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이름  
  임정수(작성일 : 2004/09/07, 조회 : 1956
제목  
 아저씨! 같이 드실려우?

아저씨! 같이 드실려우? / 임정수





해우소(재래식 : 퍼새식 화장실)의 문을 여는 순간,
밑(똥통)에서 놀란 쥐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무 기둥을 타고 지붕의 틈새로
손살같이 달아난다.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서 해우소의 밑에서 굴을 파고 들어가 겨울을 나는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똥이 얼어서 굴을 파고 들어가면
보온 효과가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곳에서 풍겨져 나오는 특유의 가스가 어느정도 보온에 일조를
가할지도 모르겠단 생각 또한 들었다.

온몸에 똥칠을 하고 달아나는 쥐를보니 징그럽기도하고 흉측해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뱃속에선 얼른 비워달라고 난리가났다.

더 이상은 참는데 한계를 느껴 앞, 뒤 잴 시간도 없이 급하게 해우소 안으로
들어갔다.

자세를 잡고 앉아서 서서히 배에 힘을주며 쌓였던 근심을 풀기 시작했다.

뱃속에 가득 담고 있을땐 몰랐었는데,
확실히 담았던 것을 내려놓고나니 마음도 한결 시원하고 편하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 몸속의 기운을 모아 다시 한번 더 배에다 힘을 주는데
밑에서 무슨 소리가난다.

분명 내 몸에서 떨어지는 덩어리(?)의 둔탁한 마찰음은 아니었다.
(무엇일까?)

이번엔 일부러 용을쓰며 배에다 힘을 주는 소리를 내었다.
발판과 인분이 쌓여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1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이다.

계속 밑을 주시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쥐 한 마리가 튀어나와 재빠르게

뜨끈 뜨끈한 똥을 앞발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나참..."

제주도에선 사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화장실을 특수하게 만들어
그 안에다 돼지를 가두어놓고 키운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제주도에선 볼일을 볼 때 앉아서 대나무 장대를 쥐고 돼지를 쫒아내며
돼지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 순간을 잘 포착해서 얼른 힘을주어 덩어리를 떨어뜨려야한다.

그러면 덩어리가 떨어지는 순간, 돼지가 달려와서 낼름 주워 먹는다.

만약 힘을 주어 덩어리를 떨어뜨리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방심하여
돼지가 달려든다면,

그것도 떨어지는 덩어리와 돼지의 타이밍이 잘 맞지않아
돼지의 몸에 덩어리가 떨어졌을 때에는 정말이지 큰 낭패를 당하게된다.

비에 젖은 개가 물기를 털어내듯 그 자리에서 돼지가 몸에 묻은 똥을 털어낼때면...
그 다음은 상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제주도의 토종 돼지는 별다른 사료도없이 예부터 화장실에 가두어두고
똥으로 키우는데,
요즈음은 토종 돼지를 키우는곳이 관광지나 제주도에서도 몇군데 되질 않는다고한다.

너무나 재빠른 발 놀림에 놀라기도하고 기가찬다.
자세히보니 앞발로 파헤쳐가며 시식(?)을한다.

쥐의 입장에선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라 이왕이면 뜨끈 뜨끈할 때
파먹는 재미로 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꺼비가 별식으로 벌을 즐겨 먹는 사실은 알고있는 사람들은 안다.

벌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몸부림으로 두꺼비의 혓바닥에 일격을 가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사람이 벌에 쏘이면 아파서 발을 동 동 구르며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만,
두꺼비는 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툭하고 침을 놓으면,
말그대로 (톡 쏘는 맛)에 벌을 잡아 먹는 것이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 따끈 따끈한 호빵이 잘팔리듯
어쩌면 쥐도 뜨끈 뜨끈한 덩어리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지도 모르겠다.
쥐가 어쩌다 똥을 파먹게 되었을까?

한편으론 불쌍한 생각이든다.
어쩌다 쥐로 태어나 이렇게 사는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덩어리를 잘 파헤치다 혹시라도 영양가 있는 것(?)이라도 나오면 다행이지만,
몸을 버리면서까지 먹고 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쥐를보니
징그럽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이 든다.

바로 그때였다!
무심결에 자세히 볼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조용히 쥐가 움직였다.
조심스럽게 올려다 보더니 나를 아주 동정어린 눈매로 보고 있는게 아닌가!
조금의 미동도없이...

나를 향한 쥐의 눈빛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았다.
나는 너무나도 놀랍고 당황한 나머지 모른체하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리곤 애써 다른 생각을 할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혹시라도 쥐가 가만히 올려다보다 배가 너무나 고픈 나머지,
고깃덩어리 생각이 간절하여 나의 보물 1호인 멋진 쌍방울(?)을
순간적으로 고깃덩어리로 착각하여 풀쩍 달려든다면...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쥐는 앞발로 열심히 똥덩어리를 파헤치며 그걸 게걸스레 먹고 있었다.

휴-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내 입에서 절로 나왔다.

나는 곧 밑에서부터 솟구쳐오르는 쥐의 뜨거운 눈총어린 시선을 계속 느낄수 있었다.
그런 쥐의 시선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려 힐끗 훔쳐보았다.

그순간 깜짝 놀랐다.
아직도 쥐는 자리를 떠나지않고 빤히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러다간 정말 쥐가 달려들어 물어 뜯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해우소를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해우소에서 근심을 풀고 우유를 한병 다 마신후 마당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자니 해우소의 문 밑 틈사이로 아까 그 쥐가 뛰쳐나온다.
(이젠 다 먹은건가?)

하긴 그곳에서 먹을게 뭐가있다구...

징그러운 쥐를 봤더니 기분도 찜찜하여 도끼를 들고 계곡으로갔다.
추운 날씨로 계곡의 물은 두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꽁 꽁 얼어있었다.

힘껏 도끼로 내리찎어 얼음을 깨기 시작했다.
깨어지는 얼음의 구덩이가 점 점 넓어져갔다.
자세히 보니 얼음의 두께가 20센티는 훨씬 넘을것같다.

몸에 걸친 옷들을 모두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역시 얼음을 담고있는 계곡의 물은 차가웠다.
두손으로 물을 뜨서 몇모금 마셨다.
너무나 차고 시원해서 몸속의 심장마저 얼릴 듯 찬 기운이 몸속 깊숙이 파고든다.

물속에 앉아 목만 내어놓고 있자니 찬바람이 얼음을 스치며 지나간다.
갑자기 이런 시상이 떠오른다.



겨울 수행기

살을 에이는 바람이
뼈속 깊숙이 파고들고
음침한 기운이 맴도는
산속 계곡엔
살얼음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긴다

망설이거나 주저하면
강한 음기에 질려
두 번 다시는
물속에 들어서질 못한다

기회는 한번뿐
내가 이기느냐
나 자신이 강해지느냐
둘중의 하나를 위해
망설이면 안된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고
찬 바람이 나를 재촉하지만
나는
벌거벗은 몸으로
살얼음의 두께를 가늠해본다

그렇다
망설이면 지고만다
아무런 준비 운동도없이
물속에 뛰어든다

역시 물은 차갑다
물속에 잠긴 부분은
따끔거리며 감각도 무디어
내몸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갈것만같다

소중한 한 부분은
그대로 꽁 꽁 얼어
아프다는 느낌만 전해져올뿐
잘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참자
두손을 합장하여
전신의 기(氣)를 모으니
조금은 살것같은
안도의 여유가 생기고
얼굴엔 엷은 미소와 함께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다

그렇다
육체가 춥고 따신건
몸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걸
아직도
찬바람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으니
언제쯤 진리를 깨우칠까
물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두다리는 선채로 얼어버리고만다

타올로 몸을 닦으니
몸에선 얼음이 떨어져 나간다

이 얼음으로
냉커피나 만들어 먹을까보다



드디어 목욕을 다 끝내고 물 밖으로 나왔다.
타올로 몸을 닦았지만 몸에 묻은 물기는 내가 물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대로 얼어버려서
타올로 닦이는 부분에는 고드름같은 얼음 조각이 조금 떨어질뿐이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었다.
차가운 물속에서 오랫동안 있었더니 수축된 몸의 일부분(?)에서 신호가 오기에 오줌보를 비우기 위해 또 한번 해우소를 찾았다.

조심스레 해우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밑을보니 아까의 그 쥐인듯한 쥐가 한 마리 있었다.

누군가 다녀간탓인지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똥덩어리를 앞발로 마구 긁어대며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이젠 내가 들어와서 인기척을 내더라도 별로 놀라지도 않으며
담담히 위로 올려다본다.

비록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새 정 아닌 정이 들었는지
나에게 무슨말인가 할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말일까?
가만히 귀를 기우려 들어본다.

"아저씨...같이 드실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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