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6/10/29, 조회 : 1997
제목  
 < 낙원을 꿈꾸며 > - 2. 선영

" 언니도 아저씰 믿기 때문에 허락한거구, 나도 언닐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거야. 언니...절대로 언니를 실망시키지 않을 께. "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
" 앞으로 언니한테 정말 잘 할거야. "
" 아까 보니 냉동실에 메기가 있던데, 내일 아침엔 내가 메기 매운탕을 끓여줄께."
" 아저씬 정말 못하는 게 없어, 기대할께요. "
" 이젠 그만 자자. "
" 응, 여긴 내가 치울테니 아저씬 어서 언니랑 들어가서 꼭 껴안고 주무셔. "
" 아냐, 내가 치울께, 혜미도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쉬도록 해. "
" 아니..나야 자면 그만이지만, 아저씬 지금부터 할 일이 또 있잖아. "
" 괜찮아, 내가..."
" 됐어...여긴 혜미한테 맡기고 아저씬 어서 들어가요. "
" 그래도..."
혜미가 얼른 정재에게 달려들어 입술에 입을 맞춘다.
" 이래도 안 갈거야? "
" 허허..알았어. "
" 그럼, 대충 치워놓고 잠이 안오면 앨범이라도 보다가 자도록해. "
" 응, 그래도 잠이 안오면... 아저씨가 언니랑 잘 되어 가는지 구경하러 갈거야. "
" 하하하..."
" 농담 아냐. "
" 그래..."
아내는 세수를 하고 나왔다.
" 혜미가 잠이 안오면 우리가 어떡하는지 구경하러 온다는데..."
" 어서 양치질이라도 하고 오세요. "
" 알았어, 샤워 금방하고 올께. "
정재는 좀 전의 일이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아무리 혜미와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한 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도 그렇지만, 아내가 너무나 이해를 잘 해준다는 점에 마음이 걸렸다.
씻고 나오니 아내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정재가 얼른 이부자리를 폈다.
" 아직 멀었어? "
" 아뇨, 다 됐어요. "
돌아앉는 아내를 이불 속으로 당기며 끌었다. 아내는 말없이 정재가 이끄는대로 들어온다.
" 저기..."
" 왜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 "
" 당신...나한테 화나면 날 때려, 다 맞을 께, 속으로 끓이지 말고 무슨 말이든 내뱉고 싶으면 다 하고 그래. "
" 당신은 혜미랑 한 집에서 살게 됐으니까 좋잖아요. "
" 당신이 싫으면 언제든..."
" 됐어요, 한번 결정한 일을 바꾸고 싶지도 않아요. "
" 여보..."
' 한가지만 물어 볼께요. "
" 응...? "
" 당신 지금까지 어디 가서 나 몰래 크게 실수를 하거나 날 속인 적 있어요? "
" 아니, 그런 적...한번도 없는 것 같은데..."
" 그럼, 됐잖아요, 당신은 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나도 당신이 뭘하든 당신만을 믿고 싶어요, 그게 다에요. "
" 정말 고마워, 당신한텐 여러가지로 면목도 없고..."
" 그런 말... 하지 말아요. "
" 혜미든 누구든 만약에 같이 자게 될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한테 꼭 얘길할께. "
" 됐어요, 그런 말...그만해요. "
" 응...알았어.."
비록 통닭집을 운영하면서 생닭을 자르느라 손에 굳은 살이 박히긴 했어도 정재의 아내는 여전히 예쁘고 날씬해서 아직 이십대 후반의 피부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꺼진 방안이지만 도로 쪽의 밝은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어 비쳐서인지 방안이 환했다. 아내의 뽀얀 살결이 더욱 눈부시게 느껴진다.
한바탕 심한 폭풍우가 지나간듯 격렬했던 짜릿한 순간이 지나자 정재는 아내를 위해 또 다시 기운을 회복하고 있었다. 좀 전에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며 전신을 파르르 떨던 아내...아내를 위해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아내를 끌어 안았다.
" 사랑해...."
아내의 헝컬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열려진 문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걸 보았다. 혜미였다. 언제부터 보고있었는지 정재도 알 수가 없었지만,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재는 정성스럽게 애무했다. 어둠 속에서 혜미의 거친 숨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눈을 뜨니 해가 중천에 걸려있다. 몸이 피곤하지도 않고 개운하다. 아내를 보니 아직도 달콤한 꿈 속에서 행복을 만끽하는지 잠자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좀 더 자도록 놔두었다. 살며시 이마에 입술을 맞추곤 얇은 이불을 끌어다 덮어 주었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혜미가 벌써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 놓았다.
" 이제 일어났어요? "
" 응, 혜미도 잘잤어? "
" 치...밤새 한잠도 안자고 그러는데 어떻게 잠이와? "
" 그럼, 한잠도 안잤다는거야? "
" 응..."
" 아침은 내가 하기로 했잖아. "
" 이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한다고? 기다리다가 허기 지겠다. "
" 하하하..."
" 오늘은 혜미가 차려놓은 아침을 먹어요. "
" 그래, 어서 먹자, 맛있겠다. "
" 아침 먹고 뭘 할거야? "
" 응, 일단 나하고 같이 나가자. "
" 어디로? "
" 혜미 아파트랑 가게도 내어놓고 갈아입을 옷도 좀 챙겨와야지. "
" 참내...말 나온지 하루도 안 지나서 옷을 챙겨오자구? "
" 왜? 싫어? "
" 아니...좋아, 넘 좋아..."
정재가 설겆이를 하는 동안에 혜미는 정재가 초안을 잡아준 걸 컴퓨터 프린터로 뽑고 있었다.
" 다 했어? "
" 응 "
" 그럼, 가자. "
혜미와 함께 부동산 중개소로 갔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써는 정재와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얼른 내어놓아야 한다는 중개소 사람과의 설전을 지켜보며 혜미는 소리없이 웃었다.
" 잘 될 것 같아? "
" 모르겠어. "
" 가게에 가서 보고 쓸만한 건 언니 가게로 가지고 가서 쓰지? "
" 아니, 다 놔둬야 비품값을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어. "
" 아..."
" 가게엔 왜 갈려구? "
" 이걸 붙이고 와야지. "
정재는 혜미가 프린터로 뽑은 A4 용지를 들어 보인다. 혜미는 알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가게에 갔다가 어디로 갈거야? "
" 그냥...나만 따라오면 돼. "
" 알았어. "
혜미의 아파트로 갔다. 혜미의 앞집에 사는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혜미를 보고 웃으며 인사한다.
" 오랫만이네요. "
" 네, 안녕하세요. "
" 근데...누구세요? "
여자는 혜미에게 다가오더니 조용히 묻는다.
" 울 신랑이에요. "
혜미도 귀속말로 소리내어 대답했다. 정재에게 들어라고 일부러 그런 것이다. 세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 안녕하세요. "
정재가 웃으며 인사를 하자 앞집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안한듯 얼른 들어가 버린다.
" 이 많은 살림을 다 어떡하지? "
" 일단 오늘은 옷가지만 대충 챙겨가고 나중에 언니하고 같이 와서 얘기하자. "
" 응, 그러는 게 좋겠어. "
" 아파트 주인에겐 얘기했어? "
" 응, 아침에 전화로 얘기해놨어. "
" 뭐래? "
" 새로 이사오는 세입자가 없으면 돈이라도 내어주기로 했어, 아주 급하다고 했거든. "
" 잘 했어. "
혜미의 시선이 자꾸만 침대로 간다.
" 왜? 침대를 버리려고 생각하니 아까워서 그래? "
" 아니, 버리긴...가지고 갈거야. "
" 그럼...? "
" 아냐, 아무 것도..."
"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말자. "
" 아이 참...쓸데없는 생각이라니? "
" 오늘은 바쁘단 말야, 어서 서둘러..."
" 후...이 집에 이사와서 한번도 침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침대가 불쌍해서 그래. "
" 가자..."
" 아니, 좀 더 있다가..."
" 더 있으면 안되겠다, 어서 가자. "
" 피...그럼, 한번만 안아줘..."
정재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혜미를 안았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안으며 뒹굴었다.
" 이젠 갈까? "
" 어제밤...다 봤어. "
" 알아. "
" 혜미가 보고있는 걸 알면서 어쩜 그럴 수가 있어? "
" 나도 어쩔 수가 없었잖아. "
" 아저씨..."
" 응? "
" 많이 생각해 봤는데...우리...언니한테 잘하자. "
" 그래..."
" 참, 이사짐은 언제 옮겨? "
" 나중에 좋은 날을 잡아서 그때 옮기자. "
" 어디가서 날을 잡아? "
" 내가 볼 줄도 아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마. "
"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도대체 할 줄 모르는 게 뭐야? 다른 사람들은 굶어 죽겠다. "
" 하하하..."
집으로 돌아오니 그의 아내는 샤워를 했는지 아직도 젖어있는 머리를 닦고 있었다.
" 이리줘. "
" 아내는 말없이 수건을 주었고, 정재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수건에 감싼채로 꼭 꼭 누르며 정성스레 닦았다. "
" 언니! 아저씨가 매일 이렇게 해줘? "
" 응..."
" 좋겠다. "
젖은 수건을 내어놓고 빗을 들고보니 아내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번엔 아내의 머리를 빗겼다.
" 두 사람...뭐야? 뭐하는 거야? "
" 왜? "
" 닭살이 돋아서 도저히 못봐주겠네..."
" 좀 기다려봐, 좀 있음 이이가 발도 씻어주거든. "
" 정말? 아저씨! 정말이야? "
" 허허허..."
정재는 웃기만 했다.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서 들고와 아내의 발을 씻기고 닦으며,
" 좀 전에 혜미랑 부동산에 갔다가 노래방하고 아파트에 다녀왔어. "
" 내 놨어요? "
" 응...오는 길에 혜미가 갈아입을 옷가지 좀 챙갸오고..."
" 잘 했어요. "
" 언제 날을 잡아서 이삿짐을 옮겨와야 하는데, 가게엔 그냥 놔둬도 되지만, 혜미 아파트엔 당신하고 같이 가서 봐야겠던데..."
" 마저, 살림이 많아서 언니가 정리를 해줘야겠어. "
" 그럼, 지금 밥먹고 나가면서 들리지 뭐. "
" 응. "
세사람은 혜미의 아파트로 갔다.
" 정말 많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가고 나머지는 쓸려는 사람이 있음 줘버리도록해. "
" 전부 아끼는 건데..."
" 그럼, 비좁은 방안에서 머리에 이고 앉아있던가..."
" 하하하..."
혜미의 방으로 들어서자 침대를 꼭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며 혜미가 떼를 쓴다.
" 어차피 작은 방이 비었으니 그기에 들이면 되겠네. "
" 언니! 이 침대가 어떤 침댄지 알아? "
" ..... "
" 아까 아저씨랑 왔을때 이 아파트에 이사와서 이사를 나갈 때까지 한번도 침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침대가 불쌍하다고 했거든. "
" 그랬더니 아저씬 반응도 없는거야, 내가 아무리 유혹을 해도 안돼, 혹시...아저씨... 문제있는 거 아냐? "
" 그런 말 하지만, 그럼, 우리가 밤새 쇼라도 한거야? "
" 응? 무슨 말이야? "
"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려니까...아예 문을 활짝 열어놓고 보더니만..."
" 언니도 알고 있었어? "
" 참내...옆에서 지켜보는 니 숨소리가 나보다도 더 크더라. "
" 미안해, 언니..."
" 괜찮아, 이미 지난 일인데 뭐..."
아내의 가게로 가면서 은행 앞에 차를 세워두고 정재가 내리더니 얼른 뛰어갔다 온다.
" 뭐하고 왔어? "
작업복 쟈크를 열고 얼른 통장을 숨긴다.
" 응...아무 것도 아냐. "
" 치...언니 몰래 비상금이라도 빼돌리고 온 거 아냐? "
" 크...귀신이네, 들켜버렸다..."
" 내가 누구야? 귀신 잡는 해병 아니...암튼, 나를 보면 귀신도 울고 가잖아. "
" 뭐? 퍽이라서? 흐흐흐 "
" 뭐야? 치..."
" 얼마 빼돌리고 왔어? "
" 나중에 알게돼, "
" 우와...말을 못하는 걸 보니 많이 빼돌린 모양이다. "
혜미는 탁자를 닦고 정재는 가게 안밖을 쓸고 닦았다. 아내가 튀김 솥의 온도를 맞추어 올리며,
" 셋이서 청소하니까 금방해서 좋다. "
" 마저..."
혜미가 달력을 보더니,
" 언니! 이게 뭐야?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가 그려져있네..."
아내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 아이, 궁금해...어서 말해봐. "
" 혜미야! 우린 잠깐 나갔다 오자. "
" 어딜...? "
" 그냥 바람이나 쐬러 가자. "
" 피..."
혜미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 어딜 가려고? "
" 있잖아...오늘이 언니 생일이야. "
" 아...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근데 달력에다 표시는 누가 해놓은 거야? "
" 그냥, 내가 해놓았지. "
" 혜미도 생일이 있는데..."
" 혜미는 생일이 될려면 아직 멀었잖아. "
" 알긴 아는거야? "
" 당근이지. "
" 뭐? 정말...? 언젠데? "
정재는 말없이 들고다니는 바인드를 혜미에게 건네 주었다.
" 뭐야? "
" 잘봐. "
" 뭘? "
" 잘봐...여기 있잖아. "
" 와...내 생일도 기억하고 있었네, 잊어버릴까봐 이렇게 표시까지 다해놓고..."
" 잘 생각해봐, 작년에 누가 생일을 챙겨주었는지..."
" 역시...울 신랑다워..."
" 하하하..."
" 언니한테 뭘 선물하려구? "
" 모르겠어, 그래서 혜미랑 같이 나온 거잖아. "
" 뭐가 좋을 까? "

정재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땀을 흘리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내를 위해 저녁 준비를 하는 것이다.
" 이제 다 됐어? "
" 응, 다 됐어, 이젠 언니 오기 전에 얼른 씻어야겠다. "
" 내가 등 씻어줄께, 괜찮지? "
" 응 "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혜미가 소리친다.
" 아저씨! 언니 요 밑에 왔어. "
" 그래? "
" 지금쯤 엘리베이트 탔을거야. "
" 어서 서두르자. "
잠시후 현관 문이 열리고 정재의 아내가 안으로 들어선다. 현관 안쪽엔 불이 켜져 있어서 훤하지만, 거실쪽엔 커텐만 드리워져 있었다. 순간, 커텐이 확 젖혀졌다.
" 생일 축하합니다....."
보이지 않는 혜미의 생일 축하송이 들려오고 어느새 정재는 그녀의 앞에서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거실쪽으로 이끈다. 세 사람은 샴페인을 마시며 즐겁게 케이크를 먹었다.
" 언니! 이거 받아..."
" 뭔데? "
" 선물이야, 크크크.."
포장을 뜯어보니 속이 훤히 다 비칠 것만 같은 여러장의 얇은 망사 팬티와 브래지어가 들어있다.
" 아니..."
" 오늘 언니 생일이잖아, 아저씨한테 요일별로 사랑 많이 받으라고 팬티도 일곱개 골랐다. "
" 얘는...그러다 제 명에 못살면 어떡해? 가끔은 쉬는 날도 있어야지. "
아내의 말에 혜미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깔깔거린다.
" 여보...내 것도 받아..."
" 당신도 있어요? 뭘까? "
" 아니, 이런 걸 어떻게 입으라고 주는거야? "
" 왜? 좋은데..."
" 응, 이거 고르느라 아저씨 오늘 진땀 뺐다. ㅋㅋㅋ"
" 나하고 같이 갔으니 망정이지 아님, 지금쯤 변태로 몰려 혼쭐이 나고 있을런지도 몰라.."
" 평소에 혜미가 즐겨입길래 당신도 입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 알았어요, 당신이 입으라고 주는 거니까...고마워요. "
" 그리고..."
" ..... "
" 이거도 받아줘. "
" 뭐에요? 그게...? "
" 당신을 만나고서 지금까지 모아둔 거야. 당신 주려고..."
" 싫어요. "
" 언니! 얼마나 들었는지 한번 보자. "
아내는 통장을 펼쳤다, 조용히 통장을 보던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왜 그래? 언니! 빈 통장이야? "
혜미가 통장을 빼앗아서 펼쳐본다.
" 우웰...정말...많다..."
" 당신도 잘 알다시피 나쁜 짓 해서 모은 건 절대로 아니고...당신이 지금껏 날 믿어줬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어. "
" 여보, 고마워요..."
" 고맙긴...오히려 내가 고맙지.."
" 하지만, 안받을래요. "
" 왜? "
" 당신도 내가 주는 통장을 안 받았잖아요. "
" 오늘은 당신 생일 날이니 아무소리 말고 받아줘, 부탁이야. "
" 참내...받도록 만드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
" 아저씨..."
" 응...? "
" 이거 말고 비상금 통장 하나 더 있지? 어서 고백해. "
' 솔직히...있어. "
" 와.."
" 그건 안 보여줘? "
" 하나 남은 거 마저 내어놓으면 이 담에 혜미 생일땐 뭘로 준비해? "
" 아... 내 생일도 챙겨줄려고? 역시 아저씨 최고다. "
혜미는 정재의 목을 힘껏 끌어안으며 볼에다 입맞춘다.
" 이젠 저녁 먹어야지. "
한참 맛있게 먹다가,
" 고기가 왜 이리 질겨? "
" 응? 난, 안 질긴데..."
" 자꾸만 이 사이에 끼이잖아. "
그러면서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무언가를 빼내는 시늉을 한다. 아내와 혜미는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정재는 억지로 빼어내려는 듯 힘껏 잡아당기듯 손가락을 빼면서 아내의 앞으로 내민다.
정재의 손 끝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반지다.
" 손 내밀어봐. "
" 예? "
" 이야..딱 맞는데, 그래도 하늘이 가진 게 없는 날 어여삐 생각해서 돕는구나. "
" 치..근데...하루종일 아저씨랑 같이 있었는데도 난 몰랐어, 그거...언제 준비한거야? "
" 허허허..."
아내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요리조리 살펴본다.
"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은 형편이..."
" 아뇨, 세상에서 제일 값진 선물인걸요, 정말 고마워요. "
" 오늘은 언니가 계속 감동을 먹는 날이네. "
" 여보..."
" 예? "
" 부탁이 있는데...목이 말라서 그러니 냉동실에 가서 얼음물 좀 끄내주겠어? "
혜미가 가겠다는 걸 말렸다.
" 알았어요. "
아내는 냉장고로 가서 냉동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빨간 장미꽃다발이 눈에 띈다.
" 이건 뭐에요? "
" 응, 그걸 가지고 오면 돼. "
정재는 장미꽃 다발을 받아 쥐고서 그 속에서 누런 금목걸이를 끄낸다.
" 내가 술,담배를 안하다 보니 매일 술,담배를 하는셈치고 그 돈으로 조금씩 저축을 해서 준비한거야. "
" 우와...정말 대단하다. 아니, 멋쟁이라고나 할까? "
" 오늘밤 혜미와 내가 준비한 걸 입고 있는 모습이 보고싶은데, 가능할까? "
" 언니! 지금 당장 갈아입고 와요. "
" 아냐, 이따가 씻고..."
" 그래, 나중에 보면되지..."
" 근데, 돈 많이 들었겠다. "
" 아냐, 그렇게 많이 들진 않았어. "
" 거짓말..."
" 아니래도 그러네. "
" 이이는 나하고 약속한 게 있어서 무리해서 많이 쓰지는 않아. "
" 얼마나 들었어? "
" 허허...알면 재미없어. "
" 그래도 알고 싶은데...다음에 내 생일때는 같이 나가서 골라야지. "
" 적게 들여서 큰 감동을 얻어냈으면 됐지, 돈만 많이 쓴다고 해서 안생기는 감동이 생길리는 없잖아. "
" 그건 그래, 아참...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 뭐..? "
" 아저씨가 언니 만나서 지금까지 모은 거라며 통장을 줬잖아? "
" 응... 그게 왜? "
" 그럼...아저씨가 지금까지 생활비를 전혀 안줬다는 말이 되잖아. "
" 하하하...난또..무슨 말을 한다고..."
" 첨부터 생활비도 없이 어떻게 살았겠어? 아까도 말했지만 나하고 의논이 다 된거야. "
" 내 맘대로 일을 벌이진 않거든. "
" 무슨 의논? "
" 첨엔 버는대로 나한테 다 갖다줬어, 나중에 내가 통장을 별도로 관리하라고 얘길해서 그렇게 된거고..."
" 그럼, 아저씨가 딴 주머니를 차도 모르겠네? "
" 다 아는 수가 있지."
" 어떻게? "
" 얘는...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말래두 그러네...알았어, 얘기해줄께"
" 이이가 돈을 벌고 쓰는 것을 하나하나 알려면 가게부를 보면 돼. "
" 가게부? 그건 언니가 쓰고 있잖아. "
" 내가 쓰는 건 전체적인 것이고...이이가 별도로 관리해서 나한테 보고하는 게 있어. "
" 보고? 정말...? "
" 정말이라니까...일년동안 어디에다 쓸 것인지 그런 것도 적어놨으니 보면 재미있다. "
" 나도 나중에 보여줘. "
" 가만히 있다보면 자연히 알게 돼. "
" 아저씨..."
" 으응..? "
혜미가 일어서며,
" 내가 이부자리를 펴놓을테니 두 분은 어서 샤워하고 와요. "
" 벌써? "
" 응, 오늘은 언니 생일인데 일찍 쉬어야지. "
혜미가 정재와 아내를 일으켜 세우며 욕실 안으로 떠민다.
" 같이 하라고? "
" 그럼...두 분이 남인가 뭐..."
정재는 말없이 웃으며 아내의 옷을 벗겼다.
" 내가 욕탕에 물 다 받아놨어요. "
혜미가 밖에서 소리친다.
" 응, 고마워. "
알몸이 된 아내는 욕탕으로 들어가 앉으며 물을 끼얹는다.
정재는 옷을 다 벗고 샤워기의 밸브를 돌려 온 몸을 적셨다. 비누칠을 하고서 헹구며 아내를 보니 아내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정재가 욕탕으로 들어가니 아내는 정재가 앉을 수 있도록 뒤로 물러 앉는다.
" 여보...괜찮아? "
" 예..."
" 당신...화난 거 아니지? "
" 아뇨..."
정재가 다리를 쭉 펴서 아내를 끌어 당겼다. 아내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혜미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인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젖은 입술을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아내는 양다리를 벌려 정재의 허리 뒤로 꽉 밀착시키며 힘을 주었다.
" 사랑해. "
두 손으로 아내의 등을 어루만졌다. 물 속에서 만져지는 아내의 살결이 탱탱하면서도 부드럽다. 비누 거품을 만들어 아내의 몸을 씻었다. 미끄러운 비누거품에 정재의 손이 거미의 다리처럼 아내의 몸 위로 기어다녔고, 때때로 아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샤워기의 물줄기로 정재는 아내와 자신의 몸에 묻은 비누거품을 헹구어 내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혜미가 고개를 들이밀며,
" 에이, 시시해...그냥 샤워만 하는 사람들이 어디있어? "
그리곤 문을 쾅하고 소리가 나도록 닫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조용히 웃었다. 정재가 아내의 몸을 끌더니 와락 끌어 안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욕조에서 철썩거리는 물 소리가 혜미의 귀엔 길게만 느껴지며 혜미를 괴롭혔다.
정재가 욕실 문을 열고 나오자 혜미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서 있었다. 혜미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정재는 보았다. 욕실 밖으로 나오는 정재에게서 수건을 빼앗은 혜미는 정재의 몸 구서구석을 정성스레 닦아준다.
잠시후 아내가 나왔고 정재는 수건으로 아내의 젖은 머리를 닦으며 빗겨주었다. 옆에서 묵묵히 쳐다보던 혜미가,
" 아저씨! 나도 샤워하고 나오면 머리 빗겨줘야해? "
" 알았어, 해줄께..."
" 정말? "
" 응...정말이야. "
" 언니한테 허락을 받아야 되는거 아냐? "
" 괜찮아, 언니가 이해를 할테니..."
정재가 아내의 눈을 바라보자 아내는 살며시 미소만 지으며 무언의 눈짓으로 대답한다.
" 언니! 이거 입어요. "
" 그걸...? "
" 응, 어서 입어봐. "
아내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 옷을 입어도 안 입은 것처럼 정말 부드럽지? "
" 응, 이런 건 처음이야. "
" 아저씬 감촉이 좋다면서 언니 안볼때 맨날 만진다. 그것도 혜미가 이 옷을 입을 때만...크크크"
" 그래도 옷만 만졌지 몸은...아니잖아."
" 치..그게 그거 아닌가? "
" 언니! 잘못하다간 아저씨 나한테 뺏기는 수가 있으니 간수를 잘해야 할거야. "
" 난, 이제 자러 갈래. "
" 벌써? "
" 벌써라니..나보고 오늘도 안자고 옆에서 지켜보며 날밤 새라고? "
" 그럴려고 했던 게 아냐? "
" 참나...난 잠도 없는 줄 아시나봐..."
" 나도 샤워하고 잘테니까 두 분이서 깨나 많이 볶으셔."
" 그래, 잘자..."
" 응, 아저씨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언니도 좋은 꿈 많이 꿔. "
" 응, 잘자..."
" 아저씨! 이따가 잠이 안오면 놀러올께. "
" 뭐? 하하하..."
혜미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나간다.
" 미안해..."
" ..... "
" 저기..."
" 괜찮아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아요. "
" ..... "
" 안 잘거에요? "
" 으..응, 자야지. "
아내는 반드시 누워 이불을 끌어다 덮으려 한다.
" 잠깐, 잠깐만..."
" .... "

아파트 경비원인 김씨 아저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예, 금방 가겠습니다. "
아파트로 가니 김씨 아저씨가 젊은 여자랑 함께 서있었다.
" 안녕하세요. "
" 어서오시게. "
"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 "
" 응, 이 분은 우리 아파트에 사시는 분이신데, 현관 키를 잃어버리셨다고 해서 자네를 부른거네. "
" 예..."
" 몇층입니까? 어서 가시죠. "
" 예, 따라오세요. "
여자는 앞장 서 가면서 얼마전 친척이 사용하던거지만, 쉽게 열리지 않는 시건장치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열기에 어려울 것이라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현관문을 보니 안쪽의 시건 장치는 어떨런진 몰라도 그다지 어려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열어버리면 말 많은 여자의 체면이 구겨질 것 같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헤매고 있었다.
" 잘 안열리죠? "
" 예, 보기보다는 잘 안열리네요. "
어차피 이민을 가는 판이라 친척이 구형 잠금쇠를 바가지 씌워 팔아먹은 모양인데, 이런건 옷 핀 하나만 있어도 간단히 열 수가 있을 정도로 쉬운 것이다. 한참 뜸을 들이던 정재가 여는 시늉을 하며 손을 재끼니 딸칵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열린다.
" 휴우..."
" 와아...정말 힘들죠? "
" 예, 힘드는군요. "
" 여기 있어요, 삼만원."
" 예? 예...감사합니다. "
" 이런거 열려면 옛날에 전과가 화려한 사람들이나 열 수가 있다던데...정말인가요? "
" 예? 하하하...그런거 하곤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요즘은 벼룩 신문이나 생활 정보지를 보면 도배 / 장판처럼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있거든요. "
" 아..."
" 요즘은 자동차 보험을 들어도 긴급 출동 서비스에 이런 항목이 포함되잖아요. "
" 예? "
" 그런 내용도 있었나요? 몰랐어요. "
" 지금은 서비스 차원에서 보험 회사에서도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어서 서비스 항목에 포함이 된답니다. "
" 예..."
" 혹시, 자동차 보험이나 운행중에 이상이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
그러면서 명함을 건넨다.
" 참, 여러가지를 다 하시는군요, 많은 것을 하시니 기술이 다양해서 좋으시겠어요?."
" 예, 연락주시면 언제든 달려오겠습니다. "
" 수고하셨어요. "
" 예, 안녕히 계세요. "
경비실로 내려오니 김씨 아저씨가 싱글벙글 웃으며 정재를 본다.
" 어떻게 된 거에요? "
" 글쎄, 여기 있으려니까 아까 그 새댁이 오더니 몇일전에 현관 자물쇠를 새로 바꾸었는데, 비싸고 귀한거라고 하면서 자랑을 늘어놓지 않겠어. "
" ..... "
원래는 친척이 사용하던건데 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비싸게 팔아먹고 갔나 보더라구. "
" 예..."
" 철 없어보이는 그 새댁은 그 친척의 말만 굳게 믿으면서 비싸게 바가질 쓰고 샀겠지..."
" ..... "
" 오늘 외출했다가 오는 길에 어디선가 열쇠를 잃어버렸나봐, 나한테 와서 묻길래 자네를 소개해줬지. "
" 예...그러셨군요. "
" 그렇게 비싼거는 열기도 어려워 적어도 3만원은 줘야할거라고 했는데...그래, 3만원을 주던가? "
" 예, 별다른 말도없이 3만원을 덥썩 주길래 주는대로 받아서 오는길입니다. "
" 허허허..."
김씨 아저씨는 만족한듯 웃었다. 정재는 얼른 2만원을 꺼내어 손에 쥐어주며,
" 덕분에 한건 잘했습니다. "
" 아니...이게 뭔가? "
" 담배값이나 하세요. 저는 만원만 가지면 됩니다. "
" 아닐세, 내가 번번히 신세를 지는 것도 미안한데 이러면 안되네..."
" 괜찮습니다. 받아두세요. 저도 올 때마다 커피를 얻어마시고 매번 빈손으로 와서 죄송했는데...어서 받으세요. "
" 허허...거참...그럼, 고맙게 받겠네. "
" 근데, 아까 그 새댁말야..."
" 예? "
" 식구 수대로 열쇠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데, 비상키도 없다고 하니 조만간 연락이 오질 않겠어? "
" 아...그렇군요. "
정재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연락이 올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아무리 싸고 잘해준다고해도 전화 한통이면, 아니, 인터폰으로 말 한마디만 하면 금방 달려와서 해줄텐데, 굳이 멀리에 있는 다른 사람을 부를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게로 갔다. 아내는 갓 튀겨낸 닭을 양념통에 넣었다 꺼내며 포장을 하고 있었다.
" 이제 오세요. "
" 응, 더운데 고생이 많지? "
" 고생은요..."
혜미가 열려진 냉장고 문 안쪽에서 일어서며,
" 치...혜미는 눈에도 안들어오죠? "
" 아니...못봤어..."
" 여기서 언니랑 줄곧 같이 있었는데...삐질까보다..."
" 하하하...미안, 다음엔 꼭 혜미부터 찾을께. "
" 피이...여기요..."
혜미가 얼음을 담은 컵에 쥬스를 따라준다.
" 응, 고마워. "
" 어디 갔다 왔어요? "
" 저 앞에 보이는 아파트 있지? 저 아파트에 갔다왔어. "
" 무슨 일로...? "
"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열어주고 왔어. "
" 여자 혼자있는 집이야? "
" 응, 지금은 혼자던데..."
" 이뻤어? "
" 아니, 별로...혜미보다는 훨씬 아니야..."
" 치..."
정재가 방금 있었던 상황을 얘기했다. 아내와 혜미는 우스워죽겠다는듯 깔깔거린다.
" 세상에...아무리 몰라도 그렇지...어쩜 그렇게 모를 수가 있어? "
" 근데, 경비원 아저씨한테 2만원이나 줬어? "
" 응..."
" 안줘도 될텐데 왜 줬어? "
" 안줘도 되지만 그것도 일종의 투자야. "
" 투자...? "
" 응, 지금 당장엔 이만원이 아까울진 몰라도, 앞을 내다보면 전혀 아까울 게 없어. "
" 어째서? "
" 나는 이만원을 인심쓰듯 썼지만, 경비원 김씨 아저씨에겐 이만원이면 큰 돈이야, 더군다나 잠깐 소개를 해준 것 뿐인데 앉은 자리에서 쉽게 이만원을 벌었잖아. "
" 아... "
" 그러니 다음부턴 한 건이라도 더 소개를 해주려고 노력하지 않겠어? "
" 마저...그런 게 있었구나. "
" 아참, 아까 할머니 보쌈 박사장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
" 무슨 일로? "
" 혜미 노래방 때문에 그런대요, 인수를 받았음하는 마음인가봐요. 그래서 나는 잘 모르니 당신하고 얘기하라고 했어요. "
" 잘했어. "
" 혜미는 노래방 계약할때 총 얼마가 들었어? "
" 시설비랑 다 포함해서 이천 칠백만원, 그기에다 인테리어랑 이것저것 다하면 삼천 오백쯤..."
" 응, 알았어, 내가 박사장하고 얘기하고 와도 되지? "
" 응..."
" 일단 내가 박사장 만나서 얘기하고 계약은 혜미가 직접 하도록해, 난 옆에 있을테니까..."
" 응...알았어요. "
" 다녀와서 자세한 얘기해줄께. "
" 예..."
정재는 박사장의 할머니 보쌈에서 박사장을 만났다.
" 요즘 불경기라 손님도 없고 잘 될지 모르겠네요, 하도 우리 마누라가 노래방을 해보는게 소원이라고 보채기에 한번 알아보겠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박사장은 정재의 눈치를 살핀다.
" 박사장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노래방 자리는 요지가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주인도 노래방을 인수받으면서 빚을 많이 내서 시작했는데, 이제 자리가 잡히려는때에 사정상 그만두게 됐고요..."
" 우리도 당장에 빚을 내서 해야할 판이니 조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
" 그럼, 얼마에 계약을 하고 싶으신 것입니까? "
" ..... "
" 일단 생각하시는 금액을 한번 제시해보세요, 말씀이라도 들어보고 결정을 해야죠. "
" 오천오백이면 어떨까요?
박사장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 글쎄요...오천오백이면 칠백이상 깎는건데...일단 한번 얘길 해보겠습니다. 믿지는 마시고요... "
" 잘 좀 말씀해 주십시요,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서로 아는 처지이니 이왕이면 우리가 하는게 좋지않겠어요? "
" 예...저도 다른사람보다는 박사장님께서 인수를 받으시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제가 말을 잘해보겠습니다. "
" 예. 부탁드릴께요. "

" 어떻게 되었어요? "
아내와 혜미가 거의 동시에 물어본다.
" 응, 잘됐어, 여기 앉아봐. "
" 박사장이 오천 오백을 제시했어. "
" 예에? 그렇게 많이요? "
" 아냐,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많은 것도 아니야. "
" ..... "
" 혜미 노래방 자리는 이곳에서도 요지거든. 말하자면 번화가에 있는 셈이지. 그래서 시설비니 뭐니 다 포함하고 그기에다 프리미엄까지 붙이면 맘에 안드는 가격이야. "
" 하지만, 혜미가 투자한 것보다도 훨씬 많잖아요. "
"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 박사장이 하도 간곡히 부탁을 하길래 내가 말을 잘해보겠노라고 했으니 혜민 계약 준비나 해. "
" 준비할거나 있나 뭐..."
" 그래도 건물 주인을 먼저 만나보고 어느정도 말도 맞추어야 하거든. "
" 알았어요,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다할께요. "
그날 저녁 혜미의 지하 노래방은 박사장에게 인계를 해주고 혜미는 정재와 함께 아내의 가게에 있었다.
" 이젠 노래방도 해결이 됐으니 우리 축배를 들어요. "
" 일찍 마치고 집에서 하자. "
" 좋아요. "

세사람은 샴페인을 들어 건배했다.
" 이제 혜미의 노래방이 해결되었으니 이사만 하면 끝이네. "
" 응, 빨리 짐 옮겨야 하는데..."
" 이제 몇일 남지가 않았으니 시간날 때 가서 조금씩 짐이나 싸자. "
" 응..."
" 저기...언니!"
" 응...? "
" 이거 받아줘요..."
혜미는 오늘 박사장에게서 받은 백만원권 수표 뭉치를 아내에게 내밀었다.
" 이 돈이 뭔데? "
" 아까 가계 인계해주고 받은 돈이야. "
" 이 돈을 왜 내가 받아? "
" 그냥...언니가 썼으면 해서..."
" 얘가...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걸 왜 나한테 줘? "
" 나...솔직히... 당분간은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아, 앞으로도 뭘 한다는게 두렵고 겁이나서 자신도 없고...내 마음 같아선 지금처럼 언니랑 함께 가게에 나가고 가끔 아저씨 따라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들어왔음 좋겠어. "
" 그래, 그러면 되지, 내가 이 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잖아,
" 아냐, 난 아무것도 안하는데...언니가 이거라도 받으면 내 맘이 편할거같아서 그래...난, 아파트를 내어놨으니 얼마라도 또 돈이 생기잖아."
" 혜미야...이러면 안돼, 한번만 더 이런 소릴하면 정말 쫓아낼거야. "
" 언니...."
" 내말 들어, 이럴 순 없어, 그러니 도로 넣어놔. "
" 그래, 내 생각에도 이러면 안돼, 이건 내일 은행에 가서 혜미 통장에다 넣어둬. "
" 언니..."
혜미가 큰 소리로 아내를 부른다.
" 왜? "
"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날...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
" 뭘...? "
"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
" 알고싶어? "
" 응..."
" 나도 니가 이런 말을 안하고 지냈으면 했는데, 니가 물어보니 속 시원하게 얘길해줄께. "
" 서로 오해가 없이 살려면 이렇게 얘길하고 사는 게 좋을거야. "
" 오해? "
정재의 말에 아내가 반문을 한다.
" 내가 오해를 했다면 아마도 수백번은 더 했을거야. 어쩌면 지금 내 앞에서 니가 이렇게 숨쉬는 숨 소리조차도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 ..... '
" 내가 한번 물어볼까? "
" ..... "
" 혜미 넌, 왜 여기 왔어? 물론...이이가 원했고 너도 이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온거 아냐? "
" 마저...솔직히..."
" 이이도 널 좋아하지만 나도 네가 인간적으로 좋았어. 세상에 어떤 미친년이 남편이 데리고 들어온 첩을 편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가 있겠어? "
" ..... "
" 혜미 너같음 웃으면서 맞이할 수가 있겠어? "
" .... "
" 내가 죄인이야. 뭐라고 할 말이 없어. "
"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
신경질적인 아내의 말에 정재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 앉는다.
" 나도 첨부터 이이가 널 맘에 두고 좋아하는 걸 알면서 받아들인거야. "
" 언니..."
혜미가 울먹인다.
" 난, 이이가 혜미 너하고 하루종일 어디가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건 한번도 간섭하지 않았어. 이런 내 속을 넌 모를거야. "
" ..... "
" 아마도 다른 사람 같으면 속이 새까맣게 다 탔을거야. "
" ..... "
" 하지만, 난 이이를 믿어, 이이도 될 수 있음 내가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나름대로 처신을 잘하고...아직은... 내가 더 믿고싶어. "
" 언니..."
" 설마하니 조강지처인 내 자리까지 넘보는 건 아니겠지? "
아내는 혜미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 아냐, 언니...절대로 아냐..."
" ..... "
" 가끔 내가 힘들어할 땐 가볍게 안아준 적은 있어도 아저씬 언니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냐, 언니...믿어줘...믿어줘야해..."
혜미가 눈물을 흘리며 믿어달라고 애원한다.
" 혜미야..."
" 언니...절대로 언닐 실망시키지 않을께. 앞으로 언니한테 정말 잘할께. "
" 그럼, 됐어, 이젠 돈 얘긴 하기없기다. "
" 그렇지만..."
" 됐어...이젠 그만하자..."
" 저기...여보..."
" 왜요? "
" 고마워..."
" 뭐가요? "
" 혜밀 정식으로 인정하고 받아줘서..."
" 난 앞으로도 당신이 날 버리지 않을거란 걸 잘알아요. "
" 내가 당신을 버리다니..? 그런 말이 어딨어? 오히려 당신이 나랑 살아줘서 고마울 뿐인데..."
" 언니, 정말 고마워요...흑흑..."
" 정말이지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할거야. 고마워...정말..."
" 얘길하자면 길지만 굳이 말은 하지 않겠어요. "
어느새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언니..."
" 혜미야..."
두 사람은 부둥켜 안고 소리내어 울었다. 아내와 혜미는 밤이 깊도록 나란히 누워 얘길하다 잠이 들었다. 정재는 혜미의 방에서 혜미의 배개를 껴안고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휴대폰의 벨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아파트 경비원인 김씨 아저씨다. 어제 물을 열어준 집에서 급하게 열쇠를 복사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출근하기 전에 열쇠를 복사했으면 한다며 빨리 와달라고해서 서둘러 나갔다.
분명 열쇠를 복사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어제 시건 장치를 보고 챙겨둔 재료가 있다.
" 오래 기다리셨죠? "
" 아뇨, 일찍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
정재는 열쇠를 받아 차문을 열고 들어가 가져온 재료를 찾아 기계에다 올려놓고 복사했다. 비상키까지 두개를 복사해서 건넸다.
" 얼마에요? "
" 좀 비쌉니다. 시건 장치가 워낙에 고가품이라 열쇠 재료도 조금 특수한 거라서..."
" 예.."
새댁은 고가의 시건 장치라 특수한 재질의 열쇠라는 말을 듣자 은근히 기분이 좋다.
" 얼마...? "
" 알아서 주세요, 아침 첫 손님이시라 그냥 주시는대로 받겠습니다. "
남편과 소곤거리더니 4만원을 준다.
" 적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
" 이렇게나 많이...어이구, 감사합니다. "
옆에서 지켜보던 경비원 김씨 아저씨가 늦었으니 어서 가보라며 정재를 재촉한다.
"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들리겠습니다. "
정재는 얼른 차에 올라탔다.
" 그래, 어서 가보게, 수고하게. "

방문을 열어보니 아내와 혜미는 꼭 껴안은채 자고있다. 얼른 세수를 하고 아침 준비를 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엊그제 마트에서 사온 우묵이 있다.
옛날 같으면 우묵가사리를 솥에다 푹 삶아서 묵이 굳으면 채에다 올려놓고 채썬듯 눌러서 콩국을 만들어 먹었을텐데...참 편리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재는 우묵을 칼로 엷게 썰어서 채썰기를 했다. 그리곤 물에 불려놓은 생콩을 소금, 깨소금과 함께 믹서기에 넣어 갈았다. 시원한 냉수를 붓고 얼음을 띄우니 콩국이 완성되었다.
아내가 문을 열고 나온다. 믹서기 소리에 놀라 잠이 깬 모양이다.
" 잘잤어? 더 자지..."
" 언제 일어났어요? "
" 아까...피곤할텐데 더 자지..믹서기 소리에 잠이 깬 모양이네..."
" 아뇨, 실컷 잤어요. "
" 혜미는? "
" 자고 있어요. "
정재는 아내를 쳐다본다. 보면 볼 수록 고운 마음씨만큼이나 아내가 사랑스럽다.
" 여보..."
아내를 껴안는다.
" 사랑해...그리고, 고마워..."
" 이거....방금 만든거에요? "
" 응. "
" 안그래도 먹고싶었는데..."
" 또 먹고싶은 게 있음 말해, 다 해줄께. "
" 아뇨, 됐어요. "
" 같이 씻으러 갈까? "
정재가 웃으며 의미있게 말했다.
" 됐네요. "
" 내가 씻겨줄께. "
" 됐다니까...어서 아침이나 준비하세요. "
" 알았어. "
" 언제들 일어났어요? "
" 아...혜미도 일어났구나. "
" 잘됐다. 어서 아침 먹고 혜미 아파트로 가서 대충 짐이라도 더 싸놓도록 하자. "
" 야..콩국 맛있겠다. 언제 만들었어요? "
" 응...방금 만들어 놓은거야. "

틈틈이 시간이 날때마다 가서 짐을 싸놓았기 때문에 별로 할 일은 없었다. 아내가 한번 더 둘러보고 싶은 모양이다. 거실엔 발 딛일 틈도 없이 어지럽게 짐이 늘려있었고, 방에도 어수선하게 짐이 쌓여있다.
이것저것 둘러보며 세세하게 정리하던 아내가 가지고 온 큰 보자기를 끄내더니 장롱 속의 이불을 끄내어 싸기 시작했다. 정재와 혜미도 거들었다.
정재의 휴대폰이 울렸다. 얼마 전 집수리를 한 적이 있는 건물 주인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 가봐야겠는데..."
" 응, 어서 가봐요. "
" 끝나는데로 가게로 갈께. "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 응, 가게에서 봐"
멀리서 운전하며 그집을 보니 페인트칠을 깔끔하게 잘해놔서인지 새로 지은 건물처럼 보였다.
건물 주인을 만났다. 2층에 배수관이 막힌 모양이니 이참에 전체적으로 한번 점검을 다 해달라고 한다. 옥상엔 지난 번에 수리를 하며 점검을 다했기에 올라가보니 별 이상이 없이 물도 잘 내려간다.
2층으로 갔다. 주방으로 가서 씽크대 아래, 위를 점검하고 물을 내려보니 잘 빠진다. 욕실로 갔다. 바닥엔 물이 잘 안빠져서 사용하고 버린 물이 그대로 고여 있었다. 좌변기의 물을 내려 보았다. 잘 내려간다.욕탕 안에도 물을 틀어 내려보니 잘 내려간다.
" 꽉 막힌 모양이죠? "
"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
" 철물점에 파는 걸로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주인이 한쪽에 세워져 있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재가 그것을 가져와 해봤다.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차로 가서 장비를 가지고 왔다. 욕실 바닥의 배수구로 돌 돌 감긴 쇠줄의 한 쪽을 조금씩 밀어넣으며 돌렸다. 짤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쇠줄은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 희한한 장비도 다 있군요. "
" 예, 이것도 국산은 사용을 못한답니다. 우리나라도 잘 만들면 될텐데...가격에 비해 국산은 두,세번만 쓰고나면 못쓰거든요. 그래서 고가이지만 외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답니다."
" 아..그런 점도 있네요. "
배수구 안이 꽉 막혀서 쉽게 뚫리질 않는다. 아무래도 비누나 양말 같은게 꽉 막혀 있는 것 같았다. 몇번이나 씨름을 한 끝에 배수구를 뚫을 수 있었고, 빠져나온 쇠줄 끝엔 돌돌 말린 머리카락과 함께 빨간 스타킹 같은게 함께 걸려 나왔다.
" 이런게 들어갔으니 꽉 막힐 수 밖에요..."
주인은 혀를 찼다.
" 단순히 머리카락이 들어가서 막힌 거라면 주방용 염산이나 요즘 잘 나오는 약품을 부으면 뚫을 수가 있는데...이렇게 양말이나 옷감 같은게 들어가 막히면 섞지도 않고 정말 골치가 아프답니다. "
" 예..."
" 사용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조금만 신경쓰면 좋을텐데...이런게 장기간 막히다보면 누수의 원인이 되기도 하거든요. "
" 아...정말 조심해야 되겠네요. "
1층으로 내려와서 배수구를 점검해 보니 비교적 깔끔하게 사용한터라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장비를 차에다 실어놓고 마당가에 있는 수도를 틀고 손을 씻었다.
" 오늘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 예, 감사합니다. "

가게로 갔다.
" 혜미는? "
" 배달 갔어요. "
" 그래? "
" 아까 갔는데 올때가 다 됐어요. "
" 응..."
냉장고로 가서 얼음과 쥬스를 꺼냈다. 그때 혜미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 어서와, 수고했어. "
" 어...아저씨 언제 왔어요? "
" 나도 방금 들어왔어. 자, 이거 마셔..."
" 당신은? "
" 아뇨, 난 됐어요. "
" 응..."
" 언니! 점심은 뭘로 먹을거야? "
" 혜민? "
" 난, 냉면이 먹고싶어요. "
" 냉면...? "
" 그럼, 냉면으로 다 시킬까? "
" 아니...아저씨가 만들어주는 냉면이 먹고싶어. "
" 참내...지금 언니가 바쁜거 안보여? "
" 그래서? "
혜미가 잔뜩 화가난 표정이다.
" 아니,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
" 왜? 지금은 바빠서 안된다는거야? "
" 그게 아니고..."
" 됐어."
" 언니가 지금 무척 바쁘고...여기선 재료도 그렇고..."
" 됐어, 안먹어, 이젠 안 먹고싶어..."
" 혜미야! 오늘따라 왜 이래? "
한참 시무룩해있던 혜미가 아까와는 전혀 딴 모습으로,
" 미안해, 언니! 날씨가 더워서 괜히 심술이 났나봐...정말 미안해...아저씨도 미안해요.."
" 아냐, 내가 더 미안하다. 혜미가 먹고싶다는데 못해줘서..."
" 그래, 오늘은 그냥 시켜서 먹자. "
" 응..."
아내가 수화기를 들고 냉면을 주문한다.
" 혜미야..."
" 응...? "
" 나중에... 혜미가 먹고싶은거 다 해줄께.."
" 알았어요..."
" 자, 쥬스...더 마셔..."
정재는 자신이 먹다가 남은 쥬스를 혜미에게 건넨다. 얼음이 다 녹질않고 그대로 떠있었다.
" 지난번처럼..."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얼떨결에 그렇게 말해버린 혜미가 순간적으로 실수했음을 느껴서인지 말끝을 흐렸다.
" 응? 지난번...? "
" 아, 아냐, 아무것도..."
"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더 수상한데..."
" 혜미야..."
" 응, 아저씨..."
" 언니 앞에선 좀 더 조심하도록 하자. "
" 미안해요, 정말...조심하려고 했는데 그만..."
" 괜찮으니 무슨 말인지 말해봐, 궁금하잖아. "
" 아냐, 언니! "
" 둘이서 나몰래 비밀을 만들고 다니는거 아냐? "
" 아냐...그런건..."
" 그 쥬스...얼음이 녹는데 그대로 있을거에요? 어서 지난번처럼 해보세요. "
" 그, 그게..."
" 명령이에요. "
아내의 표정을 살피던 정재가 마지못해 쥬스가 든 잔을 입에 물고 한모금 물었다. 그리곤 혜미에게 다가가서 혜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조금씩 흘려 넣어준다.
" 하하하...그런건 언제 해본거야? "
" 지, 지난번에...아저씨가 울집에 갔을때...내가 침대 얘기 한적있지? 그때...아무리 유혹을 해도 안넘어오더니 이렇게 한번 해주더라. "
" 그래도 할건 다해봤네. "
" 언닌..."
"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고양이 새낀줄 알았는데 호랑이 새끼였어...하하.."
" 여, 여보..."
아내가 웃으며,
" 이까짓거 가지고 그래? 난 또 뭐라고..."
냉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예? 예. 알고 있습니다. 예, 금방 가겠습니다. "
" 왜요? 또 한건 하는거에요? "
" 응. "
" 나도 갈래. "
" 안돼, 다음에 같이 가자. "
" 왜? 여자야...? "
" 응..."
" 우리 둘도 부족해서 그새 딴 여자를 만들었어? "
아내가 웃었다.
" 하하하...지난번에 배수구가 막혔던 집인데 같이 가기가 좀 그래서 그래."
" 뭐가? "
" 그건 언니한테 설명을 듣도록 해. "
" 언니! 정말이야? 내가 가면 안돼? "
" 가도 되긴 되지만 안가는게 나아. "
" 그래...? "
" 그 대신 다녀와서 얘기 다해줄께. "
" 응..꼭 해줘야해? "
" 응, 금방 갔다올께. "
" 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 아저씨...차조심하고...특히 여자 조심하고...잘 다녀오세요. "
그러면서 정재의 볼에다 입을 맞춘다.
" 내가 여기에다 확실히 도장을 찍어놨으니 갔다오면 확인해볼거야. "
" 하하하..."

" 이번엔 어디에요? "
" 저...여기가..."
좌변기를 가리켰다. 정재가 물을 내렸더니 천천히 내려간다. 물은 내려가는데 큰일(?)을 보고나면 잘 내려가질 않느냐고 그랬더니 그렇다고 한다.
" 지난번에 설명 드렸잖아요. 얼른 끄집어 내야 한다고..."
" 그게 매번 전화가 와서...깜빡하고..."
" 약품이나 펌프로 해도 안되죠? "
" 예..."
" 해보고 안되면 아마도 좌변기를 바꾸어야 할겁니다. "
" 네에? "
여자가 놀란다.
" 하하하...농담입니다. "
" 휴우..난또...놀랬잖아요. "
연장통을 한쪽에다 놓으며,
" 혹시 막혔던 불순물들이 튈지도 모르니 작업을 할 동안에 나가계세요. 끝나면 부를께요. "
" 예..."
여자가 불순물이 튈지도 모른다는 말에 나가며 문을 닫는다. 연장통을 뒤져서 굵은 철사를 찾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나름대로 고안해낸 고리형 철사가 있다. 철사의 한쪽 끝에 고리처럼 갈구리를 만들어서 좌변기 속으로 밀어넣었다 빼면서 쉽게 걸려 올 수 있도록 고안해낸 것이다.
몇 번이나 시도를 해봐도 잘 되질 않는다. 이십분 가량 지났을까, 조금 묵직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냥 고리에 달아놓으면 가벼워서 무게를 못느낄텐데, 좌변기 속에서 꽉 막혀있는 상태라 무게가 배로 느껴지는 것이다.
꺼낸걸 보니 짐작대로다. 혹시나 싶어 몇번 더 해보니 몇 개의 생리대가 더 딸려 올라왔다. 이젠 더 이상 안나오는 것 같다. 얼른 철사를 연장통에 담았다.
"다했어요."
" 네에? "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어머..."
정재의 손에 그녀가 착용하다 흘려버린 생리대가 들려있었던 것이다.
" 어떻게 끄냈어요? "
" 제가 잘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자가 아닙니까? "
" ....."
자신의 그 부분을 가리키며,
" 이걸 끄내서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었더니 이거도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올라오더군요. 그때에 얼른 집어들었죠. "
정재의 색깔있는 농담에 여자도 호감이 가는듯한 눈치다.
" 어서 버려요, 더러워요. "
정재는 살며시 웃으며 휴지통에다 들고있던 걸 버렸다. 그리곤 비누를 집어 들었다. 여자가 세면대의 꼭지를 돌려 물을 틀어줬다. 손을 깨끗이 씻고 돌아서는데 여자가 수건을 내민다.
" 정말 그랬어요? "
" 뭘요...? "
" 그걸...흔들었어요? "
" 못 믿겠으면 다시 한번 해볼까요? "
정재가 바지의 쟈크를 내리자 정재의 두손을 잡으며 말린다.
" 아뇨, 됐어요. "
정재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이 아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여자가 보는 앞에서 정재가 그것을 내리고 한번 보여줬으면 하는 표정인지도 모른다.
" 이젠 다 끝났어요. 다른 일은 없나요? "
" 아뇨...하지만..."
" 네...? "
" 차... 한잔 하실래요? "
" 좋죠. "
" 커피, 녹차...다 있어요. "
" 저는 시원한거라면 뭐든 좋습니다. "
여자가 냉커피를 만들었다.
" 커피가 맛있네요. "
" 고마워요. "
" 근데..식구가 많지 않으신가봐요? "
" 예..."
" 남편하고 둘만 살아요. "
" 아..."
" 낮으론 뭐하고 지내세요? "
" 그냥...여기 이사 온지가 얼마안되서 아는 사람도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무료하게 보내고 있어요. "
" 예..."
" 아저씬 가족이 많으세요? "
" 아뇨, 저도 아내하고 삽니다. 아내가 둘이지만요..."
" 예? 호호호..."
" 진짠데..."
농담으로 받아들인 여자가 웃었다. 정재도 따라 웃는다.
" 심심하시면 저희 가게에 한번 놀러 오세요. 제 아내들을 소개해 드릴께요. "
" 호호호...알았어요, 꼭 놀러갈께요. "
" 그럼, 가볼께요. 냉커피 잘 마시고 갑니다. 아참...변기...조심하시고요.."
욕실 쪽을 가리키며 살짝 윙크를 했다. 여자는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눈으로 정재를 본다.

" 아저씨! 재미 있었어? "
" 재미는 무슨..."
" 심심한데 갔다온 얘기나 들려줘요. "
혜미의 성화에 못이겨 앉자마자 방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혜미가 배를 움켜쥐고 웃는다.
" 그 여자 은근히 아저씨한테 맘이 있나봐. "
" ..... "
" 왜? 그 여자에게 작업을 걸어보지? "
" 작업은...? "
" 하하하...바지를 내리고 그걸 살랑살랑 흔들었더니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올라오더라고? 하하하... 생각할 수록 재미있다..."
혜미가 또 생각하는지 웃는다.
" 아저씨! "
" 응..? "
" 저기 튀김 기계에다 대고 한번 흔들어봐요, 그럼 언니도 일을 덜 수 있잖아요. "
" 그러다 이게 익어버리면 나는 어떡해? "
" 하하하..."
세사람은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전화 벨이 울렸다. 보일러를 교체하는 집에서 급하다며 빨리 와서 좀 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지금 당장엔 할 일도 없고해서 가봤다.
" 보일러를 구입하면 기사들이 와서 다 설치를 해주잖아요. "
" 예, 하지만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요... "
" 좀 싸게 해달라고 하시지요? "
" 아뇨, 그런게 아니라...대리점에서 사온게 아니고...아는 사람을 통해서 공장에서 싼 가격에 직접 가서 구입을 했어요. 그래서..."
" 예, 그렇게 된 거로군요. "
보일러를 자세히 보니 신제품은 아니었다.
" 이 보일러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구입을 하신건가요? "
" 아뇨...그저 싸서...그래서 구입했어요. "
" 네..."
" 왜요? "
" 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사셨다니까 말씀을 드리기가 좀 그렇네요. "
" 괜찮아요, 그냥 알고만 있으면 되죠. "
" 이런 보일러는 적게는 3년 정도 쓸 수가 있고요, 잘 쓰면 5년까지는 갈 수가 있는데, 보통 3,4년밖에 못쓰더라고요. "
" 그렇게밖에 안되요? "
" 네, 녹도 쓸고...부속품도 탈이 많아서 거의 해마다 수리를 하셔야 된다고 보시면 되요. "
" 이런...괜히 사왔네..."
" 싸게 사오셨다면 괜히 사온건 아니죠, 어느정도 싸게 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좋은 건 수명이 얼마나 오래 가나요? "
" 제가 보일러 대리점을 하는게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백년이 가도 녹이 안쓰는 좋은 보일러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건 순환 모터나 소모품 정도만 5년에 한번 정도 바꾸어 주면 되는데... 거의 반 영구적이라고 보셔도 된답니다. "
" 아...그런 것도 있네요. "
" 지금은 새로 구입을 하신 거니까 이걸로 쓰시고 다음에 보일러를 새걸로 교체하시게 되면 잘 알아보고 좋은 걸로 쓰시도록 하세요. "
" 예, 그래야겠어요. "
그렇게 말하곤 보일러의 전원을 켜고 순환 펌프를 작동시켜서 호스 안에 들어있던 물을 일일이 다 빼내고 새로운 물이 순환되도록 해 놓았다. 빈 호스엔 금새 물이 가득 차게 되었고, 공기가 들어가질 않도록 해서 밸브 하나만 열어놓고 나머지는 다 잠궈버렸다. 그리곤 각방과 거실, 부엌으로 연결된 호스를 보일러에 연결하고 일일이 잠금 장치가 된 밸브 옆에 매직으로 작게 번호를 적었다.
" 그건 뭐에요? "
" 허허...이거요...어느 밸브의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체크를 하는 것입니다. "
" 네...? "
" 일단 두고보시면 알게 됩니다. "
" 이제 어느 방이 따뜻한지 한번 보고오실래요? "
갔다온 남자는 큰방이 따뜻하다고 했고, 정재는 견출지를 끄내어 큰방이라고 적어서 열어놓은 밸브의 옆 숫자가 적힌 부분에 붙였다. 그리곤 견출지가 바람에 떨어지지 않도록 투명 스카치 테이프를 그 위에 다시 한번 더 붙였다.
" 아...정말 꼼꼼하게 하시는 군요. "
" 하하하..."
이런 식으로 해서 원하는 곳, 사용하지 않는 곳은 쉽게 끄고 켤 수 있도록 해서 견출지로 표시를 해서 스카치 테이프를 다 붙였다.
" 보일러 기름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채워줘야 보일러 수명도 오래간답니다. 기름통 구멍에 기름이 반쯤 잠긴 상태에서 기름을 보충하게되면 공기가 들어가서 보일러의 모터가 공회전만 하고...기름만 많이 잡아먹고...방은 방대로 따뜻하질 않게 되거든요. "
" 네...그런 건 모르고 있었는데...이제부턴 꼼꼼하게 보도록 할께요. "
" 보일러가 고장이 나거나 터지는 일은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답니다. 외출을 할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전원 스위치를 끄버리고 나가기 때문에 모터 안에 있던 물이 얼어서 모터가 나가고 센스가 고장이 나거든요. "
" 네..."
" 외출을 할땐 항상 조절 밸브를 외출로 돌려 놓으시고요, 온도도 이렇게 돌려놓은 상태로 사용을 하시게되면 일년내내 기름도 절약되고 경제적으로 사용하실 수가 있답니다. "
" 그럼, 이 상태로 계속 놔두고 기름만 떨어지지 않게 해도 되겠네요? "
" 네. 바로 그겁니다. "
" 오늘 정말 좋은 공부를 많이 하게 되네요. "
" 이렇게 해서 하나 하나 알게 되는거죠. "
" 또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모르는 것만 빼놓고 다 말씀드릴께요. "
" 하하하....참..."
" 뭐, 다른거라도...? "
" 혹시...현관문도 보실 줄 아세요? "
" 잘 볼 줄은 모릅니다만...어떻습니까? "
" 현관 문을 열고 닫으면 삐거덕 거리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요. "
" 어느 현관문이죠? "
" 예, 이층입니다. "
" 지금 이층에 누가 있어요? 그래도 사람이 있을 때 가서 봐야죠. "
" 네, 마침 이층에 사람이 있으니 지금 좀 봐주시면 되겠네요. "
이층으로 올라가서 현관문을 열었다 닫으니 소리가 났다. 바닥을 보니 부속이 고정되어 있는 철판이 찌그러져있고 몇번인가 망치로 두드린 듯한 흔적이 남아있다.
" 망치로 두들겨서 폈는데도 안되더군요. "
" 기술자에게 보여 보셨어요? "
" 아뇨...그냥 물어만 봤어요. "
" 물어보니...바닥에 들어가는 부속이 탈났으면 갈아야 된다고 하질 않던가요? "
" 맞아요, 그렇게 말했어요. "
" 부속품을 갈게되면 이십만원에서 이십오만원 정도가 들 것 같다는 말은 하질 않던가요? "
" 어쩜...똑같은 말씀을 하시네..."
"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해보고 안되면 그땐 부속을 갈더라도 일단 해볼까요? "
" 네, 어차피 소리가 나서 갈아야 될 판이니 아시는 대로 한번 해보세요. "
" 그럼, 망치하고 공구리 못을 작은 걸로 가지고 와보세요. "
" 연장을 찾아봐야 되는데..."
" 잠깐만요..."
연장통을 열어보니 빠루 망치가 하나 있었다. 빠루 망치를 끄내고 이리저리 뒤져보니 때마침 공구리 못도 몇개 나온다.
" 여기 있네요. "
그리곤 바닥의 구부러진 철판을 어느정도 펴더니 공구리 못을 두어개 박았다. 문을 열어보니 소리가 나질 않는다.
" 히야...정말 잘하시네요. "
" 별 말씀을요..."
WD - 40을 끄내어 문의 정첩 부분과 아래 위의 나사와 고리 부분에 뿌렸다.
" 녹이 쓸면 안되거든요. "
" 예...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
" 오늘 잠깐 사이에 이십오만원을 버신겁니다. "
" 그렇네요. 하하하..."
남자는 기분이 좋아 큰 소리로 웃는다.

아파트 경비원 김씨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 어서오세요. 이제 퇴근하세요? "
" 예...지나가던 길에 잠시 들렀어요. "
" 네... 잘 하셨어요. 이쪽으로 좀 앉으세요. "
아내가 의자를 빼면서 자리를 권한다.
" 그 선풍기는 뭡니까? "
" 응..누가 내다버리는 걸 아직 쓸만한 것 같아서 내가 가져다 쓸만하면 쓸려구.."
" 예..."
" 작동은 되는지 해보셨어요? "
" 아니...아직..."
" 그럼, 이리로 줘보세요. "
정재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곤 콘센트에다 꽂는다.
" 어때? "
" 한번 보세요, 바람 세기를 조절해도 다 똑같네요. "
" 어디? 정말 그렇군. "
" 제가 한번 뜯어볼께요. "
드라이브를 가지고 와서 하나 하나 해체한다.
" 선풍기에 대해서 잘 알아요? "
" 응..내가 예전에 냉장고나 선풍기 모터도 직접 만들었었어. "
" 치..또 거짓말 한다.."
" 아냐, 자격증도 있어. "
" 정말...? "
" 맞어, 내가 봤어. "
아내가 거들며 혜미에게 말한다.
" 야...정말 대단하다.."
" 잘봐...이건 프로펠러라는 것이고 이건...전체적으로 모터라는거야. "
" 그건 나도 알아요. "
" 여기 전기선같은게 감기거 있지? 이건 코일이라는거고...이 쇠덩어리는 슬롯이라는 거야. "
정재가 쇠덩이의 홈을 세어본다.
" 모두 24개니까 이십사슬롯이라는거야. "
" 24슬롯? "
" 응 "
" 그리고...여기에 감긴 이 종이는 코일과 쇠덩이 사이에 혹시라도 전기가 통할까봐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안쪽에 감싼건데...전기가 통하지 않는 종이라고 해서 절연 종이나 절연지라고도 불러. "
" 아...그렇구나..."
" 테스트기를 끄내어 체크를 해보니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그렇다면 배선을 한번 바꾸어봐야겠어요. 이것과 이걸 이렇게 연결하고 이건 짤라서 이것과 연결을 하면..."
해체한 부품들을 다시 조립하고 플러그를 꽂으니 이번엔 아주 강하게 돌아간다.
" 에어컨 보다도 더 세게 돌아가는 것 같아. "
" 정말..."
혜미가 신기하다는 듯 정재와 선풍기를 번갈아 본다.
" 자넨 행복한 사람이야. 이렇게 마누라도 둘씩이나 있으니..."
" 아이...아저씬...참..."
혜미가 부끄러워하며 아내의 옆으로 간다.
" 자네만큼은 나처럼 안되길 바랬는데..."
" 허허허...저도 어쩔 수가 없는가 봅니다. 그래도 이 사람이 이해를 잘하고 잘 해주니까 이렇게 살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
" 자넨 착하고 성실해서 인덕도 있고 복이 있어서...이렇게 좋은 사람을 잘 만난 것 같어..."
왠지모르게 김씨 아저씨가 쓸쓸해보였다.
" 이 선풍긴 아쉬운대로 이렇게 쓰면 되겠습니다. 바람세기가 미풍하고 강풍만 되니까... 너무 약하다 싶으면 강풍에다 놓고 너무 세다싶으면 미풍에다 놓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
" 응, 고마우이..."
" 장사는 잘 되요? "
아내에게 묻는다.
" 예, 그럭저럭 되네요.."
" 이젠 가봐야겠어요. "
김씨 아저씨가 일어난다.
" 왜요? 좀 있다 점심이라도 같이 잡수시고 가시지요? "
" 아닐세..괜히 바쁜 사람 일도 못하게 귀찮게 한건 아닌지 모르겠군. "
" 아닙니다. 바쁘긴요...그러지마시고 이따가 점심이라도 같이 드시죠? "
" 아닐세...나도 오늘은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서 일찍 가봐야 한다네. "
" 누구요...? 아...지난번에 오셨던 그 황씨 아저씨 말씀이신가요? "
" 응...자네도 아는구먼,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고싶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초대를 했다네. "
" 예...잘 하셨어요. "
아내가 금방 튄긴 닭을 포장해서 봉지에 담아온다.
" 이거...가지고 가셔서 손님이랑 잡수세요. 금방 튀긴거라 뜨거우니 조심하시고요..."
" 아이쿠..왠걸 두 박스씩이나...매번 이렇게 신세를 지고...미안해서 어떡하나...? "
" 아뇨, 신세는요...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가게 문을 안 열면 몰라도 문 여는 날에는 해드릴께요. "
" 빈말이라도 고마워요...그리고...이거...가지고 가서 잘 먹을께요. "
" 별말씀을요.."
정재가 차로 태워다드린다고 해도 한사코 혼자서 가신다며 선풍기와 통닭을 들고 나간다.
" 안녕히 가세요. "
" 조심해서 가세요. "
" 매번 공짜로 주면 우린 뭘 먹고 살아? "
혜미의 말에 아내가,
" 그런 말 하지마..없는 사람들끼린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거야. 더군다나 김씨 아저씬 혼자계시잖아. "
" 그래도..."
" 이것도 보시야. 내가 저승갈때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업을 닦는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
" 맞어, 이젠 당신도 공부가 많이 되어서 도사가 다 됐어. "
" 치..."
" 뭐든 내가 남에게 하나를 베풀면 그것은 세상을 돌고 돌아 열배, 백배로 불어서 되돌아 오게 돼있어. "
" 아까...닭만 두마리 넣어서 드린거야? "
" 아니, 콜라도 넣었어. "
" 안보이던데..."
" 혼자서 선풍기랑 닭을 들고 가면 무거울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무게를 덜어 드리려고 작은 걸로 넣었어. "
" 야...내가 언니를 따라갈려면 뛰어가도 안되겠다. "
" 하하하...그러게..."
정재의 말에 아내가 웃으며,
" 그럼, 이이에게 더 잘하면 되잖아. 그게 최선의 길 아닌가..? "
" 참내...당신도...혜미가 나한테 잘해야 되나? 나보다는 당신한테 더 잘해야지..."
" 아니지...여자 둘이서 뭘 어떡해? 남자는 당신 하하 뿐인데...그러니 나도 그렇고 혜미도 당신한테 잘해야지..."
" 하하하...맞는 말이네. "
" 참..아저씨..."
" 응...? "
" 예전에 선풍기 직접 만들었다고 했지? "
" 응...왜? "
" 잘 만들었어? "
" 응, 그런대로...왜? "
" 아냐, 그냥..."
" 한동안 라디오도 많이 만들었었는데...시시해서..."
" 응...? 라디오가 시시해? "
" 응..조립식으로 나오는 것도 있고, 회로를 보고 부품을 하나 하나 사와서 내가 직접 만들기도 하고 그랬었는데...라디오가 제일 쉬웠어. "
" 응...보기보단 안해본게 없구나..."
" 요즘은 안만들어? "
" 만들어 본지가 오래되었고...요즘은 이것저것 만들고 싶어도 시간도 없고...자신도 없고 그래..."
" 응..."
" 참, 요즘 가게에서 하다가 안하는게 생각났다. "
" 뭔데? "
아내의 눈치를 보며,
" 하하하...그런게 있어. "
" 뭔데? 궁금하잖아...어서 말해줘. "
" 바쁠땐 하는 수 없지만 한가하면 내가 저 사람 가끔 안아주곤 하거든. "
" 가게에서 한다구? "
" 아냐, 그건..."
" 그럼, 뭐야?
" 그냥 가볍게 안아주고 뽀뽀를 하고...그렇지 뭐..."
" 치...근데 요즘은 왜 안해? "
" 응...혜미랑 함께 있으니 ...서로 질투를 하면 안되잖아. "
" 피...질투할게 따로 있지..내가 그런걸로 질투를 할까봐..? "
" 아님, 말고..."
" 언니..."
" 응...? "
" 아저씨가 언닐 많이 사랑하나봐. "
" 얘는..."
" 그건 뭐야? 배달 가는거야? "
" 응..저기 315호.."
" 내가 갔다올께. "
" 아냐, 내가 갈께. 그동안 아저씬 언니하고 지금껏 나 때문에 못한거 한꺼번에 해요. "
" 하하하...내가 갈테니 두 사람은 쉬고 있어. "
" 아냐...어차피 여자 둘이있음 뭐해? 얼른 갔다 올테니 스릴을 한번 즐겨봐. "
" 내가 간대두 그러네..."
" 언니! 시간 좀 걸릴거야. "
" 아냐, 금방 와야해. 혜미가 올 동안에 뽀뽀만 할거니까..."
" 갈려면 어서 갔다와, 점심 먹자. "
" 응..."
" 하하하..."
혜미가 나가고 아내와 둘만 남았다. 썬팅을 해놓았기 때문에 일부러 문을 열지 않으면 밖에선 잘 안보이게 꾸며져 있었다. 얼른 아내를 안았다.
" 이이는..."
" 사랑해..."
" 우리..스릴 한번 느껴볼까? "
" 뭐? "
" 하하하..."
긴 입맞춤에 아내가 뿌리친다.
" 그만...혜미 와ㅣ.."
" 응..."
또 다시 이어지는 입맞춤-
" 뭐야? 아직도 야? "
" 금방 갔다오네..."
" 이러고 있다 손님이라도 들어오면 어떡해 ? "
" 뛰어갔다 왔어? "
" 뛰어갔다 왔냐구? 시계를 봐..."
" 아... 벌써 이렇게 되었네.."
" 언니.."
" 응..? "
" 어땠어? "
" 뭐가..? "
" 느낌..."
" 얘는..."
" 정말 짜릿한게 스릴이 있었어? "
" 궁금하면 니가 직접 해봐. "
" 언닌.."
" 혜미..."
" 응..."
" 일루와봐.."
" 알았어, 금방 갈께. "
정재가 혜미의 손을 이끌고 한쪽 구석으로 간다. 그리곤 와락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 왜 이래? "
" 잠시만..."
" .... "
" 느낌이 어때? "
" 짜릿하고 좋은데..."
" 하하하..."
정재와 아내가 큰 소리로 웃었다.
" 그렇게 좋으면 매일 해라. "
" 정말? 그래도 돼? "
" 그러다 손님이 와서 보면 장사는 다 한거지..."
" 크...하하하..."

혜미가 전화를 받더니 바꾸어준다.
" 예, 예? 알겠습니다. 금방 갈께요. "
전화기를 끊고 연장통을 챙겼다.
" 뭐래? "
" 응, 저 밑에... 다른 집은 전기가 다 들어오는데 자기집만 전기가 안들어 온다면서 좀 봐달라고 하잖아. "
" 같이 갈까? "
" 아니...나 혼자 갔다올께. 다음에 같이 가자. "
" 응, 조심해"
" 알았어, 금방 올께. "
집안에 들어서며 둘러보니 냉장고와 거실의 불이 켜지질 않았다.
" 두꺼비 집부터 봐야겠군요. "
그러면서 배전판 뚜껑을 열었다.
" 퓨즈가 끊겼군요. "
" 예? 그럼, 어떡하죠? "
" 마땅한게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찾아보구요.."
" ..... "
연장통에서 퓨즈 하나를 끄내어 교체했다. 그리곤 스위치를 위로 올렸다.
" 퓨즈가 나간 것도 모르고..."
" 이젠 되는군요. "
" 예...얼마를 드려야 할까요? "
" 돈은 요 무슨...됐습니다. "
" 그래도 일부러 오셨는데...담배값이라도..."
" 아뇨, 이까짓 일로 돈을 받을 수가 있나요. 다음에 또 이상이 있거나하면 전화해 주세요. "
그 집을 나서는데,
" 도둑이야, 저놈 잡아라...하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다 보니 젊은 남자 하나가 가방을 옆에 꼭 끼고 뛰어오고...그 뒤로 경찰이 뛰어 온다. "
" 연장통을 내려놓고 가방을 들고 뛰어오는 사람이 어디로 튈지를 계산하며 조금씩 앞으로 걸었다. "
순간, 도망오던 젊은 남자가 정재의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고, 정재는 그 남자를 꼭 껴안으며 붙잡으려 했다. 그 남자는 붙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정재의 손을 뿌리치며 뛰었다.
그때, 정재가 왼쪽 발을 걸어 그 남자의 등을 밀어버리니 그 남자는 몇번 구르면서 가방을 놓힌채 저만치에서 비실비실 일어난다. 쓰러졌다 일어난 남자가 정재를 보더니 다른 방향으로 도망을 치려는 순간에 뒤에서 쫒아오던 경찰이 그 남자를 붙잡았다.
" 무슨 일이십니까? "
정재가 묻자,
" 예, 순찰을 돌고 있는데 도둑이라고 고함을 치는 소리에 얼른 달려왔더니 이 남자가 가방을 들고 뛰길래 뒤쫒은겁니다. "
" 예..."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연장통을 들고 파출소까지 따라갔다. 붙잡힌 남자는 도둑이 아니었다. 가방에다 스티커를 잔뜩 넣고 집집마다 돌면서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남자 딴에는 개를 무서워해서 사나운 개가 있는 집은 가지않으려고 조심해서 다녔었는데, 문에다 스티커를 붙이려는 순간에 안쪽에서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당황해서 아니라고 했지만, 안에선 계속 소릴 질러댔고 이 남잔 잘못하다간 도둑으로 몰리겠다싶어 서둘러 그집을 나왔던 것이다. 때마침 경찰이 뛰어 올라왔고 겁이 난 남자는 무조건 가방을 들고 뛰다가 붙잡히게 된 사연이었다.
가게로 와서 아내와 혜미에게 방금 있었던 얘길 들려줬다.
" 그 남잔 어떻게 됐어? "
" 어떻게 되긴...제 갈길로 갔지..아마 이 동네엔 두번 다시는 안올거야."
" 그게 끝이야? "
" 응..끝이지....잘 들어봐.. 스티커를 붙이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는 사나운 개에게 물렸던 충격이 있어서 언제나 조심해서 다녔고, 마침 다른 집처럼 그 집에도 스티커를 붙이려는데 안에서 갑자기 도둑이라고 소릴 질러대는거야. "
" 그 사람이 왜 소릴 질렀대? "
" 그러게..."
아내도 거든다.
" 여기까진 들어보니 아무 것도 아니지? "
" 응..."
" 그럼, 안에 있던 여자가 왜 소릴 질렀는지 궁금하잖아? "
" 응. "
" 그 집은 다른 집하고 구조가 달라서 욕실 창문이 샛길쪽에 있었어. "
" 응..그래서? "
" 안에서 목욕을 하던 젊은 여자가 아까부터 인기척이 나서 신경을 쓰고 있는데 검은 그림자가 아른거리더니...스티커를 붙이는 소릴 문을 여는 걸로 착각을 했던거야. "
" 아..."
" 여자는 다급한 마음에 도둑이라고 소릴 질렀고, 남자는 그게 아닌데...정말 기가찰 노릇이었지. "
" 응...정말 황당했겠다. "
" 응.."
" 자긴 도둑이 아니라고 해도 겁에 질린 여자가 그런게 들리겠어? "
" 하하하"
" 무조건 소릴 질러댔고...남자는 당황한데다 잘못하다간 낯선 동네에서 도둑으로 오해라도 받겠다싶어 서둘러 나왔는데, 마침 순찰을 돌던 경찰이 뛰어왔던거지. "
" 하하하...이런걸 두고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하겠다..."
" 아니지...엎친데 덮친건...혜미가 방에 엎드려 있을때 내가 뒤에서 덮치는거지. "
" 하하하"
" 어때? 오늘밤 엎친데 덮쳐줄까? "
" 하하하"
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선다.
" 어서오세요. "
" 안녕하세요. "
" 아...어서오세요. "
얼마 전 좌변기가 막혀 수리를 해줬던 집 여자였다.
" 멀리서 보니 가게로 들어오시기에...지나다 들렀어요. "
" 예, 잘 오셨습니다. "
" 여보...내가 지난번에 얘기 했었지? 배수관 때문에 갔었던 집 말야..."
" 아...그 분이시군요. 반가워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
" 예? 저희 집에 두번 오셨는데 많이 들으셨다구요? "
" 배수관 때문에 두번 수리를 한집이라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이사 온지도 얼마되질 않아 아는 이웃이 없다며 남편이 잘 지내보라고 해서 관심이 있었던거구요. "
" 다른 얘긴 못 들었어요. 좌변기에 생리대가 빠졌다는 얘기도...크크크"
" 예? "
여자가 당황할때 정재가 나서며,
" 자...여긴 제 아내입니다. 여긴...저의 작은 부인이고요. "
" 예? 정말인가요 보군요. "
" 예, 맞아요, 우린 이렇게 살아요. "
세사람은 각자 소개를 했고 그 여자는 김선영이라고 했다. 남편은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하면 회사에 일이 많아 밤늦게나 되어야 퇴근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쇼핑을 다녀오지 않을때는 하루종일 잡에만 있게되어 심심하다고 하소연하듯 말한다.
" 세분이서 밤낮으로 함께 있으니 좋으시겠어요? "
" 예, 좋아요, 너무 행복해서 탈이지만..."
" 혹시 서로 오해를 한다거나 싸우진 않나요? "
" 아뇨, 그런 적은 한번도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것이구요..."
" 한번도 없어요? "
" 예 "
" 안믿겨서 그런거니 기분 나쁘게 생각진 말아주세요. "
" 하하하"
아내가 음료수와 금방 튀겨낸 닭을 내어놓는다.
" 보시다시피 통닭을 튀기는 집이라 이거밖엔 내어놓을게 없네요. "
" 아뇨..잘 먹을께요. "
" 자...어서 드셔보세요. "
세사람은 재미있게 얘길 주고 받는다.
" 앞으로도 자주 놀러오세요. "
" 예, 가끔 쉬는 날엔 저의 집으로도 놀러오세요, 참..."
" ..... "
" 제 나이가 제일 어린거 같으니 두분을 언니라고 부를께요. 괜찮죠? "
" 그래요, 우리도 동생이 생겨 좋으네요. "
" 그럼, 우린...여기서 만났으니 통닭집 삼총사인가? "
" 아니지...이이도 있으니 끼워줘야지.
" 그럼...가끔 배달도 하곤 하니까...날으는 통닭 삼총사 어때? "
" 하하하 "
" 날으는 건 아저씨네.."
" 응.."
" 이젠 가볼께요. "
" 벌써 가려구요? "
" 예, 가봐야지요, 너무 오래 있었는데...그리고..언니, 동생하기로 했으니 편하게 말 놓으세요. "
" 그럴까? 그럼..."
" 그럼, 난 뭐라고 부를까? 셋째 부인님? "
" 예? 하하하"
" 아저씬 제가 두분을 보고 언니라고 부르니..형부라고 부르긴 좀 그렇고...그냥..오빠라고 부를께요, 괜찮죠? 언니들..."
" 응, 괜찮아. "
정재가 여자를 안을듯 두 팔을 벌리며,
" 선영이 동생..."
그러자,
" 오빠..."
그러면서 선영이 정재에게 안긴다.
" 하하하"
네 사람은 또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 이젠 정말 가봐야겠어. "
" 응"
" 지나는 길에는 꼭 들러고 자주 놀러오도록해. "
" 응, 언니..."
" 조심해서 잘가.."
선영이 나가자 혜미가 웃으며,
" 선영이 참 예쁜데...몸매도 죽이고...같은 여자지만 정말 샘난다. "
혜미의 말에 아내가,
" 당신은 어때? 두번이나 보고...오늘까지 세번째 보는건데..."
" 뭘? 참내..."
아내와 혜미가 킥킥거리며 웃는다.

" 이렇게 동네 장사를 하다보면 무슨 단체 같은데에도 가입해서 봉사 활동도 좀 해야하는거 아냐? "
" 그렇게 하긴 해야하는 게 맞어. "
" 그럼, 왜 안해? "
" 했었지, 예전엔..."
" 지금은 왜 안해? "
" 청년회에 들어가서 야간에 순찰도 돌고 봉사 활동도 했었는데...잔뜩 실망만 안고 그만뒀어. "
" 왜? "
" 한 사람이 나쁘게 보이니까 그기에 가입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나쁘게 보이는거야. 그래서 그만뒀어. "
" 왜? 무슨 일로? "
" 주거지 전용 주차 문제로...더러워서..."
" 좀 더 자세히 얘기해봐. "
" 저기 보이는 주차 칸 있지? 흰색으로 그어놓은 거..."
" 응..."
" 저게 주거지 전용 주차를 하는 곳인데...동네 사람만 신청을 해서 한달에 얼마를 내고 야간에만 주차를 해놓는 곳이야. "
" 응 "
" 구포 1, 2, 3동은 부녀회니 청년회니...해서 서너개 단체에서 주야로 돌면서 잠시만 주차를 해놓아도 바로 스티커를 끊어버리고 견인차를 불러서 끌고 가버리거든. "
" 응..."
" 한달 주차 요금도 무시할 게 못되기 때문에 한달에 걷히는 게 상당히 많아. "
" ..."
" 그렇게 걷힌 주차 요금에서 몇 %는 구청에 들어가고 몇 %씩은 주차 라인을 관리하는 단체로 들어가는데...울 동네에선 청년회에서만 관리를 하거든. "
" 아..."
" 그런데, 밤늦게 와서 주차를 하더라도 관리를 하는 사람이 전혀 관리를 안하니까 엉망인거야. "
" 어째서? "
" 낯선 차들이 장기간 주차를 해놓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도 않고 그저 앉아서 편하게 주차 요금이나 챙기면 그만이다는 생각인 것 같아. "
" 그런 사람을 왜 시켜? "
" 여긴 청년회 한 곳에서만 관리를 하니까 총 주차 요금에서 몇 %는 구청에다 주고 남는 금액에서 몇 %는 청년회에 주고 나머진 혼자서 다 챙기는거야. "
" 정말 못됬다..."
"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청년회에서 그 사람에게 관리를 맡긴건데 그 사람...방범부장을 하면서 방범 순찰 한번 제대로 도는 걸 못봤어. 그냥..차 키나 던져주고 순찰 잘 돌라고 한마디 하면 끝이야. "
" 참나..."
" 그기에다 가만히 잘 있는 주차 라인까지 자기 고향 사람에게 한자릴 빼앗아주려고 하다 난리가 난 적이 있었지. "
" 여기 사람 아냐? "
" 응..."
" 정말 인간 말종이네. "
" 오죽하면 내가 돈 한푼 안받아도 되니 주차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가 청년회를 때려 치웠겠어? "
" 잘했어. "
" 이젠 청년회니 다른 단체 사람들 보기만해도 사람으로도 안보여. "
" 그렇겠다..이젠 그런 거 하지마. "
" 나도 할 생각 전혀 없어. "
" 한번씩 보면 여러 단체가 모여 있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는데...단체도 참 많은 것 같아. "
" 응, 꼭 필요한 것 보다는 불필요한 단체가 많아, 지역을 위해서 동네 주민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핑계로 각자 주머니만 채우기에 바쁜 사람들이 많거든. 그래도 자기네들이 모임이나 단체를 만들어서 지역을 위해서 봉사 활동을 하겠다는데 못하게 할 이유는 없는거겠지.."
" 하하하..."
" 밖에 비가 온다. "
" 소나긴가? "
" 더러운 인간들도 이참에 싹 씻어줬음 좋겠다. "
" 하하하...요즘은 인사 청탁에다 뇌물받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내리는 빗물도 황사에다 세상 모든 공해로 시달리다 보니 그런 사람들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 같던데..."
" 하하하..."
" 그러고 보니 이 동네에선 견인차가 지나다니는 걸 한번도 못봤다. "
" 가재는 게편이라고...그 놈이 그놈인데 올리가 있겠어? "
" 맞어, 그 나물에 그밥인데...그것도 쉬어빠진 쉰밥...크크크"
" 쉰밥...? 제대로 안하고 돈이나 밝히는 놈들... 먹고 식중독이나 콱 걸려버려라. 하하하..."
" 아파트에서도 주차 공간이 없어서 난리들이지만 비좁은 주택가에선 더 심각해. 그래서 주차 공간이 없어서라도 이사를 가는거지,,,"
" 다 떠나고나면 자기네들만 남겠네? "
" 그렇겠지...하하하..."
" 우린...언제 갈거야? "
" 좀 만 있다가...어디 반촌이라도 알아보고 가자. "
" 치..."
" 깊은 산으로 들어 갈 수록 여유 자금이 많이 필요하거든. 아무리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거라고 해도 당장은 먹을게 있어야 하니까..."
" 응...듣고보니 그러네.."
" 그래, 우리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기다리다 보면 좋은 때가 오겠지.."
그때 문이 열리면서 택배 기사가 들어왔다.
" 택뱁니다. "
" 뭐죠? "
" 예, 한약인 것 같습니다. "
택배 기사가 나가자,
" 누가 주문했지? "
" 응, 내가 주문한거야. "
" 당신이...? "
" 응. "
" 뭐에요? "
" 장어 엑기스인데, 잉어랑 붕어를 함께 넣은거야. 자연산이라서 먹어보면 정말 좋은 걸 알 수 있어. "
" 누가 먹을건데...? "
" 당신하고 혜미 먹으라고 주문했지. "
" 당신은? "
" 난, 평소에 좋은걸 많이 먹으니까 안 먹어도 돼. "
" 장어는 남자한테 좋잖아. "
" 아냐, 꼭 남자에게만 좋은게 아니고 남녀노소 다 좋아. 뭐니뭐니해도 스테미너엔 최고이지만, 여자들 피부 미용엔 확실한 효과가 있어. "
" 정말? "
" 응.."
" 비쌀텐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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