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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늪

불륜의 늪 / 임정수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주택가에서 살땐 그래도 대문 밖에만 나가면 동네사람들과 마주치거나
이웃간에 서로 얼굴이라도 익히며 살았었는데...

문만 닫으면 감옥같은 아파트에선 현관문만 닫아걸면 영락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앞집에 누가 사는지 옆동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그저 날이 새면 출근하고 어두워지면 퇴근하는...
반복된 일상 생활의 연속이기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대인관계가 넓은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웃과 오손도손 정답게 얘기도 하며
정을 나누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기도 하겠지만,
나처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하는 얘기이다.

그다지 과묵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때가 있긴 있는 것 같다.

가끔 엘레베이트 안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 중엔
처음엔 서로가 서먹서먹하여도 몇번 얼굴을 마주치다보면
한 동에서 같이 산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친밀감을 느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도록 뛰어난 사람...
바로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수 없이 마주치며 미소로써 인사를 나누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급속도로 친해진 사람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허구헌날 거래처 담당들을 접대하느라 술에 절여서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업무 관계상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밤늦게서야 술에 잔뜩 취해서 돌아오는데,
말이야 가족들을 먹여살리느라 그렇다곤 하지만,
실은 남편만 사람들을 만나며 기분을 푸는 것이고 그녀만 늘 외로운 삶을 살고있노라며 하소연 한다.

주위에 친구도 없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어 늘 외로웠노라며
가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그녀의 집으로 나를 초대하기도 하고,
나의 집으로 그녀가 놀러오기도 하기에 자주 만나는 편이다.

아니, 자주 만나는 편이라기 보다도...거의 매일 만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루라도 안보면 궁금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남편이라고해야 아침일찍 출근하면 밤늦게 기어들어와서 잠이나 자고 또다시 일찍 출근하고...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학교에 갔다 마치면 학원에 가서 저녁때야 돌아오고...
그러니 그녀는 늘 외롭고 허전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나를 알고부터 살아가는 의미가 있고 조금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올해 33살이며 두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우유빛 피부에 탱탱한 몸매는 아직도 이십대 초반이나 중반쯤으로 보인다.

어느누가 보더라도 삼십대라곤 전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내나이 사십대 초반이지만 나를 무척 잘 따르는 그녀를 보면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주위에 보는 눈들이 있어 밖에선 되도록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녀의 집에서나 우리 집에서만 조용히 만나고 있다.

언제나 내게 오빠라고 부르면서 어찌나 잘 따르던지...
내가 무슨말을 하든 무엇을 시키던지 내가 하라는대로 다 들어준다.

처량히 비가 내리는 날,
홍합을 썰어넣은 김치전에 동동주 몇잔 마시다가 취기가 돌아 둘이서 음악을 틀어놓고 부루스를 추었다.

마음은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점점 흥분한 몸은 말을 듣질 않아
더이상 참질 못하고 그녀를 껴안은채 그만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나를 밀쳐내며 반항하거나 심하게 거부할줄 알았던 그녀가
의외로 순순히 말을 들으며 더 적극적이어서 한편으론 놀라웠다.

속으론 '이런 만남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완전히 발가벗은 그녀의 뽀얗고 탱탱한 피부를 감상했다.

이렇게 행복한 적은 없노라며 내가 그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면서
목을 꼭 끌어안고 매달리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불륜은 끝이 어디쯤인지 깊이를 가늠하기 조차도 싫었다.
그저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할 뿐이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건 세살먹은 아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더이상의 불륜은 없어야 하며
그녀와의 관계도 이쯤에서 얼른 끝내어야 하겠지만,

그녀의 집에서, 나의 집에서...
정말이지 갈데까지 간 것처럼 둘만의 세상만 생각하다보니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

앞으로 언제까지 갈런지 모르겠지만
이젠 그녀가 없이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그것이 겁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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