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08, 조회 : 2388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 5. 영애

" 한군데 마땅한 자리가 있어서 봐놓고 오는 길이에요. 둘러보니까 아담하고 좋았어요. "
" 네..이제 인테리어만 잘 꾸며 놓으면 되겠군요. 워낙에 잘하시니까 가게를 열면 틀림없이 잘 하실겁니다."
은근히 띄워주니까 박사장 부인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거린다.
" 예, 하지만 가게를 하기 전에 좀 더 의논을 해봐야겠기에 이렇게 왔어요. "
" 네, 말씀 해보세요. "
" 지금 요리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 사람들을 다 저희 가게로 오도록 했으면 싶은데...괜찮겠어요? "
" 저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오는게 아니니까 제가 이리로 오라, 저리로 가라고 말은 못하니까요. 발 달린 짐승들도 가고싶은데로 다가는데 하물며 사람인데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
" 그리고...본격적으로 가게를 시작하게 되면 이젠 집에선 하지 말고요, 가게로 연결이 되어서 하도록 하면 하면 어떨까요? "
" 좋습니다. 부인께서 가게를 하시면 저는 뒤로 물러나 앉아야죠. 그리고 제가 가게에 자주 나가는 것도 보기엔 안좋을 수가 있으니 그렇게 되면 저는 슬슬 빠져야 되겠죠. "
"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섭섭치 않게 보상을 해드릴께요. 기존에 오는 사람들도 많고 그동안 재료를 준비하시고 여러가지로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적당한 선에서 보상은 해드릴께요. "
혜미가 뭔가를 적더니 물어본다.
" 콩나물이나 미나리 같은건 알겠는데, 붕어나 메기는 잘모르겠어. 붕어는 얼마치를 준비하는거야? "
" 응, 붕어는 저울에 달아서 오기 때문에 많이 필요해. 붕어는 50만원어치 적고 메기 70만원, 가물치가 30만원, 장어는 뽑아놓은게 어디 있는데...150만원 정도 적어놔봐. 모자라면 또 시키면 되니까... "
박사장 부인이 깜짝 놀라며 물어본다.
" 다 어디에 쓰는 거에요? "
" 예, 매번 모임이 끝나고나면 다들 맛있다고 하면서 각자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이렇게 주문을 하는군요. "
모임에 오는 사람들 모두가 평소에 <장삼탕>이나<구이용 장어>를 자주 구입해서 먹는터라 박사장 부인도 모를리가 없었다.
" 잘 아시겠지만, 지금처럼 모임을 이끌어 나가게되면 여러가지로 후회는 안하실겁니다. 물론 저보다도 더 입담이 좋으셔서 많은 분들이 따르니까 꼭 성공하실 겁니다. "
계속 부추기며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고 추켜 세웠다.
" 그래도 지금하고 막상 시작했을 때하고 똑 같을 수가 있을까요? "
" 저를 보세요.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몇명이서 했어요? 부인하고 선영이랑 옷가게 미경이하고 네명이서 했잖아요. 근데 몇개월도 안되서 4, 50명 가량 되는 걸 잘 아시잖아요. 사실, 저도 요리에 대해선 많이 알지는 못해도 잘하는 요리를 한, 두가지만 알고 있어도 모임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담을 요청하면서 요리에 대해 알려고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부수입도 생기구요.."
" 그건 제가 옆에서 쭉 지켜봤으니 말씀 하시지 않아도 잘 알고 있잖아요. "
생닭을 자르고 있던 아내가 몇마디 거든다.
" 요즘은 가게 수입보다는 재료를 구입하고 면담을 통해서 비법을 조금씩만 가르쳐줘도 수입이 좋으니까 저보다도 더 짭잘하더군요. 지난 번엔 저 위에 무지개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가게를 내었으면하고 은근히 제안을 하던데...그긴 어떻게 되었어요? "
아내가 박사장 부인과 정재를 보면서 한술 더 뜨서 얘기한다.
" 응, 내가 좀 더 생각해보자고 기다리라고 했어. 16일날에 온다고 했는데... 바로 내일이네."
눈치를 보니 이젠 조바심이 아니라 얼른 매듭을 짓질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보고 온 가게는 선금을 걸어놓았을테고 정재와의 문제만 해결 지으려고 작정하고 온 듯하다. 정재가 먼저 말을 끄냈다.
"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 예..우선 가게를 인수받고 꾸밀 때까지만이라도 계속 모임을 이끌어주세요. 그리고, 원하신다면 재료도 꾸준히 대어주시고요..."
" 아뇨, 재료는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으니 일단 시장에서 직접 구입을 해보세요. 아무래도 시장에서 사면 훨씬 저렴하게 사실 수가 있을거에요. "
" 그래도 괜찮을까요? "
" 네,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는 재료를 구입해서 남기려고 했던건 아니거든요. "
" 모임에 오는 사람들도 제법 되고 면담하는 것도 있으니까 오백만원으로 보상을 해드리면 안될까요? 너무 적다면 한번 더 생각해볼께요. 저도 이것저것 들어가는 게 많아서요..."
" 그 정도면 되겠습니다. 저도 잘 아시다시피 어느정도 수입이 있었고 우리 사이에 밀고 당기고 할 게 뭐 있겠어요. 서로가 좋은 게 좋다고 적당한 선에서 해결을 봐야죠. 안그래요? "
" 이렇게 속 시원히 승낙을 해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
" 아참, 부인께서 본격적으로 하시면 아무래도 제가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그때부턴 저도 모임에서 빠지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도 요리에 대한 모임을 일체 안할거구요. "
" 그럼, 뭐하실거에요? "
" 요리를 안해도 등산이나 낚시같은 모임을 하나 더 만들죠 뭐, 그건 괜찮잖아요. "
" 네, 얼마든지 괜찮아요. "
" 정말이지 부인께선 잘 하실겁니다."
"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좀 도와주세요."
" 예,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돕도록 하겠습니다."
박사장 부인은 백을 열더니 백만원씩 들어있는 돈다발을 다섯개 끄내어 정재에게 준다.
" 여기..바로 드리고 갈께요. "
" 예..고맙습니다. "
박사장 부인이 나가고 나자 아내와 혜미가 정재 옆으로 와서 앉는다.
" 오백만원이나 주고 가네, 박사장 부인 정말 간 큰 여자다. "
" 이걸 안받았음 우린 더 벌 수가 있는데. "
" 하긴..."
" 여보! 붕어 50만원어치하고 메기 70만원에 가물치, 장어는 다 어떡할까? "
" 어떡하긴...이젠 먹을 사람도 없는데 휴지통에 버려야지.."
" 하하하..."

정재가 일을 마치고 가게로 가는 길에 선영이가 걸어가는 걸 보고 차를 세운다. 경적을 울리니 선영이 돌아본다.
" 오빠! "
" 어서 타. "
선영이가 차에 올라 앉으며 안전밸트를 착용하자 서서히 출발하며 묻는다.
" 어딜 갔다 오는 길이야? "
" 응..가게를 알아보러.."
" 신랑 회사 그만두고 가게를 하기로 한거야? "
" 응, 아직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 조만간 그만둘거야. "
" 가게를 알아보려면 나하고 같이 알아봐야지... 난 그래도 선영일 친동생처럼 생각하는데 선영인 내가 부담이 되는 모양이구나. "
" 아냐, 그런 건..."
" 그럼, 내가 싫다는 거야? "
" 오빤...내 맘 잘 알면서..."
" 일단 우리 가게로 갈래? "
" 응.."
" 그래, 가게로 가서 얘기하자. "
선영이와 함께 가게로 들어서니 아내와 혜미가 선영일 보더니 반긴다.
" 어서와, 선영아. "
" 언니..."
" 어디서 만났어요? "
" 저 밑에 시장 입구에서 만났어. 일 끝나고 오는데 걸어서 오길래 같이 왔어. 선영이가 가게를 알아보러 다닌다는데..."
" 가게를? 그럼, 우리한테 얘길하면 우리도 알아봐줄텐데...왜 얘길 안했어? "
" 그냥..."
" 그래, 어떤 걸 하려고? 뭘 할진 정하고 알아보는거야? "
" 아니, 아직..."
혜미가 커피를 내어 온다.
" 신랑은 뭐래? "
" 신랑은 내가 하는 거라면 뭐든지 찬성하니까 내가 정하기만 하면돼. "
" 그럼, 오늘 처음 알아보는 모양이구나. "
" 응..."
" 적어도 우리하고 의논은 할 줄 알았는데...좀 섭섭하다. "
" 나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생각도 좀 하고 그랬어. "
" 선영인 뭐가 제일 하고싶어? "
" 요즘은 불경기라서 할만한 게 없지만 그래도 먹는 장사가 제일인 것 같아. "
" 그럴거야. "
" 어떤 장사를 해도 내가 그 분야에 대해서 확실한 기술을 알고 있어야 사람들을 다루지, 사람을 데리고 있는다는 게 제일 힘들거든. 장사가 조금 될만하면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애를 먹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람들에게 의존하려고 하지말고 내가 확실한 기술이 있을 때 시작해도 되는 것이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알아보도록 해. "
" 오빠! 내가 지난 번에 얘기 했었지? 오빠의 장어 구이말야. 난 그걸 하고싶은데...이 주위엔 장어구이 집이 없더라. 여긴 사방으로 아파트 단지라 괜찮을 것 같은데... 오빠 생각은 어때? "
" 나도 벌써부터 알아봤는데 이 주위엔 없어서 잘 될 것 같아. "
아내가 선영이에게 걱정스런 투로 물어본다.
" 니 신랑...요즘은 어때? 아직도 그래? "
" 아냐, 오빠가 가르쳐준대로 하니까 많이 좋아졌어. "
"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효과가 없으면 내가 오늘밤에 가만히 안놔둘려고 했거든. "
" 괜찮아 언니! 이젠 많이 좋아졌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그래도 이이는 널 끔찍히 생각하고 있거든. "
" 응, 알아...요즘은 오빠가 모임에도 빠지고 박사장 부인이하니까 별로 재미도 없어. 나도 2,3일 전부터 안나가거든. 다른 사람들도 눈치만 보고 나왔다 안나왔다 그래. 오빠가 곧 다른 모임을 만들거라니까 그때까지 참고들 있는 것 같더라. 어서 모임을 하나 더 만들어 봐. 그래야 나도 오빠보러 자주 오지. "
" 그래, 알았어. 지금 구상 중인 게 있긴 한데 조만간 만들면 연락할께. "
" 응. 오빠! "
" 왜? "
" 저기...언니들 앞에서 이런 얘기 끄내기가 그렇지만...오빠하고 일대일로 면담을 하고싶어. 시간 좀 내어줄래? "
" 왜? 신랑 때문에 그래? "
" ..... "
" 나하고 얘기할때하고 지금하고 또 다른 모양이지?
" 응, 그래도 오빠가 한마디씩 던져주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이되고 도움이 되는지 요즘에 들어서 절실히 느끼고 있어. 한번만이라도 시간을 내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
" 알았어. 내일 아침에 올래? "
" 응, 집으로 갈께. "
" 언니들 괜찮겠어? "
" 괜찮아, 우리가 하루,이틀 보고 지낸 사이도 아니잖아. 그리고 니가 면담을 한, 두번 한 것도 아니고..."
" 고마워, 이젠 갈께. "
" 벌써 가려구? "
" 응. 가서 저녁해야지. "
" 그래, 조심해서 잘가. "
정재가 따라 나간다.
" 같이 가자, 내가 태워줄께. "
" 선영아! "
" 응..."
" 나한테 섭섭한 게 있음 말해. "
" 아니, 없어, 정말이야..."
" 그래, 무슨 고민이나 문제가 있음 언제든 말해. 내가 해줄 수 있는거라면 뭐든 다해줄께. "
" 고마워, 오빠.."

" 선영이가 뭐래? "
가게로 들어서니 혜미가 묻는다.
" 한가지 밖에 더 있겠어? "
" 걔는 왜그래? "
" 그건 선영이 신랑한테 왜 그렇냐고 해야지. 선영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 "
" 나 지금...걔보고 그런게 아니고 걔 보고 그런건데..."
" 하하하..."
" 당신이 모임을 할때하고 지금하곤 완전히 다른 것 같아. 그래도 당신이 할 땐 고맙다는 말은 들었어도 최소한 원망은 안들었는데..."
" 내가 할땐 돈에 대한 미련없이 마음을 비우고 한거고 지금은 오로지 돈 밖에 모르니까 탈이 날 수밖에 없는 거지. "
혜미가 정재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한다.
" 선영이가 비장한 각오로 당신한테 부탁하는 거 같더니...뭘 준비할 건 없어? "
" 준비할게 뭐있어? 그냥 하던대로 면담이나 하는거지. 내가 볼 땐 신랑이 신경이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과민 반응이 심한 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대로 직장 생활을 더 하는 건 무리야. 잘못하다간 의처증까지 생길 수도 있겠던데...선영일 위해서라면 신랑이 많이 참아야 하겠더라구. 안그럼 얼마 못가서 이혼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고..."
" 그 정도로 심각해? "
" 신랑도 자기 사업을 하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모든게 한꺼번에 다 해결이 될 수도 있거든. "
" 그럴지도 모르겠다. "
" 근데. 왜 일대일을 강조하면서 나보고 좀 빠져 달라고 그래? 수상한데 정말..."
" 당신 지금 선영이한테 질투하는거야? 아님, 날 의심하는거야? 아무리 농담이라도 너무 한 거 아냐? 선영인 지금 심신이 무척 괴로운 상태야. 당신도 잘 알잖아. 내일 하루종일 나랑 같이 있더라도 속 마음을 다 터놓고 얘기하고 싶은 것 같던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영이랑 제일 친한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안되지. "
" 미안해요.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설마하니 정말 질투를 했겠어요. 아잉..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
" 그래, 이젠 그러지마,나도 당신과 언니를 위해서 두번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이 상황에서 내가 선영일 건드리기라도 할까봐 그러는거야? "
" 여보, 진정하세요. 헤미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이해하고 용서해주세요. "
" 미안해 여보! 내가 잠시 흥분을 했나봐. "
정재가 혜미를 부르며 두 팔을 벌린다. 혜미가 정재의 품에 안긴다.
" 잠깐 동안 당신을 의심해서 미안해요. "
" 괜찮아, 사랑해..."

박사장 부인이 가게를 오픈한지 보름쯤 지난후에 아내의 가게로 찾아왔다.
" 어서오세요. 바쁘실텐데 이 시간에 왠 일이세요? "
" 요즘 모임에 많이들 오죠? "
" 예, 기대했던 것보단 못해도 우리가 하던 모임의 절반쯤은 오네요. "
" 가게를 오픈 한지도 얼마안됐고 아직은 알려지질 않아서 그런거니 찌라시라도 더 돌리고 좀 더 알려지면 많이들 올거에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
" 예, 시장에 가서 장을 보려니까 재료비가 넘 비싸네요. 가게를 하기 전보다도 배나 더 비싸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
" 저도 똑같이 시장에서 사온건데 저라고 별 수 있겠어요. 지금은 장마가 끝난 후라 아루래도 물가가 올랐나보죠. 지금쯤 한창 물가가 오를 때도 됐잖아요. 시장에 가시면 대량으로 구입하는거니 꾸준히 대놓고 살테니까 최대한 깎아달라고 해보세요. "
" 아무리 그래봐도 안먹히더라구요. "
" 바다나 민물 고기도 마찬가지고요..."
" 요즘 고기 가격이 어떻게 하던가요? "
" 직접 모임을 이끌어 나가실 때하고 3배 이상은 차이가 나더군요. 거의 5배 정도는 될 것 같아요."
" 그 정도로 가격 차이가 많이나나요? "
" 예...도저히 계산이 안나오네요. "
" 그럼, 부인께선 채소 종류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알아보세요. 저는 바다 고기나 민물 고기, 그리고 문어나 조개, 해삼같은 해산물도 알아볼게요. 그런 건 좀 더 싸게 사올 수가 있을 것 같아요. "
" 예..그래주시면 고맙죠..."
" 채소도 알아 보시는데까지 알아보시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제가 다 구입을 해드릴께요. 굳이 제가 가게에까지 가질 않더라도 여기로 갖다놓을테니 오셔서 싣고 가시면 되잖아요. 뭐든 무조건 싸게 살려고 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양을 일정하게 꾸준히 소비 시켜줘야 거래가 계속 이루어 지거든요. 안그럼, 물건을 가지고 오는 곳에서 어쩌다 조금 많이 사간다고 깎아달라고 그러면 얄미워서라도 가격을 올려버리거든요. 그러니까 그 정도는 알고 계셔야해요. "
" 예, 잘 알겠어요. "
" 일단 생물이란건 그날 그날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것이니 오늘의 시세라도 알아보고 전화드릴께요. "
" 예, 고마워요. "
박사장 부인이 가고 얼마후에 옷가게 미경이가 왔다.
" 요즘은 모임에서 손을 떼더니 통 얼굴을 볼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보고싶은 내가 찾아왔어. "
" 잘했어. 나도 갑장이 보고싶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신랑이 버티고 있는데 갈 수가 있어야지. "
" 하하하...나보다도 한술 더 뜨네."
" 요즘 박사장 부인이 하는 모임에서 말들이 많아. 갑장이 할 땐 재료비만 내고 정말 재미있게 했었고 돈에 대해서도 부담이 없었는데, 박사장 부인이 하고나선 회비는 회비대로 내고 재료비는 재료비대로 비싸고...아무래도 얼마 못갈것 같아. 그래, 다른 계획은 없어? "
" 이젠 요리는 못하게 됐으니 다른 모임을 하나 더 만들려고 생각중이야. "
" 얼른 생각해봐. 다들 갑장이 모임을 만드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 "
" 알았어. 이번엔 어떤 모임이 좋을까? "
" 나는 잘 몰라. 그런 건 갑장이 잘하잖아. "
" 요즘 장사는 어때? "
" 별로야. "
" 혹시 미싱 질 잘해? "
" 미싱? 조금 할 줄 알아. "
" 그럼, 내가 지금 생각한건데...우리 사고 한번 칠래? "
" 어떤 사고? "
" 어떤 사고긴...둘이서 대형 사고를 한번 쳐보자는거지. "
미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내와 혜미를 번갈아본다.
" 밤낮으로 뛰고 나까지 또 끼면 정말 힘들텐데..."
" 하하하..."
다들 웃었다.
" 내가 확실한 아이템을 하나 생각해냈어. "
" 뭔데? "
" 말로써는 설명을 하기가 힘들고...나하고 같이 나가자. "
" 어딜? 여기선 안돼? "
" 여기선 되는게 아니야. "
" 뭐지? 궁금하네...꼭 나가야해? 대낮부터 모텔을 들락거리긴 싫은데..."
" 하하하..."
" 같이 시장에 가려고 그러는거야. 갑장이 취급하는 옷 말고 어떤 게 유행을 하는지도 알아보고...요즘 나오는게 주로 어떤 게 있는지 볼려고 그러거든. 일단 시장에 가서 나오는 옷이랑 번화가로 가서 어떤 옷들을 선호하는지 잘 파악해서 뭘 하려고 하는거야. "
" 그럼, 가게에 있는 옷은 전부 버려야 하는거야? "
" 아니, 바꾸지 않고 안팔리는 옷들을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는거니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거야. 나가보면 알겠지. "
" 당신은 안될테고...당신은 어때? 같이 나갔다 올래? "
아내와 혜미를 보더니 혜미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 아니, 내가 가봐야 뭘 알겠어? 그냥 언니랑 있을래. "
" 어차피 갑장이 옷을 취급하는 거고 잘 안팔리는 걸 빨리 팔아낼 수 있도록 하려는 거니까 그래서 갔다올려고 하는거야. 그럼, 올 때 순대라도 사올까? 다른 건 먹고싶은거 없어? 족발도 사올까? "
혜미가 족발하고 순대를 다 사오라고 한다.
" 알았어. 얼른 가서 둘러보고 올 때 꼭 사올께. "
정재는 미경이와 시장에 가서 옷집을 둘러보고 번화가로 갔다. 두 사람은 한쪽에 비켜선채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며 얘길했다. 가게로 오는 길에 순대와 족발을 사가지고 왔다.
" 어땠어? "
혜미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가지고 오며 묻는다.
" 응, 어쩌면 잘 될 것도 같아. "
"그건 또 뭐야? "
" 응, 미경이랑 헤어지고 오는 길에 보니까 악세사리들이 괜찮아서 조금 사왔어. "
" 뭐하려구? "
" 놔둬보면 쓰일데가 있겠지..."
아내가 접시를 가지고 와서 순대를 담는다. 정재는 족발을 끄내어 포장을 뜯으며 정리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거야? 생각하는 게.."
" 요즘 유행하는건데..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옷을 만드는거야. 나도 기술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언젠가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어서 생각한거야. 그걸보니 나도 해보고 싶었거든. 이런건 배울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간단히 할 수도 있는게 있으니까 미경이 한테 얘길 해본거야. "
" 미경 언니 가게에 있는 옷이랑 방금 말한 옷이 같을 수는 없잖아. 재질도 그렇고...옷감이 상하지 않을까? "
" 옷감이 상할 정도론 하지 않을거야. 내일은 실험을 해봐야지. "
" 어디서? 미경 언니 가게에서? "
" 아니, 울 집에서 할거야. 그래도 비밀 프로젝트인데..."
" 비밀 프로젝트 좋아하시네. 미경 언니랑 비밀스럽게 만나려고 하는 것이겠지? "
" 하하하..."
" 아깐 정말로 모텔로 가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
" 그러게 평소에 날 좀 믿지? 남편을 못믿으니까 그렇게 속앓이를 하는거야. 내가 어디가서 바람이나 필 사람으로 보여? "
" 응...그러고도 남을 사람처럼 보여. "
" 하하하....그렇게도 날 못 믿어? 내가 당신한테 그 정도 밖에 안돼? 정말 실망인데...어쩜 그럴 수가 있지? "
" 아니, 당신을 꼭 못 믿는다는 건 아니고...그냥 해본 말이야. 당신은 참..."
" 알았어, 내가 두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지? 사실, 미경이도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마음대로 조종을 할 수가 있겠지만, 우리의 화목과 행복을 위해서 그러질 않는거야.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혹시라도 의심을 할까봐 아까도 당신보고 같이 가자고 했었던거야. "
" 알았어요. 이젠 두번 다시는 의심하지 않을께요. "
" 참, 선영인 요즘 어때? 한번씩 연락은 오는거야? "
" 당신이 장어를 대어주니까 더 잘알지 우리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
" 요즘은 장어를 다른 곳에서 갖다 쓰기 때문에 나도 선영일 만난지가 오래되었어. "
" 다른데서 갖다 쓴다고? 설마...아닐거야. "
" 하하하...내가 말은 안했지만 직접 봤어. 그냥 그렇게만 알고있어. "
" 우리보다 싼 가격에 갖다주는데가 있어? 그래서 한번도 안왔구나..."
" 선영인 내가 대주는 걸 쓰고싶은데 신랑이 다른데서 꼬시니까 넘어간 거겠지. 선영이네로 장어를 대주는 사람들...지금은 거래처를 빼앗을려고 손해보고 대어주지만, 우리가 떨어져 나가면 가격을 엄청 올릴거야. "
" 그러면 그땐 당신이 대어주면 되지. "
" 참내...당신은 자존심도 없어?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선영이가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도 얘길 했었고, 박사장 부인이 재료비에 대해서 찾아왔을 때에도 어느정도 일정량을 꾸준히 거래해야한다고 했었던 거야. 아마도 선영이 신랑이 다른 곳에서 싸게 준다니까 그기서 대어쓰고 나중에 가격을 올리면 우리한테서 쓸려고 계산을 한 모양인데, 그때는 난 완전히 손을 뗀 후라서 두번 다시는 거래를 안할거야. "
" 그러다 선영이가 가게를 그만 두면 어떡해? 그래도 안도와 줄거야? "
" 그건 어쩔 수가 없어. 내가 선영일 생각해서 도와주면 다음에 또 딴사람이 대어준다고 할거고 결국은 그쪽으로 넘어가게 되어있어. 이런 장사는 그럴 수 밖에 없는거구...선영이네도 의리없이 배신을 하게되면 어떤 결과가 돌아온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야돼. 그렇게 해서 하나하나 배워나가게 되는거지. "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영이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 그만 잊어, 선영이와의 인연이 여기까지라 생각하면 되잖아. "
" 당신은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어? "
" 응, 난 잘하다가도 한번 아니다 싶으면 끝까지 아니거든. "
" 그럼, 미경언닌 어때? "
" 마찬가지야. 이것만은 알아둬. 우린 부부지만 아무리 친해도 남은 남이거든. 지금은 자기네들이 답답하고 아쉬운 게 있어서 우릴 이용하려고 찾아오지만, 이용 가치가 없을땐 매정하게 아는 척도 안할 사람들이란걸 꼭 알고 있어야해. "
" 그래도 미경언닌 당신한테 잘하잖아.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
" 내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산다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것 밖엔 안돼. "
"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
"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두사람이 더 잘 알잖아. 박사장 부인이나 선영이가 그랬고 앞으로 미경이도 그럴거니까...한번 두고봐. "
" 그럼,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잖아. "
" 세상이 그렇게 변하는 걸 어쩌겠어? 항상 내가 손해를 보고 산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지만 그것도...내가 손해를 봐도 괜찮을 정도로 여유가 있을때나 가능한거지, 주위 사람들이 지금 당장에 잘해준다고 해서 앞으로도 잘해 줄 것이란 생각을 하면 큰 오산이야. 내말 알겠지? "
" 알았어요. 근데 미경언닌 왜 도와주는거야? "
" 미경일 통해서 모임이나 하나 더 만들고 나도 미경일 조금은 이용해야 하잖아. 나쁘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데 이용하는 거니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일뿐이지. 그러다 미경이가 날 배신하면 그걸로 끝이고...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뭘 할려고 하는 것도 미경이 한테 100% 다 가르쳐 주지는 않을거야. 미경이가 하는 걸 봐가면서 조금씩 가르쳐 주고 미경이 나한테서 떨어져 나갈려고 할 때, 이젠 더 이상 미경이와는 인연이 다했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쯤 가르쳐 줄 생각이거든. 그러니 두사람도 누구에게나 너무 깊은 정을 주지말고 나처럼 언제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거야. "
" 그럼, 미경 언니랑 사고를 친다는건...미경 언니가 우릴 배신할땐 언제든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안되게도 할 수가 있겠네? "
" 지금으로선 그렇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테니까... "
" 그렇게 되면 당신이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
" 나? 당연히 좋은 사람이지. 나한테 잘하는 사람은 분명히 잘되도록 해주지만 날 배신하는 사람에겐 분명히 잘못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지. 내가 하는 건 < 모택동 전술 > 이라고 하는건데, 잘 되도록 해주고나서 적당한 순간에 슬그머니 빠져주는거니까 굳이 갖다붙이자면 < 모택동 전술 > 이라고 하는거야.
" 알았어, 울 신랑이 아무리 나쁘다고해도 무조건 좋은 사람이라고 할께. 크크.."

다음날 아침 일찍 미경이 찾아왔다.
" 샘플로 몇벌만 가지고 오랬더니 뭘 이렇게 한보따리나 가지고 왔어? 누가보면 울 집에 살러 온 줄 알겠다. "
" 하하하..."
" 어제밤에 연습도 안했지? "
" 응, 연습하다가 잘못될까봐 겁이나서 손을 못대겠더라. 그래서 안한게 아니라 못했어. "
혜미가 거실 바닥에 다가앉으며 묻는다.
" 이걸로 뭘 할거야? "
" 이걸로 뭘할지 지금부터 패션 감각을 볼거니까 당신은 옆에서 잘 보고 평가해줘. "
정재가 어제 사온 악세사리를 방바닥에 늘어놓으며,
" 여기 재료가 있으니까 우선 갑장이 맘에드는 옷을 하나 골라서 언제 본대로 바늘로 꿰매든지 끈으로 묶던지해서 한번 해봐. "
" 한번도 안해본거라 겁이나서..."
" 일이란 겁먹고 달려들면 아무것도 아닌 것도 무서워서 못하게 되거든. 잠시만..."
정재가 일어나 방으로 가더니 옷을 하나 가지고 온다.
" 이거 한번 봐, 이 옷 어때? "
" 우와...이쁘다. 언제 산거야? "
혜미가 이쁘다며 좋아한다.
" 갑장은 어때? "
" 괜찮은데...어디서 샀어? "
" 어디서 사긴...갑장 가게에서 사온거지. "
" 응? 우린 그런 옷이 없는데.."
미경이 옷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아무리봐도 첨보는 것 같은데..."
" 잘봐, 첨보는 건지."
" 맞어. 우린 이런 옷 없어. "
" 참나...이 옷은 내가 혜미랑 같이 가서 갑장한테 사온거야. 이건 혜미가 입는 옷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기도 하지. "
아내와 혜미가 웃는다.
" 내가 새벽에 악세사리를 달아놓은건데 이렇게 해놓으니까 모르겠지? "
" 정말? 언제 만들었지? 정말 이쁘게 잘 만들었다. "
" 다른데서 사온거아냐? "
미경이가 못믿겠다는듯 묻는다.
" 그럼, 여기 가지고 온 옷들 중에 갑장이 알 수 있도록 이 매직으로 표시를 해봐. 내가 여기 악세사리를 달아서 변신 시켜볼께. "
" 알았어. "
미경이 옷을 하나 고르더니 정재로부터 매직을 건네받아 옷가게의 상호를 적었다.
" 5분만 기다려. "
그리곤 방으로 들어간다.
" 도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건지.."
" 나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
정재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5분도 채 안되어 나온다.
" 자, 이젠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봐. "
세사람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옷인줄 알고 이리저리 살피며 미경이 써놓은 글을 확인해본다.
" 우와...멋지다.여기봐. 아까 미경 언니가 써놓은 이름도 그대로 있잖아. "
" 정말...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
" 이건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옷이야. 이런걸 나만의 맞춤형 옷이라고 하는데, 갑장은 옷가게를 하니까...아까의 옷이랑 지금의 옷을 볼 때 가격이 어느정도 차이가 나겠는지 비교를 한번 해봐. "
"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주문형 옷이라서 더 받을 수도 있고..."
" 그렇지? 앞으로 전망도 밝겠지? "
" 응...어떻게 하는지 좀 가르쳐 줘. "
" 미안하지만 지금은 가르쳐 줄 수가 없어. 만약에 내가 가르쳐 주게 될 경우엔 갑장 뿐만 아니라 지난 번 모임처럼 모임을 하나 더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거야. 그래야 내가 갑장을 잃어버려도 몇 사람이라도 남게되니까..."
" 무슨 말이야? "
" 이유는 묻지말고...언제든 갑장이 필요하다면 입던 옷이든 새옷이든 주문을 받아오면 내가 해줄 수는 있어. 지금 당장에 배우고 싶다면 인터넷을 뒤져봐. 자세히 나와있으니까...나도 새벽에 잠깐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응용을 하다보니 알게 된 거거든. "
" 혹시 갑장이 못 가르쳐 주는 이유는...박사장 부인이나 선영이처럼 날 못믿어서 그런거 아냐? 내가 생각할땐 그런거 같은데..."
" 이유는 맞지만, 갑장을 못 믿어서가 아냐. 지금껏 우리가 잘 지내고 있고 좋은 인연으로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그런거지.."
" 알았어. 그런 마음이라면...나도 인터넷도 보고 갑장한테도 열심히 잘할께. 하지만, 언젠가는 가르쳐 줄 날이 있겠지? "
" 당연하지. 난 갑장마저 잃고싶지가 않아. 솔직히...내가 옷 장사를 하지 않을바엔 이런 기술이 필요가 없잖아. 그리고 이것도 잘 될 때 바짝 해야하는 거고...한가지 분명히 약속 할 수 있는 건...갑장이 원하는 한 반드시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는거야. 그리고, 짧은 시일내에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그렇게도 해줄 수 있어. "
" 정말? 그렇게도 해줄 수 있어? "
" 못 믿겠으면 말고..."
" 아냐, 믿을께. 그럼, 난 뭘하면 되는거지? 옷을 가지고 와서 한벌당 얼마씩 떼줘야하나? 아님, 매달 얼마씩 별도로 상납을 해야돼? "
" 누구던지 돈은 많이 벌어야 하겠지만, 난 돈 욕심이 없어. 다만, 악세사리를 종류에 따라 구입을 하려면 가격도 다르니까, 다른 건 필요없고 악세사리를 구입할 정도로만 챙겨주면 돼. 그러니까 옷을 변신 시킬 때마다 악세사리가 다를 수 밖에 없으니 그때 그때 들어가는 악세사리 비용만 주면돼. 여기에 인건비 같은건 포함시키지 않고 악세사리만 구입할 정도만 받으니까 절대 오해는 하면 안돼. 알았지? "
" 그래도 되겠어? 난 옷만 가지고 오고 일은 갑장이 혼자서 다하는데..."
" 괜찮아. 난 갑장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마음이 변치않길 바랄 뿐이야. 나만 믿어. 우선 몇벌 만들어서 반응을 보고 괜찮으면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짧은 시일내에 많이 벌 수 있도록 해줄께. "
" 근데...짧은 시일에 많이 버는 방법은 어떤거야? "
" 인터넷으로 판매하면 많이 벌 수 있어. 우선 갑장은 옷가게를 하니까 가게에서 팔아보고, 혜미는 갑장 이름으로 가게의 사진도 올려놓고 인터넷으로 팔아보면 어느 곳이든 한 곳이 잘 팔릴거야. 아무래도 가게는 오는 사람들이 거의 한정이 되어있지만, 인터넷 시장은 어마어마해서 훨씬 효과적일거야.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는 것도..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고 통신 판매 신고도 해야되고 사업자 등록에다 돈이 제법 많이 들거든. 일단은 갑장이 가게에서 슬슬 해보고 괜찮으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
" 내 이름으로 한다고 해도 혜미랑 나랑 경쟁을 하는건데 괜찮아? "
" 괜찮아, 어차피 인터넷 시장엔 우리말고도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 수십만 군데는 더 되니까..."
" 그렇게 많아? "
" 인터넷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인터넷으로 잘만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가 있어. 그건 차차 하다보면 알게 될거야. "
" 이거 말고도 다르게 하는 방법이 있어? "
" 방법은 많지만, 그런 걸 다 배울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 전문가들에게 찾아가서 많은 돈을 들여가며 배워야 하는거야. 하지만, 내가 여러가지로 응용을 해서 몇가지 다양하게 할 수는 있으니 가지고 온 옷을 이리로 모아봐. "
정재는 미경이 가지고 온 옷을 차근차근 개어서 방으로 옮긴다.
" 난 지금부터 우렁각시가 될테니 차라도 마시며 얘기들 하고 있어. 최대한 빨리해서 올께. "
" 쇼핑몰 홈페이지가 뭐야? "
혜미가 미경에게 물어본다.
" 응, 인터넷으로 물건을 파는 곳이야. 실제로 가게는 없지만 있는 것처럼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운영하는 가게거든. 그런 가게를 쇼핑몰이라고 하는데 티브이를 보면 물건 같은거 선전하고 주문 받는게 나오잖아. 그런거야. "
" 아...그렇구나. 하지만 난 인터넷이 서툰데 어떡하지? "
" 별로 어려운 건 없을거야. 나도 잘은 못하지만 조금만 배우면 잘 할 수 있을거야. 근데...갑장이 보기에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보면 볼 수록 똑똑하다니까. 난 그게 이해가 안돼. "
" 하하하..."
" 어떻게 보면 분명 천재인데...머리가 너무 좋아서 조금 잘못돼서 그런가? 뭐든 할려고 마음만 먹으면 돈을 얼마든지 벌 수가 있는데도 돈엔 욕심도 없고 관심이 없으니...그리고 뭐든 마음먹고 하면 다 잘되잖아."
아내가 미경의 손을 잡는다.
" 언니! 우리도 언니와 인연이 끊기는게 싫어. 저이가 언니한테 가게에서 반응을 보고 혜미한테 인터넷이 어쩌구해도 결국은 언니에게 다 물려줄려고 그러는걸거야. 언니도 알지? 저이는 언니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거든. 그리고, 언니도 저이한테 믿음이 가도록 더 잘해줬음 좋겠어."
" 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갑장이 실망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잖아. "
정재가 방문을 열더니 가지고 들어간 옷을 한아름 안고 나온다.
" 비록 새벽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잠깐 들어가 보고 알게됐지만 내가 응용을 하 수 있는대로 다해보니 정말 잘 될 것 같다. "
" 우와...정말 예쁘다. "
" 여긴 목걸이처럼 이쁘게 장식했네. "
" 갑장은 어떨 것 같아? 성공할 수 있겠어? "
슬쩍 미경의 마음을 떠본다.
" 오래 걸리는 줄 알았는데 금방 해서 나오네. 너무너무 훌륭해서 할 말을 잊었어. 많이 힘들었지? "
미경이 정재의 등뒤에 앉아 어깨를 주물러 준다.
" 힘들긴...갑장이 잘되면 나도 좋잖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우릴 모른 척이나 하지마. "
" 모른 척 하긴...내가 갑장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미경이 정재를 힘껏 끌어 안는다.
" 켁...안으려면 앞에서 제대로 뒤에서 안으니까 숨을 못 쉬겠다. 켁..."
" 하하하..."
아내와 혜미가 웃는다.
" 일단 이걸 가게에 내놔봐. 내 기분이 좋은 걸 보니 내가 오후에도 이걸 또 해야되지 싶다. "
" 왜? 다른데 또 해주기로 했어? "
" 아니, 갑장이 분명히 또 올거니까... "
" 내가 또 올 줄을 미리 알고...앞날을 훤히 내다보니까 어째 귀신에 홀린 기분인데..."
" 오후에 오게 되면 많이 가지고 와. 넘 많다싶으면 전화를 하고...내가 가지러 갈테니까.."
" 확실히 온다고 생각하는거야? "
" 생각이 아니라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니까 그러네. "
" 내가 안오면 어떡해? 내기라도 할까? "
" 내기는 안할거야. "
" 그럼, 자신이 스스로도 못 믿으면서 큰 소리 치는거잖아. "
" 그게 아니지. 첫째는 내기를 하자는 건 갑장 스스로가 아직까지 내가 믿음이 안간다는 거잖아. "
" 그건 아냐. 내가 오후에 올지 않올지도 모르는데 확실히 온다고 그러니까 신기해서 그런거지..."
" 그리고, 둘째는...내기를 안하면 몰라도 이왕에 내기를 할거면 크게 하자는 거고..."
" 그게 뭔데? "
" 말 안할거야. "
" 치..그런게 어딨어? 어서 말해봐. "
" 만약에 오후에 일거리를 많이 가지고 오게되면 나한테 수청을 들래? "
" 수청? "
미경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
" 까짓거 한번 하지 뭐, 한강에 배 지나간다고 어디 표가 나나. 좋아 내기해. "
" 하하하..."
" 갑장은 뭘 걸건데? "
" 안해. "
" 왜 갑자기 안한대? "
" 내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냐. 지금 내기를 하고 갑장이 오후에 옷을 들고와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기거든. 내가 지금하는 말은 천기 누설인데 그걸 갑장이 어기게 되면 벌을 받기 때문에 그 뒷감당이 안되거든. "
" 난 괜찮아. 나도 어차피 갑장을 좋아하니까..."
" 됐어, 마음만 받을께. 만약에 나도 뭔가를 건다면...나도 갑장한테 수청을 들께. "
" 하하하..."
" 근데...내가 옷을 가지고 오더라도 이리로 안오고 가게로 가지고 갈텐데 그래도 여기까지 와야 하는거야? "
" 그렇지, 이건 갑장이 하는 사업이니까 당연히 왔다가 가야 하는거야. 내일은 가게로 갖다줘도 되지만, 오늘 만약에 가게로 갖다주고 여길 오지 않으면 오늘 판매량은 그것 밖에 없어. "
" 만약에 그랬을때 내일은 어떻게 되는거야? "
" 내가 자꾸 입을 열게되면 천기 누설을 하는거라 안되지만, 오후에 여기까지 왔다가면 내일은 틀림없이 장사가 잘 될거야. 그것만은 확실하거든. 이젠 더 이상 얘길하면 안되니까 말 시키지마. "
미경이 쌓아놓은 옷을 가리키며 정재에게 묻는다.
" 이건 얼마 들었어? "
" 그건 놔둬. 샘플이니까...반응이 좋고 장사가 잘돼야 얘길하지. 아직 장사를 시작도 안했는데...어서 가지고 나가자. "
미경이를 가게에 까지 태워주고 아내의 가게로 갔다. 아내가 튀김 기계의 온도를 올리며 주방 기구들을 정리하는 동안 정재와 혜미는 쓸고 닦으며 청소했다.
" 어서 서둘러. 지금부터 두, 세시간 안에 미경이가 또 올거야. "
" 그렇게 빨리와? "
" 응, 희망 사항이지만..."
" 하하하..."
혜미가 호박 엑기스를 가지고 와서 정재의 옆에 앉는다.
" 이따가 오후에 미경 언니가 정말 오면 어쩔거야? "
" 뭘? "
" 아까..."
" 참나...당신은 어째 그렇게도 진담과 농담을 구분할 줄 몰라? 언니는 눈치로라도 다 아는데..."
" 내가 볼 땐 미경 언니도 정말인 줄 아는 것 같던데..."
" 그렇게 믿으면 좋고..."
" ..... "
" 나야 이러나 저러나 손해볼 게 없다는 거지. "
정재가 혜미의 표정을 살핀다. 아내는 혜미를 보며 조용히 웃는다. 혜미는 인상을 찡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 미경언니 오면 둘이서...갈거야? "
" 응, 약속은 약속이니까..."
혜미가 아내를 보며 말한다.
" 언니...언닌 괜찮아? "
" 뭘? 내가 뭘 어쩌겠어? "
" 그래도..."
" 이리로 가까이 와봐. "
정재는 혜미를 와락 껴안는다.
" 내가 두사람을 놔두고 딴 짓을 할까봐 그래? 아깐 미경이 마음을 떠볼려고 그랬던 거야. 그러고보면 당신은 정말 눈치가 없어. 하하하..."
" 뭐? 난또...정말인 줄 알았잖아. "
혜미가 두 손으로 정재의 가슴을 때리며 안긴다.
" 하하하..."
" 만약에 미경이가 오더라도 일단 집에까지 같이 가야하니까 당신도 같이 가야해. "
" 나도? "
" 당신이 그렇게 날 못 믿으니까 나를 감시도 할겸 미경이가 엿볼 수 없도록 얘길하고 해야 하잖아. "
" 그럼, 미경 언닐 안데리고 가면 되잖아? "
" 당신! 지금껏 뭘 들었어? "
" 하하하..."
아내가 우스워 죽겠다는 듯 배를 움켜 쥐고 웃는다.
" 아깐 미경 언니 마음을 떠본다고 해놓고 지금은 뭐야? "
" 그게 뭐냐면...아까 한 약속을 지금은 지켜야 한다는 건데, 만약 아까한 말이 농담이었다는 걸 알면 지금부터 약속을 안지켜도 된다는 말이 될 수도 있잖아. 그러니 미경이가 우릴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집에까지 같이 가야 하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
" 응, 이젠 알 것 같아. "
" 앞으론 두번, 세번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봐. 그래야 내가 말을 바로 하지않고 메아리처럼 < 야호> 하고 소리치면 되돌아 오는 소리가 뭔지 뜻을 알 수가 있을테니...알았지? "
" 알았어. "
아내가 냉커피를 만들어 온다.
" 아까...혜미보고 인터넷을 하라고 하는 것 같더니 무슨 말이야? "
" 응, 그거...미경이는 가게에서 팔고 혜민 인터넷으로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실제론 인터넷으로 하는 게 더 벌 수가 있지만..."
" 하지만 난 인터넷 사용도 잘 할 줄 모르는데..."
" 인터넷으로 쇼핑몰을 만들면 돈은 되는데 당신이 하기 싫다면 미경이 한테 넘겨줘야지. "
" 그냥 주는거야? "
" 아니, 당신이 싫다면 일단 미경이 앞으로 만들어서 판매를 하다가 당신이 도저히 못하겠다 싶으면 미경이 한테 파는거야. 이번에는 박사장 부인 때하곤 다르기 때문에 팔면 큰 돈을 만질 수 있어. 물론 미경이도 매달 3천만원 이상은 벌 수가 있겠지만...당신은 잘만되면 한달에 1억도 벌 수가 있거든."
" 조금 전까진 몰랐지만 듣고보니 구미가 당기는데..."
" 어차피 만들긴 내가 만드는 거니까 당신은 주문이 들어왔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거니까 어려운 게 전혀 없어. 그러니 한번 해보도록 해봐. "
" 알았어요. "
" 당신! 혜미한테만 너무 관심을 가지는거 아냐? 지난 번에도 재료비를 혜미에게 다 맡기더니...이번에도 그러네. "
" 당신은 참...내가 많이 벌든, 혜미가 많이 벌든...당신은 가만히 앉아서 < 이리로 가져와 > 하고 한마디만 하면 다 당신게 되는데 왜그래? 당신은 당신대로 나중에 할 일이 따로 있으니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봐. "
" 치..농담으로 그랬어요. 당신도 잘 알면서..."
" 하하하..."

점심을 먹고나서 커피를 마시는데 미경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가게로 와야되는데 옷이 많아서 전화를 한 것이다. 정재가 가겠다고 했다.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정말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연락이 오네. "
아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정재를 보면서 얘길했다.
" 꼭 올 줄 알고 있었어. "
" 당신 어서 가야지? "
" 옷 가지러? "
" 응, 어서 가자. "
정재는 혜미와 함께 미경의 가게로 가서 옷을 싣고 미경이와 함께 집으로 갔다.
"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는걸 보니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이 대단하다. "
" 하하하...내가 아침에 분명히 말했잖아. 이렇게 될거라고..."
" 어쨌거나 잘돼서 정말 좋다. "
" 그래..."
" 아침에 가지고 간 옷은 어땠어? "
" 응, 몇벌은 가게 밖에다 걸어놓고 나머지는 안에다 전시했더니 사람들이 지나가다 물어보며 들어오더라. 그래서 원하는대로 맞춤형 제작도 되고 입던 옷도 리필이 된다니까 반응이 넘좋아. 입던 옷이랑 새옷들을 한가지씩 봉투에 넣어서 해달라는대로 적어서 왔으니 어떤 식으로 해달라는지 보고 하면 될거야. "
정재는 봉투에서 옷을 끄내어 고객들이 요구하는 대로 할 수 있는지 일일이 확인을 했다.
" 근데, 다 해놓고 잘못됐다고 그러면 어쩌지? "
" 괜찮아, 언제든 맘에 안들면 다시 뜯을 수도 있으니까...그리고, 해달라는대로 안되더라도 왠만해선 맘에 들어할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건 없을거야. "
" 그래서 리필이 된다고 한 거로구나. 다 할려면 오래 걸리겠지? "
" 왜? 바쁜 일 있어? "
" 아니, 그런 건 아니구...힘들 것 같아서 그래. "
" 최대한 빨리 할께. 우리 둘이서 조용히 해결 할 것도 있잖아. "
정재가 웃으며 미경이에게 말하자 미경은 부끄러워 한다.
" 난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 하하하...혜미랑 베란다에서 술이라도 구경하고 있어. "
" 알았어, 힘든데 천천히 해. 너무 서두르면 몸살 날 수도 있으니..."
정재는 들어가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손잡이를 돌려 문을 잠그며 닫는다.
" 언니! "
" 응? "
" 저이가 정말 하자고 하면 어쩔거야? 그래도 할거야? "
" 몰라, 하자는대로 했다간 나도 돈에 눈이 먼 여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안하자니 또 그렇고...솔직히 나도 니 신랑이 싫지는 않거든. 하하하..."
" 참내..."
" 언닌 어떤 술을 좋아해? "
" 나? 난 시원한 맥주가 좋더라. 그래서 맥주를 즐겨 먹는 편이잖아. "
" 시원한 게 있는데 한잔 할래? "
" 가만, 어떤 술이 있는지 구경이나 좀 하고 먹자. "
혜미는 술이 들어있는 냉장고와 베란다에 꽉 차있는 술병을 보여주었다.
" 정말 많다. 지난 번에도 대충 봤었지만 오늘보니 더 많은 것 같다. 술 장사를 해도 되겠다. "
" 그렇지? 저이 취미가 술 담그는거라 틈만나면 담거든. "
" 이 술들은 안팔아? 팔면 될텐데...보니까 가격표도 붙여놨네. "
" 나중에 팔려고 가격표를 붙여놓은거야. 맘에 드는게 있어? "
" 이 산삼술이 맘에 든다. "
" 그건 한병 뿐이라 안 팔걸. "
" 여기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
" 그거 직접 캐어 온 거야. 한병 뿐이라서 안팔지 싶다. 좀 있다 물어보자. "
" 저건 뭐야? "
" 어디...녹용술이네, 우와...15년이 지난거잖아. 술마다 이름과 담은 날짜를 다 적어놔서 이걸 보는 것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어. "
" 이걸 다 볼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리겠다. "
" 그래, 나도 넘 많아서 아직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 "
정재가 문을 열고 나온다.
" 일하다 필요한 게 있나봐. 어서 가보자. "
" 뭐 필요한 게 있어요? "
" 아니, 다했어. "
" 벌써? 기계도 아니고 이 많은 걸 언제 다했어? "
"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쉽게 다 할 수 있었어. "
" 정말 신기하다..."
" 참, 저기 있는 산삼술 팔려고 가격표를 붙여 놓은거야? "
" 응, 꼭 살 사람만 있음 팔려고 붙여놨어. "
" 당신이 하나 밖에 안남은거라 애지중지 했잖아? "
"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음 그 사람이 임자니까.. 내가 가지고만 있음 뭐하겠어? 근데 왜? "
" 아냐, 그냥...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
정재가 방으로 들어가서 옷이 들어있는 봉투를 거실로 내어 온다.
" 내가 가지고 올테니 갑장은 제대로 되었는지 일일이 확인을 해봐. 당신은 시원한 물이라도 좀 가져오고..."
" 참, 호박이 있는데 깜빡했어요. "
" 이왕이면 셋이서 같이 먹게 넉넉히 가져와. "
" 네, 알았어요. "
" 정말 잘했다. 이걸 언제 다했지? 마치 귀신에 홀린 기분이 든다. "
" 내가 그랬잖아. 지금은 남자지만 작업할땐 우렁 각시로 변한다고...크크..."
" 하하하..."
혜미가 호박을 가지고 온다.
" 여기서 모임을 할 땐 이 호박을 참 많이도 먹었었는데...그때가 그립다. "
" 좋은 추억이었지. "
" 박사장 부인 잘하고 있을까? "
" 요즘 돈은 안되고 죽을 맛인가 보더라구. 갑장하고 나하고 이렇게 작업해서 돈 버는걸보면 배가 아파서 떼굴떼굴 구르겠지..."
" 하하하...박사장 부인한테 절대로 가르쳐 주면 안돼. "
" 알았어. 갑장이 가르쳐 주지 말래면 안가르쳐 줘야지. "
" 농담아냐, 그 여자 성격에 이걸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르쳐 달라고 할거야. 아마도 돈을 한보따리 싸들고 와서 가르쳐 달라고 하면 갑장이 안가르쳐 주곤 안될걸. "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분병히 말할 수 있는데...갑장이 먼저 맘 변해서 날 실망시키지 않는 이상 그 누가 뭐래도 내가 먼저 갑장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거야. 이것 만큼은 약속할께. "
" 박사장 부인이 어떻게 나와도 안가르쳐 줄 자신있어? "
" 그런 건 걱정하지말래도 그러네..."
" 고마워. "
미경은 정재의 뺨에다 뽀뽀한다.
" 이건 좀 약한데..."
" 하하하..."
" 은근히 박사장 부인의 귀에 들어가도록 해서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우리에게로 다 몰리도록 하는거야. 다들 불만이 많아서 박사장 부인에게서 벗어날 기회만 노리고 있거든. 만약에 박사장 부인이 와서 이 옷들을 보더라도 갑장이 맡겨 놓은거라고 그러고 부인이 있을 땐 작업을 하는 표시도 안낼거야. "
" 고마워, 정말..."
" 고맙긴.. 우리 사이에..."
" 이건 어떻게 계산 하는거야? "
" 응, 비닐 봉투마다 바를 정(正)자로 표시를 해놨어. 막대기 하나엔 천원이고 다섯개가 다 모이면 바를 정(正)자가 되니까 5천원인데 , 바를 정자에다 막대기가 4개면 9천원이 되는 것이고, 만원 단위부터는 그냥 숫자로 1, 2...이렇게 써놓을께. 이렇게 해놓으면 우리끼리만 아는 거지 다른 사람은 전혀 알아 볼 수가 없잖아. "
" 좀 복잡하다. "
" 별로 복잡 할 것도 없어. 어차피 다음부턴 이 사람이 내역서를 따로 적어서 줄거야. 그럼, 갑장도 가게에서 확인해보면 될거구... 내가 말한건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하자는 얘기거든. "
미경이 옷이 든 봉투를 하나 집어서 묻는다.
" 이건 얼마야? "
" 그건 5천원이란 표시야. "
미경이가 봉투에 든 옷을 끄내어 보니 악세사리가 제법 많이 달려있다.
" 이렇게 많이 달려 있는데 그것밖에 안해? "
" 적어면 갑장이 알아서 챙겨 주던지...악세사리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생각보단 싸거든. "
" 그래도 그렇지...너무 싸다. "
" 그럴 수 밖에..인건비가 전혀 없고 순전히 부품 값이니까 그렇지. "
" 그럼, 이걸 다 합쳐봐야 십만원도 안되겠네? "
" 응, 모두 7만 3천원이야. "
" 일단 갑장은 부품값만 계산해. 내가 팔아보고 알아서 혜미한테 별도로 챙겨줄께. "
"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한번 그러면 계속 챙겨줘야되고...인간의 마음이란 아주 간사한 것이어서 한번 받게되면 또 받으려고 기다리게 되거든. 그러니 꾸준히 챙겨줄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마. 그게 서로를 위하는 거야. 난 갑장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지 다른 건 생각도 안해. "
" 알았어, 갑장은 재료비만 신경써. 나머진 혜미와 내가 알아서 할테니..."
" 그래, 어서 싣고 가자. 얼른 가서 오후 장사도 잘해야지. "
" 벌써 가자구? "
" 응. "
" 저기...그냥 가? "
" 그냥 가지. 그럼, 날 한번 안아줄거야? "
" 난 갑장이 정말 날 안고싶어 하는 줄 알았지. "
" 안고싶은 맘이야 굴뚝같지...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지. 안그래? "
" 하하하..."
정재와 혜미가 웃는다.
" 내 딴엔 잔뜩 기대를 했는데..."
정재가 미경의 두 손을 꼭 맞잡는다.
" 우린 친구야. 때론 한가족처럼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좋은 친구일 뿐이지. 그 이상은 되지말자. "
" 그래, 고마워, 갑장은 정말 좋은 친구야. "

정재는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서있었다. 잔뜩 비누칠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다리를 타고 비누 거품이 흘러 내린다. 한쪽에 있는 프라스틱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혜미를 불렀다.
" 여보! "
잠시후 문이 열리며 혜미가 고개를 내민다.
" 왜요? "
" 들어와서 등 좀 밀어줘. "
" 알았어요. 잠시만요. "
혜미가 욕실로 들어온다.
" 당신도 벗고 오지? "
" 뭘 하다가 와서..."
" 옷이 젖잖아, 이리 와봐. "
" 아이..."
정재와 혜미는 비누칠을 한 다음 서로의 몸을 씻었다.
두 사람은 욕탕에 들어가 앉았다. 욕탕 안은 두 사람이 앉기에는 비좁아서 정재가 다리를 쭉펴고 앉자 정재의 허벅지 위로 혜미가 앉으며 목을 끌어 안았다.
" 이렇게 같이 목욕을 한지도 정말 오랫만이지? "
" 그동안 많이 바빴으니까 그렇지.."
" 항상 잘해주지 못해 당신한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
" 그런 말 하지마. 난 지금도 너무너무 행복해. "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
" 언니하고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잖아. 지금 이대로가 좋아. "
" 여보... "
정재는 힘있게 혜미의 목을 끌어 안는다. 욕탕 안에서 물이 철썩이는 소리가 오랫동안 울렸다.
초인종 소리에 정재가 나간다. 미경이 서있었다.
" 다 해놨어? "
" 응, 어서와. "
" 혜민? "
" 방에 있어. 화장하고 있거든. "
" 뭐야? 두사람 오붓하게 즐기는데 내가 괜히 방해한 거 아냐? "
" 아니, 다 끝났는데 뭐..괜찮아. "
" 벌써 다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올 걸...하하하..."
혜미가 열린 문으로 내다본다.
" 언니 왔어? 난 지금 화장중이야. "
" 알어, 좋았겠다. "
" 언닌..."
" 천천히 하고 나와. 난 니 신랑이랑 아무짓도 안하고 얼굴만 보고있을께. "
" 하하하..."
미경이 옷을 끄내어 하나하나 살펴본다.
" 좋은데...갈 수록 실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
" 확실히 이게 괜찮지? "
" 응, 내가 갑장 덕분에 이렇게 돈도 많이 벌고 부자가 됐어. 정말 고마워. "
미경은 정재를 껴안으며 볼에다 뽀뽀를 한다. 정재가 미경을 밀어내려고 하자 미경은 껴안은 두 팔에 힘을 주며 정재의 입술을 덮친다.
" 오늘따라 왜이래? "
" 갑장이 너무 고맙고 좋아서 그랬어. "
"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미안해. "
" 아냐, 내가 더 미안하지.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날 안았을텐데 내가 마음도 몰라주고...다시 하자, 이리로 와봐. "
이번엔 정재가 미경을 힘껏 끌어안으며 키스했다. 혜미가 방에서 나오더니 놀랜다.
" 여기선 불편할텐데...내가 나갔다 올까? 아님, 방으로 들어 가던지..."
" 아냐, 그런 거..."
" 당신은 힘도 좋아. 나하고 한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그새 또 그러고 있어? "
" 미안해..."
" 아냐, 내가 이해할께. 다신 이러면 안돼. "
" 고마워, 혜미야. "
" 언닌...이젠 정말 그러지마. "
" 알았어, 내가 장부를 가지고 왔는데 한번 볼래? "
미경이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장부 얘길 꺼낸다.
" 어젠 삼백만원어치도 넘게 팔았어. 한번 봐. "
" 나보단 못하네 뭐.. "
" 넌 주문이 얼마나 들어왔는데? "
" 이게 다 오전에 보낼거야. "
혜미가 거실 한쪽 벽면에 잔뜩 쌓여있는 박스를 가리킨다.
" 이렇게 많아? 정말 많다.."
" 자, 일단 내 장부부터 봐. "
혜미와 미경은 서로의 장부를 끄내놓고 웃는다. 정재는 포장이 덜 된 박스를 포장하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인다. 포장을 다하고 혜미를 보니 두사람도 계산이 다 끝난 모양이었다.
" 분명 갑장은 하늘의 복을 타고난 사람일거야. "
" 아니야, 그건 갑장이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안그래. 계산은 끝났어? "
" 응, 혜미가 정말 많이 벌었네. 부럽다. "
" 그렇게 부러워하지 않아도 돼. 머지않아 좋은 일이 생길테니까.."
" 좋은 일? 뭔데? "
" 그런 게 있어. "
" 궁금하다. 어서 얘기해봐. "
" 아냐, 앞으로 갑장이 하는 거 봐가면서 얘길해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하하하...자꾸만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무슨 말인지 어서 해줘요. "
보다 못한 혜미가 나선다.
" 지금은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을 때가 좋은거지, 이 마저도 없으면 갑장을 만날 일이 없어지거든. "
" 참내..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어디있다고 그래? "
" 나중에 얘기해줄께. 좋은 일이니까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돼. "
" 알았어, 고마워. "
" 참, 이제 모임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갑장이 나서서 연락을 해봐. "
" 무슨 모임인데? "
" 응, 우리가 하고있는 걸 가르쳐 줄 때가 된 것 같아서..."
" 뭐? 나랑 한 약속이 틀리잖아. "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미경이 정재에게 화를낸다.
" 갑장은 지금 어떻게 듣고 그러는거야? "
" 이걸 가르쳐 준다며? "
미경은 옷을 들어서 정재에게 보인다.
" 내가 언제 이걸 가르쳐 준다고 했어? 지난번에도 분명히 얘기했잖아. 갑장에게만 가르쳐 주고 아무에게도 안가르쳐 줄거라고..."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 내가 아무렴 그렇게 의리도 없이 놀까봐 그래? 정 그렇게 미안하면 진하게 키스나 한번 더 해주던지..."
이번엔 혜미가 정재를 노려본다.
" 하하하...농담이야. "
" 그래, 어떤 모임이야? "
"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 일단 만나서 얼굴이라도 보면서 의논도 좀하고 또...새로운 것도 선보일려고..."
" 뭔데? "
" 알고싶어? "
" 응..."
" 그럼, 허리띠를 풀어서 이리 줘봐. "
" 허리띠? 허리띠로 뭐하게? "
혜미가 이상한 표정으로 정재를 본다.
" 내가 변태끼가 좀 있어서 두 사람을 묶어 놓고 할려고 그래. "
" 하하하...정말 재미있겠다."
미경이가 일어서더니 허리띠를 풀어서 정재에게 준다.
" 바지도 벗어야 돼? "
" 응, 다 벗어. "
" 하하하..."
정재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장비를 끄내어 온다.
" 이제부턴 내가 괴물로 변할테니 각오들 단단히 하고 있어. "
" 크크크..."
" 이게 바로 네일아트라는 건데.. 이건 아크릴 페인팅이라고 하는거야. 이걸로 손톱에 바르면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처럼 되는거야. 하지만, 매니큐어본단 훨씬 좋은거지. 일단 몇가지 보여줄께. "
정재는 미경의 허리띠에 아크릴 페인팅으로 예쁘게 만들었다. 그리곤 미경을 보며 ,
" 갑장 올때 뭐 신고 왔어? "
" 응, 구두를 신고 왔는데...왜? "
" 이리로 가지고 와봐. "
미경은 현관으로 가더니 구두를 가지고 온다. 정재는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더니 그 위에 미경의 구두를 받아서 올려놓는다. 그리곤 아크릴 페인팅으로 예쁘게 장식했다. 혜미와 미경은 점점 새로워지는 변신에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정재만을 보고있다.
" 이젠 손을 이리줘봐. "
미경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댄다.
" 부드러운게 정말 좋은데..."
" 하하하..."
정재가 미경의 손톱에 아크릴 페인팅으로 꽃 모양처럼 그림을 그렸다.
" 어때? 좋지? "
" 단순하지도 않고 너무 좋아. "
" 원래는 이 사람한테 제일 먼저 해줘야하는데 갑장에게 처음으로 해주는거니까 갑장을 생각하는 내 맘이 어떤지 알겠지? "
" 응, 고마워..."
헤미의 손톱과 발톱에도 해줬다.
" 당신! 화난거 아니지? "
" 아니, 괜찮아. "
" 이것도 히트치겠는데...이건 모임에서 가르칠거야? "
" 우선 모임에 오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로 해주고 어느정도 홍보가 되도록 해야지. 그런 다음에 딱 한사람에게만 가르칠거야. "
" 누구에게 가르칠려고? 나한테도 가르쳐주면 안돼? "
" 혼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면 안돼. "
" 치...알았어..."
" 날봐, 울 마누라들 한테도 안가르쳐주잖아. "
"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
" 나도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 사람들이 모이면 마땅한 사람을 찾아봐야지. "
" 내가 한사람 추천해도 돼? "
" 추천 할만한 사람 있어? "
" 모임에 오는 사람들 중에 정말 착하고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 누구지? "
" 갑장도 보면 잘 알거야. 모임에도 꾸준히 나왔었거든. 내가 먼저 만나보고 갑장에게 소개해줄테니 조용히 한번 얘길해봐. "
" 갑장이 추천을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한번 만나보도록할께. 모임에 오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그 중에서 더 괜찮은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으로 정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 그래, 갑장이 좋을대로 해. 참, 내가 방금 생각한 건데...갑장은 재료비만 받잖아? 내가 혜미에게 그날 그날 들어오는 수입에 대해서 똑 같이 나누거든."
" 왜 그렇게 해? 그러면 남는게 없잖아? 이제부턴 그러지마. "
" 아냐, 그래도 많이 남아, 혜미는 싫다고 안된다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하고싶어서 하는거니까 아무말 하지마. "
" 참나...내 딴엔 갑장한테 있는 거 없는 거 다 재면서 생색을 냈었는데...그러면 나만 쪽팔리게 되잖아. "
" 하하하...괜찮다니까 그러네, 그건 우리끼리 해결하니까 그만 하기로 하고...갑장이 나한테 돈을 벌게 해줬으니까 나도 능력만 되면 한꺼번에 돈을 내어놓고 싶지만, 아직까진 무리가 돼서 그렇게는 못하겠고...한달에 얼마씩이라도 로열티 명목으로 내어 놓을께. "
정재가 화가난 목소리로 벌떡 일어서며 말한다.
"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내가 돈에 환장한 사람으로 보여? 아님, 헤미가 그렇게 한거야? "
조용히 듣고있던 혜미가 깜짝 놀라며 아니라고 한다.
" 아냐,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정말이야. "
" 혜미는 말한 적 없어. 내가 방금 생각한거라니까...잘 듣고 얘길해. 나한테 돈을 벌게 해준 것처럼 모임에서 이걸 가르쳐 줄 사람한테서도 한달에 얼마라도 받으면 되겠다 싶어서 얘길하는거야. "
미경이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손톱을 정재에게 보이며 말했다.
"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갑장도 남아야 하는데 둘이서 똑 같이 나누다니...정말 실망이야. "
정재는 원망의 눈빛으로 혜미를 쳐다본다. 혜미는 얼른 꿇어 앉으며 두손을 싹싹 빈다.
" 여보...내가 그런 게 절대 아냐. 난 안된다고 했는데 언니가...지금이라도 다 돌려줄께. 제발 진정해요.."
" 내가 괜한 얘길 해가지고 혜미만 곤욕을 치르네. 갑장 성질을 잘 알기 때문에 혜미가 처음부터 안받는다는 걸 내가 반강제로 챙겨준거야. 혜미는 잘못이 없으니 화를 내려면 나한테 내도록해. "
"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이러면 안되는거야. "
"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갑장이 용서해줘. 이렇게 빌께.."
미경도 혜미의 옆에 꿇어 앉아 빈다.
" 내가 애초에 안받는다고 했잖아. 그리고 꾸준히 챙겨주는 건 좋은데 반반씩 나누면 나만 도둑놈이 된는거야. 어째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어? "
" 내가 잘못은 했지만 한가지만 물어볼께. 나도 양심이 있는데...갑장이 혼자서 다 한걸 나혼자서 다챙기면 내마음이 편하겠어? 그럼, 반반씩 나눈게 많다면 도대체 얼마를 주면 되는거야? 얼마를 줘야 혜미를 용서해주겠어? "
혜미는 겁먹은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앉아있다. 정재는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 이리와. "
정재가 혜미를 부르자 혜미는 정재에게 다가간다. 혜미를 힘껏 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정재는 자신을 탓하며 혜미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미경도 정재에게 다가가 안기며 눈물을 흘린다. 세사람은 부둥켜 안고 한동안 말없이 있었다. 미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갑장...내가 잘못했어. 이젠..."
정재가 미경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 양심상 마음에 걸린다면 반반씩 나누지 말고 반반씩 나눈 금액에서 10% 정도만 헤미에게 주도록해. 알았어? "
" 그러면 내가 너무 많은데..."
또 다시 정재의 입술이 미경을 덮친다.
" 알았어? "
" 응..."
" 여보..."
" 네? "
" 괜찮지? "
" 네, 괜찮아요.
" 그리고...미안해, 당신 앞에서 이런 모습 자꾸만 보여서..."
" ..... "
" 화나면 참지만 말고 날 때리던지 화를 좀 내봐. 무조건 참다간 속병 생기니까..."
" 아뇨...전, 당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당신은 언제나 잘해주잖아요. "
" 사랑해..."
정재가 혜미에게 키스를 한다.
" 갑장...미경아..."
" 응? "
" 갑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어렵고 없는 사람들일 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거야. 혜미가 관리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앞으로 너한테 넘겨줄거야. 그래서 첨부터 니 이름으로 해놓은거고...내가 방금 판매한 금액에서 10%라고 말한 것은, 쇼핑몰을 너한테 넘겨줄때 얼마라도 받고 넘겨줄려고 생각하고 있었던거야. 그때가서 목돈을 달라고 하면 무리가 될테니 니가 매일 같이 챙겨줄봐에는 차라리 10%라도 받아서 나중엔 너한테 그냥 넘겨주면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하라는거야. 나도 앞으로 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두사람하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이 사람을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하고...그래서 받는거니까 내맘 알아주길 바란다. 너도 인터넷으로 알아보면 네일아트도 정식으로 배울려면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거든. 니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는데 내가 너무 박절하게 거절하는 것도 니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그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니가 알아서 해. 나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으면 좋아.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다만, 너무 무리하게 요구하면 어려운 사람을 더 곤란하게 만들 수가 있으니 그게 안타까워서 그렇지..."
" 그래, 날 믿어주고 내 마음을 받아줘서 고마워. "
" 아냐, 내가 고맙고 미안해..."
" 여보! "
정재가 혜미를 쳐다보며 부른다.
" 네? "
" 당신한테 큰 소리쳐서 정말 미안해. 앞으론 두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거야. 맹세할께.. "
" 괜찮아요. "
" 그리고, 당신 앞에서 갑장을 껴안고 키스까지 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어. "
" 알면 됐어요. 앞으론 조심할 수 있겠어요? "
" 응, 정말 조심할께. "
" 그럼, 됐어요. 오늘만 특별이 봐주는 거니까..."
" 혜미야! 나도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맘까지 상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
미경이 혜미에게 사과하자 혜미가 웃는다. 미경이 정재를 보며 농담을 한다.
" 혜미가 오늘만 봐준다니까 한번 만 더 하자. "
" 그럴까? "
혜미가 화가나서 큰소리로 말한다.
" 언니..."
" 하하하..."

요리 모임을 할 때 모이던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다.
" 오랫만에 얼굴이라도 보고 그동안 어떻게들 지냈는지 소식이나 알자고 모임을 가진 것입니다. "
정재의 말이 끝나자 다들 그동안 쌓였던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이젠 요리는 안하실 건가요? "
" 정식으로 요리 모임은 안해도 개인적으로 찾아오시면 언제든 환영할께요. "
" 그럼, 다른 모임은 안해요? "
"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그대신에 여기 오신 분들께 한가지 보여 드릴게 있어요. 여보! 미경씨? "
혜미와 미경이 거실 한가운데로 갔다.
" 여길 보세요. 이게 네일아트라는 것인데 한동안 인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인데도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자, 여기 손톱, 발톱을 보세요. 어때요? 그리고 허리띠도 봐주세요. "
다들 신기한 듯 혜미와 미경일 보며 감탄한다.
" 요즘 맞춤형 옷으로 미경씨하고 잘 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이젠 이걸로 한 인기하시겠네요? "
" 이거 좀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
" 가르쳐 드리고는 싶은데 저는 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요. 그대신 오늘 모이신 분들께는 특별히 서비스로 다 해드릴께요. 다들 그동안 못다한 얘기들을 나누시며 한분씩 이리로 오세요. "
정재는 한쪽에 마련된 곳에서 장비를 챙겨 마지막 한사람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 오늘은 얼굴이라도 보자고 모였지만, 이 모임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모임을 가질 것입니다. 다음 모임은 3일 후로 정할테니 3일 후에 이리로 오시면 된답니다.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게 아니니까 일단 그냥 오시면 됩니다. "
" 오늘 해주신 네일 아트는 다른 곳에서 하면 얼마정도 드는지 비용이 궁금합니다. 혹시 아시는지요? "
" 손톱과 발톱, 허리띠나 지갑, 구두...등 비용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주위에 하고싶으신 분들이 있으면 이리로 오면 되니까 소개도 좀 해주세요. 조만간 근처에 네일아트 숍이 들어설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부턴 그리로 가시면 되고요..."
" 누가 하는 것인가요? "
"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능력껏 부지런히 배우러 다니신 분이 오지 않을까요? "
" 그럼, 어디서 배우셨어요? "
" 저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할땐 상당한 돈이 들어가더군요. "
다들 돌아가고 몇사람이 남아서 좀 더 얘기하다가 돌아갔다. 대부분 박사장 부인이 하고 있는 가게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다.
" 오빠! "
" 선영이 아냐? 언제 왔어? 아깐 안보이는 것 같더니.."
" 벌써 왔었는데 혜미 언니랑 저 방에서 얘기하고 있었어. "
" 그래, 잘했어. 요즘 장사는 어때? "
" 손님은 오는 편인데 단가가 맞질 않아서 남는게 없어서 안돼. "
" 손님이 오면서 안된다구? "
" 응...신랑 때문에..."
" 그냥 오빠가 주는 걸 받아서 썼으면 지금쯤 돈도 좀 벌었을텐데...다른 사람이 싸게 대준다는 말만 믿고서..."
" 무슨 말인지 알겠다. 지금은 가격이 엄청나겠네? "
" 응..."
" 계속 그 장살 할거지? "
" 뭐 아는 것도 없고..."
" 내가 도와 주고싶어도 지금은 도울 수가 없어. 내가 하던 모임도 박사장 부인이 욕심을 내서 하다가 양도 못채우고, 너도 그렇고...그래서 요즘은 나도 거래가 끊겼거든. 너도 잘 알다시피 싸게 받는 대신에 어느정도 양을 받아줘야 하잖아. 그게 안되니까 거래가 끊길 수 밖에...이런 건 신용이 중요해서 한번 잘못 보이면 두번 다시는 안볼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씩 받아 쓸 바엔 차라리 좀 비싸더라도 기존에 거래하는 사람들에게서 계속 대어서 쓰는게 나아. "
" 지금은 전혀 안되는거야? "
" 아마 안될거야. 할려면 꾸준히 했어야 하는데 안하다가 할려면 가격도 많이 올랐을텐데...아무래도 힘들거야. "
" 그렇겠지? "
" 지금 대쓰는데 계속 대 쓰던지 아님, 다른 곳을 알아봐. 어차피 자기들이 대주는 구역이 있어서 자기네들끼리 다 짜고 하겠지만...내 말대로 꾸준히 했으면 좋았을텐데...자리도 좋은데 정말 아깝다. "
" 오빤 미경 언니랑 돈 많이 벌었다면서? "
" 아냐, 난 돈 번거 없어. 그냥 도와달라고 해서 옆에서 도와주는 것 뿐이지. 내가 원래 돈에는 관심이 없잖아. "
" 오빠 말만 잘들었으면 좋았을텐데...정말 후회스러워. "
" 너무 걱정하지마. 인생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거지...이렇게 해서 하나하나 배운다고 생각해봐. 지금이 고비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도록 해. 힘들어도 참고 기다리다 보면 잘될 날이 있을거야. "
" 고마워, 오빠. 이젠 갈께. "
" 벌써 가려고? 식사라도 하고 가지? "
" 응, 가게를 비워놓고 왔거든. 나중에 또 올께. "
" 그래, 다음엔 식사라도 같이하자. 한번씩 쉬는 날엔 놀러 오도록해. "
" 응, 알았어. 갈께. "
혜미가 엘레베이터까지 따라 나간다. 미경이 정재 앞으로 오며,
" 어떻게 도와 줄 방법이 없어? "
" 내가 무슨 수로 도와?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 치..갑장이라면 얼마든지 도울 수가 있을텐데 도와 줄 마음이 없으니까 그렇지. "
혜미가 들어온다.
" 갔어? "
" 응,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는데 참 안됐어. "
" 어쩔 수가 없지 뭐. "
" 선영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했는데...당신이 이렇게 매정할 줄은 정말 몰랐어. "
" 우리의 인연이 이것 밖에 안되는 걸 어떡해? 내가 지금 도와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가게가 안될 수록 더 찾아왔어야지. 그랬으면 지금쯤 다른 걸 해도 괜찮았을텐데..지금은 버스가 떠난지 30분은 더 지났는데 버스가 떠난 방향으로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거나 마찬가지야. "
쇼핑몰에 통하는 전화 벨이 울렸다. 혜미가 전화를 받으러 뛰어간다.
" 참 내가 어제 얘기 했었지. 이영애씨라고..."
미경이 영애를 소개해 준다.
" 아..반갑습니다. 요리 모임을 할 때도 꾸준히 나오셨죠? 안그래도 영애씨 정도면 잘하시겠다고 속으로 점찍고 있었거든요. "
" 갑장도 나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구나. "
" 미경씨한테 대충 들으셨죠? "
" 네, 자세히 들었어요. "
" 생각이 어때요? 한번 배워 보시겠어요? "
" 가르쳐만 주신다면 열심히 할께요. "
" 그럼, 내일부터 하기로 하고...지금 바쁜 일 없죠? "
" 네? 네...바쁜 일은 없어요. "
" 그럼, 이것 좀 도와주실래요? "
" 예..."
" 별로 할 건 없어요. 이렇게 얘기라도 하다보면 서로 서먹하지도 않고 그만큼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거에요. "
" 네..."
미경이 박스를 정리하며 쌓여진 박스들을 둘러본다.
" 오늘은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제일 많은 것 같다. 이게 다 얼마치야? "
또 전화가 걸려와서 혜미가 전화를 받는다.
" 그렇게 알고싶으면 갑장이 직접 계산을 해보면 더 빠르잖아. 장부하고 계산기 거기 있어. "
미경은 장부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 우와...이것저것 다 떼고도 오백만원이 넘잖아. "
" 그렇게나 돼? 정말 시작하곤 제일 많이 버는 날이네. 기분이다. 오늘은 영애씨도 왔으니 여기서 환영 파티를 하는 게 어때? "
" 좋아. 영애씨는 어때요? 바쁜 일 없죠? "
미경이가 묻자 좋다고 한다.
" 영애씬 뭘 좋아하세요? 먹고싶은게 있음 말하세요. 부담갖지 마시고요. "
" 혜미랑 우리 셋이서 의논해서 주문할께. 갑장은 계산만 하면돼. "
" 알았어, 일단 가게에 전화 좀 하고..."
정재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도 오늘은 일찍 마칠려고 생각중이었다고 한다. 일단 양념 세마리에 후라이드 세마리를 준비 해놓으라고 했다.
" 가게에도 오늘 일찍 마칠 거라는데...이따가 갑장 가게에 가면서 태워오면 되겠다. "
" 그래, 그러면 되겠다. "
정재는 혜미에게서 주문서를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미경이 영애에게 귀속말로 말한다.
" 저 방은 비밀의 방이니 절대로 엿보거나 하면 안돼요. "
한참 후에 정재가 나왔다. 혜미와 미경은 박스의 내용물을 확인하며 송장을 붙이고 있었고, 영애는 포장을 하며 한쪽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 뭐 좀 시켰어? "
" 응, 다 시켰어. "
" 잘했어, 많이 시키지? "
" 먹고 또 시켜야지. 잔뜩 시켜놓고 다 못먹으면 어떡해? "
" 갑장도 가게에 가보고 작업할게 있음 얼른 가지고 와야 하니까 같이 가보자. "
" 그래, 혜민 영애씨랑 하고 있어. 얼른 갔다올께. "
" 응, 조심해서 다녀와. "
정재와 미경은 밖으로 나왔다.
" 요즘 내가 신랑하고 있는 시간보다 갑장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신랑이 은근히 질투하더라. "
" 그래? 그러면 이참에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제대로 사고를 한번 쳐봐? "
" 하하하...그러다 울 신랑한테 걸리는 것보다 먼저 마누라들한테 몰매 맞아 죽겠다. 하하하..."
" 그렇겠지? 크크.."
" 영애씬 어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
" 응, 잘 할 것 같더라. 참..가게에 잘 안나가는 재고가 많아? "
" 모르겠어. 지금은 작업을 해서 진열해 놓으니까 재고도 거의 없을 거야. "
" 혹시라도 안팔리고 쳐지는 게 있음 말해. 작업해서 갖다놓게..."
" 알았어. "
미경이와 함께 아내의 가게로 갔다.
" 우리 왔어. "
" 응, 어서와. "
" 요즘은 옷 작업 때문에 도와주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서 미안해. "
" 괜찮아요. 오늘은 주문 좀 들어왔어요? "
" 방금 우리 나올 때 까지만해도 계산을 해보니까 이것저것 다 떼고도 오백만원이 넘었어. "
미경이 얘길하자 아내가 깜짝 놀란다.
" 오십만원도 아니고 오백만원이 넘는다구? 지금껏 시작한 중에 제일 많네. "
" 지금 우리 환영 파티할거야. 어제 얘기 했었지? 내가 추천할려던 사람이 갑장도 좋게 본 사람인데 지금 혜미랑 같이 있어. 그래서 환영 파티를 할거야. "
" 그래서 닭을 준비하라고 한거로구나. "
" 다됐어? "
" 닭은 다됐고 대충 정리만 해놓으면 돼요. "
미경이 닭이 들어있는 봉투들을 보며 놀란다.
" 무슨 닭을 여섯 마리나 중비했어? "
" 응..두마리는 나중에 영애씨 갈 때 보낼려고..."
" 아..참 생각이 깊기도 하지...하하하..."
" 그럼, 갑장이랑 가게에 가서 옷을 싣고 올테니 당신이 혼자서 정리 좀 하고 있어. 아님, 갔다와서 내가 할테니 앉아서 쉬던지..."
" 천천히 정리 할테니 얼른 갔다와요. "
정재는 미경이와 함께 미경의 가게로 가서 주문받은 옷과 새옷들을 차에다 싣고 왔다.
" 혼자 다했어? 내가 할게 있음 말해. "
" 아뇨, 다했어요. 이제 문만 잠그면 돼요. "
집에 오니 혜미와 영애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정재가 가지고 온 새옷을 방으로 옮긴다. 혜미가 뒤따라 들어오는 아내를 보고 뛰듯이 얼른 나온다.
" 언니! 혼자서 고생 많았지? "
" 고생은...나보다 니가 더 고생했지. "
정재가 새옷을 다 들여놓고 나온다. 미경이 식탁을 보며,
" 아까 주문한게 벌써 와 있네. "
" 주문한지가 언젠데..."
" 일단 먹고 하자. "
" 그래, 얼른 먹자. "
정재가 양념 한마리와 후라이드 한마리를 봉투에 담아 한쪽으로 놔둔다. 그리곤 냉장고로 가더니 맥주와 샴페인, 포도주를 가지고 온다.
"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서 내가 화끈하게 쏘는 거니까 이거 먹고 또 먹고싶은게 있음 더 시켜. 노래방까지 가는거야. 알았지? "
다들 박수를 친다.
" 내가 마음이 들떠서 일이 손에 안잡히기 전에 얼른 해놓고 올께. "
혜미에게서 주문받은 주문서를 들고 방으로 간다. 거실에선 다들 기쁨에 들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적당히 술 기운이 오른 미경이 큰 소리로 말했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어쩔 수가 없다지만 매일 살을 맞대고 사는 마누라들도 안가르쳐 주는거야?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
혜미가 얼른 손가락을 입에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말린다.
" 쉿, 언니! 나중에 언니한테 가르쳐 줄 때 그때 같이 가르쳐준대. 오늘같이 좋은 날에 괜히 기분 상하게 하지마. "
" 괜찮아, 내가 이럴 때 큰 소리 치는거지. 언제 또 큰소릴 칠 수 있겠어? "
정재가 나온다. 언잖은 마음에 화라도 낼 까봐 혜미가 걱정스럽게 말한다.
" 벌써 다했어요? "
" 응, 이건 주문받은 거니까 얼른 포장하도록 하고...가게로 가지고 갈 건 이리로 줘봐. "
미경이 벌떡 일어나더니 가게에서 주문받은 걸 정재에게 건네준다. 정재가 말없이 미경을 보더니 웃었다.
" 갑장은 나한테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 "
" 아냐...내가 무슨 불만이 있겠어? 갑장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 불만 있음 조용히 말로해. 괜히 분위시 살벌하게 만들지 말고..."
" 아냐, 괜히 술 한잔 먹고 기분에 그래본거지...너무 좋아서..."
" 내가 너무 좋다는거야? "
" 응..."
" 근데, 어떡하지? 난 기분이 좋으면 아무나 붙잡고 콱 깨물어 버리거든. "
" 하하하..."
" 먹고들 있어. 빨리 해놓고 올께. "
정재가 방문을 닫으며 들어간다.
" 참나...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것도 아니고...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눈 깜짝 할 사이에 다해가지고 나와? "
미경은 포장을 하면서 빠른 정재의 작업 솜씨에 감탄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정재가 나오더니 혜미를 보며,
" 지금부터 들어오는 주문은 내일 보내야겠어. 곧 택배 차가 올테니 얼른 가지고 내려가야지..."
혜미는 전화를 받으며 쇼핑몰에 올려진 문의 글을 보면서 일일이 댓글을 달았다. 아내는 엘레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도록 스위치를 누르고 서있었고, 정재와 미경이 영애는 부지런히 엘레베이터 안에다 배송 할 물건들을 쌓기 시작했다.
" 너무 많아서 택배차가 두대는 와야 되겠는걸. 다음부턴 오전, 오후로 하루에 두번 오라고 해야겠다. "
몇번이나 오르내리며 포장된 박스들을 아파트 마당으로 옮겼다. 잠시후 택배차가 도착했고 다 싣고 확인을 한 후에야 택배차를 보내고 정재가 들어왔다.
" 다 실어 보냈어? "
" 응, 정확히 다 실어 보냈어, 내일부턴 오전엔 11시까지 오고 오후엔 지금처럼 오라고 했어. 이젠 하루에 두번씩 올거야. "
" 갑장! 가게에 옷을 갖다주고 오자. 그러면 오늘 일은 끝이잖아. 얼른 갔다와서 신나게 놀자구..."
" 그래, 그게 좋겠다. "
정재와 미경은 가게로 가지고 갈 옷들을 안아름씩 안고 내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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