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1/02, 조회 : 2476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 3. 황홀한 사랑

"비싸지 않아. 직접 잡아오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도/소매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주려고 애쓰고 있거든. 그렇게 따지고보면 그다지 비싸다고는 할 수가 없지. "
" 어디서 주문했어? "
" 응...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나오는데..아주 믿을만한 곳에서 주문했어. "
" 이름이 뭐야? 상호 말야. "
" 응, 자연산 엑기스라고...자연산만 취급하는 곳인데 나하고도 잘 아는 곳이야. "
" 그래서 잘 아는구나. "
" 그집 사장이랑 같이 낚시도 많이 다녔었어."
" 그런데...비리지는 않아? 난 비린 것은 싫은데..."
" 응, 수입이나 양식 물고기는 비리면서 역한 사료 냄새같은 게 나서 별로지만, 자연산 엑기스에선 국내 자연산만 직접 잡아서 취급하기 때문에 제일 확실한 곳이야. "
" 아..."
" 그리고...자연산이라 뻘 속에서 사는 것이라 그런지 뻘 냄새는 조금나더라도 그렇게 비리지는 않아. "
" 응. "
" 당신하고 혜미하고 한 박스씩 먹도록 해. "
" 이거 다 먹으면 또 사줘? "
" 응.."
" 와..얼른 먹어야지. "
" 하하하..."
엑기스가 들어있는 박스를 가리키며,
" 여긴 다른 곳하곤 달라서 구매 금액의 10%를 마일리지로 적립 해주기 때문에 적립금이 금방 불어나거든. 적립금이 5만원 이상이면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도 있고 다음 번 주문때 사용해도 되니까 정말 편리하고 좋은 곳이야. "
" 응, 듣고 보니 정말 좋은 곳이네. "
" 이거 한가지만 취급하는거야? "
"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면 자세히 알 수가 있어. "
모니터를 들여다 보던 아내가,
" 찾았다. 엑기스 종류, 게시판...엑기스 종류를 클릭해 볼께. "
" 뭐가 있는데? "
" 포도랑 호박, 배도 엑기스하네..."
" 응, 지금은 포도는 안하더라. "
" 왜? 한참 나올때잖아. "
" 포도는 일도 많고 돈은 안되고.. 그래서 안하는가 봐. "
" 일? "
" 응. 다른 중탕집엘 가보면 대충 씻어서 물 붓고 대충대충 하는데...여긴 포도 알맹이를 일일이 따가지고 깨끗이 씻어 건져내고... 고무 장갑을 끼곤 손으로 주무려서 하거든. "
" 왜 그렇게 하지? "
" 그냥 대충하는 것 보단 맛이나 색깔면에서도 차이가 나고, 손으로 주무려서 하게되면 진한 포도의 원액을 그대로 맛 볼 수가 있는거야. "
" 아...그런 점이 있었네. "
" 지금도 포도 엑기스를 짜주면 좋을텐데..."
" 요즘은 포도 가격이 양은 적으면서 비싸기도 하고...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아서 해먹긴 좀 그래...말 나온 김에 호박을 주문해줄께. "
그리곤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 장어 엑기스도 아직 손도 안댔는데 호박을 또 시켜 먹게? "
" 응...이건 김치 냉장고에다 보관을 해도 되지만, 냉장고 야채실에다 보관을 하는게 제일 좋으니까 야채실에 넣어두도록 하고...호박 엑기스는 냉장실에 넣어두고 차게해서 음료수처럼 먹으면 맛있는데, 냉동실에 얼려서 빙수처럼 떠 먹어도 정말 맛있어. "
" 아...맛있겠다. "
" 보통 주문하면 3일만에 받을 수가 있지만, 지금은 오후니까...지금 주문하면 3일 후에 도착하겠다. "
" 하하하...어째 그리 잘 알아? "
" 이것도 정보니까 뭐든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두면 좋잖아. "
" 맞는 말이야. "
" 그러고 보니 자연산만 취급한다고 자연산 엑기스라고 하는 것 같아. "
" 맞어, 자연산만 취급하는 곳이라 이름도 당연히 자연산 엑기스라고 하는거야. "

정재는 이른 아침부터 시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가게를 인수받은 새주인이 샤시를 달아내어 확장 공사를 했기 때문에 전기도 가설하고 꼼꼼하게 체크하기 위함이다.
한낮에 더울 때 일을 하기 보다는 아침 일찍 마치면 정재도 편하고 가게의 새주인도 서둘러 오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위치는 안쪽과 밖에서 끄고 켤 수 있도록 두 군데에 설치했습니다. "
" 네, 그러면 편하겠네요. "
" 전등은 과일이나 생선같은 종류가 아니라서 일반 백열 전구보다는 형광등처럼 생긴 이 슬램이 좋을 것 같아 이걸로 달아 드릴께요. "
" 그건 비싸지 않나요? "
" 형광등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밝고 전기세도 적게 나오고 수명도 길거든요. 무엇보다도 일단 밝기 때문에 눈이 침침하다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어서 좋답니다. "
" 그걸로 쓰는 게 여러모로 효과적이겠네요. "
" 네, 요즘은 다들 이걸로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절대 후회는 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
" 네, 그걸로 해주세요. "
" 여기...샤시를 달아낼 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가운데로 물이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데요...이렇게 하면 비가 오는 날엔 오는 손님들도 다 되돌아간답니다.. 빗물이 줄줄 떨어지는데 오고싶어도 올 수가 있겠어요? "
" 그렇군요. "
" 이대로 사용을 하려면 여기에다 p.v.c 파이프를 세워서 달아두던지 아님, 샤시로 빗물이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돌려줘야 하거든요. "
" 샤시를 달아놓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해놓았을까요? "
" 제 생각엔 그 사람들이 모르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이렇게 이중 일을 하도록 해놓아야 그 사람들을 또 부를 것이고 그러면 새로 견적을 뽑아야 되니 곧, 돈이 되질 않겠습니까? "
" 처음부터 이중 일이 안되도록 해줬으면 좋았을텐데...그 사람들도 참..."
" 이건 재료가 좀 비싸지만, 샤시로 빗물 받침대를 해놓으면 깔끔하고 보기에도 좋답니다. "
"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근데...많이 비싸지는 않을까요? "
" 재료 자체는 비싸긴 하지만 거의 인건비라고 보시면 되요, 제가 있을 때 달아놓으실 것 같으면 재료비만 대세요, "
" 네, 그래주시면 저야 좋죠..."
" 저도 장사를 하시는 분에게 많이 받으려고 하지는 않는답니다. 어차피 제가 맡은 이상 꼼꼼하게 해드리려는 것이죠. "
" 예,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꼼꼼하게 잘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
얼른 줄자로 재어서 공장에 전화를 걸어 주문했다. 그리곤 위에 설치된 간판을 둘러봤다. 새 주인이 보더니...
" 간판은...간판집에서 다 해놓고 갔는데요. "
" 아니.. 불이 들어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놔둔거에요? "
" 네? 그게..."
새 주인이 둘러보니 간판에서 나온 전기선만 두 가닥 있을 뿐 플러그나 스위치 같은게 없었다.
" 장사를 처음 하시죠? "
" 네...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
" 척 보면 알 수가 있어요. 더군다나 이마에 초짜라고 크게 적혀있으니 누구던지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
" 예? "
" 어디..공직 생활이라도 하시다가 이번에 정년 퇴직을 하셔서 장사라도 시작하시려는 듯이 보입니다. "
" 하하하...쪽집게시네요. 어쩜 그렇게 딱 맞힐 수가 있어요. 정말 신기하네요. 공무원 생활을 오래하다가 얼마 전에 정년 퇴직을 해서 장사라도 해볼까싶어 준비하는 거에요. "
" 허허...지금 웃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하시려면 초짜 티부터 없애시는 게 좋아요. "
" 예? "
" 너무 그렇게 어리숙해도 남에게 이용당하기가 쉽고 장사에 대한 기대가 큰만큼 실망이 배가되어 돌아 올 수가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
" 예. 정말 고마워요. "
" 이 간판은 전기선이 이쪽으로 내려오니까 전기를 이쪽으로 돌려서 3구 콘센트를 달아놓으면 간판하고 냉장고를 사용할 수도 있고요, 혹시라도 에어컨이라도 놓으시게 되면 쓸 수 있도록 해놓을께요. "
" 어쩜...앞날을 훤히 내다보는 사람처럼 말씀을 하시네요. "
" 하하하...그게 아니라 가정집이든 가게든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가게의 특성상 앞으로 쓰이게 되는 게 무엇이 있을런지 짐작이 되잖아요. 이런 가게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하는 일머리를 대충이라도 아니까 이중 일이 안되도록 손 봐 드리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
" 네...암튼 속 시원이 일을 해주시니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에요. "
" 나중에 환풍기라도 다시게 되면 이쪽에도 콘센트가 있으니 이쪽으로 사용하시면 될 거에요. 한 곳에서 너무 많은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 합선이나 과부하가 걸려서 정말 위험하거든요. "
전기를 돌려 콘센트를 달고 냉장고와 에어컨이 들어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작업했다.
그러는 사이 빗물 받침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공장에서 주문한 걸 가지고 왔다. 빗물 받침대와 영수증을 내밀며,
" 원래는 이런거 때문에 배달을 안오는데 특별히 부탁하신거라 일부러 왔습니다. "
" 예, 고맙습니다. 나중에 술 한잔 살께요. "
" 사실, 기름값도 안나오는데 간곡히 부탁을 하시니..."
정재가 준비해둔 담배와 대금을 손에 쥐어 주었다.
" 언제 시간날 때 한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
공장에서 온 사람은 담배와 대금을 받아쥐더니 고맙다며 인사를 하곤 떠났다.
" 지금 이 시간엔 한참 바쁠 때거든요. "
" 네...사람 다루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시네요. "
" 아참...여기 있습니다. 영수증...한번 보세요. "
" 재료값만 나온건가요? "
" 그렇죠. 공장에서 출고하면서 끊어온 걸 옆에서 보셨잖아요? "
" 아뇨, 전...너무 싼 것 같아서 그러는거에요. "
"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이러면 안되지만...이 샤시를 달아낼때 작업했던 사람 전화번호 아시죠? "
" 네, 알고 있어요. "
" 지금 전화를 하셔서 빗물 받침대를 만들려면 얼마나 하는지 견적이나 한번 물어보세요. "
새 주인은 정재가 가르쳐 준 대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마치 전화가 걸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곧바로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 얼마래요? "
" 후...정말 비싸네요. "
" 순전히 인건비라니까요. "
" 이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줄은 몰랐어요. "
" 그러니 뭐든 하나라도 알고 봐야한다니까요. "
" 나중에 그 사람들 작업하러 나오면 뭐라고 하죠? "
" 하하하...그냥 고물상을 지나다 그곳에서 하나 주워왔다고 그러세요. "
" 아...그러면 되겠군요. 정말 머리가 좋으시네요. "
" 하하하...머리가 좋은게 아니라...세상을 살다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답니다. "
" 덕분에 일도 빨리 끝내고 돈도 절약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 하하하...또 일이있음 언제든 불러주세요. 괜히 바가지 쓰시지 마시고요. "
" 네, 정말 고맙습니다. "

" 자, 다됐다. 어서 먹자. "
아내가 방금 튀긴 닭을 내어온다. 혜미가 닭다리를 한입 베어물며,
" 매일 먹는거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맛있는 것 같아. 역시 언니가 만든건 확실히 다르단 말야. "
" 그렇게 맛있어? 난 매일 튀겨서인지 냄새만 맡아도 질릴 것만 같아. "
" 그건, 언니가 항상 하는 일이니까 그런거야. "
" 혜미야...나하고 이렇게 가게에 있는게 좋아? "
" 응..."
" 몇일 생각해봤는데... 악세사리나 유아용품 같은건 어때? "
" 모르겠어, 그런 것도 어느정도 경험이 있어야 되고 물건을 떼어오는 곳도 잘 알아야 하는데, 괜히 경험도 없이 달려들기는 그렇잖아? "
" 그건 그래..."
" 솔직히...언니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진 잘 알아. 언니가 어떻게 생각을 할런진 모르겠지만...뭘 해볼려고해도 이젠 자신이 없고 겁부터 나는 게 정말 두려워. "
" 아직까진 그럴거야..마음도 안정되질 못하고 여러가지로 갈피를 못잡겠지..."
" 그냥...지금처럼 이렇게 살면 안될까? 언니랑 같이 있는게 좋은데...어차피 언니도 보조해줄 사람이 한사람 정도는 필요하잖아? "
" 오해하진 말고 들어봐..난 네가 이사도 했으니 이젠 걱정은 없을거구...뭐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좀 더 재미있게 살라고...너를 위해서 한 말이었어. "
" 응, 고마워...하지만 아무것도 하고싶지가 않아. 그냥...언니 밑에서 이렇게 있는 게 좋아. 행복하고...꼭 내가 뭘 해야한다면 한번 알아볼께. "
" 아냐, 하기싫은걸 억지로 하려고는 하지마. "
" 나도 언니에게 이렇게 마냥 기대고 사는 것도 염치가 없고..."
" 아니...분명히 말하는데 절대로 기댄다고는 생각지마. 우린 이젠 남이 아니잖아? 그리고 하기싫음 안해도 돼. 아직은 우리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언니...나도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답답해. 지금으로선 더 쉬고 싶을 뿐이야. "
" 알았어, 알았으니 너무 부담 갖진마. "
" 고마워..."
문이 열리면서 정재가 들어온다.
" 무슨 재미있는 얘기라도 하고 있었어? "
아내는 말이 없고 혜미의 표정이 어두운 걸로 봐서 그다지 좋은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설마 내가 없는 동안에 내 흉을 보고있었던 건 아니겠지? "
아내가 직접적으로 말한다.
" 아니...혜미가 뭐든 해야 할 것 같아서...뭘 했으면 좋을지 얘기하고 있었어. "
" 아...그래, 뭘 할진 정했어? "
" 아니...아직..."
" 지금 당장에 할만한 게 없으면 천천히 알아보면 되지뭐, 안그래? "
" 으응.."
" 참, 요즘 가게에만 있으려니 답답하지? "
" 아니..언니랑 같이 있으니 편하고 너무 좋아. "
" 내일은 나하고 데이트도 하고 바닷가로 바람이나 쐬러 갈래? "
" 내일? "
" 응 "
" 일은? "
" 오늘 다 끝냈어, 내일 아침에 결제를 해준다니까 그 돈 받으면 바닷가에 가서 회도 먹고 바다를 보면서 데이트도 하고 그러자. "
" 언닌? "
" 당연히 같이 가야지. "
" 난, 안갈래? 그동안 가게를 너무 비웠더니 안되겠어. 혜미랑 둘이서 재미있게 놀다와요. "
" 왜? 언니도 가자. 셋이가면 좋잖아. "
" 아냐, 내일은 단체 주문이 있어서 나도 바빠. "
" 그럼, 바닷가엔 다음에 가지 뭐, 언니도 바빠서 안가는데..."
" 내가 바쁘긴...둘이서 재밌게 놀다오라고 멍석을 깔아주는거지..."
" 하하하...그런 거였어? 그래도 당신이 빠지면 섭섭해서 안돼, 내 맘 잘 알잖아?
" 혜미 마음도 심란한데 바다를 보면서 생각도 좀 하고... 오붓하게 데이트도 하고 재미있게 놀다와요. "
" 그래도 우리 셋이서 가면 사진도 찍고 좋을텐데...언니가 안가면 나도 안갈래..."
" 아무 말 말고 둘이서 갔다와. 자꾸 그러면 정말 화낸다. "
" 알았어, 일찍 올께. "
" 모처럼 둘이서 오붓하게 놀러가는데 일찍 오겠다고? 내 걱정은 말고 재미있게 놀다가 천천히 와요. "

오늘은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 다른 날에 비해 밤 주문이 뜸했고 아내가 일찍 문닫고 들어가자고 해서 일찍 마친 것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혜미는 피곤하다며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정재는 왠지 썰렁해진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 오늘 분위기가 왜 이래? 혜미 어디 아파? "
" 몰라...아프다는 말은 없었는데..."
정재는 일어나 혜미의 방으로 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혜미가 화장을 하고 있었다.
" 커피라도 마시면서 좀 더 얘기라도 하지 왜 왔어? "
" 아니...그냥...피곤해서..."
" 난, 혜미랑 셋이서 좀 더 얘기도 하고 같이 있고 싶었는데..."
" 미안...컨디션도 별로고...쉬고싶어. "
" 내가 안마해줄께. "
" 싫어..어서 나가... "
" 응? 왜 그러는거야? "
" 아, 아냐...그냥.."
" 혜미야...나가자. 나가서 언니하고 좀 더 얘기하면서 풀게 있으면 풀고 살아야지...이렇게 찝찝하게 들어와버리면 분위기도 그렇고 서로가 서먹해져서 안돼..."
" 알았어, 하지만 별로 풀건 없을 것 같은데..."
" 그래, 언니 기다린다. 어서 가자. "
혜미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아내가 커피를 타고 있었다.
" 내가 할께, 언니.."
" 아냐, 다했어. 어서 앉아. "
" 오늘은 일이 많아서 피곤하지? "
" 아냐...나보다도 언니가 더 피곤할거야. 아저씨! 뭐해? 어서 언니 안마해줘야지.."
" 응..깜빡했네...자, 이리로 와봐..."
정재가 아내의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주물렀다.
" 아냐, 난 됐으니 혜미나 좀 해줘. "
" 아냐, 언니! 난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아. "
" 얘는...구경만 하는데 뭐가 풀려? 난 좀 있음 이이가 온몸으로 안마를 해줄거잖아. "
" ..... "
무심코 내뱉은 말이지만, 밤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엿보는 혜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아내가 혜미를 보며,
" 혜미야..."
" 응.."
" 많이 힘들지? "
" 아니..."
" 나도 여자이다보니... 내가 내 입으로 이래라 저래라 일일이 간섭하면서 말을하긴 그렇고...가끔 이이랑 바람이라도 쐬러가도록 해줄테니까 날 너무 원망하진마..."
" 고마워, 언니..."
정재가 아내와 혜미의 손을 잡으며,
" 여보...고마워...우리 세사람...지금껏 잘해왔잖아, 앞으로도 서로를 위하고 지금처럼 잘 지내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
"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어서 자자. "
" 벌써? 좀 더 있다가 자고 싶은데..."
" 혜미도 피곤하지? "
" 응...이건 내가 치울테니 어서들 자요. "
혜미가 빨리 들어가 자라며 성화다.
" 혜미도 잘자..."
" 응, 언니도 좋은 꿈 꾸고 잘자.."
" 그래, 낼 보자. "
" 응. "
아내가 들어가자 정재가 혜미에게 다가가 가볍게 껴안으며 입맞춘다.
" 아무 생각말고 푹 자도록 해. "
" 응..."
방으로 들어 온 정재가 얼른 이부자리를 펴면서,
" 당신 되도록이면 혜미에게 스트레스 주지마. "
"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
" 지금으로선 혜미도 갑갑하고 많이 답답할거야. 아무 것도 아닌 말같지만 헤미에겐 큰 부담이 되어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고..."
" 난? 내 입장은 이해를 못하고 무조건 혜미만 이해야해돼? "
" 여보...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잖아. 물론 당신도 헤미에게 나쁜 뜻으로 말한 게 아니란 걸 혜미나 나나 더 잘알지만...화만 내지말고 진정해..."
" 내가 지금 화를 안내게 생겼어? "
" 그래,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
" 난, 혜미가 마음 쓸 곳도 생기고 뭔가 할 수 있음 혜미를 위해서라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건데...그래도 내가 잘못한거야? "
" 아냐, 당신은 백번 잘했어. 하지만...지금은 혜미가 무척 힘드는 시기이니까...조금만 더 이해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사실, 당신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은 세상 천지에 또 없을거야. 그래서 혜미도 당신을 좋아하고 잘 따르잖아. "
" 치..."
" 내가 잘못했으니 마음 풀고... 어서 이리로 누워봐..."
정재는 아내를 꼭 껴안는다.
" 내일 같이 안갈거야? "
" 응..내가 아까 뭐랬어? "
" 그래도 셋이서 가면 좋을건데..."
" 내일은 둘이서 갔다와, 지금 혜미도 많이 힘들어하는 거 같으니까 잘 좀 다독거려주고...혜미한테 잘 해줘. "
" 알았어. "

다음날 정재는 혜미와 함께 태종대로 갔다. 혜미가 운전했다. 요즘은 운전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면서 혜미가 운전을 하겠다고해서 그렇게 해라고 했다. 몇 번 와본 곳이지만 낯설게만 느껴진다. 휴게소 앞에 주차를 시켜놓고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높아서인지 바다에 온 기분이 별로 나질않았다.
" 여기에 오니까 어때? "
" 좋아..."
혜미가 웃어보였다.
" 태종대엔 자살 바위가 유명한데...자살 바위에 얽힌 얘길해줄까? "
" 응..."
" 태종대로 걸어서 올라오다보면 절벽이 보이는데, 절벽 끝에서 내려다보면 자살하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
" ..."
" 어떤 사람이 하는 일마다 안되고 도저히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자살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태종대 자살 바위로 올라왔어. 그런데, 부산 시에서 태종대에 올라오면 전망은 좋지만, 절벽에선 자살하기에 딱 알맞는 곳이라 혹시라도 누군가가 자살을 하러 오면 이걸 보고서 마음을 고쳐먹으라는 뜻으로 <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
이렇게 적어서 군데 군데에 푯말을 설치해놨거든. 근데, 자살을 하러오는 사람이 그런게 눈에 띄겠어? 이 사람이...자살 바위에까지 올라와서는 멀리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면서, < 내가 이러면 안되지, 이렇게 죽을 각오로 더 열심히 살다보면 좋을때가 있을텐데...> 그러면서 내려왔어. "
"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간거야? "
" 아니...중간쯤 내려오다가 보니까 푯말이 하나 눈에 띄는데..무슨 글인가 싶어 보니까...<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 이렇게 적혀 있는거야. 그래서 이 사람이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자긴 무슨 일이든 하는대로 망하고 되는 일이 없어서 자살을 할려고 온거란 생각을 하고는 도로 올라 가서 뛰어 내렸다는 얘기가 있어.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래? 난 처음 듣는 얘긴데..."
" 정말이야...그럼, 자갈치에 대해서도 얘기해줄까? "
" 응.."
" 자갈치가 왜 자갈치라고 부르느냐하면... 옛날엔 지금의 자갈치 시장 자리에 자갈이 그렇게 많았대. 특히, 앞 바다엔 갈치가 많이 잡혀서 그때부터 자갈치라고 부르게 된거야. "
" 그건 정말일 것 같아. "
" 하하하...나한테 속고만 살았나? "
" 하도 얘길 잘하니까 그런거지. "
" 여긴 너무 높아서 별로다. 송정이나 기장 쪽으로 가볼래? "
" 또 옮기자고? "
" 응...차라리 기장 쪽으로 가보자. 기장엔 멸치 회가 유명하니까..멸치회 먹을래? "
" 응...가보자..."
" 갈땐 내가 길을 잘 아니까 내가 운전할께. "
정재가 운전을 했다. 오랫만에 와보는 길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렸지만, 지름길을 알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가 있었다. 혜미는 창문을 열고 바닷바람을 마신다.
" 정말 오길 잘했어. "
" 좋지? 이젠 자주 오도록 하자. "
전국 각지에서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아 기장 삼거리에서 한동안 정체가 되었었다.
" 나중에 안밀리고 잘 빠져 나가려면 일찍 나와야 할 것 같아. "
대변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 여기선 바다 구경도 못하겠다. "
" 응...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별로 구경할 곳도 없어. 그냥...여기가 이런 곳이다 하는 걸 보고 가는거지.."
" 멸치 회는 어디서 먹어? "
" 아무말 하지 말고 따라와봐, 오늘따라 관광 온 사람이 많아 비싸기만 하고 별로 먹을 건 없을거야. "
그러면서 바닷가로 걸으며 천막으로 둘러쳐진 회센타 옆으로 걸었다. 곳곳에서 멸치회를 먹고가라며 붙잡았지만, 정재와 혜미는 거절하고 걸었다. 어느 한 곳에서 슬쩍 지나치며 보니 한접시의 멸치 회가 나오는데 양도 적었고, 멀리서 온 손님이 한접시에 멸치에 다섯마리도 안된다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들었지? "
" 응..이래서 안들어갔던거야. "
" 맘에 드는 곳이있음 말해. 그리로 갈테니..."
" 저런걸 먹으면 소화시킬 것도 없겠다. 어디 아는데 없어? 꼭 회가 아니더라도 괜찮은데..."
" 그럼, 마땅한 곳도 찾을겸 날 따라와."
정재와 혜미는 차를 돌려 죽성으로 갔다. 대변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갈 수가 있었다.
" 아까 간 곳은 대변이고 여긴 죽성이라는 곳이야. 저쪽엔 문선명씨가 하는 통일교란 종교 단체고... 외국 대통령도 통일교에 가입했다는 소문이 있어. 난, 종교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 그래? 아저씬 안가본 곳도 없고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아. "
" 여긴 회 센타도 있는데...바닷물이 별로지? 다른 곳으로 가보자. "
송정으로 갔다. 아득한 게 바다도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 여긴 어때? "
" 시원하면서도 경치도 좋고...정말 좋은데.."
그늘이 있는 바위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 무슨 생각해? "
" 응...그냥..이것저것..."
"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게 정말 좋지? "
혜미는 대답대신 정재를 껴안으며 그에게 몸을 기댄다.
" 정말 좋아...이렇게 있으니..."
" 혜미야..."
" 응..."
" 아무 생각말고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면 되는거야. 언니도 혜밀 좋아하고, 나도 이렇게 사랑하는데...혼자서 힘들어 하지말고 함께 의지하며 사는거야. 알았지? "
" 응...근데...밤으론 정말 힘들어..."
정재는 말없이 혜미를 안았다.
" 내가...잘 할께...정말 잘할께..."
" 응..."
혜미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위에 쪼그려 앉아 바닷물에 손을 담그며 정재가 있는 곳으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친다. 정재도 혜미의 옷이 젖질 않도록 물을 튀겼다.
" 아참...카메라를 가졌왔었지..."
정재가 디지털 카메라를 끄내어 혜미를 찍었다. 바다를 배경으로해서 몇 컷을 찍더니 요리 조리 배경을 잡아 찍기 시작했다.
" 같이 찍으면 좋을텐데..."
혜미의 말에 근처에 놀러온 부부인듯한 사람이 있어 부탁하곤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저 사람들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
" 하하하...혜미는 저 사람들이 부부인 줄 아는 모양이네? "
" 그럼...저 사람들..부부아냐? "
" 이런 곳엘 우리처럼 부부가 같이 오는 확률은 거의 없어. 거의가 세칸더를 데리고 오지..."
그렇게 말을하며 새끼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 치...그렇게 따지면 나는 새칸더가 아닌가 뭐..."
" 혜민 그런 사람들이랑 차원이 다르잖아. "
" 어떻게 다른데...? "
혜미가 정재를 쳐다보자, 정재는 혜미를 안고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걸 느끼며,
" 우리...어디 가서 좀 쉬다가 갈래? "
" 여기서 쉬면 되는거지 갑자기 어디가서 쉬자는 말은...? "
그렇게 말을 하다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겠다는 듯 표정이 바뀐다.
" 하여튼...남자들이란..."
정재가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니 마땅히 갈 곳이 없다.
" 배 안고파? "
" 응.. 배고프지? 회 먹으러 갈까? "
" 아니...회는 싫어, 갑자기 먹고싶지가 않아. 어디 매운탕 잘하는데 없나..? "
그러면서 둘러본다.
" 왜? 매운탕이 먹고싶어? 매운탕이라면 잘하는 집을 알아. 나도 예전에 한번 가본 곳이지만..."
" 그럼, 그리로 가요. "
장안사 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절이 있는 방향으로 가니 매운탕 집 간판이 보였다.
" 여긴 직접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하는 곳인데, 고기는 없고 손님이 많을땐 다 갖다주는 사람들이 있어. "
정재가 웃으며 얘길하자, 혜미도 알아듣겠다는듯 웃는다.
" 그래도 맛은 있지? "
" 응...아저씨가 해주는 것보단 못하지만..."
" 언제든 혜미가 먹고싶은 게 있음 말만해, 뭐든지 다 만들어줄께. "
" 응..."
얼큰한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해안 도로를 달렸다.
" 이젠 어디로 갈거야? "
" 응...점심도 먹고 배도 부르니까 혜미를 한번 안아야지. "
" 켁...내가 늑대랑 함께 있는거구나.."
" 하하하...이렇게 착하고 신사적인 늑대 봤어? "
" 늑대도 순한 양을 잡아 먹으려면 첨엔 착한 척 하는거 아냐? "
" 맞는 말이네...하하하..."
두 사람은 한적한 곳에 있는 모텔로 들어갔다.
" 방금 올라오면서 보니까 차들이 많던데...대낮인데도 왠 차들이 이렇게 많아? "
" 응...한적한 외곽이니까 그래..원래 이런 모텔엔 사람들이 많아서 잘 되잖아. "
" 얼마나 벌까? 이런 곳은..."
" 몰라도 한달에 천 단위는 넘어. "
" 컥...그렇게 많아? "
" 응..이런 곳엔 자고 가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잠시 와서 쉬다가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거야. 우리가 올라올 때에도 내려가는 사람들 있지? 좀 있다 나갈 때 보면 우리처럼 올라 오는 사람들이 있을거야. "
" 여기에 오는 사람들도 부부는 거의 없겠네? "
" 응... 누가 자기 마누랄 이런데로 데리고 오겠어? 괜히 헛바람 들어간다고 안데려 오거든. "
" 아까 매운탕 먹느라 땀을 많이 흘렸더니 정말 덥다. 같이 씻을래? "
" 아니..먼저 씻어. 난, 이따가 씻을께..."
" 알았어. 그럼, 내가 먼저 씻을께. "
정재가 씻으러 들어가자 혜미는 창밖을 내다보며 앉았다. 한참 후에 정재가 나오며 보니 혜미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 왜? 안 씻어? "
" 응...씻어야지..."
정재가 다가가 혜미를 껴안는다.
"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
" 아냐...그래도 이렇게 같이 있으니 행복할 뿐이야. "
" 미안해. 힘들게 해서..."
혜미는 정재의 팔배개를 배고 누워서 땀이 흐르는 그의 얼굴과 몸을 닦는다.
"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쯤 이런 시간이 있을까? "
" 너무 조급히 생각진 말고 기다려보자. 기다리다 보면 뭔가 잘 되겠지...그래도 언니가 혜미 생각을 많이 해주잖아."
" 그건, 그래...항상 언니에게 죄짓는 기분이 들어. "
" 앞으로 더 잘하면 되는거지..나도 그렇고..."
"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 나도..."
두 사람은 뱀처럼 서로를 감싸며 힘껏 껴안고 뒹굴었다. 이제부턴 정재가 아니라 혜미가 주도권을 잡고 요리하기 시작했다. 혜미는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들이 다 풀리기 전에는 정재를 놔주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정재가 길을 가르쳐 주었고 혜미가 운전했다.
" 괜찮아요? 당신? "
" 응...괜찮아...차가 많이 밀리는데 걱정이야. "
" 가게로 전화라도 해줘요. "
" 응..그래야겠어. "
정재는 핸드폰을 끄내어 들고 버턴을 눌렀다.
" 응..나야...별 일 없지? 응..지금 가고 있는 중이야. 저녁은? 먹었어? 응..잘했어..혜미? 지금 운전 중인데...알았어. 가게로 갈테니 기다리고 있어. 응...사랑해..."
" 뭐래요? "
" 응...오늘 재미있게 놓았냐고...당신한테 잘해줬냐고 묻던데.."
" 언닌...참..."
" 당신은 안 피곤해? 피곤하면 내가 운전할께, 아님, 한쪽에 세워놓고 좀 쉬다가 가던지..."
" 아냐. 괜찮아..오늘 너무 행복해서 아직도 컨디션이 최고야. "
" 그렇게 좋아? "
" 응..."
" 사랑해..."
" 나도..."

" 오늘 고생 많았지? 늦어서 미안해. "
" 이제 오세요? "
" 언니...우리 왔어요. "
" 그래, 재미있게 놀다왔어? "
" 응...길은 복잡해도 바다를 보니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게 너무 좋았어. "
" 저녁은? "
" 아직..."
" 이제 마칠거지? "
" 응, 내가 다 정리해놨으니 불끄고 문만 잠그면 돼. "
정재가 가게의 불을 끄고 샷다를 내려 문을 잠그며 돌아서는데 혜미가 차에 시동을 건다.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니 아내가 타고 정재는 조수석에 앉았다.
" 오늘 언니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정말 고마워, 언니..."
" 재미있게 잘 놀다왔음 됐지, 고맙긴..."
" 내가 맛있는 걸 만들어 줄께. 뭐 먹고 싶어? "
" 장어 구이로 먹어. 냉장고에 많이 있던데..."
" 맞어, 장어구이가 좋겠다. 당신 영양 보충도 하고..."
혜미가 정재에게 당신이라고 부르다 아내에게 미안한지 슬쩍 말꼬리를 흐린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혜미야! "
" 응? 언니..."
" 나한테 조금 미안하지? "
" 응...조금이 아니라 많이 미안해. "
" 그래...미안한 마음 갖고있음 됐어. 하지만..."
" ....."
" 이제부턴 내 앞에서 이이에게 당신이라고 해도돼. 그러니 내 눈치보지마. "
" 언니..."
" 얘는...앞이나 잘봐. 집에 가서 얘기하고..."
아파트 마당엔 이미 만원이라 하는 수 없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정재와 아내는 먼저 내려 혜미가 주차하는 걸 봐줬다.
" 배고프지? 씻고 기다려. 얼른 차려줄께. "
" 응, 맛있게 구워주세요. "
정재는 냉장고를 열어 밑반찬을 끄내어 놓고 상추와 깻잎을 씻었다. 그리곤 다진 마늘과 고추장으로 양념을 만든다. 그때 쇼파에 앉아 아내와 얘기하던 혜미가 다가오더니
" 나도 도울께요. 뭘 하면 되지? "
" 아냐, 가만히 앉아있어.이제 거의 다됐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돼. "
" 그래도 나도 하고싶은걸...양념은 어떻게 만드는거에요? 좀 가르쳐줘요. "
" 알고싶어? "
" 응, 나도 당신을 위해서 맛있는 걸 요리 해주고싶어요. "
" 알았어, 시간 날 때마다 한가지씩 가르쳐줄께. 지금 당장에 할 일은...밥 좀 담아주겠어? "
정재는 한번 구운 장어를 만들어 놓은 양념통에 넣어 버무린다. 그리고는 후라이팬에 새 호일을 깔고 양념이 된 장어를 얹으며 굽는다.
" 이젠 다 됐다. "
" 와우...맛있겠다. "
후라이팬에서 다 구워진 장어를 호일채로 살며시 들어내어 빈접시에 담는다. 그리곤 굵은 통깨를 뿌려 마무리 한다.
" 자긴 요리도 잘하고 뭐든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 "
혜미가 정재의 팔을 껴안으며 웃으며 말했다.
" 참, 술도 가지고 올께. 뭘로 마실래? "
" 시원한 맥주가 좋지 않을까? "
" 당신은? "
" 나도 시원가 맥주가 좋을 것 같아. "
" 알았어, 얼른 끄내어 올께. "
" 맥주랑 장어를 같이 먹어도 맛있네. "
" 응, 정말 맛있다. 많이 먹어. 당신도 많이 먹고.."
정재가 구운 장어를 집어서 아내의 입으로 가져간다.
" 됐어, 내가 먹을께. "
" 팔 떨어져.."
얼른 먹으라고 눈짓을 하자 아내는 입을 벌려 정재에게서 장어를 받아 먹는다.
" 언니! 내거도 먹어요. "
혜미가 한점 집어서 아내의 입으로 가져가자 아내는 웃으며 받아 먹는다.
" 오늘 정말 고마워, 언니 덕분에 사랑이 뭔지 행복이 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어. "
" 지금 행복해? "
" 응, 평소에도 행복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너무너무 행복해서 말로선 표현을 못하겠어. "
" 지금처럼 앞으로도 니가 계속 행복했음 좋겠다. "
" 나도 언니가 나 때문에 실망하지 않고 나보다도 더 행복하도록 노력할께. "
" 그래, 우린 이제 한 나무만 바라보고 살아야되니까 서로 맘 상하지 않도록 잘 지내도록 하자. "
" 응, 언니한테 정말 잘할거야. 고마워요, 언니..."
" 너 한테 특별히 잘해주라고 했는데...이이가 맘에 들도록 잘 해줬어? "
" 응..."
" 자, 많이들 먹어, 또 내어올께. "
다 구워진 장어를 접시에 담아오니 아내와 혜미가 잔을 채워서 건네주며 건배를 하자고 한다.
" 당신 먼저 씻어요. 난, 언니랑 같이 씻을테니..."
" 그래..? "
정재가 아내의 눈치를 살피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내가 이걸치우고 설겆이를 할 동안에 먼저 씻도록 해. "
" 그럴까? "
" 우선 더 마시고 있어. 얼른 방부터 치울께. "
" 알았어요. 호호호..."

방 청소를 끝마치고 아내와 혜미를 욕실로 밀어넣었다. 그리곤 어질러진 식탁을 정리하며 설겆이를 했다. 욕실 안에선 뭐가 그리도 좋은지 계속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 깔끔하게 정리를 다하고 커피를 탔다. 그리곤, 욕실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 방금 커피탔는데 한잔씩 어때? "
" 좋아요. "
혜미가 문을 열더니 두 잔을 받아서 돌아선다. 정재는 문을 닫고 거실로 왔다. 욕실 안에선 또 한번 아내와 혜미의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 잘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를 못했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게 되어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먼저 나왔다. 정재가 수건을 받아들자,
" 이젠 들어가 씻어요. 혜미도 곧 나올거니까..."
아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웃는 얼굴로 혜미가 나온다.
" 너무 늦었으니 얼른 씻어요. "
그러면서 정재가 들어갈 수 있도록 슬쩍 비켜준다.
" 그래, 이불을 펴놨으니 오늘은 얘기도 좀 더 하고 세사람이 같이 자도록 하자. "
샤워기의 밸브를 돌렸다. 시원한 물줄기가 온 몸을 식혀주는 게 정말 좋았다. 혜미가 나가면서 물을 틀어놓은 욕조엔 물이 반쯤 차오르고 있었다. 욕조로 들어가 앉으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씩기는 기분이다.
샤워를 끝낸 정재가 방으로 들어가니 그때까지도 아내와 혜미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 무슨 얘길 그렇게 재미있게 해? "
" 응, 태종대 자살 바위와 자갈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 "
" 아..난또..내 흉을 보는 줄 알았지..."
" 당신 흉도 보고 있었는데..."
" 뭐? "
" 하하하..."
아내와 혜미가 또 한바탕 웃는다.
" 담엔 꼭 셋이서 가자. 바다를 보니 정말 좋더라. "
" 그래...둘이서만 실컷 재미보고 와서 담엔 셋이서 가재. 흐이그...난 무슨 재미로 살아? "
" 하하하..."

아침 일찍 선영이가 찾아왔다.
"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
" 신랑 출근할 때 좀 태워다 달라고해서 왔어. "
" 그래, 잘했어, 어서 들어와. "
" 언니들은 아직 안일어났어? "
" 응...새벽까지 얘기하고 놀다가 늦게서야 잠들었거든. 커피 마실래? "
" 아니, 방금 집에서 마시고 왔어. "
" 그럼, 이거라도 먹어봐. "
" 이게 뭔데? "
" 응, 호박인데 엑기스 한거야. "
" 싱겁지 않을까? "
" 일단 먹어봐. "
" 우와...맛있다. 호박 향도 진하고 정말 맛있어. "
" 맛있지? 이건 호박을 오래 달여서 조청처럼 만든건데 정말 괜찮아. 부기를 빼거나 피부 미용이나 살을 빼는덴 최고거든. "
" 어디서 난거야? "
" 응..아는 곳에서 주문했어. "
" 언니들 일어날려면 아직 멀었겠지? "
" 응, 한 두어시간은 더 자야 일어날거야. "
" 오빤 안 피곤해? "
" 나도 오늘은 늦도록 잔 편이야. 참, 아침 안먹었지? "
" 응...신랑은 회사에서도 먹으니까 안 먹고 그냥 나가고, 혼자서 먹으려니까 안넘어 갈 것 같아서 이리로 왔어. "
" 그럼, 잘 됐다. 나하고 둘이 먹으면 되겠다. "
" 아침 준비는 내가 할께. "
" 아냐, 여기 가만히 앉아서 내가 차려주는 걸 먹기만 하면돼. "
" 그래도 어떻게 오빠가 차려주는 걸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 해? "
" 괜찮아, 항상 내가 하는 일인데 뭐.."
" 정말 오빠가 다 하는구나. 농담인 줄 알았는데..."
" 모처럼 놀러 왔는데 뭘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장어라도 구워줄까? "
" 응? 장어구이? 그런 것도 있어? "
" 응, 아나고같은 바다 장어가 아니고 민물 장어야. 밤새도록 먹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
" 귀하고 비싼 거잖아. 수입이야? "
" 아니, 내가 직접 잡은 것도 있고 양식도 있고 그래. "
" 직접 잡은 것도 있어? "
" 응, 저기에도 있잖아. "
" 어디? "
정재가 거실 한쪽에 놓여있는 어항을 가리켰다. 선영은 어항쪽으로 가서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 이게 전부 다 장어 맞어? "
" 응, 아직 어린 치어인데 실뱀장어야. "
" 옆에건? "
나란히 놓여있는 다른 어항을 가리키며 묻는 것이다.
" 그건 구로꾸라고 실뱀장어보단 조금 더 큰거야. 좀 전에 본건 하얗다고 해서 백자라고도 부르는데 흔히 히라시라고 부르기도 하고 실뱀장어라고도 불러, 그기서 조금 더 큰게 구로꾸이고..."
" 이거보다 좀 더 크면 장어라고 부르는거야? "
" 아니, 구로꾸에서 조금 더 큰건 삐리라고 불러. 그 다음엔 장어라고 하는데 크기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다양하거든. "
" 응, 이게 얼마나 자라야 먹을 수 있는거야? "
" 이 상태에선 적어도 4, 5년은 있어야돼. "
" 그럼, 부화할 때까지 기다리려면 아직 멀었네? "
" 하하하...부화는 안돼, 아직 국내에선 부화를 시킬 수 있는 기술이 성공하질 못했거든. "
" 그러면 이건 어디서 난거야? "
" 어디서 나긴...내가 언니들이랑 강에서 직접 잡아왔지. "
" 정말? "
" 나중에 언니들 일어나면 물어봐. 내 말이 거짓말인지 사실인지...자, 이제 다 됐다. 어서 먹자. "
" 정말 맛있어. 이 양념도 직접 만든거야? "
" 응, 내가 만들었어. 괜찮지? "
" 이걸 구워서 팔면 되겠다. "
" 한 때는 매운탕도 하고 장어구이도 하는 식당을 하면서 인터넷으로 참 많이도 팔았었는데...하다보니까 재미는 있는데 홍보가 안되니까 찾는 사람만 찾고 돈은 안되더라. 선영이가 팔데가 있으면 한번 해보던지.."
" 나도 귀한거라 자주 먹어보진 못했지만 가격만 적당하다면 괜찮을 것 같아. "
" 그럼, 선영이가 식당이라도 해볼래? 장어랑 양념은 내가 다 대어줄테니까"
" 그래, 그러면 되겠다. 저녁에 퇴근하면 한번 의논해볼께. "
" 무리해서까지 하려고 하진 말고 꼭 하고싶으면 유동 인구가 얼마나 있는지 주로 어떤 음식점이 모여있는지...시장 조사부터 해봐야 할거야. 뭐든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서두르다보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까. "
" 응, 신랑하고 의논해보고 내가 꼭 하질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할 만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건 걱정안해도 돼. "
" 그럼, 이따 갈때 한통 가지고 가도록해. 신랑한테 어느정돈지 맛을 보여야 알 수가 있지. 그리고...지금 먹는거랑 가지고 가서 해먹는거랑은 맛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그렇게 알고있도록 해. "
" 그렇게나 많이 차이가 나는거야?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 만약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내가 어느정도는 가르쳐 주겠지만, 누가 굽느냐에 따라서도 맛의 차이가 많이 나거든. 언니들도 몇번 굽다가 내가 굽는 맛이 안난다고 포기했지만... 일단 맛보고나면 다음에 또 구워달라고 할걸. "
혜미가 눈을 비비며 나온다.
" 누가 왔어? 언닌 내 옆에서 자고 있는데 얘기 소리가...응? 선영이 왔구나. 언제왔어? "
" 응, 언니..벌써왔는데 자고 있더라. "
" 깨우지 그랬어? "
" 새벽 늦게 잠들었다고해서..."
" 어서 씻고와 같이 먹게.. 우리도 이제 먹기 시작했어. "
" 아냐, 난 안먹을래. 별로 먹고싶은 생각도 없어. 나중에 언니 일어나면 같이 먹던지할께. "
" 그래, 그럼 호박이라도 줄까? "
" 오케이.."
정재가 호박을 끄내러 냉장고로 가자 선영이가,
" 언닌 참 좋겠어, 뭐든 오빠가 알아서 척척 다해주니말야. "
" 너무 할 일이 없으니 따분해 미치겠다. 하하하.."
" 선영이가 장어 구이에 관심이 많다는데..."
" 그래? 장사라도 해볼려구? "
" 아니..아직은...저녁에 신랑 퇴근하면 의논해봐야지. "
" 요즘같은 불경기엔 잘 생각해서 해야돼. 잘하면 돈을 벌겠지만 잘못 시작했다간 안되는 수가 있으니 신중히 생각을 잘 해야돼. "
" 응...신랑도 요즘 회사 일에 지쳐서 그만두려고 하고...나도 차라리 조그마한 가게를 하더라도 우리 일을 하고싶은 생각이 들었었어. "
" 직장 생활이 힘든대? "
" 꼭 힘든다고 말은 안해도 직장 생활이란건 뻔하잖아. "
" 그건, 그래..."
옆에서 듣고 있던 정재가 나서며 한마디 한다.
" 더럽더라도 꾸준히 직장 생활을 하는게 좋긴 좋은데...일단 그만 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만두는게 오히려 더 나아. 어차피 직장 생활이란건 겨우 먹고 살 정도로 월급을 주면서 생색은 있는대로 다 내지...그만 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얼른 그만두고 속 시원히 장사를 하더라도 그게 오히려 편하거든. 물론 선영이도 나름대로 생각하는게 있을테니 알아서 잘 하겠지만, 신랑하고 의논을 해보고 좋은 방향으로 연구해봐. "
아내가 나온다.
" 언제들 일어났어? "
" 난 방금 일어났어. 언니! 선영이 왔다. "
" 언니..."
" 어? 언제온거야? 미리 전화라도 하고 오지? "
"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왔지 뭐, "
" 당신도 씻고 먹을거지? "
혜미가 나서며,
" 나하고 같이 먹을거니까, 신경 쓰지마. "
" 참, 그러고보니 눈이 가는 곳마다 좋은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구석구석 구경이나 좀 해야겠어. "
선영이 일어나자 혜미가 따라 일어나며
" 별로 안내할 곳도 없지만 나하고 같이 보자. 나도 오늘은 차근차근 둘러보고 싶어. "
" 이 냉장곤 뭐야? 주방에도 있고 김치 냉장고도 두대나 있더니 여기 또 있네. "
" 응, 내가 쓰던건데 주방에 있는 냉장고엔 반찬이나 고기같은걸 넣어두고 여긴 술이랑 엑기스를 넣어두거든. "
" 김치 냉장곤? "
" 그긴 김치도 넣고...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 "
선영이 냉장고 문을 열더니 놀란다.
" 우와...무슨 술이 이렇게 많아? 술집 차려도 되겠다. "
" 하하하...여기 있는 술들은 한번씩 분위길 바꿀때 먹기도 하지만 종류에 따라 그때그때 끄내어 먹는거야. "
" 이 술들은 뭐야? "
" 응, 그건 오빠가 술 담그는게 취미잖아? 장식용으로 진열을 해놓기도 하고 한번씩 아플땐 치료용으로 먹기도 하거든. 저쪽에도 많이 있어. "
" 어디? "
" 따라와봐. "
혜미가 앞장서서 베란다로 간다. 선영이 베란다로 가서 보니 앵글로 짜여진 선반이 온 사방에 층층이 있고 빈 공간이 없을만치 술병들이 즐비하게 들어 서 있다.
" 이것들이 전부 다 술이야? "
" 응, 나도 지난번엔 대충 둘러보고 오늘 처음으로 자세히 보는거야. 정말 종류도 많고 없는 게 없네. "
" 와...산삼 술도 있다. 이건 캐어 온거 아니지? "
" 여기 있는 건 모두 다 직접 캐어 온건데...여보! 이리로 와봐요. "
혜미의 부르는 소리에 정재가 얼른 온다.
여기 이거 말야, 직접 캔 산삼 맞아? "
" 응, 내가 산에서 백일 기도를 하다가 캔건데 몇뿌리는 팔기도 하고 아프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몇뿌릴 나눠주기도 했는데 마지막 남은 이건 술로 담궈놓은거야. "
" 우린 평생 한번 구경하기도 힘든건데 정말 대단하다. "
혜미와 선영이가 베란다에서 얘길하는 동안 정재는 식탁을 차렸다.
" 냄새가 구수한데 뭐야? "
" 아까 선영이 왔을 때 장어를 넣고 고으기 시작했는데 이제 다 됐다. "
" 다 차렸어, 어서들 먹어. "
" 또 장어구이잖아. 이건 뭐야?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 그건 장어 곰국이야. 아까 선영이 왔을 때 고으기 시작했는데 이제 다 된것 같아. 선영이도 이리와서 한그릇 먹어봐. "
" 비리지 않아? "
비리다는 말에 혜미가 웃으며,
" 비릴까 걱정되는 모양인데 장어가 비리다는 말은 첨듣는다. 하하하...구수하니까 어서 먹어봐."
선영이 몇번 떠 먹어보더니,
" 정말 구수하고 좋다. "
" 그기에다 소금을 적당히 넣어서 먹어봐. 이건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는거거든. "
" 언니들은 참 좋겠다. 어제 술 먹었다고 오빠가 이렇게 장어 곰국도 끓여주고..."
" 하하하...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여기 와서 살아. "
" 뭐? 밤낮으로 쉴틈이 없는데 선영이 까지? 내가 기계야 뭐야? "
" 하하하..."
" 저녁엔 장어로 추어탕을 해줄까? "
" 추어탕은 미꾸라지로 하는 거잖아? "
" 장어로 하면 더 맛있어. 아직 한번도 안 먹어봤지? 당신은 어때? 당신이 해달라고하면 하고 아님, 다음에 해줄께. "
선영이가 아내에게 매달리며,
" 나도 좀 얻어먹게 해달라고 해. 언니! "
" 난, 당신이 피곤하고 귀찮은데 괜히 일을 시키는 것 같아서 안했음 좋겠는데 선영이 때문에 해야겠어요. "
" 알았어. 아무리 피곤해도 선영이 먹고싶다면 해줘야지. "
" 치..아깐 큰 언니가 해달라면 해준다면.."
" 이따가 가게에 갔다가 오면서 재료를 사와야겠다. "
" 그럼, 나도 따라 가야지, 재료 살 때 뭘 사는지, 어떤게 들어가는지도 직접 봐야 확실히 알 수가 있으니까, 괜찮지? 언니들.."
" 응, 좋을대로 해라. "
혜미를 보며,
" 당신은 어쩔거야? 가게에 갔다가 나하고 같이 이거 만들래? "
" 아니, 가게 일도 봐야하고 언니하고 같이 있을거야. "
" 알았어. "
모두들 가게로 갔다. 아내가 튀김 기계의 온도를 맞추며 주방에서 정리하는 동안에 혜미는 식탁을 닦았고, 정재는 밀대 걸레로 바닥을 청소했다.
" 다들 한가지씩 맡아서 청소하는데 난 뭘하지? "
" 넌 막내니까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돼. "
" 장보고 갈때 잠시 들러요. 한마리 튀겨줄테니 선영이랑 먹어요. "
" 됐어, 언니! 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집에서도 많이 먹고 나왔잖아. "
" 아니, 너보다도 울 신랑 챙기는거야. 요즘 풀 가동을 해서 쉴틈이 없었거든. 그래서 몸 좀 챙겨야 돼. "
" 하하하..."
혜미가 돌아보며 마트에 갈거냐고 묻는다.
" 뭐, 특별한 게 없으면 재래시장으로 갈 생각인데 마트에서 사올거라도 있어? "
" 아니, 그냥 물어본 것 뿐이야. 이따가 들러요. "
정재는 선영일 데리고 재래시장으로 갔다. 가게마다 돌며 배추와 녹두발...등, 추어탕에 들어갈 재료를 구입했다.
" 남자라서 그런가 왜 깎질 않아? 부르는대로 다 주고 사잖아. "
" 깎으면 얼마나 깎겠어? 그리고 저 분들도 남으면 얼마나 남는다고.. "그냥 달라는대로 다 주고사면 나도 맘이 편하거든. "
" 응..."
" 대형 마트엔 저울에 달아서 가격표를 붙여 놓았기 때문에 흥정이란게 없어. 재래 시장엔 얼마든지 깎을 수도 있고 인심이 좋아서 덤으로 많이 넣어주기 때문에 일부러 깎을 필요도 없는거야. 봐, 안깎고 사니싸 저분들도 기분이 좋아 더 넣어주시잖아. "
" 동네 슈퍼나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많아서 좋긴 좋아. "
가게로 들러서 아내가 갓 튀겨낸 치킨을 받아 집으로 갔다. 배추와 고사리를 푹 삶아 찬물에 담구어 놓고 장어를 삶는다.
" 살아있는 장어를 그대로 넣어 푹 삶아 채에 받쳐서 뼈는 발라내고 살만 사용해도 되고 아님, 고기가 허물허물 해지도록 삶아서 믹서기에 갈아서 쓰도 되고, 지금처럼 머린ㄴ 따로 놔두었다가 보얗게 국물을 우려낼때 사용하고 뼈는 발라서 튀겨 먹고 살만 가지고푹 삶아서 만드는 방법이 있어. "
" 누가 들으면 오빠가 요리 전문가인줄 알겠다. "
" 이젠 삶은 고사리와 배추를 꾹 짜서 녹부발하고 같이 넣으면 되는거야. 물론, 식성에 따라 미나리와 정구지(부추)도 넣으면 되는거고. 추어탕엔 뭐든지 많이 넣을 수록 맛있거든. "
" 오빠가 많이 먹어야겠네. 요즘 언니들 때문에 많이 지칠텐데..자, 이거 먹어요. "
선영이가 닭다리를 하나 집어서 정재에게 준다.
" 꼭, 아침, 저녁이 아니더라도 언니들 만족시켜주려면 힘들겠다. "
" 아직까지는 그렇게 힘드는건 못느끼겠어. 언니들도 서로 맘이 맞아서 잘하고...뭐든 함께 의논해서 하니까.."
" 응? 잠자리도 의논을 해? 하하하.."
" 그런 게 아니고..세사람이 호흡이 잘 맞다는거지. "
" 아...가끔씩은 셋이서도 호흡을 맞추는구나..크크크 "
" 참나...뭔 말을 못하겠다. 하하하..."
" 난, 오빠가 많이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괜한 걱정을 했잖아. "
" 우린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거든. 사실, 두 여자랑 함께 사는건...너무 힘들고 어려워. 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해결을 하고 대화로도 안되는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하느냐에 달렸지만, 언니들은 참 착해서 셋이서 같이 있어도 한 사람만 있는 것 처럼 느껴져. "
" 그래도 넘 무리하진 말고 몸을 생각해서 적당히 하도록해. 근데, 이젠 뭘하지? "
" 중불에서 푹 끓여야 하니까 우린 치킨이나 먹으며 기다리면 되는거야. "
" 오빤 이런거 언제 다 배웠어? "
" 배우긴...내가 한 때는 민물고기 장사를 했었는데, 이런걸 많이 잡다보니 이렇게도 요리를 해보고 저렇게도 요리를 해서 먹다보니 자연히 터득을 하게 된 거지. "
" 참,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언니들은 요리를 못하게 하는거야? "
" 못하게 하는건 아니야. 그래도 요리는 할 줄을 알아야 하니까 가끔씩 가르쳐 주긴 하는데, 되도록이면 나혼자서 다 하려고해서 그렇지..."
" 왜? 언니들이 청소하고 요리하면 더 편하잖아? "
" 그 전에 큰 언니랑 단 둘이 살 때에도 언니가 요리를 하긴 했었지만, 그 때에도 거의 나 혼자서 다 했었는데 언니들에게 주방을 맡기면 어차피 다같이 먹는거지만 조금씩 금이 갈 수도 있거든. 그래서 내가 다 챙기는거야. "
" 금이 간다니? 무슨 말이야? 그럼, 언니들이 질투라도 한다는거야? "
" 아니, 아직까지는 전혀 그런건 없어. 앞으로도 없길 바래야겠지만 말야. "
" 하루는 큰 언니랑 자고, 하루는 작은 언니랑 자는걸로 정했어? "
" 아니, 그렇게 정하지 않았어, 보통 큰 언니랑 자는데 새벽에 봐가면서 작은 언니에게로 갈 때도 있어. "
" 그럼, 큰 언니가 아무 말 안해? 차라리 정하면 좋을텐데..."
" 알고도 모른척 하겠지. 그리고 정하면 당연히 오늘은 누구랑 자겠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없어. "
" 긴장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어. "
" 응, 그건.. 그래도 큰 언니인데 큰 언니에게 주도권이 있어야 세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 수가 있겠더라구. 첨에 작은 언니를 데리고 왔을 때에도 큰 언니가 허락을 해줘서 지금처럼 같이 살 수가 있게 되었지만, 큰 언니를 무시하고 작은 언니랑 둘이서 다 해버리면 아무래도 오래가지 못하겠지. 안그래? "
" 응, 그렇게 되는구나. "
" 평소엔 큰 언니랑 같이 자다가도 작은 언니랑 같이 자라고 일부러 날 내쫓거든. 그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큰 언니가 그때그때 봐가면서 알아서 챙겨주는거야. 그래서 작은 언니도 큰 언닐 무철 좋아하거든. "
" 내가 받아준 것만도 고맙다고 해야지 하면서 혼자서 다 할려고 했으면 지금쯤은 뿔뿔이 흩어져 있을런지도 몰라. "
" 그래도 언니들은 불만이 없어? "
" 불만이랄게 뭐있겠어? 내가 볼땐 나보다도 둘이서 더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 치킨 있잖아. 이 맛은 내가 죽어서도 못잊을거야. 그러니 큰 언니에게 더 잘해야 되겠지?큰 언니가 나보다도 더 올래 살아야하니까...하하하 "
정재가 일어나더니 곰 솥의 뚜껑을 열고 큰 냄비에다 덜어 놓는다.
" 우린 두 식구뿐이라서 많이는 필요없어. 조금만 줘도 돼. "
" 두 식구니까 더 먹었야지. 많이 먹고 힘내서 열심히 식구를 하나 더 만들려고 노력해야지. 하하하.."
" 하하하..오빠는 별 소릴 다하네. "
" 신랑하곤 잘 되어가? 신랑이 밤으로 잘해줘?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있음 언제든지 나한테 얘길해. 내가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해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는 있으니까. 알았지? "
" 응..."
정재가 혜미를 쳐다보니 혜미가 무슨 말인가 하려고 머뭇거리다 그만 두는 것 같았다.
" 자, 다됐으니 어서 먹자. "

양념에 재려놓은 장어와 추어탕을 선영의 집까지 가져다주고 정재는 가게로 갔다. "
" 배 많이 고팠지? 늦어서 미안해. "
" 아냐, 괜찮아요. 선영인? "
" 집에 바래다 주고 오는 길이야. 식기 전에 어서들 먹어."
정재가 집에서 가지고 온 추어탕과 도시락을 끄내어 식탁 위에 올려 놓는다.
" 이야, 맛있겠다. 당신은? "
" 난 선영이랑 먹었어. "
" 선영이가 뭐래? 별 말 없었어요.? "
" 아니, 다른 말은 없었어. 왜? "
" 신랑이랑 어떻는지 궁금해서 그러죠, 눈치가 그런 것 같았는데...혜미도 그렇게 생각하고..."
" 나도 그렇게 느꼈어. "
혜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정재가 혜미를 껴안으며,
" 나도 그런 것 같아 큰 냄비에다 가득 담아서 줬어, 많이들 먹고 힘내서 식구 하나 더 만들어라고..."
" 하하하..."
아내와 혜미가 밥을 먹다말고 웃는다. 혜미를 보며,
" 당신이 나중에 선영이 만나면 슬쩍 물어봐. 신랑하곤 문제가 없는지..."
" 응...선영이 만나면 얘기해볼께. "
" 추어탕을 해먹으려면 재료가 넘 많이 들지? "
" 응, 추어탕이나 찜에는 재료가 많이 들어서 한번 해먹으려면 정말 만만치가 않아. "
" 귀찮지 않아요? "
" 귀찮긴...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요릴하는건데 귀찮다고 생각하면 안돼지. "
" 그래도 재료를 다 살려면 제법 많이 들텐데.."
" 병원에 입원하는 일없이 이 정도 투자해서 몸보신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맘이 편할 수도 있잖아. "
" 그건 맞는 말이다. 당신...요리를 배우려는 사람이 있음 한번 가르쳐보면 어떨까? "
" 배우려는 사람이 있어야지. 그리고 요리 종류도 다양해야 하는데 난, 몇가지 밖에 없잖아. "
" 아냐, 지난번에도 몇 사람이 묻던데... 이참에 한번 가르쳐보면 어떨까? 꼭 가르친다기 보다는 서로 알고있는 요리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요리 동호회처럼 모임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싶어서 그래. "
" 모임을 만드는 건 괜찮을 것 같아. 서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만나서 요리도 하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고지내면 좋으니까. "
" 인터넷으로 얘길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겠지만,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고 우선, 주위에 꼭 할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반응도 괜찮고 좀 더 발전이 되면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옆에서 듣고있던 혜미가 답답하다는듯,
"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괜히 헛돈 낭비하는 거 아냐? "
" 꼭 그렇지만은 않아. 헛돈을 낭비한다면 낭비하는 것이겠지만, 건전하게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 가다보면 좋은 요리도 배울 수가 있고 많은 정보도 알 수가 있으니 내가 하나라도 배우기 위해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야지 낭비를 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거야. 우리가 낚시를 해서 잡은 물고기들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우리만 먹는게 아니라 재료를 준비하다보면 개인적으로 준비 할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준비를 하겠지만, 단체로 주문을 하는 사람들은 민물 고기 요리를 할 때 우리가 잡은 걸 팔 수가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점도 있어."
" 맞어, 모임이란 함께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하는 거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들이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아쉬운 부분들을 해결 할 수도 있고, 게중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어서 말린 고추나 무기농으로 지은 쌀같은 것도 여러 사람들이 모였을 때 단체로 구입을 할 수도 있거든. "
" 아...그런거였구나. 이젠 확실히 이해를 할 수 있겠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언니도 이젠 다 배웠어. 하하하.."
" 삼위일체라는 말 들어봤지? 너도 이이랑 부부니까 우리가 삼위일체가 되는거야. 하하하..."
아내의 농담에 세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아내가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 사람들이 다 모이면 당신은 뭘 선보일거야? "
" 일단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하게 되면 그 사람들을 한번에 사로잡는 게 있어. "
" 그게 뭔데? "
" 오늘 저녁에 당장 만들어 주고싶지만 그렇게 되면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질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다음에 해줄께. "
혜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 그러니 더 궁금하다. 정력과 관계가 있는거야? "
" 응, 스테미너엔 최고니까. "
" 그럼, 장어잖아, 스테미너라면 장어밖에 더 있어? 맞지? "
" 응, 맞아. "
통화를 끝낸 아내가 수화기를 내리며,
" 혜미는 오늘밤 에 참고 그냥 잘테니 저녁에 당장 만들어 봐. 어떤건지 맛이나 봐야지. "
" 오늘 저녁에 당장? "
혜미가 토라진듯 돌아앉으며,
" 아, 나는 삐지고 싶다. "
" 응. 당장 만들어줘. 알았지? 만약에 안만들면 죽을 각오하고..."
" 이래저래 죽기는 마찬가진데 많이 만들어서 실컷 먹고나 죽어요. 그러면 때깔도 좋잖아. "
" 하하하.."
" 그럼, 또 장보러 가야하잖아. "
혜미가 일어나며서,
" 나하고 같이 가요. "
" 그래, 우린 장이나 보고 올께. "
혜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 그게 그렇게 좋아? "
" 나는 평소에 자주 먹어서인지 그렇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효과를 전혀 안본다고는 할 수가 없지. "
" 당신이 평소에 즐겨먹고 그런거라면 내가 확실히 인정할께요. 하지만, 밤새 기다리게 하지는 말아요. "
" 뭐? 이래서 오늘은 안된다니까. "
" 그래서 싫다는 거야? "
혜미가 웃으며 옆구리를 꼬집는다.
" 이 말 하려고 따라온거지? "
" 치...눈치는 빨라가지고, 근데..뭘 사러가는거야? "
" 살 게 없어. 집에 다 있잖아. "
" 살 필요도 없는데 그럼 왜 나왔어? "
" 당신이 나한테 할 말이 있을 것 같아 일부러 불러내려고 그런거야. "
" 내가 안 나오면 어떡하려고? "
" 안나왔으면 눈짓으로라도 불러내려고 했지. "
혜미가 안기듯 팔짱을 낀다. 정재와 혜미가 가게로 들어서니 아내가 두어사람의 손님과 얘길 나누고 있었다.
얼마전 혜미의 노래방을 인수받은 박사장의 부인과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미경라는 여자이다.
" 안녕하세요. "
" 언제 오셨어요? "
" 이번 모임때 함께 참석하실 분들이야. "
" 이렇게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이정재입니다. 제 아내로부터 말씀을 들으셨겠지만, 취미로 하는 요리이다 보니 별로 잘하지는 못해도 서로가 알고 있는 요리법이나 정보를 함께 나누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모임이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원하면 금방 지쳐버리니까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날짜를 정해서 차근차근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참...이쪽도 소개를 해드려야지. 이쪽도 저의 아내인데 둘째 부인입니다. "
혜미를 소개하자 혜미가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했다. 박사장 부인은 이미 알고있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혜미에게 눈웃음을 지었고, 옷가게를 하는 박현자는 농담이 아니냐는듯한 표정으로 정재를 혜미를 번갈아 본다. 아내가 나서며 사실이라고 얘길하자 그제서야 믿는듯한 표정이다.
정재의 소개가 끝나자 노래방 박사장의 부인이 소개를 하였고, 옷 가게를 운영하는 최미경도 자신을 소개했다. 최미경과 정재는 나이가 같은 동갑이었다.
" 저는 이 동네에 온진 얼마되지 않았고요, 가게를 꾸려나가다보니 요리를 할 시간도 없고 배울 기회도 없어서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어요. 좀 전에 언니가 전화를 했을때 신랑이 옆에 있었는데요, 요리를 하는 동네 모임이라고 했더니 어서 가보라고 해서 이렇게 달려왔어요.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많은 새내기이니 잘 좀 부탁드릴께요. "
" 저도 요리라면 특별한 몇가지 밖에 몰라요. 주로 스테미너에 관련된 것 뿐이라서..."
박사장 부인의 눈에선 빛이 날 정도로 관심이 많은 듯한 눈치였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아무래도 그쪽 방면으론 남다른 관심을 갖고있는게 분명했다.
" 첫 모임은 언제로 정할까요? "
" 말 나온 김에 내일 당장 갖기로해요. 내일 좀 일찍 만나서 얘기도 더하고 요리도 하면 좋을듯싶네요. "
박사장 부인의 제안에 다들 찬성했다.
" 그럼, 일단 내일 재료는 제가 준비를 할테니 몸만 오시면 되고요, 저희집이 저기에 보이는 저 아파틉니다. 1705호. 전화 번호는 다 아시죠? "
그러면서 자신의 명함을 끄내어 나누어 준다.
" 가지고 계시다가 못찾으시겠으면 전화를 하세요. 제가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9시부터 10시 사이에 오시면 되니까 10시까지 모이기로 하죠. 어때요? "
" 좋습니다. 그럼, 내일 뵙도록할께요. "
여자들이 나가자 혜미가 식탁을 치우며 말한다.
" 왜 언니를 소개할땐 당연하다는듯 가만히 있다가 나만 소개를 하면 다들 놀라지? "
" 하하하...그건 지극히 당연한 거 아닌가? 당신은 둘째니까..."
아내도 우습다는 듯,
" 하하하...첨엔 둘째라는 말에 농담으로 들었다가도 혜미 널 보고 웃는게 아니라 이이를 보고 웃는거야. "
" 왜? "
" 얼마나 대단한 정력가일까 싶어서 그런거지. 이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 있고말야."
" 그런 거였어? 난또..."
" 선영이는? 선영이에게도 물어보고 하겠다면 끼워주자. "
" 선영이한테는 혜미가 전화하면 되겠다. 근데...재료는? 재료를 사러 간다면서 그냥 온거야? "
" 응, 시장에 가서 생각을 하보니 집에 다 있는거라 살 필요가 없었어. "
아내가 정재를 보며 의미있는 눈웃음을 짓는다.
" 오늘밤에 특별한 걸 한다니까 둘이서 그새 나가서 약속을 잡고 온거야? "
" 아,아냐..그런건...당신 괜히 넘겨짚기 하지마. "
" 그럴까? 내가 괜히 넘겨짚기하는 거라구? 혜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해? "
" 맞아, 언니! 이따가 먹어보고 정말 좋다싶으면 내가 잠안자고 기다리기로 했어. 뻔히 들통날 거짓말로 언니 맘 상하게 하고싶지 않아. 미안해, 언니! "
" 내가 기분이 나쁜건 눈치만 봐도 다 아는데 이이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야. "
" 그렇다고해서 내 입장에선 사실 그대로 말을 하기도 난처한 질문이었잖아. 안그래? 비록 혜미가 기다리기로 했고 당신이 알 때 알더라도 두 눈을 꼭 감고 거짓말을 하는 수 밖에. "
" 알았어, 나쁜 뜻으로 한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한번은 용서해줄께. 하지만, 기다리지 않는게 좋을거야. 혹시라도 모르지, 별 효과가 없으면 너한테로 보낼지도..그러니 효과가 없길 기대하면서 한가닥 희망이라도 품어보던지"
아내가 정재와 혜미를 번갈아보며 얘길하자, 혜미는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 나 때문에 화났어? "
" 아냐, 어닌한테 화낼게 뭐있어? "
그러면서 정재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낸다. 혜미의 따가운 시선에 딴청을 부리던 정재가 혜미의 두 손을 잡으며 달래어 본다.
" 미안해. "
아내가 치킨이 든 봉투를 내밀자 정재는 얼른 밖으로 나간다. 정재가 배달을 갔다오니 아내와 혜미는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
정재는 아내와 혜미의 어깨를 주무른다.
" 추어탕은? "
" 응, 냉장고에 넣어뒀어. 저녁때 와보니 식었길래 상하지 말라고 냉장고에 넣어뒀어. "
" 그거 지금 만들 수 있지? 얼마나 걸려? "
" 30분쯤? 당신이랑 혜미가 씻고 와서 옷 갈아 입을 때쯤이면 다될거야. "
" 어서 만들어줘. "
정재는 베란다로 가서 인삼과 황기, 감초와 대추를 끄내어 씻었다. 그리곤 저녁때 냉장실로 넣어둔 장어를 끄내어 3개의 뚝배기에다 골고루 넣고 참기름을 끼얹었다. 이어서 인삼과 황기, 대추와 감초, 적당량의 깐마늘을 넣어 물을 붓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아내와 혜미가 씻고 화장을 하고 있을 때 다 되었다며 정재가 불렀다.
" 벌써 다 됐어? 30분도 안걸리네. 제대로 우러나기나 한거야? "
" 일단 먹어보고 얘기해. 나도 어떻는지 궁금하니까. "
아내가 먼저 떠먹어본다. 국물이 뜨거웠지만 맛을 보니 진하고 고소한 게 아주 맘에 들었다. 혜미는 정재처럼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무슨 말이 나올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 먹어보니 확실히 틀려. 이건 이름이 뭐야? 뭐라고 부르는거야? "
" 응, 장삼탕이야. 장어하고 인삼이 들어간다고 해서 장삼탕이라고 불러. "
" 정말 맛있다.혜미야! 넌 오늘 혼자서 자야겠다. 하하하..."
" 괜찮아, 난 어차피 제대로 못잘테니 밤새 옆에서 방해해야지. 크크.. "
" 참, 선영인 뭐래? "
" 전화하니까 아침에 일찍 오겠다던데. "
" 일찍 올 필요있나? "
" 또 신랑 출근할 때 신랑차로 편하게 오려고 하겠지 뭐, "
" 하긴. 걸어서 오려면 조금 멀긴 하지. "
" 더 먹을 수 있음 얼른 또 해줄께. "
" 우린 배도 부르고 됐으니 당신이나 든든히 먹어둬요. "
아내와 혜미가 큰 소리로 웃는다. 혜미가 일어서며 정재의 등을 떠민다.
" 설겆인 내가 할테니 당신은 어서 씻고 와요. "
욕조에 들어가 앉으니 정신이 맑아지며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무척 피곤했던 하루라고 생각했었는데 욕조 속에 앉아있으려니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이다.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혜미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서있었다.
" 피곤할텐데 들어가지 않고..."
수건으로 정재의 몸을 정성스레 닦아주며,
" 이렇게라도 해야 당신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잖아. "
" 고마워, 잊지 말고 꼭 오라는 뜻으로 들리긴 하지만...하하하.."
" 치..."
혜미를 안으며 가볍게 입맞춘다.
" 피곤하면 자도록해. 나중에 깨울께. "
" 응, 못오면 오지않아도 돼요. "
" 꼭 갈께. "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있었다.
" 당신이 이불 펴놨어? "
" 아니, 내가 깔려고 하니까 혜미가 깔아주고 갔어. 혜민? "
" 방으로 갔어. "
불을 끄고 누우며,
" 장삼탕 괜찮지? "
" 보기보단 국물이 진한게 정말 맛있고 좋았어. 어느 정도인지 효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 그럼, 지금부터 효과를 한번 볼까? "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 잠결에 계속해서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가 끊임없이 귓 속을 파고 들었지만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재는 팔이 저려옴을 느끼며 혜미의 머리에서 팔을 빼며 배개를 받혀주었다. 얼른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아무리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려는 선영이 있었다.
"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나오길래 넘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갈려고 했지.."
" 미안, 넘 피곤해서 잠결에 벨 소리를 듣긴 들었지만 이제서야 겨우 일어났어. "
" 너무 일찍 찾아와서 잠도 못자게 방해를 해서 미안해. "
" 아냐, 어차피 나도 일어날 시간이었는걸, 깨워줘서 내가 더 고맙지..자, 어서 들어가자. "
" 언니들은? "
" 응, 꿈나라로 가 있어. "
" 잠시만 기다려, 얼른 씻고 아침 차려줄께. "
" 아냐, 내가 차릴께. 매번 오빠가 차려주는걸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해서..."
정재는 추어탕을 올려놓고 불을 켰다, 그리곤 욕실로 가서 씻고 나온다. 어느새 선영이 식탁을 차려놓았다.
" 신랑이 장어 추어탕은 처음 먹는거라면서 정말 맛있대, 오빠 덕분에 잘 먹었다고..."
" 내가 만든거라고 얘기했어? "
" 응..그래도 맛있게 잘 먹고..."
선영이 얘길하다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다.
" 모처럼 행복한 밤이 되었으니 좋았겠다? "
" 아이, 오빤..."
" 신랑이 잘해주면 된거지.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다 잘될거야. 이젠 다 끓었으니 어서 먹자. "
" 두 사람이 온다면서? 몇시까지 오기로 한거야? "
" 응, 10시까지 오기로 했어. 9시에서 10 사이에 오라고 했는데 오는대로 시작하면 돼. "
" 혜미 언니가 안오면 후회할거라면서 꼭 오라고 한던데 뭘 만들거야? "
" 이따가 혜미가 일어나면 한번 물어봐, 오늘 선보일걸 밤에 먹고 잤는데, 어째 나보다도 두 사람이 더 못일어난다. "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선영이 잠시 생각하더니 감이 잡히는지,
" 오빠가 그 정도였어? 정말 대단하다. "
" 아니, 대단할 정도는 아니고...그렇다는 얘기지.."
" 평소에 특별히 몸 관리하는 비법이 있지? 나한테도 좀 알려줘. 울 신랑한테 가르쳐주게.."
" 없어, 그렇게 보였던 거지, 비법같은건 없어. 하지만, 신랑이랑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얘길해. 내가 들어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해줄테니까. "
" 알았어. 고마워. "
아침을 먹고 선영이와 둘이서 대충 청소를 하고 정리했다. 아내와 혜미가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나왔다.
" 선영이 왔어? "
" 응, 언니! 벌써와서 아침먹고 청소하고 있었다. "
" 잘했어. 우리 기다렸다가 같이 먹으려면 굶어죽기 딱 알앚거든. "
" 하하하..."
정재가 선영이에게 아침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곤 바쁘게 움직인다.
" 왠일이지? 그새 우리가 싫어졌나? 선영이에게 아침 준비를 다 시킬 때도 있고? "
" 손님이 온다니까 준비할 게 있어서 그런 모양이지. "
장삼탕에 대해서 얘길 하는 것인지 세 여자는 식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웠다. 궁금한 게 많은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선영이가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혜미와 선영이가 커피를 마시며 얘길하는 동안 정재는 아내와 둘이서 가게로 갔다. 아내가 튀김 기계의 온도를 높이며 주방 정리를 하는 동안 정재는 빗자루로 대충 쓸고 바닥을 닦았다. 바닥을 닦으며 고개를 돌리니 아내가 식탁을 닦는게 보였다. 얼른 빼앗으며 정재가 식탁을 닦는다.
" 이런 청소는 내가 다 할테니 당신은 하지마. "
" 아무나 하면 어때서? 내가 그렇게도 아까워? "
아내가 사랑스럽게 웃으며 얘길했다.
" 당신...손이 거칠어지면 안되잖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 치...그렇게 사랑하면서 혜미에게 달려가고 있어? "
" 그럼, 어떡해? 몸은 하나고 마누라는 둘인데..."
" 당신 몸이 걱정되서 그러는거지. 이젠 자제하고 관리를 할 때가 됐잖아. 어쩜 많이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 알았어. 이제부턴 당신 말만 들을께. "
" 어서 가봐요, 사람들 왔겠다. "
" 응, 바쁘면 전화하고...점심때 장삼탕 가지고 올께. "
정재가 아파트로 왔을땐 이미 다들 모여있었다.
" 제가 오시라고 해놓고선 이렇게 늦어 죄송합니다. "
" 아뇨, 아직 10시도 안됐는걸요. "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었다. 혜미가 냉커피를 타왔다. 식탁을 둘러보니 이미 커피잔이 비워져 있는걸로 봐선 정재가 가게로 도착할 때쯤 온 것 같았다. 혜미가 주는 냉커피를 받으며,
" 호박이라도 좀 끄내오지? 커피를 탔어? "
" 아참, 그러게...얼른 가지고 올께. "
" 아침에 오시니까 가게에 지장은 없으세요? "
" 아뇨, 어차피 노래방이야 오후 장사잖아요. "
" 저도 신랑이 가게 문을 열고 아르바이트 하는 아가씨가 있으니 괜찮아요. "
혜미가 호박 엑기스를 따서 컵에다 따른다.
" 무슨 호박이에요? "
" 예, 누런 호박을 가지고 엑기스 한거에요.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맛있고요,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빙수처럼 떠먹으도 아주 맛있답니다. "
" 정말...달콤하면서도 호박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게..이런 맛은 첨이에요. "
" 이렇게 좋은 걸 드시니까 마누라가 둘이라도 감당이 되는구나. "
" 하하하..."
박사장 부인의 농담에 다들 웃는다.
" 재료는 준비가 되었어요? 오늘 뭘 선보이실지 궁금하네요. "
" 예, 재료는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요리법도 간단하고요. 요즘처럼 더운 여름철에는 이거만큼 좋은건 없거든요. 일단 재료를 끄내올께요. "
정재는 인원 수대로 뚝배기를 끄내어 놓고 냉장고로 가서 준비해놓은 재료를 가지고 온다.
" 우선 뚝배기에다 참기름을 둘러세요. 1인분을 하는거니까 참기름은 이 정도가 알맞겠네요. 그리고 인삼이나 황기는 다 씻어놓은 거니까...달구어진 뚝배기에 참기름을 두르고 장어를 넣습니다. 그리고, 인상이랑 황기, 감초, 대추, 깐마늘을 넣고 물을 부은 다음에 끓이면 되거든요. 정말 간단하죠? 이렇게 끓이다가 국물이 넘칠 정도로 끓으면 중불로 약하게 해서 좀 더 끓이는거에요. "
" 별로 적을 것도 없군요. 무척 까다로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 하하하...처음부터 복잡하고 까다롭게 알려드리면 요리에 대해서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잖아요. "
" 그건 그래요, 좀 간단하고 쉬워야 재미도 있죠. "
" 지금 끓이고 있는 이것은 장삼탕이란 건데요. 장어랑 인삼이 들어갔다고 해서 장삼탕이라고 불러요. 더군다나 이건 그냥 탕이 아니라 스테미너엔 알아주는 거니까 알고들 계세요. "
" 스테미너요? "
" 하하하...스테미너란 말에 구미가 당기시는 모양이네요. 스테미너에 좋고 피부 미용에도 좋고, 여러가지로 좋은 음식이에요. 물론 사람들마다 체질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
" 체질에도 상관이 있는거야? 난 좋기만 하던데..."
" 어때요? 확실히 효과가 있나요? "
박사장 부인과 옷가게를 하는 미경이 혜미에게 집요하게 물어본다.
" 난 이거먹고 어제밤 한숨도 못잤어요. "
" 예에? 그 정도예요? "
" 이런 것도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는거지. 평소에 안먹다가 갑자기 먹는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효과를 볼 수가 있나요? "
" 맞는 말이에요. 꾸준히 먹어야죠. "
" 근데...작은 부인이 한잠도 못잤다고 그러면 큰 부인은 어땠을까요? "
" 어떻긴요..죽었다가 아침에 겨우 일어났죠. "
" 하하하..."
혜미의 말에 다들 우스워죽겠다고 배를 잡는다. 여자들의 수다 소리에 뚝배기의 뚜껑도 덩달아 덜썩이는 것 같았다.
" 이젠 다 되었군요. 어서들 맛보세요. "
" 캬..정말 맛있네요. 보기보단 국물이 진하고 아주 좋네요. 이런 재료는 시장에 가면 다 팔죠? "
" 예, 재료도 간단해서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가 있으니 별 어려움을 없을거에요. 시장에 가보시고 비싸다싶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구해드릴 수가 있으니까요. "
" 아..그럼 되겠네요. "
정재가 미리 준비해둔 봉투를 담아와서 하나씩 나눠준다.
" 이건 간편하게 물만 부어서 할 수 있도록 제가 진공 포장을 했어요. 방금 만든 것은 다 드시고, 하나씩 가지고 가셔서 맛을 보여보세요. "
"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어요, 참, 부지런도 하시다..."
옷 가게 미경이 묻는다.
" 이렇게 준비할려면 얼마가 들어요? "
" 예, 만오천원정도 정도 합니다. 시장에 가시면 이보다 더 쌀 수도 있습니다. 인삼은 제가 금산에 한번 갔다오면 한보따리씩 사오거든요. 그리고 황기는 제가 직접 산에가서 캐어 오지만, 감초는.. 요즘 국내산이 잘 없는데 약초를 채집하는 약초꾼들에게 부탁을 해서 사고요, 대추나 마늘은 금산엘 왔다갔다 하면서 구입하거나 황기를 캘때 시골에서 사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시장보다는 좀 비쌀 수도 있다는 거에요. "
" 아...확실히 믿을 수 있는 거네요. "
" 제가 낚시를 좋아해서 붕어나 잉어 같은 것도 많이 잡아오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족 동반으로 낚시를 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
낚시라는 말에 옷가게 미경이가,
"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꼭 가요, 낚시...우리 신랑도 낚시를 좋아하거든요. "
" 오늘 이건 만오천원씩 내고 가져가야겠네요? "
" 아뇨, 제가 드리는 거니까, 그냥 가지고 가세요. 가져가셔서 남편분들께 만들어 주시고 또 해달라고 하면 그때는 사가시면 되거든요."
" 정말 모임을 시작하길 잘했어요. 다음엔 모임 이름도 지어요. "
" 그게 좋겠어요. 다음 모임은 언제로 할까요? 그리고, 다음엔 뭘 요리할지도 정하죠? "
" 뭐가 좋겠어요? 어제 먹은 장어 추어탕은 어떨까요? 어제 언니네 가게에서 조금 맛봤는데 좋더라구요. "
옷 가게 미경의 제안에 다들 찬성한다.
" 재료는 어떡해요? 우린 잘 모르니 차라리 재료도 여기서 준비해주세요. 우린 각자 드는만큼 재료비를 댈테니까요. "
" 그게 좋겠군요. 그렇게 해요. "
" 그럼, 다음엔 장어 추어탕을 하는걸로 알고 우린 일어나죠? "
박사장 부인이 일어나 가자는 걸 정재가 기다리라고한다.
" 어차피 저도 가게로 나가봐야 하니까 같이 나가시죠. 금방 나갈거거든요. "
정재는 금방 먹은 그릇들을 치우고 아내를 위해 끓여놓은 장삼탕을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포장했다.
" 선영이도 지금 집에가면 뭐해? 우리랑 가게에서 놀다가 저녁에 가도 되잖아? "
" 응, 그럴까? 그럼..."
다들 가게 앞에서 내렸다. 박사장 부인과 옷가게 미경은 얼른 가서 남편들에게 장삼탕을 끓여줘야한다며 가고, 혜미와 선영일 데리고 가게로 들어갔다.
" 이제 와요? "
" 베고프지? 여기 끓여 왔어. "
아내가 점심을 먹는 동안 정재는 아내의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며 계속 안마를 해줬다. 혜미는 선영과 함께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대며 웃었다.
" 언닌 피곤하지 않아? "
" 아니, 별로..왜? "
" 난, 몇시간 자지도 못했잖아, 하하하..."
그렇게 말해놓고 쑥스러운지 웃어버린다.
" 니가 잠을 못잤다면 이이는? "
" 난, 괜찮아, 그래도 한시간 정돈 잤으니까 견딜만해. "
" 그럼, 나 때문에 못 잔거네. 미안해서 어쩌지? "
자신 때문에 잠을 설치게 한 것 같아 선영은 미안해한다.
" 괜찮다니까, 신경 쓰지마. "
" 기운이 없을텐데 어떻게 일어났어요? "
혜미가 장난섞인 투로 말하자,
" 아침에 선영이랑 밥 먹다말고 당신 자는데 뛰어 들어가고 싶어서 혼났어. 겨우 참았어. "
" 그럼, 날 깨우지 그랬어요? "
" 앞으론 정말 자제해야겠어.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쳐들어서 큰일이야. 이러다 선영이랑 단 둘이 있을 때 고개를 쳐들면 어떡하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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