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방 입니다 ..

세상에나

세상에나 / 임정수






모처럼 친구를 만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홀안은 이미 만원이라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창가에 앉은 손님이 다 먹고 일어나는 걸 보고 그곳으로 가서 앉았다.

주문한 정식이 나오고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맛있게 먹는데
재미있게 얘길하던 친구가 갑자기 나즈막한 소리로 외쳤다.

"어이,이봐..이보라구..."
"으응...왜 그러나..."
"저기, 저길봐..."
"응...어딜?"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건너편 모텔에서 두사람의 남녀가 껴안고 웃으며 나오는 것이 아닌가.
뭐, 젊은 사람들이 꼭 붙어다니는게 대세인 요즘엔 그런게 뭐 흉이 될 수가 있겠나만은
두사람 중의 한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사람이 누구냐구?
다름아닌 우리 며느리였다.

잠시 친정엘 다녀오겠다던 며느리가 밤도 아닌 시벌건 대낮에
그것도 낯선 사내의 품에 안겨 저리도 웃으며 모텔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아버님...몸이 아파서...잠시 친정에서 쉬었다 왔음 했어요..."
"그래, 그래라...친정 어머니하고 같이 있다오면 아무래도 아픈 몸이 빨리 나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하여 친정엘 보내게 되었는데 저렇게 바람을 피울려고 그랬단 말인가?

며느리에게 속았다는 배신감과 하나 뿐인 아들의 마누라가 저모양이니 어디가서 하소연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혀 친구 보기에도 미안하여 딱 죽고만 싶었다.

"이보게, 친구..."
"....."

"저렇게 그냥 놔둬도 되겠는가?"
"아니, 그냥 놔두세..."
"....."

마누라가 세상을 등진 이후로 술을 끊었는데,
오늘따라 술 생각이 간절하여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소주를 병째로 들고 마셨다.
아니, 마셨다기보단 차라리 입을 벌리고 쏟아부었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적당히 마시게, 그런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 담길리는 없질 않은가."

친구인 박영감이 소주병을 낚아채듯 거의 반강제적으로 내게서 빼앗아 멀리 치운다.

할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팔불출이라 욕해도 좋고 푼수덩어리라 손가락질 해도 좋을만치 평소 며느리 자랑을 하고 다녔었는데,
어쩜 다른 이들도 며느리의 행실을 알면서도 내가 충격을 받을까봐 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마음같아선 당장에 달려가 이것들을 요절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두 아들을 둔 내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테지만
중년의 남자와 저렇게 바람을 피운다는 건 아들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그가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에
며느리가 밖으로 나돌았던게 아닐까.

'불쌍한 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들보다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손자 녀석들이 불쌍했다.
이일을 어찌할꼬...

몸이 아파 요양을 하러 친정엘 다녀오겠다던 어제는 정말 중병 환자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그러고보니 그 아프다는게 쌓인 욕정을 제대로 풀 수 없어서 아팠던 모양이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한심하고 기차찰 노릇이었다.

어쩌면 낯선 남자에게 약점이라도 잡혀 협박을 받기라도 했을까?
설마...
아닐거야, 저리도 다정하게 껴안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걸로 봐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보인다.

남녀사이의 일을 부부도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일일이 알 수는 없어도
언제부터인가 며느리의 언행이며 행동이 조금은 달라보이긴 했었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집안에서야 며느리고 착한 아내이지, 집밖에서까지 그런걸 요구할 수는 없지...오늘 일은 비밀로 하세."

박영감이야 어디가서 누구에게 얘길 할 사람도 아니고 비밀은 반드시 지킬거라 믿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밀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박영감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며느리가 어느정도 절제된 생활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살아갈 것인지 그게 못미덥다는 것이다.

한때의 실수고 장난이었다며 넘길 수도 있겠지.
다만, 남편에게서 받지 못했던 만족감과 진한 사랑을 다른 이에게서 받음으로서
그게 반드시 일회용으로 그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저정도의 사이라면 벌써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임이 분명한데,
단순히 외도을 넘어서 불륜의 관계가 틀림없기에 이일을 만약 아들이 안다면 어떻게 될까?

평소엔 순한 양처럼 착한 아들이지만
한번 눈이 뒤집히면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성격이라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직장과 집만을 오가며 오로지 가족생각만 하는 아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손주들은 어떨까?

바람난 제 어미의 행실을 어떻게 이해할까?
과연 모든 사실을 다 알고난 다음에도 어미를 어미라 부르며 웃으며 반겨줄 수 있을까?

며느리의 소행은 괘씸하지만 참기로 했다.
언제까지 계속될런지는 몰라도 어차피 다가온 푹풍이라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빠른 시일내에 제자리에 찾아와 주기를 빌고 또 빌 따름이다.


name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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