 한번 모아보자. "
정재가 선주와 선영의 손을 잡았다. 다들 정재의 손 위로 손을 겹쳐 올리며 결의를 다졌다.

몇일 간의 집중 교육을 통해 서면의 이석재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재도 일주일 가량 이석재의 가게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듯 석재의 가게엔 줄이 계속 이어졌다. 이석재 부부만으론 일손이 달려 정재가 일주일 가량을 도와줬던 것이다. 아무리 손님들이 밀고 들어와도 정재가 마냥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어서 석재와 의논한 끝에 석재의 질녀에게 월급을 주기로 하고 채용해서 2,3일 가량 교육을 시켜 일을 주었기 때문에 정재가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석재에게 아침에 좀 더 일찍 문을 열고 저녁에 조금 늦게 마치더라도 그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얘길했고, 석재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정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모처럼 선주의 요리 모임에 느긋한 마음으로 참석을 하게 되었다. 사실, 정재가 참석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엔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부터가 달랐다. 그래서 매번 모임 때마다 선주가 다음 모임에는 정재가 참여한다는 것을 미리 알려야만 제대로된 인원 수가 채워졌다.
정재가 오는 날엔 < 장삼탕 >과 엑기스를 주문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고 특히, < 장삼탕 >을 많이 준비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정재와 선주의 계산에서 나온 것이고 정재가 매번 참석을 하였더라면 주문량에도 큰 변동은 없었을 것이다. 주문량이 적다싶을 땐 다음 번에는 나오지 않았고 어느정도 주문량이 채워졌다 싶을 땐 꼭 나왔으니 모임에 오는 사람들 또한, 되도록이면 하나라도 더 구입하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일하게 남자라곤 혼자뿐인 정재가 있어야 야한 농담도 하고 모임 자체에도 재미가 있었으며 활력이 넘치는 것이기에, 매번 잠자리에서의 애로도 정재와의 면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해결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정재가 나오는 모임은 말로써는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끌림이 있었다.
오늘의 요리는 장어 요리에 대한 주제였고, 당연히 장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정재가 직접 강의를 맡게 되었다.
" 여러분! 독사와 장어와 송이 버섯의 공통점은 뭐에요? "
" 예,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
" 맞습니다. 특히, 장어와 송이 버섯은 가만히 가지고만 놀아도 여자를 즐겁게 해주며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그 효과는 대단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독사는 잘못 가지고 놀다간 즐겁기 전에 바로 가는 수가 있지요. "
" 하하하..."
" 장어는 어디에 좋을까요? "
" 스테미너에 최고입니다. "
" 피부 미용에 좋습니다. "
다들 좋은 점에 대해서 한마디씩 했다.
" 제가 그저께 요리를 하다가 얼큰하게 먹고 싶어서 준비해 놓은 재료를 보니 고추가 다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집 앞 마트로 뛰어갔더니 딱 세개가 남아있어서 그거라도 얼른 사가지고 올려고 보니, 어떤 여자가 고추를 찾는 것이에요. 그래서 착하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하면서도 한점 티 없이 맑고 푸른 마음씨를 지닌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그 여자에게 한개를 줬어요. 그리곤 돌아서는데 또 다른 여자가 오더니 고추를 찾는거에요. 하는 수 없이 하나를 또 줬어요. 이젠 더 이상은 안오겠지 하면서 고개를 드는데, 어떤 젊고 이쁜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더니 ' 아저씨! 나도 하나만...' 그러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 하나 남은 고추는 안되요, 이거마저 다 줘버리면 전, 집에서 쫓겨난단 말이에요. "
모두들 숨죽이고 듣고 있다가 무슨 뜻인지를 몰라 어리둥절 해있더니 뒤늦게 말뜻을 알아차리곤 킥킥대며 웃고 난리가 났다.
" 그 고추가 청량 고추인가요? "
누군가 질문을 한다.
" 잘 모르겠어요. 하도 들락날락 했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이젠 태양초가 다 되었거든요. "
" 하하하..."
오늘의 모임은 시작부터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잊지못할 시간이 된 것만 같았다. 한마디로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재가 면담을 받기 위해 작은 방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한사람씩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정재도 때론 은근히 유혹하는 여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야만 했다. 한참 후 선주가 커피를 가지고 들어온다.
" 다들 갔어? "
" 응, 이제 다 갔어, 피곤하지? "
선주가 정재의 등뒤로 와서 어깨를 주무른다.
" 괜찮아, 오늘은 어땠어? "
" < 장삼탕 >은 여유분으로 가지고 온 것까지 매진이고 장어 엑기스 주문도 많이 받았어. "
" 그래? 오늘은 내가 오길 잘한 것 같네. "
" 당연하지, 오빠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데..."
" 일찍 끝났으면 했는데, 오늘따라 면담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너무 늦어버렸다. "
" 괜찮아, 늦을 수록 돈이 되니까 얼마나 좋아. 면담을 하다보면 은근히 유혹하는 사람들도 많지? "
" 응, 많아, 어떨 땐 거의 협박에 가까울 정도로 유혹하며 바싹 다가앉는데, 내가 꼭 이런 사람들을 상대해야만 하는가 하고 의구심이 생길 때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내가 말만 몇마디 하면 넘어 올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불륜을 만들면 안되잖아. 때론 정말이지 귀찮기도 하고...그런 사람들 잘못 건드리면 정말 골치가 아프거든. "
" 왜? 한번 꼬셔나보지? "
" 그것도 약점이라고 두고두고 시달리는 것보단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에가서 마누라 엉덩이나 두드리는 게 더 속 편하잖아. "
" 오빤 요리도 잘하지만 강의를 할 때 듣고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반하게 돼.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 그럴 땐 요리에만 집중해서 신경을 쓰면 돼. 강의라던지 내가 남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자신 스스로가 건전하게 생각하면서 쓸데없는 곳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 안되는거야. 여자들이 남편들 출근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데다 남자라곤 나 하나뿐이라서 다들 경쟁 의식에서 어떻게든 나하고 잘 엮어보려는 엉뚱한 생각에서 그렇거든. "
선주가 정재의 등 뒤에서 꼭 끌어안으며 말한다.
" 그래도 말처럼 쉽지 않은데도 고쳐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
" 내가 볼 땐 다른 사람들 보다도 니가 제일 심각한 것 같다. "
" 맞어, 실은...나도 오빨 무척 좋아하고 있어. 오빤 이미 둘이나 있는데...그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도 자꾸만 엉뚱한 생각이들어. 어떨땐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 "
" 이리로 와봐, 내 앞으로 말야. "
정재는 가볍게 선주를 껴안았다.
" 내가 지금까지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하면서 미경이나 영애, 선영이에게도 개인 지도를 하며 가르치면서 아직까지는 그런 게 한번도 없어. 영애는 아직까지 손 한번 못 잡아봤어. 더군다나 넌 내 큰 마누라가 추천을 했기에 내가 더 더욱 조심해지는 건 사실이고..."
" 하지만, 나도 여잔걸...오빠 강의 듣고 넘어가지 않는 여자가 있음 나와보라고 해. "
정재는 선주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선주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아니, 따뜻하다기 보다는 뜨겁게 달구어져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 선주야! "
" 응.."
" 나도 널 여자로써 생각을 안해본 건 아냐.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이기에 때로는 지금처럼 우리 둘만이 있을 땐 여러가지 생각으로 갈등을 많이 하게 되거든. 나도 마음 같아선 우리 둘만의 비밀을 만들자고 먼저 말을 하고 싶지만...절대로 그러지는 말자. 지금 이대로 편하게 지내는 게 좋잖아. 너도 언니들이나 동생들보기도 좋고, 식구들에게도 떳떳하고...나도 부담없이 널 대할 수 있으니 지금 이대로가 좋을 것 같다. 우리 사이가 더 이상 발전을 하게되면 그땐 정말이지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처럼...앞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어울리는게 좋은거잖아. 괜히 말썽을 일으키고 싶진 않아. "
" 오빠! 한가지만 물어볼께. "
" 응.."
" 날 정말 여자로 생각 해본 적 있어? "
" 솔직히...넌, 정말 예뻐. 널 보고 반하지 않는다면 그건 남자도 아닐거야. 나도 감정을 억누르며 겨우 참고 있거든. "
정재는 눈짓으로 자신의 아랫부분을 가리키자 선주는 부풀어 있는 그곳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선주는 정재에게 안긴다. 정재는 선주를 꼭 끌어 안았다.
" 알았어, 지금 우리가 한 얘기...비밀로 해줄 수 있지? "
" 당근이지. "
" 고마워. "
" 니가 날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혹시라도 내가 실수하지 않도록 옆에서 잘 감시하고 지켜줘야 한다는거야. "
" 그래, 이제부턴 내가 그림자처럼 오빨 감시하고 지킬께. "
정재는 말없이 웃으며 선주를 끌어 안았고 볼에다 뽀뽀를 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껴안고 있다가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선주와 함께 집으로 갔다.
" 오늘은 어땠어? "
혜미가 먼저 물었다.
" 오늘 같은 날 다들 참석을 했어야 하는데...혼자 보기에 정말 아까웠어. "
" 왜? "
" 오빠가 강의를 하면서..."
선주는 정재의 강의 내용을 들려 주었다. 모두들 웃느라 배를 잡고 뒹굴었다.
" 마지막 하나 남은 건 아직도 잘 가지고 있겠지? 아니, 잘 다고 있냐고 물어야 정상이겠다. 하하하..."
미경이가 정재의 허벅지를 더듬으며 말했다.
" 왜? 잃어버리기라도 했을까봐 그래? "
" 아니, 태양초가 너무 들락거려서 많이 여위었을 것 같아서 그래. "
" 하하하..."
" 오늘 밤 두 사람 확인 작업 들어가야 할걸. 어디 가서 하나 남은 태양초를 팔아먹고 풋고추에다 물감을 칠했는지 알게뭐야. "
" 하하하..."
오늘 강의는 명강의라 여유분으로 더 가져간 것까지 바닥이 났어. 여기있어, < 장삼탕 > 대금...맞는지 한번 세어봐. "
선주가 혜미에게 돈을 건네자 혜미는 돈을 받으며 세어본다.
" 딱 맞아, 엑기스 주문은 좀 받았어? "
" 응, 여기 주문한 사람 이름이랑 뭘 주문했는지도 적어 왔어. "
" 와, 많이도 했다. 오늘은 재수가 좋은 날이야? 운이 좋은 날이야? "
" 그게 그거 아냐? "
" 엥? 바뀐걸 나만 모르고 있었나? "
" 하하하..."
" 내가 사람들이 면담하러 들어가면 그 사람 이름과 들어가는 시간, 나오는 시간을 적거든. 근데, 오늘은 참석한 인원이 모두 43명인데 면담을 한 사람이 40명이야. "
" 그런 것도 다 적어? "
" 응, 그냥 적어봤는데,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보면 정말 재미있어. 무슨 말들이 오갔을지 나혼자 상상하며 웃곤하지. 크크크..."
" 그런 것까지 적으면 머리가 안 아파? "
" 내가 오빨 지켜야지, 오늘부턴 오빠의 그림자가 되기로 했어. "
정재와 선주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 모임에 오는 여자들이 오빠만 보면 하나같이 미치고 환장하는데 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오빨 지켜야지. 나마저 미쳐버리면 오빤 누가 지켜? "
" 하하하...그런 뜻이었구나. 하하.."
" 가게 작업실 말야, 언제쯤 만들거야? "
미경이가 작업실에 대해서 말을 끄낸다.
" 이젠 바쁜 일들도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내일이라도 만들어야지.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서 니가 독립을 하면 가게 매상도 많이 오를테고 나도 좀 편해질 수 있잖아. "
" 솔직히 난...여기서 작업을 하는 게 더 재미도 있고 오히려 편해. 날 사랑 해주는 갑장이 언제나 곁에 있어서 든든했었는데, 우리가 헤어지면 외로워서 앞으론 어떻게 살아? "
" 하하하..."
" 미경 언니가 울 신랑 맘에두고 있는 걸 평소에도 잘 알지만 이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
" 내가 달리 좋아하겠어? 참 때가되면 참주지, 밥 때되면 밥 주지...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다 챙겨주는데 어떻게 안 좋아 할 수가 있겠어? "
" 하하하..그것 때문에 더 좋아한거구나. "
" 내가 어쩔 수 없이 가게에서 작업을 해야하겠지만 자주 와볼거야. 혜미는 하나 밖에 없는 태양초가 어딜 가지 않도록 잘 지켜. "
" 알았어, 언니! 내가 바늘을 꽃아서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실을 따라 가볼께. 그럼,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가 있잖아. "
" 하하하..."
" 당신 나하고 바람도 쐴겸 은행이나 갔다 오지? "
" 글쎄..."
" 모처럼 혜미랑 선영이가 당신 흉이나 실컷 보라고 슬쩍 자리도 피해줄겸 나갔다 오자구. "
" 알았어요. "
" 언닐 흉볼게 뭐 있다구...모처럼 오붓하게 데이트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모른 척 할테니 실컷 즐기고 와. "
" 하하하..."
정재는 아내를 옆에 태우고 영애의 가게로 갔다.
" 둘이서 여전히 바쁘구나. "
" 어서 와 오빠! 큰 언니도 왔네. 너무 바빠서 아직 점심도 못 먹었어. "
" 왜? 교대로 먹으면 되잖아. "
" 그래도 밥 먹느라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가 않았어. "
" 그래, 내가 잠시 봐줄테니 어서 밥부터 먹도록 해. "
정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연장을 집어 들었다.
" 급하게 먹으면 체하니까 천천히 먹어. "
아내가 컵에 물을 따라 준다.
" 응, 고마워, 언니! "
영애가 얼른 점심을 먹고 신랑과 교대했다.
" 매일 이렇게 바빠서 어떡해? "
" 하지만, 바쁜 것도 한 때라서 이럴 때 부지런히 해야지. 나중에 많이 알려지면 차츰 일거리가 줄어들잖아. "
" 그렇긴해도 니가 걱정이 되어서 그렇지.."
" 괜찮아, 신랑이랑 둘이서 하니까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어. "
" 내가 봐도 두사람 척척 잘 맞아서 재미있게 사는 것 같다. "
" 모두가 오빠 덕분이야. "
" 아냐, 난 니가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만 놔준 것 뿐이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건 니가 스스로 개척한 거니까 내 덕은 아니지. "
" 어찌됐건 우린 오빨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어. "
" 참내..."
신랑이 점심을 다 먹고 나오자 영애는 준비해둔 돈을 정재에게 준다.
" 이건 가게세가 빠지는 통장에 넣고 이건 공과금이 빠지는 통장에 넣으면 돼. "
그러면서 조용히 별도의 돈을 건넨다. 신랑은 바빠서 볼 시간도 없었지만, 그것은 적금을 들건 저축을 하건 알아서 관리를 해달라는 돈이었기에 정재가 알아서 입금을 시키고 나중에 알려주면 영애가 체크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번엔 미경의 가게로 가서 작업한 옷을 내려 놓았다.
" 이번에도 주문 받은 옷만 가지고 갈거야? "
" 아니, 올 때마다 많이 가지고 가면 다음엔 편하니까 왔을 때 많이 싣고 갈께. "
" 그래도 되겠어? "
" 어차피 가면 혜미랑 선영이도 있잖아. 엘레베이트에 싣기만 하면 되는데 뭐. "
"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
아침에 도착한 새 옷을 차에다 실었다.
" 작업실은 어디에다 만드는 게 좋을까? "
" 여기에 만들었음 하는데...어때? "
" 괜찮겠다. "
정재는 줄자를 끄내어 재어본다.
" 됐어, 내가 생각했던 공간이 나오니까 멋지게 만들어 줄께. "
미경으로부터 저축할 돈을 받아 농협으로 갔다.
" 어서 오세요. "
"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
" 하루도 안빠지고 오시는 것 같네요. "
" 오늘은 제 아내와 함께 왔습니다. "
" 예? 지난 번에..."
은행 여직원은 혜미를 얘기하려다 얼른 말을 끊어버린다.
" 하하하...괜찮아요. 이 사람은 큰 마누라이고 지난 번에 같이 왔던 사람은 작은 마누라거든요. "
" 예..놀랬어요. "
"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이 사람 몰래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살다보니 딱한 처지라 함께 살게 되었거든요. 그렇다고해서 떳떳치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드러내어 놓고 소개도 하는거구요. "
선주도 새 통장을 만들었다. 정재의 권유로 3년짜리 적금과 예금 통장을 만들었다. 5년은 너무 지루할 것 같아 정재가 전원 생활을 위해 산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진 관리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3년짜리 적금 통장을 만든 것이다. 모임의 대표로써 지금껏 모아온 돈을 다 찾아 적금 통장에 넣고 나머지는 저축을 해 놓았다.
" 적금을 달달이 불입을 해도 되지만, 여유가 있을 때 미리 넣어두면 그만큼 이자도 많이 불으니까 참고로 알고 있도록 해. "
" 그런 것도 있어? 난 몰랐는데..."
" 은행엘 자주 오다보면 다 알게 돼. "
" 고객님께선 매일 오셔서 여기서 살다시피 하시니까 은행 직원인 저보다도 더 잘 아시는데요. "
" 그렇군요. 참, 내 통장도 오빠가 맡아서 관리를 해줘. "
" 너도? "
" 응...없는 듯이 한번 모아보려고 그래. "
" 알았어. "
선주는 볼일이 있다고해서 은행 앞에서 헤어졌다.
" 어디로 갈까? 가고싶은데 있어? "
" 여기에 오니까 전에 하던 가게에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
" 그럼, 잠깐 들렀다 갈까? "
아내는 대답대신 소리없이 웃었다. 정재는 아내가 하던 통닭집으로 갔다. 지금은 낯선 체인점 간판이 붙어 있었다.
" 안녕하세요. "
" 어서오세요. 오랫만이에요. "
가게집 여자가 자리를 권했다.
" 장사는 잘 되나요? "
" 그저 그래요, 체인점을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못하네요. "
가게집 여자의 정이 가질않는 차림새와 말투에 안봐도 알겠지만, 닭살이 돋을 정도로 엄살이 심하다.
" 요즘 모임에서 인기가 좋으시다고 소문이 나있더군요. 저도 가게 일만 아니면 몇번 가봤을텐데...요즘은 잠시도 자릴 비울 수가 없어서요. "
" 체인점으로 바꾸니까 확실히 매상이 다르죠? "
" 예, 순전히 이름 값이에요. 요즘은 유명 브랜드만 찾는 시대니까 아무래도 영양이나 맛 보다는 이름만보고 주문을 하거든요. "
아내가 메뉴판을 보더니 주문한다.
" 우리도 양념하고 후라이드 하나 해주세요. "
" 가지고 가시게요? "
" 어딜 들렀다 가야되니까 배달되면 좀 갖다주세요. "
" 네, 그렇게 할께요. "
정재가 계산을 하자 아내가 일어선다.
" 모처럼 오셨는데 커피라도 한잔 하시고 가시죠? "
" 아뇨, 들를 때가 많아서요. "
아내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 괜히 왔다싶은 생각이 들지? "
" 아뇨, 그래도 세상 인심이 어떻는지 우리가 할 때와는 어떻게 다른지 보고 들으며 좋은 공부를 하다가 가잖아요. "
" 우리가 할 때와는 비교도 안되지? 지금은 정이란 게 없으니 너무 삭막해. "
"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 걸 어떡해요. 우린 그저 흐르는 물처럼 얌전히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
" 맞아, 맞는 말이야... "
" 족발도 사줄래요? "
" 먹고싶어? 알았어. "
근처의 체인점으로 가서 포장된 족발을 사왔다.
" 당신! 체인점 족발보다는 시장에서 파는 족발을 좋아하잖아요? "
" 응, 은행 주차장에 차를 너무 오래 주차시켜 놓았고, 시장 안까지 들어가려니 시간이 너무 거릴 것 같아서....얼른 가서 택배도 보내야 되잖아. "
" 아참, 어서 가요. 혜미랑 선영이가 고생하겠어요. "
서둘러 집으로 왔다.
" 늦어서 미안. "
" 근데, 왠 통닭이야? "
" 응, 전에 하던 가게에 갔다가 그냥 나오기가 뭣해서 시켰어. 아직 안 먹었어? "
" 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지. "
"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지. 어서 먹자. 여기 족발도 사왔어. "
" 야, 맛있겠다. "
정재는 통닭과 족발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 술 생각 있는 사람은 말해, 내가 가지고 올께. 아무도 없어? 그럼, 음료수라도 끄내 올까? "
함께 배달된 콜라가 시원하짛 않아서 냉장고로 가서 시원한 사이다와 오렌지 쥬스를 끄내어 왔다.
"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다음 번 모임 땐 장어 구이를 가지고 히트를 쳐볼 생각이야. "
" 장어 구이? 그건 귀하면서 자주 써먹어서인지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 두고 봐, 분명히 히트를 칠거야. "
"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 오빠가 울 가게에 대주는 양념은 맛있는데, 아무리 가르쳐 주는대로 해도 그 맛이 안나잖아. "
" 하하하..."
" 자꾸만 양념을 만들어봐야 양념 맛도 있는 법이야. 조급하게 생각지말고 꾸준히 만들다보면 제 맛이 나오게 마련이거든. "
아내가 얘길했다.
" 내일 선영이네 가게로 장어를 가지고 갈 때 좀 더 많이 준비해서 바로 구울 수 있도록 장어를 장만해놔야겠어. "
" 한꺼번에 너무 많이 준비하지는 마. 그러다 안팔리면 어떡하려구 그래? "
혜미가 걱정스럽게 말한다.
" 알았어, 조금만 준비할께. 하지만 매번 모임 때마다 조금씩 준비할려면 정말 바쁠거야. "
"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 그렇지만 안전하게 하는 게 좋잖아. "
" 일단은 당신 말대로 조금만 준비하도록 할께. < 장삼탕 > 도 많이들 먹어서 질릴지도 모르니 같은 장어라도 가끔은 새로운 아이템으로 변화도 주고 다양하게 선보여야 사람들이 계속해서 주문을 하거든. 근데, 이 통닭 왜이래? 당신이 해주는 걸 먹다 이걸 먹으려니 양념도 별로고 고기가 느끼해서 못 먹겠다. "
아내를 보고 얘길하자 혜미와 선영이도 한마디씩 한다.
" 정말...아무리 이름 값이라지만 특유의 깊은 맛도 없고 정말 맛없다. "
" 나 때문에 듣기좋으라고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돼. 아무렴 그 정도로 맛이 없을려구. "
" 아냐, 언니! 장난이 아니야. 한번 맛보고 얘길해. "
" 어디..."
아내가 닭다리를 하나 집어들고 한입 먹어본다.
" 정말이네. "
"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족발만 먹고 치킨은 그냥 버리자. "
" 그래. "
" 체임점 본사에서 불량이 있었거나 가게 여자가 나름대로 잘해보려다 오히려 망쳤는지도 모르지. "
" 아마 그럴거야. "
" 작업은 다 끝난거지? 확인 다 했으면 난 포장할테니 천천히들 먹어. "
정재는 박스를 포장 하며 송장을 붙였다.
" 내일은 미경 언니 가게에 작업실을 만들거야? "
" 응, 준비가 다 되었으니 아침에 일찍하면 두어시간이면 끝나. "
" 그렇게 빨리 끝나? "
" 깔끔하게 조립식 칸막이로 맞추어 놓았고, 문짝도 이미 준비를 해뒀으니 내일은 조립해서 못질만 하면 될 정도로 준비가 다 되어 있거든. "
" 그럼, 오늘은 일찍 자야겠네? "
" 안재울거야? "
" 하는거 봐가면서..."
" 하하하..."

정재는 아침 일찍 미경의 가게로 나가있었다.
" 이 정도 공간이면 충분하겠지? "
" 공간이 너무 넓지않나? "
" 아니지, 일어서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앉아서도 할 수 있도록 이 탁자를 하나 놓을 거야. 그러면 지금보단 공간이 훨씬 좁아보일거야. 안쪽엔 재료도 올려놓을 수 있도록 선반도 만들어야 하거든. 선반을 사용하지 않을 땐 이렇게 접으면 돼. 탁자도 마찬가지로 옆으로 제껴 세우면 지금처럼 넓은 공간이 되지. "
" 좋아, 대충하는 것 같아도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네. "
정재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미경이 시원한 음료수를 내어왔을 땐 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 밖에선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고 작업실에선 밖을 볼 수 있도록 유리를 달았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도 밖을 감시 할 수도 있는 기능이 있는 셈이야. 완전히 요새같지? "
" 응. 아담하면서도 왠지모르게 비밀스러운 게 느껴져. "
" 이젠 탁자를 조립해야 하니까 이쪽에서 좀 잡아줘. 조립식이라 볼트와 너트로 조이기만 하면 되거든. "
" 알았어, 우선 이거부터 마시고 해. "
정재는 미경이가 가지고 온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곤 서둘러 탁자를 조립했다.
" 자, 잘봐, 사용하지 않을 땐 이렇게 접으면 공간이 넓어지지? 탁자로 사용할 땐 이렇게 펴서 이걸 고정시키면 이 위에 올라가서 뛰고 굴려도 끄덕없어. 아마 한가할 땐 신랑이랑 올라가서 해도 소리도 안나고 좋을거야. "
"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데..."
" 아냐, 조립식이라도 안쪽에 특수한 스티로폼이 들어있기 때문에 왠만해선 충격을 흡수해주거든. 그래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보온 효과가 있어서 아주 따뜻할거야. "
" 갑장같으면 기회가 있을 때 이곳을 자주 이용하겠지? "
" 어쩌면..."
" 근데, 아무리봐도 소리가 날 것 같아. "
" 안난대두 그러네. 하다가 벽에 부딪히지 않고 조심만하면 아무도 모를거야. 천장을 안했기 때문에 말 소리는 들리지만...근데, 오늘따라 일에는 관심이 없고 이상한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정재가 미경을 쳐다보자 말없이 웃기만 한다.
" 갑장이 잠깐 올라가서 해도 충격을 흡수하고 소리도 나지 않을거라고하니까 기분이 묘해서 그렇지. "
" 그럼, 더 묘해지게 해줄까? "
" 어떻게?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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