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14, 조회 : 2252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 6. 아내의 임신

" 할만해? "
" 응..."
" 실수하면 어쩌나 겁먹지 말고 하고싶은대로 해봐. 그러다보면 실력도 늘고 한가질 배워도 두가지, 세가지 느끼고 깨우치는 게 있을테니..."
" 알았어. "
미경이 정재의 곁으로 다가온다.
" 어때? 잘해? "
" 영애가 보기보다 똑똑해서 금방금방 배우니까 내가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 "
" 잘 할 것 같아? "
" 이런 식으로만 계속하면 정말 잘할거야. 갑장도 잘 알다시피 이게 아직까지는 어둡거든. 그리고 이 일대엔 이런 가게가 없으니 전망이 밝은 편이잖아. 참, 영애는 컴퓨터 잘해? "
영애가 정재와 미경을 올려다 본다.
" 아직...잘 못해..."
" 별로 힘들거나 어려울 것도 없어. 간단한 거니까 혜미가 하는 걸 옆에서 잘보고 배우도록해. 혜미도 좀 가르쳐 주고..."
" 알았어. 나도 잘 못하지만 나처럼만 하면 되잖아? 그러면 되지? "
" 응, 당신이 좀 가르치면서 당신도 열심히 배우도록 해. "
" 알았어요. "
" 평소엔 안가르쳐주더니 혜미에게 열심히 배우라고 할 때도 있네? "
"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니까 혹시라도 내가 잘못되면 혜미도 뭐든 해서 살아야 하잖아. 그래서 이것저것 다 가르칠려고 생각한거야. 그렇다고 혜미가 경쟁자로 나설까봐 벌써부터 영애가 겁먹을 필요는 없어. "
" 하하하..."

초인종이 울린다.
" 누구지? 올 사람은 없는데..."
혜미가 일어나서 나간다. 다들 현관 문쪽을 본다. 혜미가 문을 여니 박사장 부인이 들어온다.
" 아, 어서오세요. 왠일이세요? "
" 요즘 모임을 새로 하신다고 해서 어떤 모임인가 싶어 와봤어요 "
" 아직 정하진 못했어요. 그냥 자주 만나서 차나 마시며 얼굴이나 보는 정도예요. "
" 옷 가게 미경씨하고 돈을 긁어 모은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
박사장 부인이 정재와 미경이를 보며 얘기한다.
" 예? 하하하...말처럼 그렇게 긁어 모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
" 미경씬 왠 일이에요? "
" 예, 놀러왔어요, 가끔 옷을 들고와서 조언도 구하고 그래요. "
" 이건 다 뭐에요? "
" 그건 이사람이 하고 있는 부업이에요. 옷을 수선하는 일이죠. "
그러면서 혜미를 가리킨다.
" 예...영애씨도 와 있었네요. "
" 영애씬 조만간 가게를 하나 낼거에요. "
" 예? 무슨 가게요? "
" 하하하...요리는 아니니까 긴장하시지 마세요. 영애씬 네일아트라고...조금 특이한 걸 하거든요. "
" 그게 뭐에요? "
" 영애씨! 한번 실력을 발휘 해보세요. "
영애가 박사장 부인의 손톱에 아크릴 페인팅으로 그림을 그리듯 예쁘게 해준다.
" 정말 좋네요. 이런건 어디서 배웠어요? "
" 우연한 기회에 배우게 되었어요. 이것도 기술을 전수받고 재료를 구입하는데 많이 들었어요. "
" 얼마나 들었는데요? "
" 예. 총 3억 정도 들었어요. 재료가 비싸서 얼마 사질 못했는데도 너무 많이 드네요. "
" 그렇게 많이 들었어요? 너무 했다..."
영애의 입에서 3억이란 말이 나오자 다들 놀라는 표정이다.
" 그동안 돈 좀 모으셨나봐요? "
" 아뇨, 아파트를 대출 받고 여기저기 끌어다 쓰긴 썼는데... 가게를 낼 돈이 없네요. 그래서 아는데는 다 찾아다니면서 돈 때문에 의논을 드리러 온거에요. "
" 부인께선 여유가 되실테니 투자를 한번 해보세요. 가게를 얻는거야 부인 앞으로 얻어도 떼일 염려는 없잖아요. "
정재가 슬쩍 박사장 부인을 걸고 넘어지니까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은지 나가려는 눈치다.
" 제가 볼 땐 영애씨가 할려는 일이 전망도 좋고 머지않아 꼭 성공을 할 수 있는 사업 같아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투자를 하고싶지만, 저도 사정이 생겨서 어쩌면 제 아내의 가게를 내어놓아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그래서 돕지도 못하고 있어요. 우리 갑장도 요즘 가게가 시원찮아서 자금 회전이 안된다고 그러고..."
박사장 부인이 정재의 말을 가로막는다.
" 저도 모임이 깨어져서 더이상 고기를 받을 수 없게 되어 그 얘기도 하고 의논을 좀 할까싶어 온거에요. 모두들 저보다도 더 힘들다고 그러시니 할 말이 없네요. "
" 모임이 잘 안되나요? "
" 예..갑자기 사람들 발길이 끊어져 버렸어요. 듣자하니 모임을 새로 시작한다고해서...그래서 끊긴 건가 하고..."
" 저는 요즘 모임을 할 여력이 없어요. 부인께만 말씀드리는 거지만..형편이 너무 어렵다보니 사람들을 끌어다 돈이라도 어떻게 융통을 해볼까해서 그런거지요.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이야 다 알지만요..."
그러면서 영애와 미경을 가리켰다.
"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 아내도 가게가 잘 안되서 하다가 말다가 그러고 있잖아요. 저 사람이라도 부업거릴 알아보고 이렇게라도 하고 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부인께선 아직 건재하시니까 이젠 제가 도움을 좀 받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잘못하다간 비어있는 가게까지 사용을 하자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박사장 부인은 바쁜 일이 있다며 얼른 나가려 한다.
" 생각을 해보시고 영애씨에게 도울 수 있음 투자를 좀 해보세요. 그렇게 손해는 안 볼 것입니다. "
정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버린다.
" 하하하...완전히 도망을 치는 꼴이네. "
" 그러게, 영애가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가만히 얘길 듣다가 뒤로 넘어질뻔 했다니까..하하하..."
" 그러고보니 박사장 부인 잠시 앉지도 못하고 그냥 갔잖아. "
미경의 말에 영애가 웃으며,
" 아냐, 아까 손톱 작업할때 잠깐 앉았었어 "
" 하하하..."
" 이젠 모임을 다시 해도 되겠다. "
" 이렇게 바쁜데 할 수 있을까? "
"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해야지...근데, 모임을 다시 하게되면 박사장 부인이 가만 있을까? 괜히 계약 위반이 어쩌고 그러면서 시비를 걸텐데..."
"그런건 걱정 안해도 돼.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아무도 가질 않는거야. 그러다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누군가 전화를 해서 모임을 안하냐고 그러고, 한다고 하든 안한다고 하든 가질 않는거야. 그러다가 일주일 후에 또 전화를 하고... 그러면 박사장 부인이 어차피 한, 두사람을 바라보곤 가게를 계속 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은 우리한테 떠넘기려고 할거야. 그러니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달 정도만 참으면 될거야. 그러면 우리가 바쁠 때 방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떠맡길려고 하게 되어있어. 우린 시간도 없고 안된다고 지금처럼 아쉬운 소릴 계속하는거지. "
" 역시 갑장은 머리가 좋아. "
그러면서 미경이 정재의 목을 껴안는다. 혜미가 호박 엑기스를 내어 오며 소리친다.
" 둘이서 또 뭐하려고 그래? "
" 아, 아냐...당신은 꼭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더라. "
한쪽에서 두사람을 보고있던 영애가 킥킥대며 웃는다.
" 쉬다가 해. "
혜미가 영애를 부른다.
" 언니! 우리끼리 있을 때도 그렇지만 영애가 있을 때 그러니까 보기에도 안좋잖아. 내가 질투를 한다고 생각지말고 조심들 하라는거야. 특히, 당신은 더 조심하고..."
혜미가 두 손을 들어 금방이라도 손톱으로 할퀼듯한 자세를 취한다.
" 알았어, 정말 조심할께. "
" 하긴...당신이 무슨 죄가 있겠어. 자꾸만 언니가 껴안으니까 피해를 보는거지. 언니! 또 그러면 사업에 지장이 많이 생길테니 그런 줄 알어. "
" 그래, 니 협박이 겁나서 그만둘란다. 다음부턴 니 신랑을 껴안을 일이 있음 혜미 널 껴안을께. "
" 하하하..."

" 당신 요즘 기운이 없어보이고 안색도 안좋은데 어디 아픈거 아냐? "
" 아냐..."
" 어디 아프면 속으로 끙끙 앓지말고 말해. 안되겠다 내일은 나하고 병원에 가보자. "
" 괜찮아요. "
" 당신이 아프면 안돼. 난..."
정재는 아내를 끌어당기며 꼭 안는다.
" 사랑해...당신이 아프면 내가 하루라도 못견딜 것 같아. "
" ..... "
" 요즘 많이 힘들지? 이젠 가게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도록해. 벌써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해서 미안해. "
" 아뇨, 아직은 좀 더 하고싶어요. 우리가 시골로 가서 살기 전까진 계속 하고싶어요. "
" 하지만, 당신이 걱정돼서 안되겠어. 내가 좀 더 부지런히 뛰도록 할테니까 당신은 집에서 쉬도록해. 그렇게 할거지? 제발..."
아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내일 당장에 가게를 내어놓을께. "
" 이왕에 쉬기로 했으니 천천히 내놔요. "
" 아냐, 마음먹었을 때 얼른 내놓고 당신이 맘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
정재는 아내를 꼭 끌어안는다.
" 사랑해...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도 잘 알지? "
" 당신 요즘...미경 언니랑 영애 때문에 낮으로 혜미를 안지도 못했죠? "
" 응..."
" 미안해요. 내가 신경을 못 써서..."
" 아냐, 미안하게 생각하지마. 내가 당신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더 미안해. "
정재는 아내의 몸을 더듬는다. 아내는 정재의 손길에 의해서 조금씩 허물을 벗고 있었다. 두사람은 모처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달콤한 사랑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두사람에겐 뜨겁고 행복한 밤이었다.

아침에 혜미가 깨우기 전까지 정재는 아내를 꼭 껴안은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 왠일이야? 이렇게 깊이 잠들고..."
두 눈을 비비며 정재가 일어난다.
" 몇시야? 벌써 이렇게 되었어? "
시계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순간, 아내가 생각나서인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내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아내를 깨운다.
" 여보...당신 괜찮아? "
아내가 눈을 뜬다.
" 괜찮아요. 조금 더 자고싶은데..."
" 알았어. 근데..아침은 뭘로 해줄까? 당신이 먹고싶은 걸로 차려줄께. "
" 갑자기 신 김치가 먹고싶네요. 좀 썰어서 놔줄래요? "
" 알았어. 좀 더 자도록해. "
정재와 혜미는 조용히 일어나 나오며 방문을 닫았다.
" 왜그래? 언니 어디 아파? "
" 나도 잘 모르겠어. 요즘 기운이 없어보이고 입맛도 없는 것 같더라. "
" 아침부터 왠 신 김치야? 혹시..."
혜미가 웃으며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 어쩌면 언니 임신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
" 그래? "
정재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분명 임신한 증상인 것 같았다.
" 정말로 임신한 것이면 다행이지만...일단 아침먹고 병원부터 가봐야겠다. "
" 응..나도 갈까? "
" 아니, 당신은 집에서 전화도 받아야되고...미경이 하고 영애도 오니까 같이 있도록 해. "
" 알았어. 병원에 가서 결과가 어떻는지 빨리 알려줘야해. 알았지? "
" 그래, 얼른 씻고 올께. "
정재가 씻고 나오니 혜미는 커피를 마시며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앉아 있었다. 혜미의 옆에 앉아 어깨에 손을 올려 끌어당기듯 안는다.
" 여보..."
혜미는 말없이 정재를 돌아본다.
" 사랑해 "
" 피이..언니가 임신이었으면 정말 좋을텐데... 언니가 아기를 낳으면 내가 잘 돌보도록할께. "
" 당신이? "
" 응..당신은 언닐 많이 사랑해줘요. "
" 당신은 어쩌구? "
" 물론 나도 사랑해줘야지. "
혜미가 정재에게 기대며 안긴다.

정재는 아내와 함께 병원에 있었다. 일단 접수부터 해놓고 차례를 기다리며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아내의 차례가 되었다. 아내를 진찰한 의사는 산부인과로 가보라고 한다. 또 다시 산부인과로 가서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정재는 아내가 제발 아무탈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정재는 계속 아내의 손을 잡고 있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런 정재를 부러운 시선으로 보며 지나갔다. 정재는 아내를 데리고 들어갔다. 무슨 말이 나올까 잔뜩 긴장하여 아내를 진찰한 의사의 표정만 살폈다. 의사는 챠트와 모니터를 살피더니 웃는 얼굴로 말한다.
" 축하합니다. 3주입니다. "
" 네? "
" 임신 3주라구요. "
" 제 아내가 정말 임신입니까? "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잘 안들어선 아이였는데...정재는 기뻤다.
"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허허...감사는 부인께 하셔야죠. "
" 아..여보...고마워..정말 고마워...사랑해.."
아내는 의사 앞에서 사랑한다고 소리치는 정재에게 눈짓을 하며 웃는다.
" 참, 제 아내와 아이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
" 하하..두분 다 아주 좋습니다. 저도 산모께서 나이가 있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산모께서 워낙에 건강하시니까 출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군요. "
" 네...암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정재는 아내를 꼭 끌어안았다.
" 사랑해, 여보...."
병원을 나오며 혜미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렸다. 혜미가 무척 좋아했다. 정재는 아내와 함께 집으로 왔다. 다들 기쁨에 들떠 있었다. 정재는 얼른 방을 닦고 이부자리를 폈다.
" 조심해서 여기 누워있어. 필요한 거 먹고싶은 거 있음 말만해. 이제부턴 가만히 누워서 명령만해. 내가 다 할테니...알았지? "
" 당신도 참...왜 그렇게 호들갑이에요? "
" 왜? 어때서? 다들 한 식구 같은데 어때? 괜찮아..."
혜미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끈다.
" 당신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냐? 이젠 언니가 쉬도록 놔두고 어서 나와요. "
" 아, 알았어. 당신 잠자고 싶으면 자고 심심하면 책이라도 봐. 태교 음악이라도 틀어줄까? "
혜미가 또 끼어든다.
" 잠도 좋고, 책보는 것도 좋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은데 밥은 언제 먹을거야? 배고픈데 사랑도...밥이나 먹고해야지? "
" 하하하..."
미경이와 영애가 웃는다.
" 응, 밥 먹어야지..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당신은 뭐가 먹고싶어? "
" 나? 당신이 직접 해주는 볶음밥이 먹고 싶어요. "
" 다른 건? 또 없어? "
" 일단 볶음밥부터 먹으면서 생각나면 얘기할테니... 다들 당신만 눈 빠지게 기다리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물어봐요."
" 하하하..."
" 난 당신이 직접 해주는 장어 구이가 먹고싶어. "
혜미가 장어구이를 먹고싶다는 말에 정재가 놀란 표정으로 펄쩍 뛴다.
" 장어구이를 하면 냄새가 날텐데 그러면 언니가 괜찮을까? "
" 뭐? 볶음밥은 냄새가 안나? "
" 그런가? "
" 하하하.."
" 알았으니까 다들 기대나 하고 있어. 오늘은 특별히 더 맛있게 해줄테니..."
" 오케이. "
정재는 식은 밥이 없어 밥솥에서 밥을 덜어내어 식탁에 올려 놓는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양념이 된 장어와 깻잎, 양파, 상추...등을 꺼내서 식탁에 올려놓았다. 후라이 팬을 올려 놓고 그 위에 호일을 깔았다. 그리고나서 덜어낸 밥이 어느 정도 식은 걸 확인하더니 밥그릇을 냉동실에 넣는다. 호일을 깐 후라이 팬에 양념 장어를 골로구 담아서 불세기를 중불로 조절했다.
볶음밥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하고 장어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양념이 골고루 배이도록 뒤집어 주었다. 냉동실에 넣어둔 밥을 끄내어 다른 후라이 팬에 넣고 재료와 함께 섞는다.
" 다들 이리로 모여. "
밥을 덜어서 식탁에 놓으니 혜미와 미경이 먼저 와서 앉는다. 익은 장어구이를 호일째 꺼내어 접시 위에 올려놓고는 식탁에 밀어놓는다. 그리곤 그 옆에 양념이 안된 소금구이를 한접시 더 올려놓았다.
미경과 영애는 볶음밥이 타지 않도록 골고루 저으며 양념구이와 소금 구이를 함께 척척 해내는 정재가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 오빤 어쩜 그렇게 잘해요? 가만보면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집안 청소며 빨래도 다 할 것 같아. "
" 맞어. 이이 혼자서 다해. "
혜미가 영애에게 조용히 말한다. 영애는 부러워 죽겠다고 한다.
볶음밥을 그릇에 담는데 아내가 나온다.
" 왜 나와? 가만히 있으면 내가 가지고 갈텐데..."
" 괜찮아요. 같이 먹어야 맛도 있지. 혼자서 무슨 맛으로 먹어요? "
" 당신이 걱정돼서 그렇지.."
" 참나...이제 3주라는데 배가 더 불러오면 그땐 내 배가 터지는 줄 알겠네. "
" 하하하..."
정재는 다 익은 장어를 끄내고 다시 또 양념이 된 장어를 올리고 소금구이 장어를 뒤집어 준다. 미경이 장어를 한 점 집더니 입김으로 호호 불어서 정재의 입으로 가져간다.
" 맛있어, 먹으면서 구워..."
정재가 받아먹으며 아내와 혜미의 눈치를 살핀다. 아내가 갑자기 헛 구역질을 한다. 입덧을 하는 것이다.
" 언제부터야? 좀 됐지? "
미경이 유심히 보더니 오늘 첨으로 하는 입덧이 아님을 직감한 모양이다.
" 응..."
" 근데 왜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 "
정재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 요즘 입맛이 없다며 잘 먹지도 않고 얼굴도 수척해서 어디 아픈 줄로만 알았어. "
" 내가 옆에서 언니를 잘 보살폈어야 하는데 이렇게 미련해서 언니만 고생이다. "
혜미는 자기 탓으로 돌린다.
" 아냐, 무슨 자랑이라고 말을 하겠어?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마. "
" 자랑이라도 큰 자랑이지. 이보다 더 큰 경사가 어딨어? 미안해 언니...내가 언닐 잘 챙기지도 못하고..."
혜미가 아내를 껴안는다.
" 얘는...간지럽잖아.."
" 이젠 우리 식구들이 집에 들어앉아서 일을 하게 됐으니 너무 북적거리면 당신이 시끄러울테니 내가 교통 정리를 좀 할까? "
" 아니, 이렇게 북적거리니까 사람 사는 맛이있고 좋기만 한걸. "
" 그래?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
" 참나...듣자듣자하니... 그럼 영애랑 난 뭐야? "
" 뭐긴, 말 그대로 들러리지. "
" 치..열받아서 갈란다. 영애야! 우린 그만 가자. "
" 하하하..."
정재가 커피를 타온다. 아내와 영애는 호박을 먹겠다며 영애가 호박 엑기스를 가지고 온다.
" 영애도 호박 엑기스를 무척 좋아하는구나. 다음에 주문할 땐 좀 더 주문해야겠다. 영애가 집에 가지고 가서 더 먹을 수 있도록..."
" 아냐, 그러지마. 난 괜찮으니까...'
" 해줄땐 무조건 받아두는거야. 아무나 해주는게 아니거든. "
미경이 질투하는 눈빛으로 영애에게 말한다.
" 하하하..."
" 참, 몇일 동안 손님은 좀 있어? "
" 응, 정식으로 가게를 오픈 한 것도 아닌데 입소문 만으로도 제법 많이 왔었어. "
" 얼마정도 모였어? "
영애가 서랍을 열더니 몇 뭉치의 돈 다발을 가지고 온다. 몇일 안됐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찾아와서인지 그래도 엄청 모였어. "
" 전부 얼마지? "
" 혜미 언니랑 같이 세어놨는데 이것만 삼백오십만원이야. 오늘 오전에도 계속 왔었는데 그건 아직 정리를 안했어. "
영애가 돈다발을 정재에게 내민다.
" 아냐, 그건 니가 벌었으니까 니 돈이야. 일단은 도로 갖다놔. "
" 내 돈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
" 응...니가 그동안 얼마나 저축을 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를 하나 얻으려면 그래도 목돈이 있어야 하잖아.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여기서 연습도 하고 아르바이트 삼아 손님을 받아서 보탬이 되도록 하려고 너한테 다 시킨거야. 그래야 나는 도운 것도 없이 니 스스로 다 벌은게 되니까..."
" 그래도 오빠 집에서 재료도 오빠 걸로 다 했는데..."
" 그런 생각은 하지마. 난 뭐든 따지고 계산하는 건 질색이거든.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널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 때가 좋은거야. 내가 성질이 좀 별나서 언제 마음이 바뀌고 변할지 몰라. 너한테 한가지 부탁하고픈 것은...지금처럼 앞으로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 하는 바램이야. 알겠어? "
" 응, 고마워 오빠...절대로 오빨 실망시키지 않을께. "
" 그래.."
정재는 영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창밖을 바라본다.
" 당신 지금 선영이 생각하는거지? "
" 아냐..."
" 선영이가 아침에 당신이 전화하기 전에도 왔다갔는데...신랑이 가게를 하든 말든 이젠 미련도 없대. 선영인 우리 집에 놀러오며 그 전처럼 지내고 싶은데 뭐가 잘못됐는지 당신을 보기가 껄끄럽다고 그러면서 당신 눈치를 살피며 당신이 불러주길 바라는 것 같았어. "
" 내가 언제 선영일 싫어하거나 미워한 적 있었어? 한번이라도 오지 말라고 한 적도 없었는데...울 집에 오고싶다면 언제든 반대하진 않아. 내가 지금껏 누구에게든 그런 적은 없었잖아? 선영이한테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해 원망하지만 않는다면 오고싶을 땐 언제든지 오면 돼. 다만, 장사도 안되고 집안이 어수선한 이 시점에서 우리집에 자주 오게되면 괜히 우리보고 옆에서 바람 넣는다고 신랑이 오해를 하게 될거야. 그래서 내가 오라고 못했던거지. "
가만히 듣고있던 미경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갑장 말이 맞아. 선영이가 오고싶으면 언제든 오면 되겠지만 너무 자주오면 나중엔 안좋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으니 갑장은 가만히 있는 게 좋겠어. "
" 그럼, 지금이라도 선영이가 다른 걸 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좀 도와주면 안돼? "
" 당신은 선영이가 안타까워서 그러지만 돈을 버는 것도 다 때가 있는거야. 한가지 예를들면...내가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만들어 주는 기계도 아니지만,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 내가 시키는 일일이라면 뭐든지 잘된다고 믿고있어.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기에게 차례가 돌아 올 때 까지 기다린다고 생각해봐. 그것도...다행히 운이 좋아서 돈을 잘 벌고 많이 모으면 좋지만, 박사장 부인이나 선영이처럼 욕심을 부리면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도 이치적으로도 다 나와 있는거야. 그렇기 때문에 재산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을 제대로 지킬 수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거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갑장도 내가 싫든 좋든 지금은 내가 시키는대로 해서 돈을 좀 벌지만, 나하고 있는게 귀찮고 돈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게 된다면 갑장 운도 그때는 그걸로 끝이야. "
" 내가 그걸 아니까 욕심도 안부리고 갑장이 시키는대로 다 하잖아. 지금이라도 당장에 갑장이 수청들라고 하면 나는 언제든 수청을 들 준비가 되어있어. "
혜미와 영애가 큰 소리로 웃는다. 정재는 아내를 보며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 당신 이제는 좀 괜찮아? "
" 응..이젠 괜찮아. "
" 다행이다. "
" 어쩌면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선영이가 이걸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
영애가 자기 때문에 선영이가 못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 그건 아니야.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그릇이 있는데, 마음을 바르게 잘쓰고 좋은 사람은 그릇이 클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작은 그릇으로 많이 퍼 담을 수가 없는거야. 괜한 욕심에 자신이 작은 그릇이란걸 생각도 못하고 무조건 담으려고 꾹 꾹 눌러서 담으면 결국은 자신의 양보다 많은 만큼 토해내거나 쏟아내게 되어있는거야. 영애가 오긴 전에 미경이하고도 얘길했었지만, 지금 영애가 하는 일은 영애만이 할 수가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은 절대로 못하는 일이야. 내 말 알겠어? "
" 너무 어려워서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오빠가 날 좋게 봐준다는 건 확실히 알 수가 있을 것 같아. 솔직히 미경 언니처럼 수청을 들 정도는 아니지만 오빠가 시키는 대로 다 할거야. 나도 미경 언니처럼 오빨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께. "
" 그래, 고마워. 나도 내일부턴 가게를 알아볼테니 열심해 해봐. 머지않아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거야. "
" 근데, 이해가 안되는게 하나 있어. "
" 뭔데? "
" 모임이라고 해봐야 동네 모임이고 다 모이면 4,50명 가량 밖에 안되는데 몇일새 영애가 사백만원 가까이 벌었잖아. 아무리 소개를 해서 사람을 데리고 온다지만 잘 이해가 안돼. "
" 그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 하기가 쉬워. 어떻게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식이지만, 피라미드식 다단계 판매와 비슷하거든. 잘 들어봐.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40명이라고 했을 때 모두 한사람씩 소개를 해서 데리고 온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80명이 되겠지? 이렇게해서 몇일만 지나봐. 80명이 800명이 되는 것은 금방이거든. 더군다나 여긴 아파트 지역이야. 한동에 서너명만 남들이 안하는 특이한 걸 해서 다니면 너도 나도 전염병이라도 걸린 것 처럼 똑같이 하려고 난리거든. 그기에다 한사람이 한번만 하는 게 아니잖아? 손톱을 했으면 발톱도 해야되고 가방에다 지갑에 허리띠까지...그러다보면 고정적인 단골도 생기게 마련이거든. 이것도 회원제로 관리를 하면 더 효과적으로 할 수가 있을거야. 어쩌면 이것도 여자들의 소비 심리와 허영심을 노리는 장사가 될런지도 모르겠어. 일단은 이것도 사업이라면 사업이니까..."
" 아무리 그래도 계산대로 안될 수도 있잖아? "
" 계산 상으론 그렇지만 갑장도 계산할 때 하고 지금하고 비교를 해보니 어때? 똑 같아? "
" 아니..."
" 그럼, 영애는 아직 간판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놀기삼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계산에 들어가는 거야? "
" 아니...하하하...내가 괜히 말을 끄내 가지고..."
" 나중에 갑장한테 기술을 다 가르쳐 줬는데 조금이라도 맘에 안들고 한번도 수청을 들지않으면 확 다른 사람들을 많이 가르쳐서 경쟁을 시켜버릴거야. "
" 치..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마. 듣기 싫으니까...수청드는 건 지금이라도 말만해. 난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뭐, 한강에 배가 한번 더 지나간다고 표가 나는 것도 아니잖아. 까짓거 매일이라도 하자면 할테니...어머..혜미 눈 좀 봐. 내 맘도 굴뚝같은데 혜미가 무서워서 안되겠다. "
" 하하하..."
정재가 혜미의 손을 잡는다.
" 여보! 절대 오해는 하지마. 언제나 미경일 만날 땐 당신이 있을 때만 만났고, 당신도 항상 같이 있었잖아. 그리고 우리..당신도 들어서 알잖아. 더 이상의 관계는 안된다는 걸...이렇게 서로가 말로써 푸는거지 당신이 화를 낼 정도로 그렇게는 안될거야. "
" 알아, 나도 잘 알지만 자꾸만 화가 나는 걸 어떡해? 그리고 당신도 안그런다고 해놓고선 자꾸만 하잖아. "
" 그래, 미안해..."
" 맨날 미안하대..."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 그럼, 둘이서 맨날 그러는거야? "
" 하하하..."

아내의 통닭 가게는 쉽게 팔렸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 중에서 가게를 인수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선에서 넘겨주었다. 이젠 아내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 기분이 어때? 시원섭섭하지? "
" ..... "
" 미안해..."
아내는 대답대신 정재의 손을 잡았다. 정재는 아내를 꼭 껴안았다.
" 하루라도 빨리 우리의 꿈을 이루려고 했는데...아이를 낳으면 몸조리도 해야되고...천상 일년 후에나 가야겠다. "
" 네? 그렇게 빨리요?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 하하하...요즘 일이 잘되서 올해 안으로 갈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
" 지금껏 기다렸는데 일년을 더 못 기다리겠어요? "
아내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 그렇게 좋아? "
" 네..너무너무 좋고 행복해요. "
정재는 손바닥으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꼭 가자고 약속만 해놓고 아직 바다에도 못갔는데...언제 날 잡아서 우리 셋이서 바다 구경도 하고 여행도 좀 다녀오자. "
" 네, 그렇게해요. "
거실에서 듣고 있던 혜미가,
" 언니! 그렇게 좋아? "
" 응, 너무너무 좋아. 넌 이런 내 맘...모를거야. "
" 참, 시골엔 친정 엄마 혼자 계신다고 했지? "
" 응..."
" 시골 가면 모시고 살아야 되잖아. "
" 당연하지. "
정재가 얼른 나서며 말한다.
" 그럼, 나는? 나도 언니 친정 엄마 모셔도 돼? 날 쫓아내면 어떡하지? "
" 하하하..별 걱정을 다한다. "
" 울 엄마도 혼자 계시는데..."
갑자기 혜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재가 혜미를 끌어안는다.
"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새집이 완성되면 방도 많을텐데...함께 모시고 가면 되는거지..."
" 정말? "
" 정말이지 그럼. "
" 언니도 그렇게 생각해? "
혹시라도 아내가 안된다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헤미가 아내의 대답을 들으려고 한다.
" 그건...당연한거 아냐? 니 신랑이 내 신랑인데 당연한 걸 가지고 뭘 물어봐. "
" 고마워, 언니.."
혜미가 아내에게 달려들어 와락 끌어 안는디.
" 조심해..."
" 시 어머니랑 친정 엄마들 모시고 살면 여섯이서 광도 팔고 심심치는 않겠다. "
영애가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쓴다. 미경이 눈물을 닦으며,
" 시골 가면 좋은 사업 있어? 그럼, 나도 같이 갈까? "
" 시골에서 할 사업이 어디 있겠어? 그냥 땅이나 파면서 사는거지. "
" 난 애들 교육만 아니면 같이 가겠는데..애들 때문에 안되겠다. "
" 그래, 애들만 아니면 시골에서도 계속 할 수도 있고 할 것도 많은데...할 수 없지 뭐. 우리끼리 다 하는 수 밖에..하하하..."
" 뭐가 있긴 있구나. 그럼, 그렇지...뭐가 있으니 시골로 갈려구 하는거겠지.."
" 시골에선 농사짓는거 밖에 더 있겠어? 지금 니가 하는거야 어차피 시골에서도 가능하지만...그래도 언제든 맘이 바뀌면 오도록해. 기다릴께. "
" 치..뭐가 나올 게 있다고..."
" 벌써부터 포기하지마. 널 위해서 조금은 남겨둘테니까.."
" 하하하..."
" 우리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었나? "
" 응...앞으로 넘어지던 뒤로 넘어지던 언제 어디서나 꾹 꾹 눌러주는 사이잖아. "
" 하하하..."
" 다들 가면 난 어떻게 살아? "
영애가 눈물을 글썽인다. 정재가 영애의 어깨을 잡으며 껴안는다.
" 벌써부터 이별 연습을 하는거야?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 아니, 이별이 슬퍼서 그런게 아니라 오빠가 가버리면 난 어디가서 재료를 구하냐구? "
" 하하하..."
" 그건 걱정 안해도 돼. 내가 떠나더라도 알아서들 통장으로 좀 보태주면 다행이지만, 미경이 같은 경우엔 입금을 안해주면 난 할말도 없지만, 내가 영애 너라도 붙잡고 있어야 굶어죽지는 않잖아. 어차피 나도 시골에선 돈 구경하기가 힘들거고 재료 살 돈이라도 부쳐줘야 내가 재료를 사주던지 하지. 안그래? "
" 하하하...몇달만 부치다 안부쳐야지. 그런데 나까지 보따리 싸들고 가면 어떻게 될까? "
" 무조건 대 환영이지, 어쩜 옷 보따리가 아니고 돈 보따리일 수도 있으니 말야. "
" 하하하..."
" 정말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
" 내일부턴 영애 가게 자릴 한번 알아봐요. "
" 안그래도 내일부턴 알아보려고 생각하고 있어. "
" 아직은 안돼. 지금 있는게 천만원도 안된단 말야. "
영애가 안된다며 손을 흔든다.
" 괜찮아. 아무 걱정하지마. 나한테 통닭집을 팔은 게 있으니 그걸로 가게를 하나 내줄께. "
" 하지만...난 갚을 능력이 안되는걸. "
"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떠나기 전에 선물이라고 생각하던지...이다음에 니가 많이 벌면 나좀 보내주면 되잖아. "
" 아냐, 그럴 순 없어. 난 언니한테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영애가 눈물을 글썽이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 그동안 우린 널 친동생처럼 생각했었고 너도 첨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릴 따랐잖니. 그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해주는 거니까 우릴 진정으로 언니, 오빠로 생각한다면 내 마음을 받아주길 바란다. "
" 언니...고마워...고맙게 받을께..흑..흑..."
" 이쁜 영애가 우니까 안 어울린다. 영애는 웃을 때가 제일 이쁜데..."
" 영애가 개업하면 난 뭐해줄까? "
" 갑장은 컴퓨터하고 간판하고 에어컨까지 다 할려면 제법 많이 드니까..내부에 필요한 걸 해주면 되겠다. "
" 그럴까? 그럼..."
" 지난번에 영애가 3억 들여서 준비했으니까 난 쇼핑몰이랑 재료를 3억원어치 사줄께. 크크크..."
혜미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았다.
" 우와..영애도 금방 부자 되겠다. "
" 하하하..."
" 영애야! "
" 응? "
" 앞으로 가게를 개업하고나면 모임이 있는 날엔 일부러 오지 않아도 돼. 일거리가 없어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어. 그래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잘 되는 줄 알잖아. 모임이 있는 날엔 내가 사람들을 니 가게로 보내줄께. 그러니 넌, 네일 아트만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
" 알았어, 많이 좀 보내줘. "
혜미가 영애의 손을 잡으며,
" 정말 잘 됐다, 너도 돈 많이 벌고 잘 됐으면 좋겠다. "
" 고마워 언니.."

영애가 가게를 오픈하는 날이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참석을 한 것 같았다. 화환보다는 분재나 화분이 좋을 것 같다는 정재의 제안에 많은 사람들이 축하 화분을 가지고 왔다. 덕분에 가게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사실, 정재가 그렇게 제안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허전한 개업 날이 되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전단지를 돌린 효과도 있지만 다들 축하 기념으로 한가지씩은 다하게 되었고 하루종일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그동안 작은 모임이나마 서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었으니 서로 상부상조하여 같이 발전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재가 생각한 아주 기초적이며 기본적 생각이었다.
그날 이후로 꼭 모임이 있는 날이 아니더라도 정재의 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재가 시키는 대로만하면 애로 사항이 해결되기도 하고 안되던 사업도 잘 되었으며, 미경이나 영애처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영이 또한 모임이 있는 날엔 한번도 빠지질 않고 참여했으며 정재네 식구들과도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어느날 혜미는 메모를 하며 주문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미경은 주문받은 옷이랑 배송지의 주소를 확인하며 포장을 하고 있었다. 정재가 작업을 끝마치고 잘되었는지 확인을 하고 있을 때 소리도 없이 방문이 열렸다. 문쪽으로 보니 선영이 서 있었다.
" 미, 미안해 오빠...아무 생각없이 문을 열다가 그만..."
전화를 받다말고 혜미가 뛰어왔고 포장을 하던 미경도 놀란 얼굴로 혜미를 본다.
" 몰래 엿볼려고 한게 아니고..."
선영은 울상이 되어 정재를 본다.
" 들어와. "
" ..... "
선영은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채 서있다. 정재가 몹시 화가 나있으리라 생각한 혜미가 얼른 나선다.
" 여보! 선영인..."
정재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한다.
" 당신은 들어가서 계속 전화받고 미경이도 들어오라고 해. "
" 알았어요. "
미경이 들어오더니 선영이 옆에 앉는다.
" 선영아! "
" 응..."
" 일부러 그런거 아니지? "
" 응...큰 언닌 자고 있고 미경 언니랑 혜미언닌 바빠서...내가 오빠 어깨라도 주물러 줘야겠단 생각에 무심코 문을 열다보니...아차싶은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늦어버린거야. "
" 그래...니맘 이해한다. 하지만 잘 들어봐. 지금 혜미가 하는 일이나 내가 하는 일은 우리 일이 아니라 미경이 일이야. 나하고 작은 언닌 미경이 일을 도와 줄 뿐이거든. 미경이도 내가 언젠가는 기술을 전수해주겠다고 했기에 날 믿고 아직까지 한번도 이 방 문고리를 잡은 적이 없어. 만약에 그랬더라면 지금쯤 이 일도 끝났겠지만..."
" 오빠,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
" 니가 잘못했다고 나무라는 게 아니야. 그렇다고 타이르는 것도 아니고...넌 내 동생이고 우린 한가족이나 마찬가지잖아. 영애가 처음왔을 때 환영 파티를 하는 자리에서 미경이가 그러더라. 자신은 할 수 없다지만 매일 살을 섞고 사는 마누라한테만큼은 가르쳐 줘야하지 않느냐고..."
" 오빠..."
선영은 미안한 마음에 더이상 말을 잇질 못한다.
" 내가 미경이에게만 철저하게 가르쳐 주기로 했기 때문에 언니들도 함부로 들어오질 않았던거야. 내가 하고싶은 말은 다른 게 아니야. 장사란 믿음과 신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보안이 중요하다는 걸 너한테 말해주고싶은거야. "
" ..... "
" 미경이도 처음엔 많이 번다고 신랑이 도박도 하고 바람을 피워서 한동안 맘 고생도 많았었는데, 그래도 꾸준히 나만 믿고 내가 시키는대로 해서 이젠 신랑도 정신차리고 가게 일을 잘 보잖아. 물론 아직까진 미경이 신랑은 미경이가 얼마나 버는지 잘 모르지만... 그건 신랑에게도 말하지 않고 보안을 잘 지킨 덕분에 이렇게 유지가 될 수 있는거거든. 지금이라도 알아봐 또 미치고 팔딱 뛸거야. "
" 하하하..이젠 안그럴거야. "
" 그래서 미경이에게 우리 집으로 오라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고, 미경이도 나한테 기술을 배웠다고 해도 신랑 때문에 당분간은 혼자서 하지도 못해. "
" 나도 얼른 가르쳐 달라고 한 적도 없잖아. "
" 그래..선영인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일텐데 내가 도움이 못되서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은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거든. 선영이가 어렵게 탑을 세워놓으면 뭐해. 신랑이 하루 아침에 허물어 버릴텐데...좀 더 쉽게 말하면 선영인 불이고 신랑은 물이야. 밥을 하려고 선영이가 불을 때는데 신랑은 불이 날까봐 물을 끼얹어버리니 되는게 하나도 없는거지. 아직까진 때가 아니니까 좀 더 참고 기다려봐. 기다리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야. "
" 난...한번도 오빨 원망한 적 없어. 그런 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거야. "
" 선영아! "
" 응? "
정재는 말없이 선영을 쳐다보더니,
" 좀 있다 나하고 면담 좀 할래? "
" 응..."
" 좀 있다 부를테니 혜미한테 가있어. "
선영이 일어나 나가며 문을 닫는다.
" 내 생각엔 일부러 엿볼려고 그러진 않은 것 같은데...선영이 때문에 기분 나빴어? "
" 아니, 기분 나쁠 건 없잖아. 너도 내가 기술을 가르쳐 주면 절대로 신랑한테 어떻게 하는건지 보여주지도 말고 기술을 가르쳐주면 안된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넌 신랑하고 끝이야. 신랑이 알게되면 니가 모은 돈을 챙겨서 나가버리니까 조심해야돼. 신랑이 다른 여자랑 이런걸 차리게 되니까 내 말 명심해서 듣도록해. "
" 정말이야? "
" 믿기 싫음 믿지 말던지..."
" 알았어. 절대로 혼자서만 할께. "
" 앞으로 하게되면 어디서 할거야? "
" 신랑한테 알려주지 말라고 그러면 집에서는 못할거고 가게에서나 해야지 뭐, "
" 그럼, 내가 니 가게 한쪽에 작업실을 만들어줄께. 너만 사용하고 자리를 비울땐 항상 문을 잠그도록해. 그래야만 돈을 벌 수 있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
" 응, 시키는대로 할께. "
" 지금은 나하고 둘이서 하지만, 내가 그만두면 너 혼자서 해야해. 그러면 돈은 좀 벌지만 그만큼 기술을 훔쳐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되어 있는거야. 몰래 카메라를 달아서라도 배우려고들 하겠지만 제일 쉬운 방법은 니 남편을 꼬시는게 빠르거든. "
" 남편을 꼬신다구? 어떻게? "
" 부부 사이에 비밀이 어디있겠어? 내가 너한테 수청을 들라고 농담삼아 얘기한 것도 다 뼈가 있는 말이거든. 어떻게 해서든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뭔짓을 못하겠어? 니 남편을 꼬셔서 정보를 캐내는 수 밖에..."
" 정말 그럴까? "
" 나는 지금 앞을 내다보고 얘기하는거야. 훤하게 보이거든. 내가 항상 너한테 수청을 들라고 하는 것도 니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속아서 널 버리고 가는 게 보여서 하는 말이야. "
" 그럼, 그 사람이 누군지도 알겠네? "
" 알 수도 있지. "
" 지금 말해주면 되잖아. "
" 넌...경찰이 도둑을 잡았다고해서 그 집에 또 도둑이 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
" ..... "
" 지금 그 사람이 누군지 알면 뭐해?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데..."
" 그럼, 예방할 방법이 없겠네..."
"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아무에게도 안가르쳐 주고 너 혼자만 알고 혼자서만 작업을 하면 남편도 어딜 안가고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가 있잖아. "
" 하하하..."
" 주문이 많지? "
" 응..."
" 혜미한테 주문서 받아서 선영이 한테 들여보내. "
" 선영이도 가르쳐 줄거야? "
미경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조용히 말한다. 정재가 손가락을 입에다 대고 조용히 하라고하며 가까이 다가오라고 한다. 미경이 정재에게 바짝 다가가 얼굴을 돌리며 귀를 갖다댄다.
" 내가 지금까지 말할 때 뭘 들었어? "
" 응? "
" 벌써 잊었어? 너한테만 가르쳐주기로 한 거 말야. "
" 아...미안해. "
" 지금이 두번째야. 나한테 세번이란 없어. "
" 알았어. 정말 미안해. 의심하려고 그런 건 아냐. 선영이한테 주문서를 가지고 오라고하니까..."
" 내일부턴 같이 작업하자. 가르쳐줄께. "
" 정말? "
" 응.."
" 고마워."
미경은 정재의 볼에다 뽀뽀를 한다. 정재는 말없이 미경을 보며 웃는다.
" 선영이한테 화를 안낼거지? "
" 화는 무슨...선영이줄려고 만든 옷을 줄려고 그러는거야. "
" 그래, 선영이 보낼께. "
미경이 거실로 나가고 곧이어 선영이 들어온다.
" 편하게 앉아. "
선영이 울었는지 눈물 자욱에다 눈가엔 아직도 촉촉히 젖어 있었다.
" 왜? 미안해서 그래? "
" ..... "
정재가 선영의 두 손을 잡는다.
" 괜찮아. 난 선영이가 웃을 때가 제일 좋더라. 너무 미안하게 생각지 말고 날 위해서 한번 웃어봐. "
정재가 웃으며 선영일 쳐다보자 선영이도 웃는다.
" 봐, 이렇게 웃으니 얼마나 좋아. 그래, 요즘 고생이 많지? "
선영이 고개를 숙인다.
" 내 마음 같아선 어떤 일이든 좋은게 있음 선영이도 돈 많이 벌고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지금으로선 뭘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내가 도움이 될 수 없어서 선영이 보다도 내가 더 답답해 미칠지경이야. "
" 난 괜찮으니 너무 신경쓰지마. 항상 오빠가 마음 써주는데 잘 살지 못해서 면목이 없어. "
"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봐.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테니...나도 니가 뭘하면 좋을지 생각해볼께. "
" 고마워, 오빠. 난 그동안 오빠가 나때문에 실망하고 좋지않은 감정으로 있는 줄 알았어. "
" 아냐, 니가 아니라 니 신랑한테 실망을 했었지만 그렇다고 너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미워할 수 있겠어? 다만, 내가 널 위로한다거나 별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너보고 오라 가란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괜히 니 신랑이 오해를 할까봐..."
" 오빠..."
선영이 정재의 품에 안기며 훌쩍인다.정재는 선영의 등을 다독거리며 달랜다.
" 울지마, 힘들고 어려운게 있음 언제든 나한테 얘길해. 함께 해결하도록 하자. "
" 고마워..."
정재는 한쪽에 준비해둔 박스를 선영이에게 내민다.
" 이거 받아. "
" 뭔데? "
"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내가 특별히 만든거야. 이 옷을 구하느라 미경이가 좀 고생했지만...니가 이 옷을 입고 서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봤어. "
" 그럼, 얼른 갈아입을께. 오빠가 특별히 만든거니까 오빠가 제일 먼저 봐야지..."
선영이 뒤로 돌아서 옷을 벗으려 한다.
" 여기서? "
" 응..뭐 어때? "
그러면서 옷을 벗는다. 정재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본다.
" 다 됐어, 오빠.."
정재가 선영을 보니 전혀 딴사람처럼 옷이 잘 어울리고 예뻤다.
" 우와, 정말 예쁘다, 이렇게 입고 있으니까 선녀가 내려온 것 같다. "
" 그래도 오빠가 만든 옷을 오빠가 먼저 봐줘서 기뻐. "
선영은 정재에게 다가가 정재의 볼에다 뽀뽀를 한다.
" 이왕이면 이쪽에도 해줄래? 여긴 좀 전에 미경이가 했었거든..."
" 하하하...그래? 알았어, 그럼..."
선영이 정재를 껴안더니 다른 쪽 볼에다 뽀뽀한다.
" 언니들한테 자랑해야지. "
" 미경이가 옷 구하느라 고생했으니 고맙다고 해. "
" 응..."
선영이 밖으로 나간다.
" 이게 누구야? 선영이 맞어? 정말 이쁘다. "
" 안그래도 이쁜데 이렇게 입으니 더 예쁘다. "
" 아이, 언니는...이쁘게 봐줘서 그런거지..."
선영은 기쁜 마음으로 들떠 있었다. 언제 깼는지 아내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내가 걱정되어 거실로 나갔다.
" 당신, 언제 일어났어? "
" 좀 전에 일어났어요, 안 바빠요? "
" 주문이 많이 밀렸어. 좀 있다 부지런히 해야지. 커피나 한잔 마시고 해야겠다. "
" 내가 타올께. "
미경이 얼른 주방으로 간다. 그 사이 선영은 입었던 새옷을 도로 박스에 담아들고 나온다.
" 이거 아까워서 입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
" 그렇게 아까우면 마네킹에다 걸어두고 보기만 하면 더 오래 가잖아. "
" 하하하..."
아내의 말에 다들 웃었다.
" 당신...방에만 있으려니 갑갑하지? 이따가 미경이 가게에 갈 때 바람도 쐴겸 같이가자. "
" 그래야겠어요. 밖에서 활동하다가 집안에만 있으려니 갑갑해서 못 견디겠어요. "
" 당신 내가 일할 때 옆에서 구경도 하고 같이있을래? "
" 내가 있으면 방해가 될텐데 뭐하러..."
" 아냐, 나도 당신 얼굴보면 힘도 생기고 일이 더 잘될 것 같아서 그래. 갑장! 괜찮지? "
미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도 미경이 허락은 받아야 하니까..."
" 그럼, 그렇게해요. "
" 우와. 언니..작업할 때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언니가 첨이다. 축하해. 언니! "
" 이젠 일해야지. 내가 작업해서 나올 때까지 다들 쉬고 있어. "
정재가 아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 난 뭘해요? "
" 당신은 여기 편하게 앉아서 주문서를 한장씩 끄내서 나한테 주면돼. 그리곤 구경만 하면 되는거야. "
" 별로 어려울 것도 없네. "
" 응, 불편하면 내가 이불이라도 깔아줄께. "
" 아뇨, 됐어요. "
아내는 조용히 웃으며 정재가 하는 일을 지켜봤다.
" 어떨 땐 정말 빨리해서 갖고 나오기에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하는거네. "
" 응...이거 한가지 방법만 있는게 아니고 악세사리 종류에 따라 작업 시간도 다른데 빨리 끝낼 땐 이렇게 하는거야. 그리고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더 빨리 할 수가 있는거지. "
아내는 정재가 한가지씩 일을 끝낼 때마다 완료된 옷과 주문서를 박스에 담았다.
" 보기보단 쉽지? 이젠 당신이 한번 해봐. "
" 안해, 잘못해서 실수라도 하면 어떡해? "
" 괜찮아, 자, 어서..."
정재가 가르쳐주는대로 일을 하던 아내는 생각보다 일이 잘되고 자신이 만든 옷이 너무나 예쁘서 기뻐한다.
" 이 옷은 내가 첨으로 만든 옷이라 그런지 간직하고 싶어. "
" 그래? 그렇게 해 그럼. "
" 그래도 돼? "
" 되구말구...당신이 원하면 뭐든 당신 맘대로 다 하면 되는거야. 이건 기념으로 당신이 가지도록해. "
" 고마워..난 이제 됐으니 당신이 하도록해요. 시간도 없는데..."
" 하하하...당신이 만든거라 기분이 더 좋지? "
" 응..."
" 당신한테 맞을런지 모르겠다. 한번 입어볼래? "
" 아냐, 됐어. 그냥 보기만 할거야. "
정재는 아내가 들고있는 옷과 아내를 보더니,
" 한번만 입어봐. 너무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래. 배가 더 나오면 못입잖아. 출산 때까지 기다리려면 옷이 맞을런지도 모르고..."
" 좋아요, 그 대신 흉보기 없기에요. "
" 알았어. "
정재는 아내가 옷을 갈아입도록 도와주었다.
" 정말 예쁜데...옷도 맞잖아. 너무너무 잘 어울려. "
" 나도 보고싶은데..."
" 잠시만 기다려, 가서 거울 가지고 올께. 다들 들어와서 보라고 할까? "
" 그럴바엔 내가 거울을 보러 나가지.."
" 알았어. 잠시만..."
문을 열고 나갔다. 디지털 카메라를 찾아 주머니에 넣고 거실에 걸린 거울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다들 놀란 표정으로 정재를 쳐다본다.
" 세상에...손거울 하나면 되는데..'
" 아냐, 너무 예쁘서 그래. "
" 어때? 당신이 봐도 예쁘지? "
아내는 거울을 보며 무척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 잠시만 이쪽을 봐,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
정재는 디지털 카메라로 아내를 찍었다.
" 뭐할려구? "
" 당신 예쁜 모습을 찍어서 앨범에다 꽂아두고 볼려고..."
" 싫어..."
" 평소에도 당신은 예쁘지만 오늘따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
" ..... "
" 이렇게 입으니까 십년은 젊어진 것 같아. "
" 어서 일해요. 다들 기다리잖아요. "
" 그래, 알았어. "
방문이 열리며 정재와 아내는 거실로 나온다.
" 다했어? "
" 응 "
혜미가 뛰어와 아내의 손목을 잡는다.
" 괜찮아? "
" 응, 괜찮아. "
" 작업이 늦었네? "
"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려니 늦을 수 밖에..."
" 하하하..."
미경의 말에 다들 큰 소리로 웃는다.
" 주문량이 많아 내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제대로 작업도 못했어. "
아내의 말에 다들 또 한번 웃었다.
" 하하하..."

영애가 개업한 지 일주일만에 찾아왔다.
" 어서와, 꼭두새벽부터 왠일이야? "
" 내가 바빠서 이 시간이 아니면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아서 왔어. "
다들 거실에 둘러 앉았다.
" 그래, 무슨 일이야? 손님은 많지? "
" 응, 개업하고 지금까지 계속 손님이 줄을 서서 들어오잖아. 그래서 시간이 나야지. "
"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
" 아니, 오빠하고 언니들이 보고싶어서 최소한 한달 정도는 돼서 올려고 하니까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일주일은 채워서 오자싶어서 이렇게 일주일만에 온거지. "
" 참나...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우리야 이렇게 찾아줘서 반갑고 기쁘지만, 바빠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조금이라도 쉬도록 하지 이렇게 오고있어...몸살나면 안되니까 어떡하려고 그래? '
" 아냐, 손님이 있을 때 바짝해야지, 쉬는 건 언제든 쉴 수가 있잖아. "
" 그래도 쉬어가면서 해야지 잘못하다간 생병난다. "
" 알았어, 언니! 아참...이거 좀 봐. 내가 오는 사람들마다 일일이 장부에다 몇일 날 어떤 걸 했는지도 다 적어놨다. "
" 이리줘봐. "
정재가 장부를 받아본다.
" 장부가 빽빽한 게 손님이 많긴 많네. 이렇게 두꺼운 장부에 더이상 쓸 곳이 없을 정도야. "
아내에게 장부를 건네준다.
" 어디? 정말...내 마음이 다 뿌듯하다. "
커피를 타오던 혜미도 장부를 받아본다.
" 정말 잘됐다. 영애가 돈 많이 벌어서 우릴 모른 척하면 어떡하지? "
" 언닌...내가 그정도 밖에 안될 것 같아? 하늘이 두쪽나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거야. 내가 이렇게 보람있고 즐겁게 사는 것도 다 오빠하고 언니들 덕분인데 그걸 잊으면 인간도 아니지. "
" 하하하..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
" 아직 재료는 많이 있지? "
" 응, 지난 번에 오빠가 만들어 준대로 두 군데로 나누어서 보관하고 있어. 한군덴 거의 다 써가지만..."
" 그래, 또 주문해서 갖다줄께.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잘되게 되어있어. 인터넷으로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지? "
" 주문은 많은데 내가 관리를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이 가게 앞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인터넷을 들여다 볼 시간이 있어야지. 그래서 고민이야. "
" 정말 행복한 고민이네..."
아내가 기분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것 같다.
" 맞다, 내가 그 생각은 왜 못했지? 아직 애들도 어리고 인터넷을 관리할 시간이 없을텐데..."
" 뭔데? "
혜미가 묻는다.
" 아주 기발한 생각이야. "
" 답답해, 어서 얘기해봐. "
" 그건...영애가 체인점을 내는거야. "
" 체인점? "
" 지금 영애가 하고 있는 가게는 1호점이 되는거지. 영애가 맘에 드는 사람이나 꼭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체인점을 낼 수 있는 자격을 주는거야. "
" 그래봤자 결국은 나눠먹기잖아. "
" 그래도 잘 들어보고 얘길해. "
" 권리를 주는 대신에 조건을 붙이는거야. 첫째는 가맹점비를 받는거지. 둘째는 재료비를 받고...셋째는 구역을 정해서 하는거야. 영애가 하고있는 옆동네에서 하면 타격이 있을테니 각 구마다 체인점을 주는 방식으로 하면 될 것 같아. 얼마나 할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영애가 하고있는 옆동네에선 장사를 못하도록 계약서에다 분명히 적어야지. "
" 그러다 그 사람이 계약을 위반하면 어떡해? "
" 괜찮아. 계약 위반으로 고소를 하면 되니까...그리고, 애초에 재료를 조금씩만 주는거야. 영애가 그사람들에게 재료를 주질 않으면 그사람들은 더이상 장사를 못할테니 얼마 가지도 못하잖아. "
" 그렇겠네..."
혜미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 만약에 그사람들이 오빠한테 직접 재료를 대어달라고 그러면 어떡해? "
" 나는 모르는 일이야. 그사람들에게 재료를 대어주는 것도 니가 해야 할 일이고 난 가끔 운전이나 하는 정도이니까 전적으로 계약을 하는 건 니가 다 알아서 하는거야. "
" 정말 내가 다 알아서 해도 돼? "
" 니 일을 니 맘대로 하겠다는데 내가 막을 이유야 없지? 설마 날 못믿는 건 아니겠지? "
" 아냐, 오빨 못믿으면 누굴 믿어? 당연히 믿지. "
" 난 너하고만 상대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접근을 하리란 생각은 아예 하질마. 어차피 나한텐 안통하니까..알았지? "
" 응, 고마워, 오빠! "
" 절대로 그런 일은 일은 없을테니 아무 걱정말고 넌 일이나 열심히 해. 그렇게 하다가 어느정도 한가해지면 내가 다른 걸 또 가르쳐 줄께. "
" 지금하는 이거 말고 또 다른 걸 가르쳐 준다는 거야? "
" 지금하는거랑 비슷한 건데 간단하니까 조만간 가르쳐 줄께. "
" 알았어. "
영애가 환하게 웃는다.
" 영애야! "
" 응? "
" 아침 먹고 갈래? "
" 아냐, 애들 학교에도 보내야 되고...신랑도 출근 시켜야지. "
" 신랑은 회사에 잘 다녀? "
" 응.."
" 신랑보고 홈페이지 관리를 하라고 하면 될텐데..."
" 그럼, 회사 때려치우고 그렇게 하라고 할까? "
" 의논이나 한번 해봐. 아무래도 신랑이랑 가게에 같이 있으면 좋잖아. "
" 알았어, 지금 가서 얘기해볼께. "
" 그리고...혹시라도 모르지만...내가 너한테 부탁을 한가지 할 일이 생길런지도 모르거든. "
" 어떤 부탁? 오빠가 원하는 부탁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줘야지. 그래 뭔데? "
" 다른 게 아니고...혹시라도 내가 니 밑에 누굴 좀 데리고 있으면서 가르쳐 달라고 하면 좀 가르쳐 줄 수가 있겠냐는거지..."
" 여자지? "
" 응..."
" 그래, 알았어. 굳이 나한테 부탁을 하지 않고 직접 가르쳐 줘도 되잖아. "
" 아니, 비록 다른 데서 하더라도 내가 너한테만 가르쳐 주기로 했었고 넌, 나만 굳게 믿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니가 나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아.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 알았으니까 언제든 말만해. "
" 모처럼 왔는데 함께 식사도 못하고 그냥 가니까 마음이 안됐다. 다음에 꼭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하자. 참, 가게에 호박 엑기스는 있어? 지금쯤 다 먹었을텐데..."
" 응, 벌써 다 먹었어. "
" 그럼, 온 김에 한박스라도 들고가. 가게엔 내가 미경이 가게에 나갈 때 두어박스 갖다줄께. "
" 이렇게 매번 염치없이 얻어먹기만 하는데..."
" 그런 생각은 하지마. "
정재가 호박 엑기스를 영애에게 내어준다.
" 들고 가겠어? 내가 갇다줄까? "
" 아냐, 집까지 금방인데 뭐...그럼, 갈께. "
영애가 나가고 나서 혜미가 조용히 말한다.
" 선영이도 영애처럼 바로 가게를 열면 되잖아. 당신이 조금만 가르쳐 주면 될텐데..."
" 그건 안돼. 내가 애초에 영애에게만 가르쳐 주기로 했었고, 지금도 영애에게 약속했잖아. 그 누구에게도 안가르치겠다고...선영이가 멀리서 한다고 해도 6개월도 못가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거야. "
" 왜? "
" 신랑 등살에 못견뎌서 가게를 제대로 운영하지도 못해. "
" 그 정도로 심각하나? "
" 선영이가 우리한테 말은 안해도 마음 고생이 심하거든. 아마 하루에도 열두번은 더 죽고싶은 맘일거야. 선영이가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느니 차라리 영애 밑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면 내가 영애한테 말해서 기술을 좀 가르쳐 주라고 말 할 순 있어. 영애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영이라면 믿을 수가 있으니 싫어하진 않을거야. "
" 그러면 그렇게 해봐. 힘든 일은 아니니까 잘 할 수 있을거야. "
" 그러면 이따가 선영이 오면 당신이 조용히 얘기해봐. 하겠다면 내가 영애한테 부탁할께. "
" 그래, 알았어. "
아침을 먹고 있는데 미경이가 왔다.
" 아침은 먹고 온거야? "
" 응...오늘부터 가르쳐 준다고 해서 잠이 와야지. 밤새도록 잠 한숨 못자고 뒤척이다가 식구들 다 깨워서 얼른 밥 먹으라고 챙겨주고는 나와버렸어. "
" 하하하..."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그렇게 하고 나와버리면 어떡해? "
" 나도 가끔은 이런 때가 있어야 하는거야. "
" 참내...어서 밥이나 먹자. "
정재는 밥을 담은 그릇을 미경이 앞에 내려놓는다.
" 언니! 아까 영애 다녀갔어. "
혜미가 영애가 왔다 간 얘길한다.
" 영애가? 좀 더 일찍 올걸, 그랬으면 볼 수 있었을텐데..."
" 있다가 영애 가게에 갈거야. 호박 엑기스 갖다주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려고..."
" 잘됐다. "
" 근데, 선영이가 영애 밑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요즘 집안꼴도 엉망이고 여기에 오는 것도 우리랑 얘기하고 갑장 얼굴이라도 보면서 자신을 추스리고 싶어서 오는 것 같던데..."
" 일단 내가 얘길 해볼께. 싫다면 할 수 없지만..얘기나 해보는거지 뭐.."
" 그래, 괜히 우리가 쫓아내는 걸로 보일 수도 있으니 강요하지는 말고 말이나 해봐. 하기 싫다면 할 수 없지만, 하겠다면 선영이도 영애처럼 하면 되잖아. "
정재가 일어나며,
" 다들 커피 마실거지? "
" 응 "
" 당신은 호박을 먹도록해. 조금 있다가 붕어 엑기스도 데워줄께. "
" 나는 안줄거야? "
" 물론 당신도 줘야지, 울 미경이도 주고..."
" 치..엎드려 절받기네. "
" 누구든지 먹고싶은 게 있음 수시로 꺼내먹도록해. 내가 방에서 일하다말고 일일이 챙겨주러 나오지도 못하잖아. 당신이 먹고싶은게 있을 땐 소리 한번 지르면 총알같이 튀어나올께. "
" 하하하..."
정재가 아내를 보며 얘길하자 혜미와 미경은 우스워서 데굴데굴 뒹군다.
" 붕어는 아무나 먹어도 돼? "
" 응, 산모에게도 좋지만 남녀노소 다 좋아서 꾸준히 먹으면 피부미용이나 스테미너에 좋아. 평소에 붕어를 즐겨 먹고 애를 낳으면 애의 피부가 뽀얗고 건강하게 자라거든. 그런 점도 좋아. "
" 그렇구나. 아무 중탕집이나 다 똑 같겠지? "
미경이 아내를 보고 얘기한다.
" 그건 잘 모르겠어. 이이는 오로지 < 자연산 엑기스 >만 찾으니까..."
" 어떻게 다르길래 허구헌날 자연산 엑기스에서만 주문해? "
"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곳이라서 그래. "
데워놓은 붕어 엑기스를 그릇에 따라 아내에게 가져온다.
" 뜨거우니까 조심해. "
혜미와 미경에게도 준다.
" 비록 내가 하는게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다기 보다도...내가 미경이에게만 가르쳐 준다고 했으면 그렇게 되어야 하는거야. 그동안 두 사람이 날 믿고 협조를 잘해줘서 미경이의 일이 이만큼이라도 성장했지만, 나 혼자서 한다고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하고 미경이하고 둘이서 한다고해서 되는 일도 아니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잘 따라줘서 가능했던 것이지. 오늘부턴 세사람 모두 가르쳐 줄테니 절대로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이건 간단한 일이라서 재료만 구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고보면 영애가 말도 없이 하긴 정말 잘했는데..."
" 맞어, 언제나 묵묵히 웃기만 할 뿐 정말 잘했었어. "
" 미경이도 내가 한번 더 말하지만, 혼자서만 해야돼.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안되고 신랑도 가르쳐 주면 안돼. 알았지? "
" 예, 명심하겠나이다. "
" 하하하..."
" 설겆인 내가 할테니 당신은 미경 언니하고 얼른 들어가 일해요. "
혜미가 설겆이를 하겠다고 한다.
" 당신이 하겠어? "
" 응, 이 시간엔 한가하니까 내가 해도 돼. 당신은 얼른해서 미경 언니 가게에도 가야하고 영애한테도 가봐야지. "
" 그래, 알았어. 우린 들어가자. 당신은 심심하면 들어와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도 보고 같이 얘기라도 하지? "
" 아냐, 난 혜미하고 있을거야. 둘이서 할 얘기도 있고..."
" 그럼, 그렇게 해. "
정재와 미경은 방으로 들어간다. 정재는 방 한쪽에 있는 악세사리가 들어있는 상자들을 정리해서 방바닥에 깔아놓는다.
" 많기도 하다. 언제 다 모았어? "
" 다음에 사러갈땐 같이 가자. "
" 그래. "
" 우선 주문서를 정리해서 한쪽에 놔두고 한장만 이리줘봐. "
정재는 주문서의 맞는 옷을 골라서 그 위에 악세사리를 찾아서 올려놓는다.
"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할 수 있어. "
정재가 몇번 시범을 보이더니 옆으로 옮겨 앉는다.
" 이젠 직접 해봐. "
" 응? 내가 할 수 있을까? "
" 한번 해봐. 잘못 된건 내가 옆에서 고쳐줄께. 천천히 해봐...이것도 자꾸 해봐야 실력이 늘거든. "
" 알았어. "
" 어슬프게하면 악세사리가 잘 떨어질 수도 있으니 첨에 힘있게 잘해야 깔끔하게 잘 나오는거야. 그렇지, 계속 그렇게 해봐. "
미경은 자신이 해놓은 옷들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에 도취된듯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 어때? 재밌지? "
" 응...재미도 있고 신기하다. "
" 이제부턴 둘이서 같이 하니까 일에도 능률이 오르고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좋다. "
" 그래, 고마워, 정말..."
" 고맙긴...우리 사이에..어서 갖고 나가서 포장하자. "
" 응.."
" 벌써 다했어? 일이 많아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 둘이서 하니까 금방 끝나잖아. 미경이가 생각보다 잘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이 없겠다. 선영이도 와있었네. 언제 왔어? "
" 응, 아까..."
미경이가 방에서 나오는 걸 본 선영이 불편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어차피 이 일은 미경이 일이니까 하루라도 빨리 배워야지. 안그래? "
정재가 선영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달래어줄겸 선영이가 대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맞어, 미경 언니도 하루라도 빨리 배워야 오빠가 편하잖아. "
" 이건 확인해서 박스에 담으면 돼. 우린 미경이 가게에 다녀올께. 여보! 당신도 같이 가야지? "
" 잠시만....다됐어. "
나오면서 슬쩍보니 선영인 영애의 가게에서 일할 마음이 없는듯 보였다.
" 선영인 왜 안나와? "
미경이가 궁금한듯 아내에게 묻는다.
" 영애 밑에서 기분좋게 일할 것 같았음 벌써 나왔겠지. "
정재의 말에 아내가,
" 지금 일 할 기분이 아닌가봐요. 영애 밑에서 일 한다는 게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진 않은데 신랑이랑 싸우고 와서..."
" 알았어. 아직 마음이 안정되질 못했는데 일하라고 하는 건 너무 성급한 것 같다. 나중에 봐가면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자. 참, 당신 먹고싶은 거 있음 말해. 들어가기 전에 사가지고 가게..."
" 아냐, 별로 먹고싶은 거 없어...생각나면 말할께요. "
" 미경인 뭐가 먹고싶어? "
" 나도 물어보는거야? "
슬쩍보니까 은근히 물어봐주길 바라는 눈치던데..."
" 하여튼 눈치는 빨라요. "
" 하하하..."
미경이 가게에 작업이 끝난 옷을 내려주고 새 옷을 잔뜩 싣고 영애에게로 갔다. 가게엔 이미 많은 손님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바쁘구나. "
" 응, 어서와. "
정재는 냉장고로 가서 야채실에다 호박 엑기스를 차곡차곡 넣었다.
" 오빠도 바쁘지? "
" 지금은 별로 안바빠. 오늘부턴 미경이하고 같이 하거든. "
" 아, 그러면 더빨리 할 수가 있겠네. 시간 되면 좀 도와주고 가. "
" 그럴까? "
정재는 장비를 끄내어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맞았다.
" 정말 잘하시네요. "
" 감사합니다. "
다들 정재의 빠른 손놀림에 감탄한다.
" 전에는 두 눈을 꼭 감고도 잘했었는데 지금은 안하다가 하니까 감각이 없어서 많이 서툴러요. "
" 어머, 그래요? 어쩐지 보통 실력이 아니시더라니..."
아내와 미경은 한쪽에 서서 웃고 있었다.
" 혼자선 정말 바쁘겠다. "
" 응..요즘같아선 맘 맞는 사람이 있음 같이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 "
" 그렇다고 아무나 같이 하면 안돼. 장사란 한 순간이거든...."
" 알고있어. 오빠가 도와주니까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이 생겼다. 참, 아침에 신랑한테 얘기하니까 회사 그만두고 같이 하자고 그러던데 정말 신랑하고 같이 해도 돼? "
" 그래, 하지만 돈 관리는 니가 혼자서 다 해야돼. 신랑에게 보여주는 통장은 하나만 갖고있고 나머진 여러개의 통장에다 관리를 해서 숨겨놓도록해. 안그럼 신랑이 딴 맘 먹거든. "
" 알았어, 그렇게 할께. "
시장으로 가는 길에 미경이 물어본다.
" 선영이 신랑 정말 딴 맘 먹을 것 같아? "
" 나도 잘은 몰라.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선영이가 야무지게 잘해서 믿음이 가지만, 힘들고 어렵게 벌어놓은 걸 쉽게 써버리면 충격도 크니까...원래 있는 사람보단 없다가 갑자기 생기면 주체를 못해서 탈이 생기는 법이거든. "
" 맞는 말이야. "
" 참, 선영이도 아이를 가진 것 같던데.."
" 뭐? 선영이가 임신을 했다구 갑장한테 얘기했어? "
" 아니, 느낌이 그래. "
" 참나...갑장이 선영이 신랑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
" 내 말이 맞을걸. 만약에 맞다면 선영이가 뭐가 제일 먹고싶을까? "
" 아무래도 신 게 먹고싶겠지. "
" 그럼, 당신하고 미경이하고 한번 골라봐. "
"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그러는거 아냐? "
" 집에 가보면 알겠지..."
현관을 들어서니 혜미와 선영인 커피를 먹고 있었다.
" 뭘 잔뜩 사왔어? "
" 응, 당신하고 선영이가 먹고싶어 할 것 같아서 사왔어. 택배엔 연락했지? "
" 오후에 오기로 했어. "
" 잘했어. "
선영이 미경으로 부터 봉지를 건네받더니 손을 넣어 사과를 하나 꺼낸다. 그리곤 꺼낸 사과를 배에다 쓱쓱 문질러서 닦더니 한입 베어문다. 두,세번 베어물더니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 분명 입덧이었다. 혜미는 놀란 눈으로 선영을 쳐다보았고, 아내와 미경은 정재를 보며 더욱 놀라워한다.
" 선영아, 축하해. "
" ..... "
" 나도 축하한다. "
선영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 선영아! 마음을 다잡아먹고 힘들고 어려운 때일 수록 꿋꿋히 버텨야 하는거야. 난 너만 믿는다. "
정재는 선영의 두 손을 맞잡으며 알듯말듯한 말을 한다.
" 언니들하고 이거 먹고, 피곤하면 큰 언니하고 누워서 얘기라도 하다가 잠오면 한숨 푹 자도록해."
" 응..."
" 그래, 선영인 나하고 같이 있자. "
아내가 선영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 선영이 아침에 신랑이랑 싸우고 왔다면서 아침은 먹였어? "
" 응, 내가 챙겨먹였어. "
혜미가 챙겨줬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 그래, 잘했어. "
" 근데, 선영이가 아일 가졌다는 건 어떻게 안거야? "
" 그냥...느낌이야. "
미경은 정재가 보이지도 않는 앞 일을 척척 맞추는데에 대해서 놀랍기만 했다.
" 미경인 주문서 가지고 오면서 냉커피 좀 만들어 줄래? "
" 알았어, 얼른 만들어서 갈께. "
미경이 방으로 들어가니 그때까지 정재는 작업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 여기 냉커피 가지고 왔어. "
" 응...고마워. "
냉커피를 마시니 속이 시원했다. 정재가 말없이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 무슨 봉투야? "
" 응, 이거...내가 주면 안받을거고 또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 니가 선영이 한테 주도록해. "
" 뭔데? "
" 신랑은 안되는 가게에 매달려 죽자사자 저러고만 있으니 선영이가 돈 나올데가 없잖아. 가만히 보니까 돈 들어갈 데는 많고 사는게 사는 것 같지도 않을거야. 그렇다고 내가 직접 선영이한테 주면 선영이가 자존심 상해서 안받기도 안받겠지만, 여길 두번 다시는 오지 않으려고 할거야. 니가 그동안 선영이가 많이 도와준 덕에 주문도 많이 들어오고 일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많이 도와달라고 그러고 주도록해. "
" 얼마야? "
" 백만원이야. 더 넣으면 정말 안받을 것 같아서 백만원만 넣었어. "
" 선영이가 받을까? "
" 안받으면 받도록 해야지. 이게 오늘 니가 할 숙제야. 만약에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조만간 평생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길테니까 니가 책임지고 해결해야돼. "
" 숙제가 너무 어려워. "
" 엄살 부리지 말고 꼭 해결해. 이건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야. "
" 생사가 걸린 문제라구? "
" 그건...이거부터 주고 와서 얘기하자. "
" 이따가 선영이 갈 때 같이 따라가서 집안에도 한번 둘러보고 같이 얘기하다가 오도록해. 딴 생각하지 못하도록 계속 좀 도와달라고 그러고..."
" 그래, 무슨 말인지 알 것같다. 꼭 주고올께. "
" 우리가 작업할 때 갈지도 모르니 혜미한테 선영이가 가면 얘기해 달라고 말해놓고와. "

혜미가 일일이 확인을 하고나면 정재가 받아서 포장했다. 미경은 포장한 박스에 송장을 붙였다. 선영이 방에서 나온다.
" 내가 너무 잤구나. 큰 언니랑 얘기하다가 잠들어 버렸네. 이젠 가야겠다. "
" 벌써 가려구? 더 있다가 밥이라도 먹고 가지? ?
" 아냐, 가서 먹을래. "
정재가 미경에게 눈짓을 하자 미경이 일어선다.
" 그럼, 같이 가자. 나도 요 앞에 볼일이 있어서 마침 나갈려던 참이었거든. "
"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냥 가서 미안해. 넘 피곤해서 가서 푹 쉬어야겠다. 내일 또 올께. "
" 그래, 조심해서 가. 내일 보자. "
정재가 미경이 편에 호박 엑기스와 과일 봉지를 들려서 보낸다. 혜미는 베란다에서 선영이와 미경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정재에게 온다.
" 미경 언니랑 선영이 같이 가고 있어. "
" 응..."
아내도 금방 깼는지 일어나 나온다.
" 선영인? "
" 금방 갔어. 저 밑에 미경 언니랑 함께 가고 있어. "
" 미경 언니도 갔어? "
" 선영이 데려다 주고 올거야. "
" 당신이 보냈구나. 참..선영이가 아이를 가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
" 당신이 미리 알고 있었다구? 안믿어진다. "
" 그냥... 느낌이야. 선영이 뱃 속의 아이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아이를 가졌을 거라 생각했던 거지. "
" 뱃 속의 아이가 살려달라고 했다구? "
" 느낌에 그렇다는거지. "
" 지금 느낌은 어떤데? "
" 오늘 저녁에 신랑이 주먹으로 선영일 때리거나 발로 차서 위급한 상황까지 갈 수 있는 느낌이 들어. "
" 내가 꼭 귀신에 홀린 것 같다. "
아내와 혜미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정재를 쳐다본다.
" 그럼, 어떻게 하면돼? "
" 나는 잘 몰라.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말을 할 뿐이지..."
" 알았어, 다른 방법이 없어? "
" 있긴 있지...아까 선영이가 갈 때 가만히 보니까,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덮여 있는거야. 신랑은 죽자사자 안되는 가게에만 매달려 똥고집만 부리고 있지. 선영인 돈 한푼 나올 곳이 없어 들어갈 데는 많고 돈 나올 덴 없고....그래서 내가 직접 주는 것 보다는 미경일 통해서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동안 선영이가 도와줘서 주문도 많고 일이 잘된다고 그러고 앞으로도 계속 도와달라고 하라고 미경이한테 시켰어. "
" 잘했어, 그런데 얼마를 줬어? "
" 백만원. "
" ..... "
" 잘했어요. 우리가 조금 덜 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
" 마음같아선 더 주고 싶었는데 그러면 내가 준게 표시가 날테니 미경이가 주는 걸로 한거야. "
" 그러면 오늘 저녁엔 무사할 수가 있는거야. "
" 하하하...내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 사람 운명을 마음대로 쥐었다 놓았다 하게..."
" 그래도 당신이라면 피해 갈 수 있는 방침이라도 알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지. "
" 오늘이 고비니까... 내일 아침이 되어봐야 알 수가 있어. "
" 그럼, 선영이가 오면 무사한거네. "
정재는 말없이 웃었다.
" 내일 선영이가 오면 당신이 선영이에게 백만원을 주도록해. "
" 또? "
" 그런 말은 하지말고...사람 목숨이 백만원 밖에 안돼? "
" 그건 그렇지만..."
" 오늘 밤 선영이 신랑이 선영이 한테 행패를 부리면 선영이는 미경이가 준 돈을 다 내어놓게 되어있어. 내일은 선영이가 오는대로 주도록해. 그래야 나가서 쓸 데 쓰고 들어오지. 그래봐야 가뭄에 입을 적시는 정도 밖에는 안되지만..."
" 알았어요. "
포장한 박스를 아파트 마당에 내려놓았다. 혜미를 올려보내고 택배 차를 기다리는데 미경이가 온다.
" 어떻게 됐어? "
" 응, 줬어. "
" 뭐래? "
" 안받으려고 하길래 내가 억지로 쥐어 줬어. "
" 잘했어. "
" 가보니까 집안이 엉망이야.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사는지..."
" 니가 잘 다독거려서 선영이가 딴 맘 먹지 못하도록 해. "
" 알았어. 나도 최대한 도울께. "
그때 택배 차가 들어 왔다. 박스와 송장을 확인하며 차에다 실었다.
" 쌀이나 있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도와주지? "
" 내가 내일 얘기해볼께. 아니야, 가게에 옷 갖다놓고 와서 의논 좀 하자. "
" 그래. "

" 왜 이제와? "
" 가게에 옷 갖다놓고 왔어. "
" 저녁 준비 되었으니 어서들 먹어요. "
" 저녁을 먹으면서 계속 얘기하자. "
미경이 선영이를 데려다 주고 온 얘길했다.
" 내가 생각할 땐 선영이가 거의 삶을 자포자기 한 상태까지 간 것 같아. "
" 어떻게 도와줘야하지? "
" 내일 선영이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끄내볼께. " 돈으로 도와준다는 것도 한, 두번도 아니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서 한도 끝도 없어. "
" 우린 어떻게 할까? "
" 선영이 신랑이 원한다면 내가 장어를 대어주고 선영이도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일을 주고싶어. "
" 선영이가 뭘 할지 생각해놨어? "
" 아니, 순간적으로 생각해봤는데...미경이 너만 괜찮다면...넌, 어차피 가게에서 작업실을 만들어서 니가 혼자서 작업을 해도 되잖아. 아직까진 쇼핑몰을 관리하는 건 조금 무리지 싶어. 큰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면 그때가서 큰 아이한테 쇼핑몰 관리를 시키더라도 당분간은 혜미하고 선영이가 쇼핑몰 관리도 하고 둘이서 작업을 해서 너한테 납품을 하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어. "
" ..... "
" 나중에 선영인 다른 걸 시킬거야. 지금 당장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급한 상황이다 보니 이것저것 가리고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그래. "
" 난 괜찮아. 내가 이만큼 성공한 것도 갑장 덕분인데 끝까지 갑장을 믿고 싶어. 날 밀어내지만 않는다면...그리고, 나는 가게도 있고 또 별도로 작업을 해서 살 수가 있지만...갑장 말대로 우리 큰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혜미랑 선영이가 둘이서 동업을 하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 그렇게되면 혜미가 손해를 많이 보게 되지만..."
" 아냐, 언니! 나도 울 언니처럼 마음을 비우고 살기로 했어. 둘이서 동업을 해도 괜찮아. 어차피 다같이 잘 살자고 하는건데 뭐, 당신은 어때요? "
" 난, 당신만 괜찮다면 좋아, 나한테 물어볼 것도 없어. 다만 선영이가 홀몸이 아니니 앞으론 당신이 작업을 거의 도맡아 하고 선영인 쇼핑몰 관리를 해야할텐데, 두사람 모두 피곤하긴 마찬가지일거야. 그런데 그때도 지금처럼 짜증을 안내고 잘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야. "
" 나보고 하는 소리 같은데 그런 걱정은 말아요, 나도 선영일 친동생 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좀 더 고생을 하더라도 잘 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
" 그래, 혜미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기쁘다. 나도 매월 얼마씩 갑장 통장으로 넣어주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손해본다고는 생각지 말고 앞으로도 우리 마음이 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 그럼, 내일 선영이 오면 다같이 모여서 얘길하도록 하자. 선영이가 그렇게 하겠다고하면 일주일 정도는 미경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계속하면서 선영이가 정을 붙이도록 애 좀 써주고...두 사람도 잘 다독거려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바래. "
미경이가 가게로 나가고 세사람은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그동안 혜미 방에서 작업을 하느라 혜미가 잠도 제대로 못잤지? "
" 아냐, 언니! 난 괜찮아. "
" 당신, 저녁으론 거실에서 하도록 해요. 어차피 올 사람도 없잖아요. 이제 혜미랑 선영이가 같이 일을 하면 밤으론 안해도 되잖아요. "
" 알았어, 미경이 가게에 작업실을 만들면 그때부턴 밤에는 일을 안해도 되니까 조금만 더 참아. "
" 오늘부터 당장 거실에서 하도록 해요. 혜미가 그동안 날 얼마나 많이 원망했겠어요? "
" 아냐, 한번도 언닐 원망한 적 없어. "
" 솔직히 외로웠었다고 말해. "
" 언닌..."
" 미안해, 나도 요즘은 미경이랑 같이 다니다 보니 당신하고 나갈 기회도 없었고 어떻게 건수를 만들지도 못했어. "
" 지금은 다같이 바쁠 때잖아요.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이해하고 말아야지. "
" 하하하...이해해주니까 고마운데 내 마음은 미안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어. "
" 가만히 듣고보니 나만 악처가 되는거잖아. 혜미랑 나갈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면 안되지. "
" 미경이가 여기서 살다시피해서 좀 그랬었다는거지 딴 말은 아니잖아. "
" 치..둘러대긴.."
" 근데, 미경 언니 일 하는건 어때? "
" 잘하던데..언니도 한번 보고는 이렇게 멋진 옷을 만들었잖아. "
" 정말이야, 언니? "
" 응..내 자랑은 아니지만 작업하는 거 몇번 보고 한번만 해보면 누구든지 다 할 수 있을거야. "
" 그럼, 나도 좀 가르쳐줘. "
" 지금부터 가르쳐 줄테니 잘 배워서 내일부턴 선영이하고 둘이서 해. "
" 당신은? "
" 난 미경이 가게에 작업실도 만들어야 하고 영애한테도 들다봐야지, 앞으론 요리 모임도 좀 더 체계적으로 해서 딴 사람이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할거야,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려니 벅차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도 주면서 나도 수입이 생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지. "
" 당신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게 목적인데, 돈 쓰는 걸 보면 정말 돈하곤 거리가 먼 사람 같아요. "
" 그렇지? 허허...그래도 막 쓰는거 같지만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는거야. 많이 쓸 수록 돈도 많이 벌 수가 있거든. "
"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좋지만 단기적으로 많이 좀 벌어봐요. "
" 우리가 이렇게 잘 풀리는 것도 어쩌면 많이 쓴 덕일 수도 있어. "
" 어째서? "
" 우선 당장에 목돈이 들어오는 걸 계산부터 하면 박사장 부인처럼 되는거야. 큰 이익은 없더라도 꾸준히 고객 관리를 잘하면 내가 잘 안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날 믿고 따르니까 그게 재산이 될 수도 있거든. 당신! 요리 모임할 때도 수입이 제법 짭짤했었잖아. "
" 그렇긴 하지만..."
" 돈 욕심없이 명예와 봉사 활동을 하려는 사람을 뽑아서 내세울거야. 그래야 탈이 안생기거든. "
" 이번에도 재료비는 내가 관리해도 되지? "
" 응, 그건 당신이 알아서해. "
" 나도 이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았으니 더 잘 할 자신이 있어. "
" 그래, 잘해봐. 내가 못 벌면 당신이라도 많이 모아서 나하고 언닐 먹야살려야지, 안그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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