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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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작성일 : 2004/09/06, 조회 : 1930
제목  
 사랑이여! 젊음이여! 자유여!

사랑이여! 젊음이여! 자유여!
- 임 정 수 -

강은 꽁 꽁 얼어붙은채 말없이 누워있다.

몇일째 계속 내리던 눈도 멎고 밝은 햇빛이 차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좁은 차안은 히타열로 훈훈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겨울 바람처럼 휑하니 비어 억누를 수 없는 슬픔 같은 것이 지나갔다.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받아 한모금 물었다.

꼭 10년전 이맘때였구나.

그날도 눈이 왔었지.
바람에 날려 떠돌다 쌓이는 낙엽을 밟으며
나름대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다고 아랫 입술을 꼭 깨물었고,
넌 그날도 변함없이 내곁에 있어주었지.

그날 우리는 바로 이 길을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통과했던가?
그때 넌 바람이 차다며 나의 팔짱을 끼고 얼굴을 가슴에 묻으며 마냥 행복해 했었지.

나는 숨을 크게 쉬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썼다.
그리고 내가슴이 뛰는것을 들키지 않으려고도...

난 샴푸 냄새와도 같은 너의 머리 냄새를 맡아보았지.
마치 풋과일처럼 상큼하면서도 싱그러운 체취가 코끝을 찌르며 가슴 깊숙히 파고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너의 입술에 입맞췄고,
그것은 새벽 공기처럼 신선함이 깃들어 있었다.

조용히 손을 잡아 보았지.
약간은 뜨거웠지만 겨울 특유의 차가움이 피부에서 혈관으로,
뼈속 깊숙히 파고드는것을 느끼며 두손으로 마사지하듯 너의 손을 비벼댔지.

또 다시 짧은 입맞춤,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운 감촉으로 식지않은 사랑을 재촉하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로 애원하듯 고개젖는 너의 호소에,
끓어오르는 혈기왕성한 젊음, 꿈틀대는 이성을 억제하며
우리의 짧은 밀회는 그것으로 막을 내려야했다.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너를 원했지만, 너는 이미 유부녀라는 이유로 거부했지.
그순간 너만 원한다면 우리는 아무도 찾지않는 먼곳으로가서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


어느새 차는 강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모래와 자갈을 잔뜩 실은 덤프 트럭들이 무섭게 지나갔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멍한 상태,

아침이면 강물은 자기 고독을 못이겨 파란 눈물을 쥐어짜듯
하얀 슬픔을 만들어 나에게까지 가져다 주었었지.

모락 모락 피어나는 안개, 눈앞이 아물 아물 해져왔다.

고독을 삼킨 파도가 슬픔을 자아내는 강물에 꽁꽁 얼어버린 모습으로 안개속에 숨어버렸고,
햇살에 살아숨쉬는 안개는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한다.

섣달의 바람은 매서웠다.
한번 일어선 바람은 도도한 기세로 얼어붙은 바위를 때리고,
세상의 모진 풍파에 깎이고 씻겨버린 인생의 처절한 잔해들을 하늘 높이 안고 날아갔다.

문득 너의 살내음이, 너의 체취가 바람결에 실려왔다.

얼마만인가,
남다른 설레임으로 너의 향취에 얼굴을 묻고 너를 느낀다.

뜨거운 가슴이 용솟음치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감회에 젖은 행복스런 미소, 이 강 가득히 떠오르는 다정한 모습...

사뿐히 내려앉는 햇볕은 그날의 햇살마냥 따사로히 내려오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해온 재회의 믿음은 그토록 오랜 세월을
지새어온 불면의 밤을, 약속의 강과 기억의 강으로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은 허황된 꿈일뿐 환상으로 그칠뿐이다.

너무나 그리워한 나머지 환상을 쫓으며 지난날의 추억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함께할 그날을 꿈꾸고 있을뿐 지금 이곳엔 아무도 없다.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

차가운 바람에 얼룩진 쓸쓸한 추억만이 뒹굴고 있을뿐이다.

사랑이란 것도 만나서 부딪힐때 실감나는 것이지,
헤어지면 자연히 잊혀지고 상처도 아물어가는 것이리라.

모든 일에는 시행 착오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다시 돌아가기엔 시간이 허락치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야만 할 길이 창창히 남아 있는 나의 젊음,
이 젊음이 나를 지난날의 이곳으로 이끌었고 이곳에서 무엇인가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들이 더 많기에 오늘의 시련을 달게 참고 내일을 꿈꾼다.

이제 관념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편협적인 나의 모든 번뇌는 나로부터 영원히 사라지리라.

이젠 자신있다.
인생의 쓰고 단맛을 모두 체험한 내가 아니던가.
나의 꿈과 희망과 자신을 맘껏 발휘하리라.

물론 험난하겠지. 폭풍우도 닥치겠지. 때론 좌절도 하리라.

하지만 역경과 시련으로 담금질된 이 강철같은 젊음은
진정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영위하리라.

생에 최선을 다하고 용서받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아끼고 사랑하리라.
목놓아 소리쳐도 불러도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외쳐본다.


사랑이여! 젊음이여! 자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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