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방 입니다 ..

알리바이

알리바이 / 임정수



은숙의 성격이 별나거나 괴팍하진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과는 친하지가 않다.
아니, 친하지 않다는건 잘못된 표현일지 몰라도 그녀가 항상 계산적이며 조금도 손해를 보려는 생각이 없기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다보면 모가 나지않고 둥글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데,
언제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그녀로선 전혀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앞집의 담비 엄마와 친할뿐
다른 사람들은 보고도 못본척하며 어쩌다 그녀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를 해줄 정도이다.

언제나 담비엄마와 함께 동네근처의 가까운 빌딩 건물에 청소를 하러 다녔는데,
담비엄마가 그만둔지 몇일 지나지 않아 담비네 옥상 방수 공사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남편이 아침일찍 출근하고나면 아이들도 학교에 가야하고...
집안에 다른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는 담비엄마의 말에 내심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그녀로선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설마 무슨일이 있으려고...'
이왕이면 부정적인 생각보단 긍정적인 생각으로 담비엄마를 걱정하는게 그녀가 할수있는 전부였다.

은숙이 오후늦게서야 퇴근하여 돌아오니 담비엄마가 훌쩍이며 잠시 보자고해서 담비네로 갔다.

"뭐야,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얼굴이 초췌해있어?"
"흑흑흑..."

담비엄마는 울먹이면서 아버지뻘이나 되는 뒷집 아저씨가 방수공사를 맡아서 하게 되었으며,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곤 자신을 덮쳐 강제로 추행하였노라 털어놓으며 끝내는 울음보를 터트리고야 말았다.

다른 동네에서도 공사를 하다 여자들을 건드려서 이동네로 이사를 왔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는데,
역시나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처럼 담비엄마를 건드렸구나 생각하니
이상하고 나쁜 사람이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는 불쾌감과,

세상에 둘도없는 단짝 친구인 담비엄마가 아버지뻘이나 되는 아저씨에게 능욕을 당했다는걸 알고나니
벌컥 겁이 나기도하고 불안감마저 들었다.

불안에 떨며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훌쩍이던 담비엄마는 그날이후 뒷집 남자를 계속 만났었고,
모텔과 외진 변두리에서 차속에서도 밀회를 즐겼다고 한다.

평소엔 집밖에 모르던 담비엄마였는데, 뒷집남자를 만나고부턴 가정일엔 소홀하였고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신경쓰질 않으니 집안꼴이 말이 아니었다.

잦은 외출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밀회를 즐기던 담비엄마가 불안한 마음에 은숙에게 부탁하여
뒷집남자를 만나러 갈 때면 항상 은숙도 동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은숙의 남편은 직장에 출근하였다가 퇴근하는 시간이 일정하였기에
남편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미리 집에 와 있으면 되었기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곤
뒷집남자와 담비엄마, 이렇게 셋이서 만나게 된 것이다.

보통은 담비엄마가 뒷집남자와 정사를 즐기고 올 동안
은숙은 조용한 커피숍에서 혼자 고독을 씹으며 시간을 보내다 미리 정한 시간에 밖에서 만나곤 하였었는데,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어느날 홀로 커피숍에 있기 싫다는 은숙의 말에 모텔까지 동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아버지뻘이나 되는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담비엄마가 더 절실히 매달리는걸 보곤
은근히 질투심도 생겼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나이에도 사내랍시고 여자를 울리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니 궁금한 마음이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그날, 뒷집남자가 담비엄마와 모텔의 침대위에서 알몸으로 뒹굴동안
은숙은 티브이에서 성인영화가 방영되는 비디오 영화를 보고 시간을 보냈다.

육중한 사내의 강한 힘(?)도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담비엄마의 큰 신음소리에
온몸의 전율과 스릴을 느끼며 티브이와 침대를 번갈아가면서 곁눈질로 훔쳐보곤 했었다.

그러다 뒷집남자와 눈이 마주칠때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선 뒷집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질퍽한 정사를 끝낸 담비엄마가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동안
사내는 은숙의 손을 잡더니 침대로 끌었다.

담비엄마가 알기라도할까봐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생각일뿐, 몸은 순순히 침대로 향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

담비엄마가 샤워를 끝내고 나올동안의 짧은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방금 격정을 치르고난후여서 씻지도 않은 상태의 남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담비엄마가 나오기전에 얼른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짜릿한 스릴같은 것이 느껴져
사내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며 순순히 응하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고 말았다.

어쩌면 그녀 역시도 끼가 많은 여인일런지도 모른다.

이미 비디오 영화와 바로 옆 침대에서의 노골적이면서도 생생한 장면들을 목격했기에
충분히 젖어있을테니 더이상 뜸을 들인다는 것은 괜한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사내는 재빨리 은숙의 몸에서 걸치고 있던 옷가지들을 벗겨서 순식간에 알몸으로 만들어 버렸고,
은숙은 낯선 사내의 품에서 연신 숨넘어 가는 소리로 헐떡이고 있었다.

욕실의 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담비엄마가 빼꼼히 쳐다본다.

방안을 들여다 보니 침대 위에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운우의 정을 나누며
1번 자세에서부터 36번 자세까지...
그들이 마치 에로배우라도 된 것처럼 땀범벅이 되어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녀는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렇게 셋이서 불륜아닌 불륜을 저지르다 어느정도 시간이 되어서야 사내는 차를 몰고 집으로 들어가고
차에서 내린 담비엄마와 은숙은 시장으로 가서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웃으며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알리바이는 시작되었고,
얼마가지않아 질투와 소유욕에 눈이 먼 담비엄마가 남편과 자식들을 내팽겨친채
한동안 가출하였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도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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