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방 입니다 ..

자전거가 맺어준 인연

자전거가 맺어준 인연 / 임정수



저는 삼십대 중반의 전업 주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 깨워서 학교에 보내고...
여느 일반 주부들 하고 똑 같죠.

그렇게 분주한 시간이 지나면 하루종일 할일없이 집안 청소며 빨래를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돌아 오후까지 기다릴려면 너무나 무료하고 지루하기까지해서
때로는 하루 하루가 지옥같이 지겹게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또래의 다른 여자들은 코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고 수영이니 헬스니 배우러 다니는데,
솔직히 그런 곳에는 가기가 싫어서 안간답니다.

그래서 배드민트나 테니스를 배울까도 생각하였지만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곰곰히 생각다 못해 자전거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배우면 가까운 시장에 가서 장도 봐올 수 있고
급할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강변 공원이 있는데
가까이 사는 친구랑 같이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우선엔 구청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어
굳이 자전거를 구입하지 않고도 배울 수가 있겠다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먼저 운전하면 친구가 뒤에서 잡아주고,
친구가 운전하면 제가 뒤에서 잡아주는 식으로 연습을 하였지요.

그렇게 몇일을 탔습니다.
서서히 손에 익어 자전거 배우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친구는 번번이 넘어지자
이내 재미가 없다며 포기를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저혼자 배우기로 마음먹고 강변 공원으로 갔답니다.
서서히 페달을 밟으며 나아갔는데 얼마 못가서 비틀거리다 쓰러지곤 하였답니다.

누군가가 조금만 잡아줘도 앞으로 나갈 수가 있을 것 같은데
혼자서 연습하려니 도저히 자신이 없어 당황하고 있으려니,

"자전거 배우시는가 보죠?" 하는 말에 뒤를 돌아다 보니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에요.

"네" 하고 대답을 하자 그는 뒤에서 자전거를 잡으며,
"제가 잡아드릴께요."
'고맙습니다."

그 남자가 뒤에서 잡아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제법 잘 달렸고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제 뒤를 따라와 주었답니다.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고 밟았는데도 가끔은 저자신도 모르게 페달을 세게 밟는 수가 있어서
잘 달리다가도 제가 넘어지려고 하면 그는 쏜살같이 달려와 잡아주기를 수차례...

거의 한시간 가량 그렇게 달리고 붙잡아 주고...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쉬었다 하죠."
"네..."

제가 자전거에서 내리자 그는 운전대를 잡으며,
"저기 강가에 가면 더 시원하답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강가를 가리키더군요.

갈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걸 보니 저도 그곳으로 가고 싶더군요.

남자는 자전거에 올라타며,
"제 뒤에 타시고 허리를 잡으세요."

제가 그의 허리를 잡자
"갑니다."하고 달리는데 무척이나 빠르게 달리기에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여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남자의 허리를 꼭 붙잡고 등에 붙었습니다.

'역시 젊음이 좋구나' 생각하며
근육질의 남자 등에 기대어 허리를 끌어안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탄 자전거는 인적이 뜸한 갈대숲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타고 달렸습니다.
비록 이름도 모르는 낯선 남자이지만 그의 등에서 따뜻한 열기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도착하여
무척이나 아쉬웠답니다.

"내리지 마시고 가만히 앉아 계세요."
"네?"
"이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경치가 좋은 장소가 나올겁니다."
"네..."

저는 계속 뒤에 타고 있었고,
그남자는 자건거의 운전대를 잡고 사람 키높이 보다도 훨씬 더 자란 갈대숲을 뚫고 강가로 나갔어요.

얼마 지나지않아 정말 경치가 좋은 곳이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자, 다 왔어요."
"네..."

"잘 못 내리면 위험하니 그대로 계세요."
그남자는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바로 세워 고정시키고 제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저를 안아 부축해주는데,
그만 자전거가 넘어지며 우리는 갈대밭으로 나동그라졌습니다.

"어멋..."
'어,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그남자는 제가 다치지 않도록 밑에 깔려서도 저를 꼭 안아주었고,
저는 그 남자 위에 포개져서 안기며 넘어졌답니다.

하필이면 자전거가 제 엉덩이에 넘어져서 금방 일어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남자는 한동안 저를 껴안은체 물끄럼히 저를 쳐다보다가
제 얼굴을 두손으로 잡더니 입술을 포개더군요.

'이러면 안되는데...'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그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생각하니 너무나 부끄러워 온몸이 부르르 떨리더군요.
마치 정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사람처럼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감싸고 흘렀어요.

부끄러워 눈을 꼭 감았더니 남자의 혀가 제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더군요.
남자는 용기를 얻은 듯 저를 더욱 세게 끌어안더군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더이상은 허락할 수 없어 그를 뿌리쳤지만
그의 눈동자는 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고 저도 어느새 몸이 달아있었기에 더이상은 거부할 수가 없었어요.

또다시 이어지는 입맞춤...
그의 입술은 정말이지 달콤하면서도 푹 빠져드는 듯한 묘한 마력이 있었어요.

"저쪽으로 옮길까요?"
"네?"

"이곳은 사람들이 잘 안오는 곳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낚시를 오는 사람들도 있고...
저쪽엔 저만이 아는 장소가 있거든요."
"....."

"제가 가끔 낚시를 오다보니 저만 아는 비밀장소가 있거든요."
"아..."

어차피 누가 올 사람도 없겠지만 그는 자전거를 한쪽에 숨겨두고 갈대로 가렸어요.
그리곤 저의 허리를 끌어안고 갈대숲으로 들어갔답니다.

한참을 들어가자 다른 팀이 왔다 갔는지 편편하게 갈대가 누워있고
한쪽엔 휴대용 돗자리가 접혀 있었어요.

그는 돗자리를 펼치더니 제손을 잡고 앉았어요.
저도 그를 따라 옆에 앉았답니다.

그리곤 저를 끌어안았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렇게 나올거라 예상하고 있었지요.

무어라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는 아무말없이 저를 껴안고 키스했어요.
저도 그남자의 목에 매달려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결코 서두르질 않았어요.
그남자가 저를 천천히 쓰러뜨리려 하자 저는 못이기는 척 그를 안은체 자리 위에 누웠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네? 서른여덟이에요..."
"아...그렇군요..."
"....."

"아직 이십대 못지않게 피부가 고우세요."
"정말요?"
"네..."

"거긴 나이가..."
"스물아홉이에요.누님..."

그는 방긋 웃으며 저를 안심시켰어요.
그의 말에 다소 안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낯선 남자임에는 틀임없죠.

저는 말그대로 황홀경에 푹 빠지고 말았어요.
누구와 같이 있는지 그가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이 상황까지 와서 안된다고 빼기도 그렇고...그냥 두눈을 꼭 감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요.
너무나 부끄러워서 두손으로 얼굴을 감쌌어요.

"자기, 나 좋아?"
"응..."
"어떻게 좋아?"

"나이에 비해 엄청 미인이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니까 좋지."
"정말?"
"응..."

솔직히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어요.

오늘 처음본 남자 앞에서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인 제가
이러면 안된다는걸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지만

아주 달콤한 말로 저만을 생각해줄줄 아는 그의 행동과 눈빛을 보면
아마도 어떤 여자라도 첫눈에 반하고 말거에요.

시원한 강바람에 갈대가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우린 부둥켜 안은체 하나가 되었지요.

그에겐 무언가 특별한 마력이라도 있는것처럼 신비롭게 이끌리는 강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우리 매일 만날까?"
"매일? 좋지...하지만 자긴 일안해?"
"일? 나 택시 하는데 교대하고 가는 길에 항상 이쪽으로 다니지."

"그렇구나...아참, 자긴 집이 어디야?"
"저쪽...둑 넘어..."

"내가 매일 맛있는거 많이 만들어올께."
"고마워...그러면 나도 보답하는 의미에서 날마다 행복하게 해줄께."

전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하였습니다.

그후로도 우린 갈대숲에서 만났고 때론 함께 자전거를 배우던 친구년하고도 같이 만난답니다.

아직 그남자의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우리를 만나게 해준 자전거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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